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가족에게 피를 빨리던 내가 재벌 회장 부인이 되었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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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다음 순간, 그가 고개를 들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차갑게 훑어보았다.강렬한 위압감이 순식간에 복도 전체를 휩쓸었다.웅성거리던 집안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심지어 몇몇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까지 쳤다.강도윤과 한유진의 얼굴도 굳어졌다."시혁 씨."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저 괜찮아요. 화내지 마세요."윤시혁이 고개를 숙여 나를 바라보았다.몇 초 뒤, 그는 마침내 위압감을 거두고 평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그제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된 듯했다.나는 더 지체하지 않고 황급히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여기 더 머물렀다가는 강도윤과 한유진이 더욱 분을 삭이지 못할 게 뻔했다.게다가 강도윤이 윤시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그는 이미 윤시혁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윤시혁은 절대 평범한 외부인이 아니었다.그에게는 분명 무언가 비밀이 있었다.나는 그를 믿었다.하지만 한태준이 신분도 불분명하고 통제조차 되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려 할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아버지가 정말 윤시혁의 정체를 알아낸다면,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나는 더 이상 일이 커지지 않도록 막아야 했다.그 후 일주일 동안 나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버지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일주일 내내 한씨 집안에도 아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오히려 나와 윤시혁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졌다.우리는 함께 나눌 이야기가 점점 많아졌다.대부분 내가 이야기하고 그가 들어 주는 식이었지만, 나는 그게 참 편안했다.나도 어느새 그의 존재에 익숙해졌다.심지어 매일 그를 만날 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네, 그럼 저녁에 봐요."나는 웃으며 윤시혁과의 통화를 마쳤다.전화를 끊은 뒤, 기분 좋게 조리복으로 갈아입고 주방으로 향했다.오늘 저녁은 우리 둘만 함께 식사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평소 한씨 집안에서 아버지에게 온갖 잡일을 떠맡는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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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하녀들의 수군거림을 들은 순간, 서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다.어떻게 된 거지?분명 아버지는 시혁 씨가 한씨 가문에 머무는 걸 허락했다. 심지어 두 사람의 약혼까지 성사시켰다.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두 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서연은 하녀 한 명의 팔을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하녀는 짜증스럽게 눈을 흘겼다.“저희가 왜 아가씨한테 알려드려야 하죠?”“그러게요.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 비키세요! 저희도 할 일이 많아서 아가씨 상대할 시간 없거든요!”“지금 어디 있냐고 물었잖아요!”서연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눈빛에는 지금껏 한 번도 드러낸 적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두 하녀는 깜짝 놀라 얼굴이 굳었다.“지, 지하실에 있어요…….”서연은 손을 놓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등 뒤로 하녀들의 나지막한 수군거림이 들려왔다.“뭐야? 방금 표정 봤어? 진짜 무서웠어.”“그러게. 눈빛 봤어?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던데.”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하지만 서연은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윤시혁.자신의 약혼자.서연은 지하실까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렸다. 묵직한 철문을 밀어 여는 순간, 안쪽에서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체도 알 수 없는 저놈을 당장 한씨 가문에서 쫓아내! 앞으로 두 번 다시 이곳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해!”“아빠, 안 돼요!”서연은 비명을 지르며 안으로 뛰어들었다.지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하지만 서연은 다른 사람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시혁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네 팔다리는 굵고 무거운 쇠사슬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비정상적으로 푸르스름했다. 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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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한태준은 손을 들어 경호원들에게 시혁을 끌고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서연은 다급하게 시혁에게 달려들었다.“안 돼요!”하지만 시혁에게 닿기도 전에 경호원 한 명이 그녀를 거칠게 밀쳐 냈다.순간 중심을 잃은 서연의 몸이 뒤로 휘청였다.그리고 다음 순간.뒤통수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쿵!”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눈앞이 캄캄해지고 귓가의 소리도 점점 멀어졌다.흐릿한 시야 속에서 사람들의 그림자만 어른거렸다.그때였다.갑자기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곧이어 서연의 몸이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그녀는 간신히 눈을 떴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서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경호원 몇 명이 바닥에 나뒹굴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시혁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쇠사슬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그리고 시혁이 서연을 품에 안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소름 끼칠 만큼 차가웠다.