All Chapters of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Chapter 21 - Chapter 30

30 Chapters

21화. 내 이름 아래 남은 서명

“이름을 보고 싶었다.”서우는 자수 위를 한 번 쓸었다. 새 면이 손바닥에 매끈하게 닿았다. 오전에는 병원에서 자기 이름을 쓰고, 지금은 그 이름이 박힌 옷을 입고 있었다.“이걸 입고 계속 여기 있었으면 해.”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단우는 말을 거두지 않았다.“밖에서 일할 때도 입을 거예요.”“알아. 그때는 내가 보러 가야겠군.”“진료 예약하고요?”“그건 안 아플 때도 만나기로 했잖아.”서우는 웃다가 소매 끝을 한 번 더 맞췄다. 가운을 돌려줄 생각은 없었다. 상자 안의 종이를 접어 넣자 단우가 뚜껑을 덮었다.“저녁엔 가운을 두고 나와.”“몇 시요?”그가 시계를 보고 시간을 말했다. 서우는 병원에서 받을 연락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늦으면 먼저 걸을 거예요.”“어느 쪽으로.”“안 알려주면 찾아올 자신 없어요?”단우가 그녀를 봤다. 서우는 수첩과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문 앞까지 갔을 때 남자가 웃는 소리가 났다.갈아입고 나오자 단우가 부두로 내려가는 길에 서 있었다. 서우는 가운을 벗은 목선을 훑는 그의 시선을 느꼈다. 뒤돌아가 옷을 바꿀 생각은 들지 않았다.“안 늦었네요.”“이번엔 내가 먼저 나왔지.”단우가 서우와 보폭을 맞췄다. 좁은 길에서 그가 물 쪽으로 내려섰다. 서우는 바로 따라가지 않고 낮에 들은 목소리를 꺼냈다.“다른 이름을 말했으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했어요.”“신청서에 이름이 있었어.”“먼저 보여줄 수도 있었겠죠.”그가 난간 옆에 섰다. 부두에서 올라온 인부가 인사하려다가 걸음을 바꿨다. 단우는 그가 멀어질 때까지 서우 쪽을 보고 있었다.“내가 뭘 가졌는지 다 보여주고 시작하나.”서우는 남자의 팔 안쪽을 잡았다. 그가 가까이 오자 기대는 대신 넥타이 매듭 아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나한테도 그래요?”“선생한테서 받고 싶은 건 다르지.”그가 잡힌 팔을 돌리자 그녀의 손이 그의 손바닥에 닿았다. 서우는 숨을 들이켰다가 일부러 반대쪽으로 걸었다. 남자는 잡아당기지 않고 같이 방향을 바꿨다. 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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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형도 안 돌아와

밤 11시, 뒤뜰 온실 앞.레오가 잠든 뒤 서우는 혼자 바람을 쐬러 나왔다. 간호사에게 돌아올 시간을 말해두었다. 온실의 화분에 물을 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다른 곳은 떠오르지 않았다.밤바람이 가운 안으로 들었다. 서우는 앞섶을 여미지 않고 난간에 팔을 얹었다. 수평선 위의 불빛이 배인지 별인지 구별되지 않았다.서우는 가운 주머니에서 해림대학병원에서 쓰던 손수건을 꺼냈다. 닳은 자수가 모서리에 남아 있었다.‘해림대학병원 소아흉부외과.’손수건에는 수술실에서 돌아오던 날 묻은 얼룩이 지워져 있었다. 서우는 자수를 펴보다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 새로 받은 가운에서는 아직 세제 냄새가 났다.병원 측 답변서 첫 장에는 아직도 보름 전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건 뒤 한 달이 넘었는데 처음 자료를 그대로 보낸 것이었다. 서우는 같은 당직실에서 밥을 먹던 동료의 서명을 봤다.그날 집도의는 투약을 지시했고, 서우는 출혈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사용량과 시각을 재확인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동료는 서우가 추가 투약을 요구했다고 서명했다.서우는 그가 수술 뒤 건넸던 물을 기억했다. 종이컵을 받을 때에는 둘이 같은 일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답변서를 더 읽으려 해도 그 손만 떠올랐다. 아이를 다시 보러 중환자실에 갔을 때 그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 오늘은 전보다 정확히 기억났다.아이가 마지막으로 자기 이름을 불렀던 것은 수술 전이었다. 아프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답해달라고 했다. 서우는 잠든 동안에는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무엇을 들려줄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아빠한테도 말해줘요.”그 목소리가 지금도 또렷했다. 아이가 숨진 뒤 보호자에게 경과를 설명하는 자리에는 재단 사람이 먼저 들어갔다. 서우는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자리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이후 작성된 경과 기록에는 약이 들어간 시간이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 다르게 남아 있었다. 전산에 출력된 시각과 간호 기록도 맞지 않았다. 오류인지 누군가 고친 것인지 확인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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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약과 품삯 사이

