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피를 빨리던 내가 재벌 회장 부인이 되었다

가족에게 피를 빨리던 내가 재벌 회장 부인이 되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4
作家:  쿠로2たった今更新されました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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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현대물

CEO、보스

능력남

상처녀

맴찢

눈물샘자극

한서연은 한성그룹에서 가장 천대받는 장녀였다. 동생이 아프면 피를 내줘야 했고, 동생이 자신의 남자 친구를 탐내면 그것마저 양보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친구와 여동생이 한 침대에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서연은 깨달았다. 이 집에서 자신은 남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것을. 아버지는 파혼을 강요하더니, 정체도 알 수 없는 남자와 결혼하라고 명령했다. 서연은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남자, 알고 보니 윤씨그룹의 정체불명 실세였다! 재계 사람들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그 남자가 직접 서연의 손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오늘부터 당신은 내 약혼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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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제1화

연회장 한쪽 구석에 서서 아버지가 한유진의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한성그룹의 차기 후계자가 공식 발표되는 날이었다.

나이를 따지자면 내가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단상에 오른 사람은 내가 아닌 이복동생 한유진이었다.

"오늘부로 한성그룹의 차기 후계자는 제 딸, 한유진으로 결정되었음을 공식 발표합니다!"

한성그룹 회장 한태준이 유진의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우렁찬 목소리가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객들은 앞다투어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모두의 시선이 금빛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게 쏠렸다.

그 누구도 구석에 조용히 서 있는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오늘은 그들에게 더없이 기쁜 날일 것이다.

나만 빼고.

오늘은 아버지가 후계자를 발표하는 날이자, 내 스물한 번째 생일이기도 했으니까.

***

내 이름은 한서연.

한태준 회장의 친딸이다.

따지고 보면 한성그룹의 정당한 후계자는 바로 나였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

약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가장 먼저 가르쳐 준 교훈이었다.

나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를 낳은 날 세상을 떠났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나를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늘 생각했다.

내가 착하게 굴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다른 아빠들처럼 나를 안아 주시겠지.

하지만 한유진이 태어난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진은 아버지와 새어머니 서미숙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건강했고,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뻤다.

애교까지 많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이였다.

아버지는 그런 유진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다.

반면 나는 아무리 잘해도 칭찬 한마디 듣지 못했다.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직접 유진에게 후계자 자리를 넘기는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버지는 정말 나를 버린 걸까.

내 생일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내 생일을 기억한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생일 파티를 해 본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세상에, 유진 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그러게요. 어릴 때부터 최고급 교육만 받으셨다더니, 회장님이 딸 하나는 정말 잘 키우셨어요."

"역시 유진 아가씨가 후계자가 되는 게 맞았어요. 한서연 씨가 그룹을 물려받았으면 주가부터 폭락했을걸요?"

"듣기로는 몸도 계속 안 좋았다던데요? 대학도 제대로 못 다녔다면서요. 그런 사람이 어떻게 대기업을 경영하겠어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하나도 빠짐없이 내 귀에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벽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내가 입은 옷은 평범한 검은색 원피스였다.

반면 연회장 한가운데 선 유진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헤어 장식을 하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 신상으로 치장한 모습은 그야말로 공주님 같았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을 집어 한 번에 들이켰다.

그때 아버지 옆에 앉아 있던 새어머니 서미숙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비웃음이었다.

마음대로 하시지.

오늘 기분이라도 좋으면 나를 괴롭히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모르니까.

어차피 두 사람은 이미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아니.

전부는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도윤이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연회장 한쪽에 서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

높은 콧대와 날렵한 턱선.

그리고 언제나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눈빛.

강도윤.

그는 내 남자 친구이자, 내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일 년 전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오랫동안 이어진 빈혈 때문에 쓰러졌고, 도윤이는 검사받는 내내 곁을 지켜 주었다.

검사가 끝난 뒤에는 집까지 데려다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도윤이는 한성가 사람들처럼 나를 무시하지 않았다.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나를 쓸모없는 사람 취급하지도 않았다.

