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기장님, 사적인 감정은 착륙 후에: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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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그 여자 건드리지 마

오후 6시 21분. 태준은 회의를 마치고 운항본부 사무실로 돌아왔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그는 화면을 껐다. 그리고 다시 켰다. 혹시 알림을 놓쳤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없었다. 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료 확인되면 연락한다더니.' 어제 윤서연이 분명 그렇게 말했다. ‘확인되는 대로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물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럼 연락이 없는 게 당연했다. 태준도 그 정도는 알았다. 그런데. '확인 안 됐으면 안 됐다고 말하면 되잖아.' 그는 잠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러다가 메시지를 작성했다. [자료 확인됐습니까?] 보내기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손가락이 멈췄다. 왜 자신이 먼저 연락해야 하지? 확인되는 대로 연락하겠다고 한 사람은 윤서연이었다. 그렇다면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태준은 메시지를 지웠다. 그리고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정확히 7분 뒤. 다시 집어 들었다. [어제 말씀하신 문서 관련해서 확인된 내용 있습니까?] 이번에는 보냈다. 전송 완료. 태준은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업무니까.' 당연히 업무였다. 사고 당사자로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그는 서류를 펼쳤다. 그런데. 1분 뒤.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읽지 않음. 3분 뒤. 읽지 않음. 5분 뒤. 읽지 않음. 태준의 미간이 점점 구겨졌다. '휴대폰을 안 보나?' 변호사라는 사람이 업무 연락을 이렇게 늦게 확인해도 되는 건가. 그는 시계를 봤다. 오후 6시 33분. 퇴근 시간이었다. '퇴근했나.' 그러고 보니 어제도 선약이 있다고 했다. 오늘도 약속이 있는 건가. 태준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그걸 왜 궁금해해."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태준은 거의 반사적으로 집어 들었다. [아직 확인 중입니다.] 태준은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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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차라리 원수면 좋겠어요

다음 날 오전. 에어라인 운항본부. 태준은 비행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다음 주 국제선 운항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때 지훈이 다가왔다."기장님.""왜.""좋은 소식 있습니다."태준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뭔데.""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 항공안전 세미나 있잖습니까.""그래.""기장님 참석 확정됐답니다."태준이 고개를 들었다."그거 아직 한참 남았잖아.""네. 그래도 명단이 먼저 확정됐나 봅니다."태준은 일정표를 확인했다. 싱가포르. 국제 항공안전 세미나. 운항본부에서는 자신을 대표 참석자로 추천했다고 했다."알았어."그가 다시 일정표를 내려다봤다. 그런데 지훈이 덧붙였다."아, 그리고요.""또 뭐.""이번 세미나에 국내 항공 전문 변호사들도 참석한답니다."태준의 손이 멈췄다."…그래서.""윤서연 변호사님도 명단에 있던데요?"잠시 침묵. 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뭐?"지훈이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윤서연 변호사님이요.""…….""같은 세미나 참석하신답니다."태준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미치겠네."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기장님, 괜찮으십니까?"태준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박지훈.""네.""이 세상에 변호사가 윤서연 하나뿐이냐?"지훈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들썩였다. 태준은 눈을 감았다.싱가포르. 그 여자와 같은 세미나. 같은 장소. 같은 일정. 벌써부터 피곤했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엮이기 싫은 여자와 또 엮이게 생겼다.그런데 이상하게도. 태준은 방금 확인한 싱가포르 출장 일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그리고 그 사실이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태준은 원래 출장 일정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비행 일정, 현지 교통편, 숙소, 세미나 일정까지. 한 번 확인한 사항을 다시 확인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태준은 모니터를 바라봤다. 싱가포르 국제 항공안전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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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기장님한테 배웠어요