서우는 고개를 들었다. 단우는 방금 한 말을 다시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가 불빛 쪽으로 얼굴을 돌리니 눈물에 젖은 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잠시 뒤 그가 이름을 부르자 서우는 닦지도 못한 얼굴로 대답했다.“나 좀 볼 수 있게 해.”그가 말했다. 서우는 그를 보는 동안 아이의 마지막 말을 한 번 더 떠올렸다. 단우에게 그 목소리를 흉내 내 들려주다가 끝을 잇지 못했다.단우가 코트를 여며주고 한 걸음 물러났다. 서우는 그의 소매를 잡았다.“조금만 더 있다가요.”그는 난간에 나란히 섰다. 서우는 수술 중에 자신이 기억하는 순서를 짧게 말했다. 약 이름을 꺼낼 때 목소리가 갈라져 다시 숨을 골랐다. 단우는 알아듣지 못한 용어 하나만 물었다. 그녀가 손수건을 접을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돌아갈 때에는 손전등을 켜 젖은 돌을 먼저 비췄다.***새벽 1시, 단우의 집무실.정보 담당자가 거래 내역을 읽었다. 팀에서 쓰는 이름은 팬텀이었다. 화면 속 중년 남자는 수술 기록은 자신들이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단우는 벨라크 쪽 항차를 보았다. 형의 이름 아래 자신의 승인도 있었다.“우리가 서명한 부분부터 각 거래처에 보내. 자기 쪽 항차만 맞는지 답하게 하고.”“재단 쪽에도 바로 갑니까?”“그쪽 설명부터 받아. 우리가 가진 걸 전부 읽어주지는 마.”법률 담당자는 보관처에 보존 요청을 보내기로 했다. 재단이 다음 달 후원회에서 사건을 해명할 예정이라는 말도 나왔다. 단우는 그날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거래처가 자기 몫을 확인한 답을 받으면 같은 원본을 함께 내놓을 참이었다. 한 사람이 전체 경위를 정리해줄 자리를 먼저 없애는 일이었다.“신고하지 않은 배도 있습니다.”“내가 승인했어.”단우는 그 항차를 맨 위로 올렸다. 누락한 곳이 자기 회사라는 답도 돌아올 것이었다. 그는 중개인 녹음을 재생했다. 대답 전에 길을 막으라는 자기 목소리가 나왔다. 잠깐 뒤 담당자가 어디까지 보낼지 다시 물었다.“내 목소리 앞에서 끊지 마.”***오전 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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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묻기도 전에 나온 대답