그가 곁에 있으면 적어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주머니 속 휴대폰을 살짝 만졌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연회가 끝나면 도윤이가 케이크라도 사 주지 않을까?

평범한 케이크 한 조각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나는 민망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블루베리 케이크를 발견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이었다.

유진이 블루베리를 싫어하는 탓에 한성가 행사에는 이런 케이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케이크를 집으려던 순간이었다.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나보다 먼저 케이크 접시를 낚아챘다.

그녀는 일부러 내 손목을 팔꿈치로 세게 밀쳤다.

"윽!"

통증에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붕대로 감아 두었던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

손목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여자는 뒤돌아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뭐예요? 나 그렇게 세게 밀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짜증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참나. 한성그룹 아가씨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아픈가 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케이크를 들고 가 버렸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며 소매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다행히 오늘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목에 묻은 피가 벌써 눈에 띄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몰랐다.

한성가에서 나를 쫓아내지 않고 데리고 있는 이유가 내가 한태준의 친딸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내 피 때문이었다.

나는 세상에서도 손꼽힐 만큼 희귀한 혈액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 혈액은 유진의 특수 치료에 꼭 필요했다.

열여섯 살 때부터 나는 정기적으로 유진에게 혈액을 제공했다.

피를 뽑고 나면 며칠씩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한 번도 내게 아프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하는 말은 언제나 똑같았다.

"유진이는 몸이 약하잖니. 네가 언니니까 동생을 좀 챙겨야지."

그들에게 나는 한성그룹의 장녀가 아니었다.

유진에게 언제든 피를 공급할 수 있는 인간 혈액 창고에 불과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른 맛의 케이크를 하나 집어 들었다.

괜찮아.

블루베리 케이크가 없어도 괜찮아.

이런 일쯤은 이미 익숙하니까.

그런데 막 케이크를 한입 먹으려던 순간, 갑자기 연회장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뭐라고요?"

유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쪽이 누구라고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유진은 아버지 옆에 서서 눈앞의 남자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평범한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키가 훤칠하고 자세가 반듯했으며, 표정은 무척 차가웠다.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의 얼굴은 점점 굳어 갔다.

"말도 안 돼…… 당신이 윤시혁이라고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내 손에 들린 포크가 멈췄다.

윤시혁?

나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두 달 전, 한성그룹의 사업장 근처에서 한 남자를 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온몸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주변에는 그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휴대폰도 신분증도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의사에게 그의 신원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몇 번이나 몰래 병문안을 갔다.

하지만 그가 퇴원한 뒤로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더 놀라운 건 유진이 그를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남자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깊고 차가운 눈동자가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정확히 나를 향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유진도 내 존재를 발견했다.

그녀가 홱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눈빛에는 분노와 질투가 가득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연회가 끝난 뒤, 방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아버지의 비서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서연 아가씨, 회장님께서 지금 서재로 와 달라고 하십니다."

나는 서둘러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문을 열자 새어머니와 유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라도 기다리는 듯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유진은 심지어 나를 보며 눈썹까지 치켜올렸다.

저 표정을 지을 때마다 나는 꼭 곤란한 일을 겪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아버지, 부르셨어요?"

아버지는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채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관자놀이에는 어느새 흰머리가 제법 늘어 있었다.

그는 나를 올려다보더니 차가운 눈으로 훑어보았다.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세요?"

아버지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본론을 꺼냈다.

"유진이 몸이 좋지 않은 건 너도 잘 알겠지. 그동안 네 혈액이 유진이 치료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도 알고 있을 거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 혈액을 오랫동안 공급받은 덕분에 유진이의 여러 신체 수치가 너와 상당히 비슷해졌다. 이제 유진이가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됐으니 결혼 문제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점점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요?"

아버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유진이에게는 집안에 걸맞은 결혼이 필요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아버지의 말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오늘부로 강도윤과 헤어져라."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

"강도윤은 유진이에게 양보해라."

아버지는 내 표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유진이가 그 남자를 마음에 들어 한다. 언니라면 동생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하지 않겠니?"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 나는 후계자 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게 유일하게 남은 사랑마저 빼앗겠다고 한다.

