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혁이 라운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접니다.”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손에는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자료를 확인할 곳을 찾다가 안에 있던 의자가 넘어졌습니다.”최미영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려 했다.그러나 강시혁의 넓은 어깨가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혼자 있니?”“그럼요.”그가 손목시계를 들어 확인했다.“어머니, 연회도 열한 시면 끝납니다.저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강하은은 라운지 안쪽에 몸을 숨긴 채, 하이힐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바닥에 주저앉았다.복도가 완전히 조용해지기를 기다린 뒤에야 벽을 짚고 일어섰다.그녀는 직원 전용 통로를 따라 고개를 숙인 채 2층으로 돌아갔다.그날 밤, 그녀는 오랫동안 샤워를 했다.피부가 붉어질 만큼 뜨거운 물로, 뼛속까지 무언가를 씻어 내려는 듯이.다음 날 오전, 강하은은 강시혁의 세탁물을 본관으로 가져다주었다.현관 신발장 위에 셔츠를 담은 종이봉투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던 순간, 봉투 입구에서 연분홍색 레이스 천 조각이 미끄러져 나왔다.그녀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저께 밤, 강시혁의 방에 두고 온 것이었다.“물건 들고 거기서 뭐 하는 거야?”강시혁이 어느새 아래층으로 내려와 있었다.아침 햇살 아래, 그는 니트 홈웨어에 금테 안경을 쓴 채 블랙커피를 들고 있었다.느긋한 태도와 달리, 그에게서는 어딘가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내렸다.봉투 밖으로 삐져나온 레이스 조각을 발견한 순간, 입꼬리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살짝 올라갔다.“정리하다가 떨어졌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느긋했다.“하인들이 줍게 할 순 없잖아.”그가 손을 뻗었다.두 손가락으로 레이스 조각을 천천히 봉투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 과정에서 손끝이 그녀의 손등을 스쳤다.아주 느릿하게.“남은 건 저녁에 직접 가지러 와.”강하은은 귓불이 화끈거렸다.종이봉투를 끌어안은 채 거의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아침 햇살은 눈부시게 좋았지만
Last Updated : 2026-10-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