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힘들 정도로 살벌한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서연이 눈을 뜬 것을 확인하자 그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그 순간, 시혁이 갑자기 피를 토했다.“시혁 씨!”서연은 온몸을 떨며 그의 가슴을 붙잡았다.시혁은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훔치고 힘겹게 말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자네를 너무 얕봤군.”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태준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시선은 바닥에 흩어진 쇠사슬에 꽂혀 있었다. 눈빛이 한층 더 사나워졌다.시혁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저 한태준을 차갑게 노려볼 뿐이었다. 더는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가 눈빛에 담겨 있었다.서연은 시혁의 옷소매를 살며시 잡아당겼다.“나 데리고 가요…….”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그 말만큼은 단호했다.시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허리를 숙여 품에 안아 올렸다.“거기 서!”한태준이 버럭 소리쳤다.“자네는 나가도 좋아. 하지만 서연이는 두고 가!”경호원들이 곧바로 출입구를 가로막았다.시혁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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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시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췄다.“반드시 다시 데리러 올게.”“안 돼요…….”서연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시혁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날 믿어.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그 말을 끝으로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리고 한태준을 향해 몸을 돌렸다.“한태준, 서연 씨는 이곳에 두고 가겠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하지만 서연 씨가 여기서 조금이라도 다치는 날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습니다.”한태준의 표정이 굳어졌다.“서연이는 내 딸이야. 자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그는 시혁을 차갑게 노려보았다.“남 걱정할 시간에 자네 목숨부터 걱정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시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마지막으로 서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몸을 돌렸다.“안 돼…… 시혁 씨!”서연은 곧장 그를 쫓아가려 했다.“나 혼자 두고 가지 마요! 나도 데려가요!”하지만 경호원들이 이미 출입구를 막고 있었다.서연은 그저 시혁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무거운 철문이 천천히 닫혔다.마지막으로 보이던 그의 모습마저 문 너머로 사라졌다.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서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왜?대체 왜 자신을 데려가지 않은 걸까?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그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아무리 고생해도 상관없었다.그런데도 그는 결국 자신을 이곳에 남겨 두고 떠났다.또다시 혼자 남겨졌다.서연은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왜…….”목소리가 너무 떨려 제대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왜 저를 못 가게 하는 거예요?”한태준은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녀를 진짜 딸처럼 대해 준 적이 없었다.그런데 대체 왜 자신을 이 집에 붙잡아 두려는 걸까?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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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살려 줘…… 서연아…….”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시혁이 차가운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그는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서연을 바라보며 힘겹게 손을 뻗었다.“제발…… 나 좀 살려 줘…….”“안 돼!”서연은 필사적으로 시혁에게 달려갔다.구해야 했다.눈앞에서 그가 죽어 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그런데 갑자기 수많은 손이 등 뒤에서 뻗어 나와 그녀의 옷과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사람들은 서연을 있는 힘껏 뒤로 끌어당겼다.“놔! 놓으라고!”서연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시혁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시혁 씨!”그녀는 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눈물을 쏟았다.바로 그때, 시혁의 몸을 감고 있던 쇠사슬이 갑자기 팽팽하게 조여 들었다.그의 몸이 서서히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안 돼——!”“시혁 씨!”서연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번쩍 떴다.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침대 시트까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공포에 질린 몸은 잔뜩 굳어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서연은 방금 전 일이 꿈이었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꿈속의 장면은 너무나 생생했다.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한동안 진정하지 못했다.시혁이 한씨 가문에서 쫓겨나고, 자신이 강제로 유진에게 피를 내준 지도 벌써 닷새가 지났다.그동안 서연은 거의 침대에서만 지냈다.밥도 먹지 않았고, 누구와 말도 섞지 않았다.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한태준은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집무실로 부르려 했지만, 서연은 매번 모른 척했다.이제는 더 이상 누구의 비위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아버지가 그 때문에 자신을 벌하든 말든 상관없었다.차라리 그 벌로 죽을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편할지도 몰랐다.서연에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그 자체로 고통이었다.