그 순간, 소파에 앉아 있던 한유진이 마침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언니, 설마 이 정도도 나한테 양보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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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연회장 한쪽 구석에 서서 아버지가 한유진의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나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오늘은 한성그룹의 차기 후계자가 공식 발표되는 날이었다.나이를 따지자면 내가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다.하지만 마지막에 단상에 오른 사람은 내가 아닌 이복동생 한유진이었다."오늘부로 한성그룹의 차기 후계자는 제 딸, 한유진으로 결정되었음을 공식 발표합니다!"한성그룹 회장 한태준이 유진의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우렁찬 목소리가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하객들은 앞다투어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모두의 시선이 금빛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게 쏠렸다.그 누구도 구석에 조용히 서 있는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다.오늘은 그들에게 더없이 기쁜 날일 것이다.나만 빼고.오늘은 아버지가 후계자를 발표하는 날이자, 내 스물한 번째 생일이기도 했으니까.***내 이름은 한서연.한태준 회장의 친딸이다.따지고 보면 한성그룹의 정당한 후계자는 바로 나였다.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약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가장 먼저 가르쳐 준 교훈이었다.나는 미숙아로 태어났다.그리고 어머니는 나를 낳은 날 세상을 떠났다.그날 이후 아버지는 나를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어린 시절의 나는 늘 생각했다.내가 착하게 굴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다른 아빠들처럼 나를 안아 주시겠지.하지만 한유진이 태어난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유진은 아버지와 새어머니 서미숙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태어날 때부터 건강했고,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뻤다.애교까지 많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이였다.아버지는 그런 유진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다.반면 나는 아무리 잘해도 칭찬 한마디 듣지 못했다.오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직접 유진에게 후계자 자리를 넘기는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았다.아버지는 정말 나를 버린 걸까.내 생일조차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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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헤어지라고요…… 제 남자 친구와?"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왜? 싫으냐?"아버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서연아, 넌 한성가의 장녀야.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지 마라! 무슨 일이든 그룹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알겠어?"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아버지가 처음으로 나를 한성가의 장녀라고 부른 이유가 고작 내 남자 친구를 빼앗기 위해서라니.등골이 서늘해졌다.마치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빛 한 줄기조차 보이지 않았다.나는 고개를 돌려 한유진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이게 유진이가 나를 위해 준비한 복수였구나.내게 남은 유일한 희망마저 빼앗으려는 거였다.강도윤.그는 내게 남은 전부였다.그마저 빼앗기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도윤이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아버지……."나는 두 손을 꽉 쥐었다.평생 중 가장 큰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한성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게요. 하지만…… 제발 도윤이만은 빼앗지 마세요."목소리가 조금씩 떨렸다."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잖아요. 저는 도윤이 없이는 못 살아요."열네 살 이후, 아버지의 말을 처음으로 거역하는 순간이었다.아버지도 조금은 당황한 듯했다.내 예상과 달리 당장 화를 내지는 않았다.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내 부탁을 생각하는 듯했다.가슴 한구석에 희미한 희망이 피어났다.어쩌면……어쩌면 아버지도 아직 나를 신경 쓰고 계신 걸까?"여보, 그만해요."바로 그때, 새어머니 서미숙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서연이를 억지로 몰아붙이지 말아요."그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이가 꼭 좋은 집안에 시집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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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나는 온몸을 떨었다.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그 순간 유진이 갑자기 손을 뻗어 내 턱을 움켜쥐었다.억지로 내 얼굴을 들어 올리게 했다.날카로운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었다."네 목숨이 네 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해?"유진이 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입가에 걸린 미소가 서서히 차갑게 변했다."난 아직 네 피가 필요해. 그러니까 넌 그렇게 쉽게 죽을 수도 없어."그녀가 내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심지어 네가 언제 죽을지도 네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거야.""정말 불쌍하다, 언니."말을 마친 유진은 내 턱을 거칠게 놓았다.그리고 가볍게 웃으며 내 옆을 지나갔다.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등이 문에 세게 부딪혔다.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유진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설마……도윤이가 정말 나를 배신한 걸까?문득 연회장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그렇게 다정하고 진심 어린 눈빛이었다.