출국 일주일 전. 태준은 운항본부에서 출장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지훈이 다가왔다."기장님.""왜.""이번 출장 좌석 배정 나왔답니다."태준은 무심하게 대답했다."메일로 보내.""이미 보냈습니다.""그럼 됐잖아."지훈은 잠시 머뭇거렸다."근데요."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또 뭔데."지훈이 조심스럽게 웃었다."이번에 세미나 참석자들 좌석이 가까운 쪽으로 배정됐답니다."태준은 대꾸하지 않았다."기장님 좌석은 비즈니스석 3A고요.""그래.""윤서연 변호사님은……."태준의 손이 멈췄다. 지훈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3B랍니다."정적. 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뭐?""3B요.""…….""기장님 바로 옆자리입니다."태준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낮게 중얼거렸다."장난하나."지훈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들썩였다."웃지 마.""아닙니다.""웃고 있잖아.""죄송합니다."태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좌석 변경해."지훈이 눈을 깜빡였다."네?""다른 자리로 바꾸라고.""기장님 좌석이요?""그래.""근데 비즈니스석 거의 다 찼을 텐데요.""그럼 이코노미라도."지훈은 입을 벌렸다."…네?"태준은 짜증스럽게 말했다."그 여자 옆에 여섯 시간 넘게 앉아 있느니 이코노미가 낫겠어."지훈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태준이 그를 노려봤다."야.""죄송합니다, 기장님.""진짜 웃지 마.""아니, 근데……."지훈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그렇게 싫으십니까?"태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끔찍해.""아…….""내가 왜 그 여자랑 여섯 시간을 붙어 있어야 하는데.""그렇죠.""말 한마디만 해도 피곤한 여자인데.""네.""절대 못 앉아."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변경 가능한지 확인해 보겠습니다."그는 웃음을 참으며 돌아섰다.그런데."야, 박지훈."지훈이 돌아봤다."네?"태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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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특이하시네요

비행이 끝나 갈 무렵. 서연은 노트북을 덮고 눈을 감았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태준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옆을 힐끗 봤다. 서연은 잠들어 있었다.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조용히.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평소와 달랐다. 말을 하지 않으니.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고. 자신을 비꼬지도 않았다.'조용하니까 낫네.'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기체가 가볍게 흔들렸다. 서연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태준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머리가 좌석 옆에 부딪히기 직전이었다. 손바닥이 서연의 머리 옆을 받쳤다. 태준은 순간 굳었다.왜 손이 먼저 나갔지. 그는 천천히 손을 거뒀다. 서연은 깨지 않았다. 태준은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참나."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사람이 다칠 뻔했으니까. 그뿐이었다.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입국 절차를 마친 뒤. 서연은 캐리어를 끌며 출구로 향했다. 태준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정말로. 우연이었다."윤 변호사님."서연이 돌아봤다."…또요?"태준의 표정이 굳었다."또라니요.""아니, 비행기에서 그렇게 말 많이 하셨으면 됐잖아요.""…….""이번엔 또 뭐예요?"태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호텔 어디입니까?"서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요?""같은 세미나 참석자니까 숙소가 같을 수도 있잖습니까.""그래서요?""같으면 차 같이 타면 되니까."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기장님.""네.""저희 사이가 그렇게 친했나요?"태준의 턱이 굳었다."...뭐라고요?""차까지 같이 탈 정도로요.""…….""저희 만날 때마다 싸우잖아요."태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럼 따로 가시든가.""네. 그러려고요."즉답이었다. 태준의 표정이 굳었다. 서연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그럼 세미나에서 뵙겠습니다."그리고 돌아섰다. 태준은 멀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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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기장님은 저 싫어하시잖아요

오전 10시 32분. 첫 번째 세션이 끝났다. 참석자들은 휴식 시간을 맞아 로비로 나왔다. 태준 커피를 새로 받으려다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윤 변호사님." 그가 고개를 돌렸다. 서연이 데이비드라는 남자와 함께 서 있었다. 번에는 다른 참석자 두 명도 곁에 있었다. 준은 무심한 척 커피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하나요." 그런데 자꾸 그쪽 대화가 들렸다. "Your presentation was excellent." (당신 발표 정말 훌륭했어요.) 데이비드가 말했다. 서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Thank you. I appreciated your comments." (감사해요.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발표가 그렇게 좋았나.' 물론 서연의 발표가 나쁘지는 않았다. 항공사고 조사 과정에서 법률적 책임과 안전 개선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논리적이었고, 자료도 충실했다. 질의응답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윤서연은 일을 잘했다. 아주. 짜증 날 정도로. 그때 데이비드가 말했다. "Would you like to have dinner together tonight?" (오늘 저녁 같이 드실래요?) 태준의 손이 멈췄다. 저녁? 지금 저녁 먹자고 한 건가? 서연이 대답했다. "That sounds nice." (좋아요.) 태준의 표정이 굳었다. '…좋다고?' 데이비드가 웃었다. "Great. I'll send you the details." (좋습니다. 자세한 내용 보내드릴게요.) 서연도 웃었다. "Sure." (네.) 태준은 커피를 받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돌아섰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서연과 눈이 마주쳤다. "아, 기장님." 서연이 말했다. "여기 계셨네요." 태준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네." 데이비드가 그를 바라봤다. "Do you know each other?" (서로 아는 사이입니까?) 서연이 대답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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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내가 그 여자한테 왜 이러고 있지

