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강신혁의 옆얼굴은 부드러웠다. 권나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이서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이서하는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심장을 누군가 쥐어짜는 듯 아팠다.6년이었다. 그는 그녀 앞에서 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무정한 사람이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다정함을 전부 다른 여자에게 주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때, 며칠 전의 기억이 머릿속 깊은 곳에서 불쑥 떠올랐다.그날 밤늦게, 강신혁은 안방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었다. 이서하는 그에게 수건을 가져다주려고 욕실 앞까지 갔다. 그런데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물소리 사이로 억누른 듯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결혼한 지 6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안은 적이 없었다. 알고 보니 그는 차라리 혼자 해소할지언정 그녀에게는 손끝 하나 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욕실 안에서 들려오던 숨소리가 갑자기 거칠어졌다. 그가 마침내 참아 왔던 욕망을 터뜨리는 순간, 참고 참았던 그리움이 묻어나는 낮고 쉰 목소리가 문 너머로 희미하게 흘러나왔다.“……나영아.”그때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하며 애써 현실을 외면한 채 도망쳤다. 하지만 어젯밤 소파에서 벌어진 일, 귓가에 들려온 그 이름, 그리고 지금 눈앞의 영상까지. 모든 진실이 하나로 맞춰지자 그녀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이서하는 거울 앞으로 걸어가 잠옷을 벗었다.거울 속 자신의 어깨와 다리에는 흉측한 화상 흉터가 가득했다. 한때 늘씬했던 모델의 몸매는 흔적도 없이 망가져 있었고, 창백하고 부석부석했다.이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처량하기 짝이 없는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 주길 바랐던 걸까?이서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흉터를 가릴 수 있는 헐렁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식탁 위에는 수분이 빠져 말라 가는 반찬 몇 접시가 놓여 있었다. 어젯밤 그녀가 세 번이나 다시 데워 놓았던 바로 그 음식들이었다.가사
Last Updated : 2026-10-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