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내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된 순간, 그는 정말 행복한 얼굴로 웃어 주었다.그동안 나에게 얼마나 잘해 줬는데.그 모든 게 거짓말일 리 없어.말도 안 돼!도윤이는 나를 사랑해.나는 그를 믿어야 해.유진이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했다.나는 두 손으로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한서연, 정신 차려."나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다그쳤다.겨우 몇 마디 들었다고 도윤이를 의심하면 안 되잖아.더는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뭐라도 하면서 다른 생각을 잊어야 했다.그때 문득 저녁 식사가 떠올랐다.새어머니는 예전부터 내게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한성가에서 먹고사는 만큼 집안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떠맡아야 했다.그래도 다행히 나는 요리를 좋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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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세게 움켜쥐어진 것 같았다.가슴이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나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려 했다.당장이라도 두 사람에게 따지고 싶었다.하지만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눈앞의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도윤 오빠…… 조금만 더 꽉 안아 줘."한유진은 강도윤의 품에 기대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두 팔은 그의 목을 다정하게 감싸고 있었다."오빠, 말해 봐. 오빠는 나 사랑해?""당연히 사랑하지."강도윤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 순간, 나는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그는 이미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다.아니, 아니야.분명 예전에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잖아.내 손을 잡고 평생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잖아.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다른 여자를 안고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거지?"그럼 만약에 언니랑 나 중에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할 거야?"유진은 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의 어깨 너머로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이미 나를 발견한 것이다.그저 일부러 내가 듣도록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당연히 너지."강도윤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너였어."유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그럼 왜 아직도 언니랑 헤어지지 않은 거야?""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강도윤이 그녀의 턱을 잡았다.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서연이는 그래도 한성가의 장녀잖아. 한 회장님도 집안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적당한 기회를 봐서 정리해야지.""이제 걱정 안 해도 돼."유진이 일부러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아빠가 언니랑 내 상대를 바꾸기로 했거든. 이제 오빠도 언니 신경 쓸 필요 없어."강도윤의 눈이 살짝 커졌다."정말?""왜? 기쁘지 않아?"유진이 고개를 들어 일부러 서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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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홀로 텅 빈 복도를 걸었다.내 발걸음에 맞춰 센서등이 하나씩 켜졌다가, 내가 지나가면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끝없이 길게 뻗은 복도에는 끝이 없는 것만 같았다.문득 저 불빛들이 꼭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겨우 온기를 조금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음 순간이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어머니는 나를 낳고 세상을 떠났다.아버지는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나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집안사람들은 새어머니의 눈치만 보느라 누구 하나 내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나는 그저 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면, 시키는 대로 얌전히 굴면,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누군가 나를 사랑해 줄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결국 어떻게 됐지?아버지는 나를 여동생 전용 혈액 창고로 취급했다.여동생은 내 상속권을 빼앗고, 내 남자 친구까지 빼앗았다.일 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는 내게 변명 한마디조차 해 주지 않았다.차라리 처음부터 아무도 내게 희망을 주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그랬다면 이렇게 몇 번이고 실망하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어이, 조심해!"그때 앞쪽에서 낮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제야 나는 내가 언제 복도 모퉁이까지 걸어왔는지 깨달았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과 부딪힐 뻔한 것이다.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그렇게 사과한 뒤, 나는 남자를 지나쳐 곧장 내 방으로 향했다.그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나는 더 이상 신경 쓸 힘조차 없었다.방으로 돌아온 나는 뒤돌아 문을 닫고 침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울고 싶었다.하지만 눈물은 이미 다 말라 버린 것 같았다.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가슴속에 쌓인 고통을 모조리 토해 내고 싶었다.그런데 목구멍에 솜뭉치라도 걸린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방 안은 무서울 만큼 조용했다.나를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대체 나는 이 집에서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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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한유진은 내 손목을 붙잡은 채 아버지의 회의실로 나를 끌고 갔다.