이 집의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자신을 딸로 여긴 적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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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눈앞에 들어온 건 평소처럼 딱딱한 얼굴이었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 손에 블루베리 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있었다.서연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자신을 찾아온 건지 알 수 없었다.그러다 무심코 침대 옆 달력을 보고서야 이유를 깨달았다.화요일.오늘은 유진에게 피를 내주는 날이었다.그랬구나.아버지는 자신을 보러 온 게 아니었다.그저 피를 가지러 온 것뿐이었다.“얼굴은 왜 그래?”한태준이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전 하녀가 쏟은 뜨거운 국물에 얼굴을 데인 걸 말하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서연은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다.그저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을 뿐이었다.한태준은 더 묻지 않고 낮게 말했다.“내가 보낸 하녀가 제대로 돌보지 않은 모양이군.”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불쾌한 기색이 묻어났다.하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서연은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이제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착각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찾아온 것도 결국 자신의 피 때문이었다.한태준은 늘 효율을 중요하게 여겼다.친딸을 대할 때조차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는 옆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했다.잠시 후 경호원이 칼과 깨끗한 그릇을 가져왔다.한태준은 서연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예전의 서연이라면 아버지가 말하기도 전에 얌전히 손목을 내밀었을 것이다.그릇이 가득 찰 때까지 아무 말 없이 피를 내주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왠지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아빠.”서연은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하얀 이불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요.”한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얼굴도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유진이한테 피를 주기 싫다는 거냐?”“그건 아니에요.”서연은 힘없이 입꼬리를 올렸다.“그냥 너무 기운이 없어서요. 그러니까…… 아빠가 직접 뽑아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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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한태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릇을 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나는 한성그룹의 회장이야.”“한씨 가문을 이끌려면 능력 있고 자격을 갖춘 후계자가 필요해. 다음 후계자가 가문 전체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했어.”서연은 그 말을 듣고 씁쓸하게 웃었다.“그러니까 아빠 눈에는 제가 자격 없는 후계자였던 거네요?”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질문을 꺼냈다.“그럼 제가 부족한 것 말고…… 아빠가 저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한태준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그릇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서연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하지만 끝내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사실 이제는 답이 중요하지도 않았다.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대답한들 무엇이 달라질까?자신은 여전히 유진에게 피를 공급하는 도구일 뿐이었다.도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그게 오히려 우스운 일이었다.그릇에 피가 가득 차고 나서야 한태준은 칼을 내려놓았다.그는 거즈와 붕대를 가져와 서연의 손목을 감싸 주었다.“어릴 때 네가 블루베리 케이크를 참 좋아했던 게 기억나는구나.”그는 가져온 케이크를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았다.“그래서 오늘 특별히 사 왔다.”서연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이제는 안 좋아해요.”한태준의 손이 붕대를 감던 자리에서 멈췄다.늘 속을 알 수 없던 그의 얼굴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는 갑자기 부쩍 늙어 보였다.서연은 더 이상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그녀는 손을 빼내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상처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유진이한테 피나 빨리 가져다주세요. 많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말을 마친 서연은 눈을 감고 몸을 돌렸다.더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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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릇에 담긴 죽을 다 먹고 나서야 서연은 겨우 기운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아직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지만, 그래도 간신히 몸을 지탱할 정도는 되었다.서연은 벽을 짚고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갔다.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옷도, 액세서리도, 가방도…….어차피 그런 것들은 한 번도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한성그룹 저택에서 19년을 살았는데, 막상 떠나려니 가져갈 만한 물건 하나 없었다.복도 모퉁이를 돌아서자 하녀 한 명이 서연을 발견했다.“어머, 이제야 기어 나왔네?”하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었다.“뭐 해? 빨리 가서 일이나 해!”서연은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야! 내가 너한테 말하고 있잖아!”뒤에서 하녀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이런 버릇없는 것 봤나! 감히 내 말을 무시해? 쫓겨난 남자의 약혼녀 주제에 아직도 자기가 아가씨인 줄 알아?”서연은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았다.오히려 우스울 지경이었다.그때 다른 여자가 갑자기 앞을 가로막았다.미라였다.한유진의 심복이자 평소 서연을 가장 괴롭히던 사람이었다.미라는 팔짱을 낀 채 서연을 내려다보았다.