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유모, 유국공부를 접수하다부군의 사십구재가 끝나자마자, 시골 아낙 유민영은 시댁에서 쫓겨났다.
때마침 현대의 유민영이 빙의해 들어왔다. 유민영은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유국공부에 유모로 발을 들였다.
대부인을 모시는 일부터 소공자에게 젖을 먹이는 일까지, 간호를 전공한 유민영에게는 그야말로 적성에 딱 맞는 일이었다.
소공자를 건강하게 키워냈을 뿐 아니라, 제 딸아이까지 먹여 살렸다.
소공자가 젖을 떼자, 너그러운 주인 어른들은 의지할 곳 없는 유민영 모녀를 저택에 남겨 일을 맡겼다.
영리하고 눈치 빠른 그녀는 주인들의 골치 아픈 일들을 척척 해결했다. 심지어 중풍으로 몸져누운 노부인을 침상에서 일으켜 세우기까지 했다.
간호에 능하고 시중 솜씨가 뛰어난 유민영의 이름은 경성에 퍼져나갔다. 갓 출산한 장공주가 육아를 맡겼고, 오랜 지병을 앓던 고명 부인은 거금을 내걸고 몸조리를 청했다.
보잘것없는 유모에서 유국공부의 수석 시녀가 되기까지, 유민영은 그 사이 더럽고 추잡한 꼴을 지겹도록 봐왔다.
그래서 그녀의 바람은 딱 하나였다. 은자를 충분히 모아 저택을 나가는 것. 작은 마당 딸린 집과 점포를 사고, 데릴사위를 들여 아이와 조용히 잘 사는 것.
그런데 유국공부의 나으리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구석에서 홀로 기척을 죽이고 엿보는 첫째 나으리.
속병을 품고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둘째 나으리.
혈기 넘치고 방탕한 셋째 나으리.
유민영은 눈앞에 펼쳐진 수라장을 바라보며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이 난리통에 휘말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