오후 7시 12분. 호텔 1층 레스토랑.태준은 혼자 저녁을 먹고 있었다. 정확히는. 먹는 척하고 있었다. 포크로 스테이크를 자르다가. 휴대폰을 확인하고. 물을 마시다가. 다시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는 결국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윤서연. 그 여자가 누구와 저녁을 먹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데이비드.'그 이름이 자꾸 떠올랐다. 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름도 참 재수 없네.'물론 데이비드라는 이름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태준에게는 그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였다."강 기장님?"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같은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항공사 관계자였다."혼자 식사하세요?""네.""저희도 여기서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앉아도 될까요?"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시죠."잠시 후 세 명의 관계자가 테이블에 합류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세미나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한 사람이 말했다."아, 오늘 윤서연 변호사 발표 좋지 않았습니까?"태준의 포크가 멈췄다."그렇죠."다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젊은데 발표를 정말 잘하더군요.""그러게요. 영어도 유창하고."태준은 물을 마셨다."…….""그리고 꽤 미인이시던데요?"태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한 사람이 웃었다."아까 외국인 참석자랑 같이 있던데, 두 분 친한 사이인가 봅니다."태준이 고개를 들었다."…누구요?""그 미국 쪽 항공안전 전문가 있잖습니까.""데이비드요?“말이 먼저 나왔다.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한 사람이 웃었다."아, 이름도 아십니까?"태준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주 태연하게 대답했다."세미나 참석자 명단에서 봤습니다.""아, 그렇군요."태준은 다시 물을 마셨다. 그런데 잠시 후."그 두 사람 원래 아는 사이입니까?"자신도 모르게 질문이 나왔다. 상대가 고개를 갸웃했다."글쎄요. 오늘 처음 만난 것 같던데요?"태준의 손이 멈췄다."…처음?""네. 아까 인사하는 거 보니까 그런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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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윤 변호사님은 어떤 남자가 취향입니까?

밤 10시 38분. 서연은 호텔 로비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윤 변호사님."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연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봤다. 강태준이었다. 호텔 로비 한쪽 소파에 앉아 있었다. 검은색 셔츠에 슬랙스.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서연은 그를 바라봤다."기장님?"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들어옵니까?"서연의 눈썹이 올라갔다."네?""시간이 늦었는데."서연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밤 10시 38분. 그리고 다시 태준을 바라봤다."기장님.""네.""혹시 저 기다리셨어요?"태준의 표정이 굳었다."…뭐라고요?""아니, 여기 계시길래요.""착각하지 마십시오.""…….""나도 방금 내려왔습니다."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렇군요."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저녁은 잘 먹었습니까?"서연은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기장님.""네.""우리 아까 무슨 얘기했죠?"태준의 미간이 구겨졌다."무슨 얘기.""서로 사생활에 관심 끄기로 했잖아요.""…….""그런데 또 저녁을 물어보시네요."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서연은 팔짱을 꼈다."기장님. 진짜 저 좋아하세요?"정적. 태준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윤서연 씨.""네.""내가 그쪽을 왜 좋아합니까?"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저도 이해가 안 돼서요."태준의 턱이 굳었다. 서연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는 헷갈리게 하지 마세요.""헷갈리다니.""자꾸 관심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시니까요."태준은 한 걸음 다가섰다."관심 없습니다."서연도 물러서지 않았다."네. 저도 없어요.""…….""그러니까 서로 신경 끄자고요."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서연은 태연하게 덧붙였다."그리고 기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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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기장님은, 저 여자와 키스하고 싶다

