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6년간 사랑받지 못한 아내: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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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당신을 구한 대가

강신혁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이서하의 손목을 와락 붙잡았다.“너는 나영이 좀 본받으면 안 돼? 네가 나영이를 밀쳐서 다쳤잖아. 그런데 사과 한마디 없이 지금 어딜 가겠다는 거야?”“놔.”“먼저 나영이한테 사과해.”그는 고집스럽게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마치 이서하가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눈앞의 모든 일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듯이.“나영이가 다쳤는데 사과 한마디도 못 하겠어? 네 꼴을 좀 봐! 나영이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거야? 왜 맨날 그렇게 억지를 부리는데?”이서하는 문득 더는 저항하지 않았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오랫동안 좋아해 온 남자를 바라보았다.6년 전, 그녀는 그를 구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 뒤로는 그날의 사고를 입에 올리지 않고, 몸에 남은 흉터를 내세워 그에게 무언가를 보상해 달라고 하지 않으면, 그가 이 결혼을 부담스럽게 여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심지어 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자신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도 자신의 좋은 점을 알아봐 주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바로 지금, 그녀는 깨달았다. 그 모든 것이 그저 자신 혼자만의 일방적인 바람이었다는 것을.다른 여자를 위해 몇 번이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강신혁을 바라보던 이서하는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끝내 접었다.“강신혁.”그녀는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강신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가 계속 변명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하지만 이서하는 그저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렷하게 말했다.“후회해.”강신혁은 순간 멈칫했다.“뭐?”“널 구한 걸 후회해.”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예전에는 네 목숨을 구하다가 다쳤어도, 몸에 이런 흉터가 남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건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으니까. 난 한 번도 이 흉터로 널 붙잡아 두려 한 적 없어. 네가 내게 목숨을 빚졌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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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떠날 준비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 시가 다 되어 있었다.이서하는 차 안에 앉아 익숙한 저택을 바라보며 한동안 내리지 못했다.이곳에는 지난 6년간 그녀가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강신혁이 진심으로 자신을 아내로 받아들여 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오늘에야 깨달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답이 있다는 것을.이서하는 시선을 거두고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현관의 센서등만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켜졌다. 넓은 저택 안에는 작은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이 감돌았다.예전에는 강신혁이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그녀가 늘 불을 하나 켜 두곤 했다.그가 미리 전화해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한 날에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밤늦게까지 기다리고 말았다. 술을 마시고 돌아왔을 때 챙겨 줄 사람이 없을까 봐, 속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봐, 일이 너무 바빠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은 거실 불을 켤 기분조차 나지 않았다.이서하는 곧장 침실로 돌아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화면에는 선생님이 보내 준 유학 비용 내역이 떠 있었다.학비와 기숙사비, 생활비, 보험료, 출국 전에 준비해야 할 각종 서류 발급 비용까지. 그녀는 항목을 하나씩 확인하며 다시 계산했다.계산을 마친 이서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질렀다.아직 돈이 부족했다.해외에서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패션 업계로 돌아가려면 지금보다 더 넉넉한 자금이 필요했다.강신혁에게 모든 걸 기대서는 안 됐다.이혼한 뒤에야 혼자 살아갈 능력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지도 않았다.이서하는 펜을 들어 종이에 숫자를 몇 개 적었다가 지우고 다시 계산했다.강신혁에게 돈을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비록 과거에 자신이 그를 구했고, 지난 6년 동안 이 결혼 생활을 위해 그토록 많은 것을 바쳤다고 해도, 떠나는 순간까지 그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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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더는 바라지 않아