인부 하나가 장갑을 벗었다. 다른 항구에서 일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 배를 탔다고 했다. 서우가 상자를 가리키자 그가 팔을 벌렸다.“그럼 이걸 저희가 가져갑니까?”“아니요. 여기 내려놔요.”그는 상자를 하역대에 놓고도 손을 떼지 않았다. 서우가 불빛에 비췄던 병을 보여주자 한동안 바닥을 들여다봤다. 그러고는 다시 선장을 불렀다. 이상한 입자를 보았다고 품삯 문제가 없어지지는 않았다.서우는 보류 이유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그가 빈 인수서의 다른 칸을 짚었다. 기다린 돈을 누가 줄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 칸을 채우지 못한 채 약국에서 부르는 전화를 받았다.그때 갑판 위에서 상자 하나가 넘어졌다. 서우가 돌아보자 계단으로 향하던 사람이 작은 봉투를 품에 넣었다.네리오였다. 안드레아의 일을 맡아온 일등 항해사였다. 선장을 향해 고개를 흔들던 그가 마르코와 눈이 마주치자 몸을 돌렸다.“네리오!”단우가 하역장 계단을 내려왔다. 네리오가 그를 피해 다른 쪽 승선로로 향하자 마르코를 그리로 보냈다. 자신은 선장 곁으로 갔다.“그 사람 내려주면 이 배에 남은 건 선장 혼자 설명해야겠군.”선장이 기관실 쪽으로 손을 들었다. 네리오는 계단 위에서 걸음을 돌렸다. 단우는 그가 돌아오는 길 앞에 섰다.“봉투는 두고 가. 선장도 같이 듣는 자리에서 열어.”“창고 쪽에 물어보려고 했습니다.”“그럼 여기서 전화해.”네리오는 전화 대신 봉투를 등 뒤로 돌렸다. 단우가 갑판으로 올라가자 선장은 따라오지 않았다.서우는 부두에서 그를 불렀다.“단우 씨.”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확인한 이상과 보류한 물량을 짧게 말했다. 공급사에서 답을 받기 전까지 쓸 수 없다고 했다. 네리오는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의사 선생님 말씀만 듣고 배를 묶는 겁니까.”단우가 서우 쪽으로 향했던 눈을 돌렸다.“그럼 네 말을 듣고 풀어줄까.”“저 선생님도 자기 병원에서 나온 경위를 설명 못 하셨다던데요.”하역하던 사람들까지 그쪽을 봤다. 서우는 계단 아래에서 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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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내 부두에 도착하기 전에

단우는 네리오 앞에서 선장을 돌아봤다.“엔진 꺼.”선장이 기관실에 손을 들었다. 마르코가 전화기의 녹음을 켰다. 배가 조용해지자 단우는 네리오에게 봉투를 내놓으라고 했다. 사내가 쥔 손을 등 뒤로 돌리자 그가 먼저 가까이 갔다.“봉투 내놔. 그 안에 든 것부터.”네리오가 내민 봉투에는 처음 납품서와 고친 납품서가 함께 있었다. 정상 물량 일부를 다른 구매자에게 넘기고 반품 표시가 붙은 물건으로 수량을 채웠다는 말이 나왔다.“빅토르 님 창고에서 받은 거라서 저는…….”“안드레아가 바꾸라고 했지.”단우가 말을 잘랐다. 네리오는 선장을 보았다. 단우가 한 걸음 다가서자 시선이 돌아왔다.“네가 처음부터 고른 일로 남길까. 시킨 사람을 말할까.”“안드레아 씨가 시켰습니다.”답이 빨랐다. 서우가 고개를 들었다.“받은 그대로라는 말도 했어요. 언제 뭘 들었는지 따로 물어봐야 해요.”단우는 봉투를 쥔 채 그녀를 봤다. 선장이 납품처를 말하기 시작하자 서우는 먼저 외부 확인처에 사용 보류를 알렸다. 해당 물량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해달라고 했다. 갑판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마르코는 그 대답까지 녹음한 뒤 파일을 저장했다.마르코는 더 내리려던 짐을 멈추고 외부 담당자가 볼 구역을 비웠다. 조금 전에는 같은 상자를 병동으로 올리려던 참이었다. 그가 섬의 진료실을 부르며 목소리를 높이자 서우가 먼저 답했다.“레오한테는 안 썼어요. 사용 내역도 확인했어요.”마르코는 대답을 한 번에 못 했다. 단우도 그쪽을 봤다. 서우는 안심시키는 말을 더하지 않고 다른 납품처를 물었다. 아직 답하지 않은 곳이 있었다.“그럼 당장 쓸 것은.”“병원 약국에서 다시 받아야 해요. 오늘 필요한 것과 미뤄도 되는 것부터 나눌게요.”단우는 대체 물량을 받을 배를 불렀다. 선장은 다음 항차도 이미 잡았다며 자기 배의 이름을 댔다.“그 창고 물량은 취소해.”선장이 비용을 부르자 단우는 마르코에게 인부들 이름과 금액부터 받게 했다. 사람들이 선장 대신 그쪽으로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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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깨어서 보고 싶은데