“어디 가는 거야?”일부러 턱을 치켜들고 비웃듯 웃었다.“그 정체도 모를 약혼자한테 가려고?”서연은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비켜.”“뭐?”미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더니 일부러 손을 뻗어 서연의 앞을 막았다.“싫은데? 내가 안 비키면 어쩔 건데?”서연은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다시 말할게. 비켜.”미라는 코웃음을 치며 서연을 밀치려 했다.그 순간 서연이 미라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손대지 마!”“네가 감히 나한테 대들어?”미라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서연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짝!”날카로운 뺨 때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서연은 피하지 않았다.뺨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에 귀까지 윙윙 울렸다.미라는 잠시 당황한 듯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서연을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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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서연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힘이 없어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었다.남자는 그녀를 바닥에 거칠게 내팽개쳤다.서연은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한유진의 경호원이었다.별장에서 몇 번이나 마주친 적 있는 남자였다.“왜…….”서연은 겁에 질린 채 뒷걸음질 쳤다.“왜 날 잡아 온 거야?”남자가 비웃음을 흘렸다.“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정말 멍청한 여자야.”그는 서서히 서연에게 다가왔다.“널 잡으러 온 게 아니야. 죽이러 온 거지.”서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뭐…… 뭐라고?”“못 알아들었어?”남자는 서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누군가 널 죽이라고 시켰거든.”서연의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누가……?”남자는 비웃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당연히 내 주인이지.”그는 일부러 말을 끊었다가 천천히 덧붙였다.“한유진 아가씨.”“말도 안 돼…….”서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믿고 싶지 않았다.“유진이가 그럴 리 없어…….”한유진이 자신을 줄곧 미워했고,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자매애 같은 건 없었다 해도 서연은 설마 유진이가 자신을 죽이려 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자신의 피는 유진이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었으니까.자신이 죽으면 유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남자는 서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아직도 네 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서연은 그대로 굳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게…… 무슨 뜻이야?”남자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서늘한 눈빛을 드러냈다.“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네.”그는 천천히 쪼그려 앉아 서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한유진의 심장병은 3년 전에 이미 완치됐어.”순간, 서연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뭐라고?”“진작에 수혈도, 너도 필요 없어졌다는 뜻이야.”남자는 비웃으며 말했다.“지난 3년 동안 병이 낫지 않은 척 연기한 것도 전부 네 피를 계속 받아내려고 그랬던 거지.”“아…… 아니야. 그럴 리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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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윤시혁은 책상 모서리를 꽉 움켜쥔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독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마치 수백 개의 바늘이 동시에 몸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는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으려 애썼다.그때 호텔 객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몸은 좀 어때?”박현우가 짙은 갈색 약탕이 담긴 그릇을 들고 빠르게 들어왔다.그는 윤시혁의 주치의이자 오랜 친구였다. 시혁이 독에 중독된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줄곧 해독 방법을 찾고 있었다.시혁은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렇게 아파하면서도 괜찮다는 말이 나와?”현우는 시혁의 만류를 무시하고 약그릇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일단 약부터 마셔!”시혁은 약그릇을 받아 한 번에 들이켰다.씁쓸한 약맛이 혀끝에 퍼졌다. 잠시 후, 온몸을 찢어 놓을 듯하던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았다.그제야 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도대체 어떻게 중독된 거야? 네가 얼마나 조심성 있는 사람인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리가 없잖아.”시혁은 눈을 들어 현우를 바라보았다.잠시 침묵하던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직접 마셨어.”“뭐?”현우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너 미쳤어?”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네가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몰라? 네가 바로 윤씨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자야!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룹은 어떻게 되고, 지금까지 널 믿고 따라온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되는데?”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그들이 서연이의 목숨을 걸고 협박했어.”현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누구?”“한서연.”그 이름을 듣는 순간 현우의 표정이 달라졌다.“잠깐…… 한성그룹 장녀? 너 설마 그 여자와…….”“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시혁은 눈을 감고 침대 머리맡에 몸을 기댔다.그날의 일이 다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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