이서하의 손가락이 멈췄다.그녀는 재빨리 컴퓨터 화면을 다른 페이지로 전환한 뒤 고개를 돌렸다.강신혁이 언제 돌아왔는지, 어느새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그는 낮에 입었던 정장을 벗고 짙은 색 셔츠 차림이었다. 셔츠 단추가 두 개 풀려 있었고,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강신혁은 책상 옆으로 다가와 컴퓨터 화면을 무심하게 힐끗 바라보았다.“이 늦은 시간까지 뭘 하고 있어?”“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이서하는 대답하며 컴퓨터를 닫았다.강신혁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인데?”“개인적인 일이야.”그 대답에 강신혁은 살짝 당황한 듯했다.결혼한 지 6년 동안 그녀가 이런 식으로 대답한 적은 거의 없었다.예전의 이서하는 평범한 메시지 하나를 받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먼저 이야기하곤 했다. 때로는 그가 묻지도 않았는데 신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그런데 이제는 말 한마디 더 하는 것조차 꺼렸다.강신혁은 그녀의 곁에 잠시 서 있다가 물었다.“아까 누구랑 연락했어?”“친구.”“무슨 친구?”이서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이렇게까지 꼬치꼬치 물을 줄은 몰랐다는 듯한 얼굴이었다.“왜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강신혁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냥 물어본 거야.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나한테 숨기지 않았잖아.”그 말을 들은 이서하는 문득 할 말을 잃었다.그랬다.예전의 그녀는 일상의 사소한 일 하나까지 그에게 전부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그가 무심하게 대답 한마디만 해 주어도 한참 동안 기뻐하곤 했다.하지만 그 열정은 언제부터인가 그녀 혼자 이어 가는 습관으로 변해 있었다.갑자기 말하기 싫어진 건 아니었다.그저 오랫동안 이야기해 온 끝에, 이제는 지쳐 버렸을 뿐이었다.“예전은 예전이야.”이서하가 조용히 말했다.강신혁은 잠시 침묵했다.“요즘 대체 왜 그래?”이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답답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요 며칠 일 때문이야? 아직도 화가 안 풀렸어?”이서하는 그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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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네가 좋아할 깜짝 선물

이서하가 눈을 뜨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강신혁이었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깼어?”이서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얼떨떨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일어나서 뭐 좀 먹을래?”그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자 이서하는 잠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이런 아침을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 왔던가.예전에는 늘 강신혁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그날 입을 옷에 어울리는 넥타이를 골라 주었다. 그리고 현관까지 따라 나가 그가 출근하는 모습을 배웅했다.그녀는 언젠가 강신혁도 자신을 이렇게 깨워 주는 날이 오기를 수없이 상상했다.아침에 눈을 뜨면 그가 가장 먼저 자신을 챙기며 밥은 먹었는지, 어젯밤에는 잘 잤는지 다정하게 물어봐 주는 것.그와 함께 이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그녀가 그토록 꿈꾸던 결혼 생활이었다.하지만 막상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 찾아오자, 기쁨보다는 낯설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이어서 강신혁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니 너 요 며칠 나한테 너무 소홀한 거 아니야?”이서하가 눈을 깜빡였다.“아침도 안 해 주고, 넥타이도 안 골라 주고, 출근할 때 배웅조차 해 주려 하지 않잖아.”강신혁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뺨을 가볍게 건드렸다.“강 사모님, 이러면 직무 태만 아니야?”이서하는 순간 문득 마음이 언짢아졌다.그녀는 몸을 돌려 강신혁에게 등을 보였다.더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강신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아직도 화났어?”“어제 일은 내가 이미 설명했잖아. 나영이랑 나는 그런 사이 아니니까, 그런 오해 때문에 계속 기분 상해 있을 필요 없어.”이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강신혁은 그녀가 여전히 토라져 있다고 생각했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오늘은 일찍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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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뜻밖의 손님

권나영은 강신혁의 팔짱을 낀 채 다정하게 나란히 걸었다. 이따금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무언가를 말하면, 강신혁은 몸을 살짝 숙여 듣고는 몇 마디 대답해 주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의 어색함도 없었다. 몸짓 하나하나에서 당연하다는 듯한 친밀함이 묻어났다.마치 진짜 부부처럼.이서하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그녀 역시 한때는 이런 모습을 꿈꿨다.하지만 강신혁과 결혼한 뒤, 그녀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누려 보지 못했다.그녀의 생각은 어느새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그때는 강씨 집안에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어느 주말, 그녀는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강신혁에게 마트에 함께 가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그날 저녁 메뉴까지 미리 정해 두었던 기억이 났다. 함께 식재료를 고르고, 집에 돌아와서는 직접 요리해 그에게 먹여 주고 싶었다.강신혁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날 그녀는 한참 동안 들떠 있었다.하지만 막상 마트에 도착하고 나니, 모든 것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강신혁은 앞서 걸었다. 걸음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기다려 줄 생각도 없어 보였다.다리도 불편한 그녀는 뒤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그런데도 그는 한 번도 손을 내밀어 부축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그녀는 그저 말없이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채소 코너를 지날 때였다. 진열대를 정리하던 중년 여성이 강신혁을 발견했다.워낙 눈에 띄게 잘생긴 탓인지, 여자는 웃으며 먼저 말을 걸었다.“어머, 젊은 총각! 혼자 장 보러 왔어요?”강신혁은 걸음을 멈추고 예의 바르게 여자를 바라보았다.여자는 그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지, 웃으며 말을 이었다.“요즘 이렇게 잘생긴 젊은이가 직접 장까지 보러 다니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참 기특하네!”그러면서 강신혁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힐끗 바라보았다.“집에 가서 요리도 하려고요? 요즘은 요리할 줄 아는 잘생긴 남자도 드문데. 여자 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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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 집의 진짜 안주인

