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전. 에어라인 운항본부. 태준은 비행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다음 주 국제선 운항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때 지훈이 다가왔다."기장님.""왜.""좋은 소식 있습니다."태준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뭔데.""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 항공안전 세미나 있잖습니까.""그래.""기장님 참석 확정됐답니다."태준이 고개를 들었다."그거 아직 한참 남았잖아.""네. 그래도 명단이 먼저 확정됐나 봅니다."태준은 일정표를 확인했다. 싱가포르. 국제 항공안전 세미나. 운항본부에서는 자신을 대표 참석자로 추천했다고 했다."알았어."그가 다시 일정표를 내려다봤다. 그런데 지훈이 덧붙였다."아, 그리고요.""또 뭐.""이번 세미나에 국내 항공 전문 변호사들도 참석한답니다."태준의 손이 멈췄다."…그래서.""윤서연 변호사님도 명단에 있던데요?"잠시 침묵. 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뭐?"지훈이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윤서연 변호사님이요.""…….""같은 세미나 참석하신답니다."태준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미치겠네."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기장님, 괜찮으십니까?"태준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박지훈.""네.""이 세상에 변호사가 윤서연 하나뿐이냐?"지훈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들썩였다. 태준은 눈을 감았다.싱가포르. 그 여자와 같은 세미나. 같은 장소. 같은 일정. 벌써부터 피곤했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엮이기 싫은 여자와 또 엮이게 생겼다.그런데 이상하게도. 태준은 방금 확인한 싱가포르 출장 일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그리고 그 사실이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태준은 원래 출장 일정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비행 일정, 현지 교통편, 숙소, 세미나 일정까지. 한 번 확인한 사항을 다시 확인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태준은 모니터를 바라봤다. 싱가포르 국제 항공안전 세미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