단우는 통화를 끝냈다. 재무 담당자가 이미 지급한 돈과 새 물품 값, 취소 비용을 불렀다. 회수할 수 없는 금액까지 듣고 자기 계정으로 정리하게 했다. 외부 담당자가 부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약품 상태를 조사하러 온 외부 담당자가 갑판에 올랐다. 선장은 서우가 배를 막았다고 했다. 단우가 자신이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네리오는 그 곁으로 가려다 담당자가 가리킨 반대쪽에 섰다. 서우는 발견한 상태를 설명한 뒤 질문의 순서를 말했다.“처음 들은 건 자기가 바꾼 게 아니라는 말이었어요. 안드레아 씨가 시켰다는 답은 그 이름을 질문에서 들은 뒤에 나왔고요.”단우에게는 갑판에, 서우에게는 아래쪽에 남아달라는 말이 돌아왔다. 내려가던 그녀를 그가 불렀다.“내가 그 답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모르겠어요. 그래서 들은 순서대로 말했어요.”그는 더 묻지 못하고 돌아섰다. 끝나고 나왔을 때도 단우는 갑판에 있었다. 서우는 마르코에게 오후 진료실 연락처만 전하고 자기 병원 협의 자료를 가지러 갔다. 배가 떠날 때 그가 이쪽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정오, 뒤뜰 온실.서우는 밖에서 입었던 가운을 갈아입고 손을 씻었다. 부두에 남긴 물량은 외부 담당자가 확인할 때까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온실 문을 열자 레오가 뛰어왔다.“엄마!”서우는 아이를 안으며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레오는 배가 고프냐는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대신 스케치북을 펼쳤다.유리 집 안의 모래성 앞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키 큰 사람 위에는 ‘삼촌’, 흰옷을 입은 사람 위에는 ‘엄마’, 둘의 손을 잡은 아이 위에는 ‘레오’라고 적혀 있었다. 삼촌과 엄마의 팔이 종이 밖까지 길게 나왔다.서우는 그림에서 자기 얼굴을 찾았다. 레오는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듯 그녀를 보고 있었다.“이 손은 어디까지 가?”레오가 꽃밭까지 걸어가는 그림이라고 했다. 서우가 다음 장에도 이어 그려달라고 하자 아이는 바로 그리지 않았다.“다음에는 엄마도 와?”“같이 갈 날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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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둘 다 오늘 있었던 일이니까

밤 9시, 단우의 방.단우는 서명한 계약서를 봉투에 넣고 책상을 비웠다. 마르코에게 남길 일을 전한 뒤에는 전화기를 뒤집어놓았다. 오늘 끝낼 수 없는 답은 내일 받기로 했다.서우가 왔을 때 식탁에는 따뜻한 수프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가운을 벗고 다른 옷을 입었다. 단우가 문을 열자 방 안을 먼저 보고 물었다.“오늘은 여기서 일 안 해요?”“그래서 먼저 끝냈지.”그가 의자를 빼주었다. 서우는 자리에 앉아 자기 가방을 발치에 놓았다.“물어볼 게 많다면서요.”“병원에서는 무슨 밥을 먹었나. 선생이 좋아하는 건 여기 음식이랑 다를 것 같아서.”서우는 숟가락을 들다가 웃었다. 윤아가 피곤한 날에도 꼭 매운 것을 시켰다고 했다. 자신은 속이 쓰리다며 투덜거리고도 같은 집에 주문하곤 했다. 단우는 주방에서 만들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그 집하고 같지는 않을 텐데.”“비교해보면 되겠군.”서우는 식은 커피를 붙들고 밤새던 당직실 얘기를 했다. 한밤중에 식사를 시켜놓고도 수술실에 들어가야 했던 날에는 윤아가 자기 몫까지 남겨뒀다. 돌아와 둘이 찬밥을 먹었다는 말에 단우가 왜 새로 시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그땐 다시 부를까 봐요. 뜨거우면 빨리 못 먹잖아요.”말하고 나서 서우가 웃었다. 그런 것까지 설명할 줄은 몰랐다.“이런 얘기도 재미있어요?”“선생은 몰랐나 보군. 자기 얘기할 때 말이 빨라지는 거.”서우는 윤아가 보낸 당직실 사진을 보여주었다. 자기 책상에는 다른 사람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단우가 사진 속 한쪽을 가리켰다.“저기 앉았나.”“네. 문 열리면 바로 보이는 자리.”그는 그 자리를 다시 보다가 식탁 옆 찻장 문을 열었다. 안쪽에 엎어놓은 액자가 있었다. 세워놓자 레오를 안은 젊은 남자의 사진이 나왔다.“형.”서우는 레오의 그림을 꺼내 옆에 세웠다. 종이가 말려 넘어지자 뒤에 책을 받쳤다. 단우는 사진을 찍던 날을 말했다. 형은 레오가 내려달라고 보채는 동안에도 안고,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빨리 찍으라고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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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내 이름을 말하고 나서