"그럼 기장님은요?"서연이 물었다. 태준은 잔을 내려놓았다."뭐가요.""어떤 여자가 취향이세요?"태준은 망설이지 않았다."조용한 여자."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태준의 눈썹이 올라갔다."왜 웃습니까?""아니요. 계속하세요.""말을 예쁘게 하는 여자.""네.""사사건건 따지지 않는 여자.""아하.""그리고."태준은 서연을 똑바로 바라봤다."사람 피곤하게 안 만드는 여자."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완벽하네요.""뭐가요.""저랑 정반대라서요."태준은 잔을 들었다."그러게 말입니다."서연도 와인을 마셨다."다행이에요."태준의 손이 멈췄다."뭐가.""서로 취향이 아니라서요.""…….""괜히 엮일 일은 없겠네요."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느리게 대답했다."그러게요."이상했다. 분명 자신도 원하던 결론인데. 왜 저 여자가 먼저 말하면 기분이 나쁜지.밤 11시 46분. 바의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서연은 잔을 내려놓았다."저 이제 올라갈게요."태준은 시계를 확인했다."벌써요?"서연이 눈썹을 올렸다."벌써라뇨?""…….""거의 자정인데요."태준은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그러네요."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기장님도 너무 늦게까지 마시지 마세요."태준이 고개를 들었다."걱정합니까?"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예의상요.""…….""기장님이 맨날 하시는 거."태준은 할 말을 잃었다. 서연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안녕히 주무세요."그녀가 돌아섰다. 태준은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윤서연 씨."서연이 멈췄다. 한숨부터 나왔다."또 왜요."태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왜 불렀지. 자신도 몰랐다. 그냥. 저 여자가 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내일 오전 세션."그가 아무 말이나 꺼냈다."아홉 시부터죠?"서연은 눈을 깜빡였다."네.""그렇군요."서연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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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키스하면 때릴 겁니까?

'…미쳤군.'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윤서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여자. 말 한마디만 해도 짜증이 나는 여자. 그런데. 지금은. 그 입을 막고 싶었다. 말로가 아니라. 입술로. 태준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하."서연이 물었다."왜요?“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연이 다시 물었다."기장님?"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지금 나한테서 좀 떨어지십시오."서연의 표정이 굳었다."…네?""떨어지라고요."서연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기장님이 제 앞으로 오셨잖아요.""…….""왜 저한테 그러세요?"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다가왔다. 그런데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야."그녀가 돌아서려 했다. 그때. 태준이 불렀다."윤서연."서연의 걸음이 멈췄다."한 번만 더 그렇게 부르면…….""뭐 어쩔 겁니까?"태준이 물었다. 서연이 돌아봤다."네?"태준은 그녀를 내려다봤다."나한테 뭘 어쩔 건데요."서연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기장님.""네.""지금 시비 거세요?""그런가 봅니다.""…….""그쪽이랑 있으면 자꾸 그렇게 되네요."서연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아주 천천히 말했다."정말."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재수 없는 남자예요."태준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서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조금 들어 올렸다. 태준은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낮게 물었다."그렇게 싫습니까?"서연이 대답했다."네.""나도 그쪽 싫습니다.""알아요.""정말."태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미치도록."그의 시선이 서연의 입술로 내려갔다. 서연은 그 시선을 알아차렸다.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이상했다. 분명 저 남자가 싫었다. 말투도. 성격도. 자신을 보는 저 거만한 눈빛도.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기장님."서연이 낮게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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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가장 다정했던 실수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서로를 싫어한다는 말을 너무 오래 해 온 탓이었을까. 강태준은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믿을 수 없었다.윤서연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호텔 객실 앞에서. 복도를 걸어오는 내내 몇 번이나 놓을 수 있었던 손이었다. 그런데 놓지 않았다.서연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도, 객실 번호를 확인할 때도, 태준이 카드키를 꺼내는 동안에도 그녀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삑. 문이 열렸다. 태준은 먼저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서연을 돌아봤다. 조금 전 호텔 바에서 마신 술 때문에 두 사람의 뺨에는 희미한 열기가 남아 있었다. 서연의 눈매는 평소보다 느슨했고, 태준 역시 평소처럼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는 문을 잡은 채 물었다."…들어올래요?"서연은 그를 올려다봤다. 늘 자신만만하던 남자가 이상하게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여기까지 와서 그걸 물어요?"태준이 작게 웃었다."그러게요."서연은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들어가요."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찰칵. 객실 안은 조용했다. 커튼 너머로 싱가포르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태준은 카드키를 꽂고 돌아섰다. 서연은 문 앞에 서 있었다.둘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평소였다면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누군가 먼저 비꼬는 말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서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작게 웃었다."왜 그렇게 봐요?"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 다가왔다. 서연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 가까이 올라왔다. 그러다가 잠시 멈췄다.서연은 그 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들어 그의 손등을 감쌌다. 따뜻했다. 태준의 손바닥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아주 천천히 쓸었다. 서연의 눈이 가늘게 감겼다. 그 작은 반응에 태준의 숨이 느려졌다."…서연 씨."그녀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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