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공수진에게 전화를 건 목적을 얘기했다.
의사의 말이 끝이 난 후 곧바로 너무나도 익숙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한데 나는 기증할 생각 없어요. 그때는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한번 등록해본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요.”
이건 공수진의 목소리였다.
“네...? 저...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정말 간절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환자입니다. 골수를 기증해준 후 얼마간 휴식을 취하고 몸조리를 잘하게 되면 몸도 금방 회복됩니다. 공수진 씨한테 절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의사는 재밌을 것 같아서 등록해봤다는 그녀의 말에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그녀를 어떻게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공수진은 그런 간절한 부탁에도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기증하기 싫다고요. 애초에 내가 등록을 안 했으면 어차피 그 환자는 죽을 목숨 아니었어요? 그럼 그냥 그게 팔자겠거니 하고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하세요. 그리고 내 몸에 부담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후유증이 있을지 없을지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요. 그 사람한테 기증했다가 내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쪽이 책임질 수 있어요? 기가 막혀서 진짜!”
공수진의 단호한 말에 이경빈은 표정을 굳혔다.
그녀의 말에는 일말의 정도 없었고 심지어 그녀는 일면식도 없는 환자에게 어차피 죽을 목숨 아니었냐는 막말까지 해댔다.
공수진은 그의 생사 같은 건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물론 걱정이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안전한 수술이고 수술 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 측에서 어떻게든...”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됐고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말아요. 알겠어요? 만약 또다시 나한테 전화하면 그때는 확 경찰에 신고해버릴 거니까!”
공수진은 짜증을 내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경빈은 뚜뚜뚜 소리와 함께 재생이 끝난 파일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그때의 통화녹음 파일이 여태 남아있다고 해도 공수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