그녀가 간 뒤에는 외부 담당자의 질문에 답했다. 네리오에게 먼저 이름을 댄 경위였다. 창가에서 답하던 그는 서우가 앉았던 소파를 봤다. 조금 전에도 저 여자를 자기 곁에 앉히려고 자리를 골랐다. 그는 전화기를 책상에 놓지 않은 채 자기 질문을 그대로 읽어주었다. 담당자가 답을 받아내려 한 것이냐고 다시 물었다. 단우는 형 사진 쪽으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서우가 그의 얼굴을 읽어줄 수 없었다.***새벽 5시 15분, 단우의 방.단우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한 번 깬 뒤 다시 잠드는 데 오래 걸렸으나, 밤을 전부 책상 앞에서 보내지는 않았다. 창가의 커튼 너머로 빛이 들어왔다.책상 위 알림이 울렸다. 마르코는 레오가 새벽에 물을 마셨다고 알렸고 선장은 취소 비용을 보냈다. 단우는 승인한 뒤 안드레아의 새 명세를 옆으로 밀었다. 어제 실린 물량이 새 명세에서는 사라져 있었다. 처음 것을 보관한 사람에게 둘 다 넘긴 뒤 세면대로 갔다.세수를 하고 나오니 문이 두드려졌다. 서우였다. 어제와 다른 옷을 입었고 머리를 하나로 묶었다. 손에는 식판 대신 봉투가 있었다.“오늘 바빠요. 아침 먼저 먹어요.”그가 봉투를 보자 서우는 자기 사건에 관한 자료 검토회의에 원격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법률 상담을 맡은 사람과 함께 들어갈 예정이었다.“네가 직접 말하나.”“그럴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요.”서우가 앉자 단우는 어제 말한 음식을 주방에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웃다가 봉투를 식탁에 놓았다.“병원 협의나 면담이 있는 날에는 육지 숙소에 있을 거예요. 돌아오는 배에 맞춰 끝내지 않으려고요.”“알아들었다.”식사가 오는 동안 서우가 문서를 전송했다. 단우가 마지막 장을 읽으려 할 때 발송 완료가 떴다.“보여주러 온 게 아니었군.”“내가 오늘 무슨 말 하는지는 알았으면 했어요.”서우는 봉투를 거뒀다. 그의 손과 닿았지만 옆자리로 옮기지는 않았다.“날 보고 싶다는 말은 믿어요. 그래서 내 일을 줄이고 싶어지는 건 싫고요.”“내가 줄이라고 했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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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화면이 켜졌다