거실은 떠들썩했다.이서하는 주방에서 마지막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손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다. 요리를 마저 끝내고 손님들을 맞이할 생각이었지만, 거실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도 이야기가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신혁 오빠, 이 집 인테리어랑 소품들까지…… 설마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권나영의 목소리였다.놀란 듯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감추지 못한 기쁨과 은근한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권나영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마치 오래전 추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오빠, 기억나? 예전에 우리 나중에 집을 마련하면 꼭 거실을 넓게 만들자고 했잖아. 주말마다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싶다고. 소파도 커다란 걸로 놓아서 다 같이 둘러앉을 수 있게 하자고 했었잖아.”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리고 통창도 꼭 있어야 한다고 했지. 햇살이 집 안으로 가득 들어오면 얼마나 따뜻하겠냐면서.”곧바로 누군가 맞장구를 쳤다.“신혁이 이 녀석, 진짜 한결같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어? 그러면서 우리 나영이를 안 좋아한다고?”사람들이 웃으며 강신혁을 놀렸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권나영은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별로 기분 나빠하는 기색은 아니었다.“다 옛날 일인데 누가 그런 걸 아직까지 기억하겠어.”“우리 신혁 형님이 기억하시겠지!”누군가 일부러 말을 길게 늘이며 장난스럽게 외쳤다.거실에 다시 웃음소리가 퍼졌다.주방에서 프라이팬을 젓던 이서하의 손이 멈췄다.그녀는 더 이상 요리를 뒤적이지 않고, 그저 조용히 대화를 들었다.이 집의 인테리어가 두 사람이 예전에 함께 꿈꾸던 모습이었다니.넓고 환한 거실, 푹신한 소파,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커다란 통창.어쩐지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강신혁이 자신에게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그때 그녀는 그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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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다 줄게요

이서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부탁인데요?”“제가 그 꽃들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요.”권나영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몇 송이만 저한테 주실 수 있을까요? 집에 가져가서 꽃병에 꽂아 두고 싶어서요. 혹시 아까우시면 괜찮아요. 그냥 한번 여쭤본 거예요.”그녀는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서하 언니가 평소에 직접 돌보는 꽃들이잖아요. 제가 마음대로 가져갈 수는 없죠. 싫으시면 절대 무리해서 주지 않으셔도 돼요.”빈틈없는 말이었다.거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서하에게 쏠렸다.누군가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는 듯 끼어들었다.“꽃 몇 송이인데 뭐 어때요. 그렇게 귀한 것도 아니잖아요. 서하 씨도 괜찮으시죠?”“그러게. 나영이가 남도 아니고.”다른 사람도 거들었다.이서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권나영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본 뒤, 시선을 돌려 강신혁을 보았다.그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평소처럼 차분한 눈빛이었지만, 어딘가 그녀를 살피는 듯한 기색이 있었다. 마치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놓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이서하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렇게 하세요. 원하시면 온실에 있는 꽃은 전부 가져가셔도 돼요. 이 집도 원하시면 넘겨드릴 수 있고요.”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권나영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살짝 굳었다.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츠러들었다.이서하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서하 언니,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권나영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냥 꽃이 너무 예뻐서 몇 송이만 갖고 싶었던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서하 씨와 무언가를 다투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말끝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졌다. 마치 자신이 큰 상처라도 받은 것처럼.“서하 언니가 기분 나쁘셨다면 그냥 안 받을게요. 죄송해요. 제가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실 줄은 몰랐어요…….”강신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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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과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거실에 선 강신혁의 얼굴은 이미 굳어 있었다.그는 소파 앞에 서서 이서하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마치 그녀가 방금 한 말이 자신과 권나영을 모욕하기라도 한 것처럼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꽃 몇 송이 가지고 대체 왜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야?”이서하는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짓눌리는 것 같았다.“저는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에요.”그녀는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강신혁 씨, 제가 바라는 건 당신이 하루빨리 이혼에 동의해 주는 것뿐이에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 요구는 그거 하나였어요.”“그만하라고!”강신혁이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꼭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까지 망신을 줘야 속이 시원하겠어?”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곧바로 끼어들었다.“그러게 말이야, 신혁아. 우린 좋은 마음으로 밥 한 끼 먹으러 온 건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그는 말을 하다 말고 권나영을 바라보더니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영아,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말이 좀 심하게 나온 모양이야.”권나영은 고개를 숙였다. 눈가가 살짝 붉어져 있었다.“괜찮아. 정말 괜찮아. 다 내 잘못이야. 애초에 그런 부탁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녀가 이렇게 나올수록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여겼다.“봐. 나영이는 너한테 아무 말도 안 하잖아. 그런데 넌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강신혁은 이서하를 바라보며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나영이한테 사과해.”이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도 사과해. 내가 사람들을 초대해서 식사하는 자리였잖아. 네가 이렇게 분위기를 망쳐 놓았으면 사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마치 이쯤에서 그녀가 물러서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는 듯 덧붙였다.“사과만 하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내면 돼. 굳이 서로 얼굴 붉히면서까지 일을 키울 필요 없잖아.”여기서 끝내자고?이서하는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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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바보