그녀에게 잡힌 손목이 몹시 아팠다."놔!"나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한유진은 놓아주기는커녕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아빠 앞에서 망신당하기 싫으면 얌전히 굴어!"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손톱으로 내 손목을 더욱 세게 파고들었다.내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나를 회의실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눈부신 조명에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찡그렸다.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회의실 안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회의 테이블 상석에는 아버지 한태준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그 옆에는 새어머니 서미숙이 평소처럼 다정한 미소를 띤 채 자리하고 있었다.그리고 강도윤과 윤시혁도 그 자리에 있었다.문이 열리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향했다.한유진은 강도윤이 나를 조금이라도 더 바라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곧장 그의 곁으로 달려가 팔짱을 꼈다.나는 시선을 거두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꾸미려는 걸까?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아버지가 무슨 요구를 하든, 내게는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시작하지."아버지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는 오늘 무슨 일을 하려는지 내게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아버지에게 나는 애초에 자기 생각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내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내 의사도 마찬가지였다.그저 조용히 서서 다른 사람들이 내 인생을 대신 결정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마치 생각도 의지도 없는 꼭두각시처럼."저, 한유진은 윤시혁 씨와의 약혼을 공식적으로 파기하겠습니다."갑자기 한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살짝 놀라 그녀를 돌아보았다.윤시혁.그 남자의 이름이 윤시혁이었구나.두 달 전, 현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내가 구해 준 남자였다.당시 그는 온몸에 상처를 입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나는 그의 신분도 모른 채 그저 본능적으로 그를 구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우리가 이런 자리에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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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고개를 돌려 윤시혁을 바라보았다.그는 여전히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얼굴의 절반은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그의 눈빛은 차갑고 깊어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었다.존재감이 상당한 남자였다.아버지를 제외하면, 눈빛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남자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문득 그도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두 달 전 내가 그를 구해 주지 않았다면, 그는 애초에 한씨 집안의 거래에 휘말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어찌 보면 그 역시 원치 않는 일을 강요당한 피해자였다."윤 선생."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서연이는 내 장녀일세. 자네가 이 아이와 약혼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거야."윤시혁이 눈을 들어 아버지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알고 있습니다."더 이상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아버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시작하지."그제야 윤시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는 나보다 훨씬 키가 컸다. 가까이 다가오자 서늘한 기운이 그대로 밀려왔다.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또 다른 반지를 집어 들고, 고개를 숙여 나를 바라보았다."미리 말해 두겠습니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조금 꽉 낄 수도 있습니다."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그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받쳐 들고 약지를 향해 반지를 끼워 주었다.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았다.나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며 잠시 멍해졌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도윤과 함께 생일을 축하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 얼굴만 겨우 아는 남자와 약혼을 했다.내 인생은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됐습니다."윤시혁이 내 손을 놓았다.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내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깊고 짙은 눈동자 속에는 무언가가 담겨 있는 듯했다.하지만 나는 도무지 읽어 낼 수 없었다."좋아!"아버지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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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는 멍하니 윤시혁을 바라보았다.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하지만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니 방금 그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런 농담 하지 마세요."나는 고개를 숙인 채 긴장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당신이 저와 약혼하겠다고 한 건 예전에 제가 당신을 구해 줬기 때문이잖아요. 그 일 때문에 억지로 자신을 희생할 필요는 없어요."잠시 말을 멈춘 나는 점점 더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앞으로도 계속 제 곁에 있어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게요. 