오전 6시, 작은 집무실.서우와 단우는 같은 화면을 보았다. 재단은 기자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배포해두었다. 강시혁은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한 뒤 곧바로 서우의 이름을 꺼냈다.“자리를 비운 담당 의료진에게도 설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그는 직접 도주라는 말 대신 해외 체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서우는 연락처와 의견서 접수 메일을 제출 자료에 더했다. 화면 속 강시혁이 독단적 투약과 연구비 이야기를 꺼냈다.종이에 적힌 3억 원은 연구 전체의 예산이었다. 서우가 컵을 들었을 때 손이 떨렸다. 단우는 화면을 끄려다가 그녀가 다시 재생하는 손을 보고 물러났다.“내 답변은 내가 보낼게요.”그녀가 말했다. 단우는 팬텀 담당자를 연결해 자신이 요청한 회신을 받았다. 각 거래처가 확인한 항차와 재단 설명을 이제 함께 놓을 수 있었다. 어느 한쪽의 말로 나머지 기록을 맞출 수는 없게 됐다.서우가 원본을 보다가 빠진 항차를 물었다. 별도 목록에는 단우가 승인한 현금 정산이 있었다.“이걸 빼면 날짜가 맞지 않아요.”담당자는 단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승인한 거래에서 약품이 넘어갔다. 단우는 그 부분도 붙이고 거래 상대에게 같은 원본을 보내게 했다. 서우에게만 준 자료라며 부인할 길을 먼저 닫는 일이었다.“지금 내면 다음 물량을 맡기기 어렵습니다.”그 배가 끊기면 갈라놓은 운송편도 전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단우는 대체 운송을 맡은 사람에게 오늘 준비한 자리까지는 비우지 말라고 했다. 나간 원본을 거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서우는 그가 통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같은 항차를 자기 자료에 넣었다.“안 내면 저쪽이 내 이름을 빼고 설명하겠지.”법률 담당자가 승인란을 다시 읽었다. 서우는 화면을 옆으로 밀었다가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다. 화면 아래에는 조금 전 마시던 커피잔이 있었다. 조금 전 설탕을 따라 넣던 사람이 승인한 배였다.“이 물량이 뭔지는 봤어요?”“그때는.”남자는 말을 끊었다. 다시 승인 날짜를 봤다. 선주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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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내 질문은 달라요

같은 시각, 요새의 빈 사무실.서우는 연결 전에 레오에게 다녀왔다. 아이의 식사는 간호사가 보고 있었고, 오후에는 마르코와 항구 진료를 다녀올 예정이었다. 자신이 함께 가지 못한다고 말하자 레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엄마는?”레오는 가방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서우가 앉자 아이는 같이 병원에 가는 것인지부터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는 가방을 놓았다.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더 묻지 않았다. 끝나면 진료받은 얘기를 듣겠다고 하자 레오는 자기도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우는 아이에게 잠깐 등을 돌려 숨을 골랐다.“내가 아는 일을 말해야 하는 날이야. 오늘은 마르코와 다녀올 수 있을까?”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우가 가방을 챙기자 소매를 잡았다. 그녀는 잠시 손을 잡아주고, 병원에 도착하면 통화할 시간을 정했다. 회의가 길어지면 간호사가 먼저 전화받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문을 나오는 순간 아이가 울었다. 서우는 돌아서려다 멈췄다. 마르코가 눈을 맞추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맡겠다는 뜻이었다. 서우는 복도 끝까지 걷고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사무실에는 물과 휴지가 놓여 있었다. 단우가 준비해둔 것 같았지만 그는 없었다. 서우는 문을 닫고 전화기를 무음으로 바꿨다. 아이의 연락은 따로 받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법률 상담을 맡은 사람이 먼저 연결됐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답하고 추측과 기억을 나눠 말하자는 당부를 들었다. 서우는 메모한 종이를 뒤집었다. 답을 외우기 시작하면 자기 기억까지 준비한 문장처럼 느껴질까 봐 두려웠다.연결 버튼을 누르자 강시혁이 보였다. 그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등이 굳었다. 수술실에서 부르던 음성과 다르지 않았다.“잘 들립니다.”서우는 먼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것을 누구나 들을 수 있었겠지만, 연결을 끊지는 않았다.시작 전에 진행자가 참석자들의 역할을 설명했다. 서우는 자기 화면 옆에 뜬 이름들을 하나씩 읽었다. 병원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보다, 그날 같은 방에 있었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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