“서하 언니, 죄송해요. 다 저 때문이에요…….”권나영은 몹시 미안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얼굴에는 오히려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한 득의양양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이서하는 대꾸하지 않았다.권나영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문이 열렸다가 이내 쾅 닫혔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끄럽던 거실이 마침내 조용해졌다.이서하는 그 자리에 선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조금만 더 신경 쓰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 집이 진정으로 자신과 강신혁의 집이 될 거라고 믿었다.그래서 그의 식습관을 기억하고, 그가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외우고, 그가 보통 몇 시쯤 집에 돌아오는지도 신경 썼다.집 안의 소품을 직접 고르고, 온실에 있는 식물 하나하나를 정성껏 돌봤다.꽃 한 송이가 제대로 피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속상해한 적도 있었다. 강신혁이 자신에게 마련해 준 온실에서 자란 꽃이었으니까.그녀는 그런 사소한 일들을 일상의 일부로 여기며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왔다.그런데 결국 무엇이 남았을까?6년 동안 살아온 이 집에는 처음부터 다른 여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거실은 두 사람이 예전에 함께 꿈꾸었던 모습이었고, 온실은 강신혁이 권나영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다. 그 안에 있는 꽃들마저 전부 권나영이 좋아하는 품종이었다.그렇다면 자신은?그저 우연히 이 집에 들어와 살게 된 사람에 불과했다.다른 사람의 추억을 자신의 행복이라고 착각했던 사람.이서하는 천천히 몸을 돌려 온실로 향했다.유리문을 열자 익숙한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다.온실 안의 꽃들은 무척 잘 자라고 있었다.그녀는 화분마다 언제 심었는지 기억했고, 어떤 꽃이 햇빛을 더 많이 받아야 하는지, 어떤 꽃은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안 되는지도 알고 있었다.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도 이 집에서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서하는 화분대 앞에 서서 짙푸른 잎사귀 하나를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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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갑작스러운 소식

이서하는 천천히 몸을 웅크려 파편이 없는 작은 자리에 주저앉았다.손등의 상처에서는 여전히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상처를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행동이 우습게 느껴졌다.이 꽃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정말 자신을 괴롭힌 건 꽃들이 아니었다.자신이 가졌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사실은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이서하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이미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더는 강신혁에게 기대하지 않고, 이 결혼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기만 하면 지난날을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아니었다.진실을 아는 것과 자신이 소중히 여겼던 것들을 실제로 마주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여전히 억울했다.그토록 많은 것을 내어 주고도 결국 다른 사람의 삶에 끼어든 외부인처럼 느껴지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하지만 운다고 무엇이 달라질까?강신혁은 그녀가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갑자기 그녀의 억울함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꽃들을 망가뜨렸다고 해서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깨닫는 사람도 아니었다.어쩌면 그는 오히려 이서하가 결국 이토록 비이성적인 모습을 드러냈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이서하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눈물은 떨어지지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앉아 호흡이 조금씩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슴을 집어삼킬 것 같던 답답함이 마침내 조금 가라앉고 나서야 그녀는 화분대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한 번만 더 바라봐도 또다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다.온실을 나서기 전, 이서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바닥에 널린 꽃과 깨진 화분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남아 뒷정리를 하지 않았다.몸을 돌리며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말했다.이제 그만하자.정말 이제 그만하자.앞으로는 강신혁을 위해 어떤 것에도 미련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그의 관심을 얻으려고 자신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적어도 이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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