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준은 낯선 천장을 보며 눈을 떴다. 처음 느낀 건 지독한 두통이었다. 그다음은 낯선 향수 냄새.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허리 위에 아무렇게나 걸쳐진 가느다란 팔이었다.'…뭐야.'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의 한 호텔. 어젯밤 국제 항공안전 세미나에 참석했고, 공식 일정이 끝난 뒤 호텔 바에서 술을 마셨다. 거기까지는 기억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흰 베개 위로 흩어져 있었다.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린 여자가 그의 옆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낯익은 얼굴. 아니, 낯익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지난 반년 동안 자신의 신경을 가장 집요하게 긁어 댄 여자. 윤서연."…미친."태준의 입에서 낮은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여전히 윤서연이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윤서연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내가 지금 뭘 한 거지.'태준은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젯밤의 기억이 뒤늦게 선명하게 떠올랐다.호텔 바. 마지막 술잔. 엘리베이터. 그리고 자신을 올려다보던 윤서연의 눈.‘후회할 것 같습니까?’‘내일 생각하죠.’그다음은."하…."태준은 짧게 헛웃음을 흘렸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선명했다. 자신의 셔츠 깃을 잡아당기던 손끝도, 평소와 달리 부드럽게 풀어지던 표정도. 무엇보다. 평소라면 절대 들을 수 없었을 다정한 목소리까지.그는 다시 옆을 바라봤다. 윤서연. 그 여자가 맞았다."진짜 돌겠네."세상에서 가장 엮이기 싫었던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다.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그 사실이 가장 끔찍했다. 그때였다."…몇 시예요?"옆에서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준이 고개를 돌렸다. 서연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침대 옆 시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오전 9시 12분."아홉 시 넘었네요."서연은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흘러내린 이불을 끌어올린 뒤
最終更新日 : 2026-11-03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