나중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약혼을 파기해도 돼요. 저는…….""약혼을 파기한다고?"윤시혁이 갑자기 내 말을 끊었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네……."나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당신이 원한다면 약혼을 파기해도 막지 않겠다는 뜻이에요."나는 그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발끝만 내려다보았다.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자, 차가운 그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약혼을 파기하고 싶습니까?"그가 다시 물었다.이번에는 목소리가 아까보다 더 차가웠다.나는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제 말은, 나중에 당신이 저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지면 제가 약혼을 파기하는 데 동의하겠다는…….""나는 싫습니다."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네?"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약혼을 파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나는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우린 아직 서로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저는 당신의 이름과 나이조차 정확히 모르고, 당신도 저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윤시혁, 스물여덟 살."그가 차분한 얼굴로 내 말을 끊었다."우리가 알고 지낸 지 두 달 됐습니다. 한서연 씨, 또 궁금한 게 있습니까?"나는 눈을 동그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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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뭘 그렇게 봅니까?"윤시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나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아, 맞다. 저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윤씨 집안에서 쫓겨난 거예요?"윤시혁은 잠시 침묵했다."내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외면당했고, 결국 그곳을 떠났죠."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나 역시 더는 묻지 않았다.누구에게나 꺼내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는 법이니까.어쩌면 그에게도 그 시절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지 몰랐다."그래도 이제부터는 우리 같이 살게 되잖아요."나는 그를 바라보며 애써 밝게 웃었다."앞으로 생활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적어도 이제 혼자 이곳저곳 떠돌아다니지는 않아도 되겠네요.""앞으로는 분명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나 자신도 별로 자신이 없었다.내 인생은 한 번도 제대로 나아진 적이 없었으니까.윤시혁은 내 억지스러운 미소를 알아차린 듯했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나는 귀를 만지작거리며 문득 어색함을 느꼈다.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원래 윤시혁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나와 함께 있을 때도 대부분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 주기만 했다."저, 좀 재미없는 사람이죠?"나는 참지 못하고 자조적으로 물었다.윤시혁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한유진이랑 비교하면 제가 정말 재미없게 느껴질 거예요."나는 어깨를 으쓱했다."도윤 오빠는 예전부터 제가 유진이보다 예쁘지도 않고, 매력도 없고, 사람 마음을 끄는 재주도 없다고 했어요.""제가 너무 딱딱하고 성격도 재미없다고요."윤시혁이 문득 피식 웃었다."그 사람 눈이 좀 이상한 모양이군요."나는 순간 멍해졌다."그런 말은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그 한마디에 가슴속에서 따뜻한 감정이 피어올랐다.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그럼 당신은요? 유진이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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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한유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그녀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사이좋은 자매라도 되는 것처럼 살갑게 굴었다."언니, 어디 갔다 온 거야? 다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한유진이 이런 말투로 나에게 말을 걸 때마다 좋은 일은 절대 없었다.나는 더는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손을 빼내려 했다.그런데 내가 손을 뿌리치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내가 있는 힘껏 밀친 것처럼.바로 다음 순간, 누군가 재빨리 달려왔다.강도윤이 한유진을 붙잡았다."유진아, 괜찮아?"그는 한유진이 큰 상처라도 입은 것처럼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살폈다.참 절묘한 타이밍이었다."괜찮아……."한유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도윤 오빠, 언니 탓하지 마. 언니가 아직 날 용서하지 못한다는 거 알아."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내가 언니가 좋아하던 사람을 빼앗았으니까……."겉으로는 나를 감싸 주는 말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내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자신을 밀쳤다는 뜻이었다.나는 이미 이런 수법에 익숙했다.그래서 그저 담담하게 윤시혁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우리 가요.""거기 서!"뒤에서 강도윤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유진이를 밀쳐 넘어뜨렸으면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나는 걸음을 멈추고 주먹을 꽉 쥐었다."한서연, 네가 이렇게까지 악랄한 사람인 줄은 몰랐어!"그는 차갑게 나를 노려보았다."역시 그때 너와 헤어지기로 한 건 내가 내린 결정 중 가장 잘한 일이었어!"나는 문득 웃음이 나왔다.그 말을 듣고도 생각보다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어쩌면 이제야 모든 게 분명해진 것 같았다.강도윤과 한유진은 정말 천생연분이었다.나는 더 이상 그들과 말다툼하고 싶지 않았다.그동안 얼마나 많은 오해와 비난을 견뎌 왔던가?이 일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제는 상관없었다.하지만 윤시혁까지 휘말리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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