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빈 씨가요?”
임유진은 깜짝 놀라며 10시가 넘어가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 시간에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그것도 술에 취해서?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임유진은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잠깐.”
그러자 강지혁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내가 만나고 올 테니까 넌 여기 있어.”
“아니, 내가 만나는 게 나을 것 같아. 갑자기 찾아온 걸 보면 분명히 언니 일일 테니까.”
임유진의 단호함에 강지혁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집사를 향해 말했다.
“금방 내려갈 테니까 일단 안으로 들여.”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외투부터 걸쳐. 그리고 슬리퍼도 신고.”
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임유진의 다리를 들어 슬리퍼를 신겨주었다.
집사는 침실을 떠나기 전 그 모습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이 세상에 강지혁을 무릎 꿇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임유진밖에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강씨 집안 사람들은 극도로 비정하거나 극도로 감성적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강문철은 비정하다 못해 한여름에도 녹지 않을 얼음장 같은 사람이었고 그의 아들인 강선우는 지독한 낭만파로 사랑에 목을 맨 사람이었다.
그리고 강지혁은 두 사람 중 하필이면 강선우를 닮았고 강선우처럼 한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집사는 강문철이 젊었을 때부터 이 집에서 집사로 일했던 사람이라 강지혁은 강선우의 전철을 따르지 않고 임유진과 깨가 쏟아질 만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임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슬리퍼를 신겨주는 강지혁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족이 아닌 강지혁에게서 느끼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
임유진은 가만히 구경하다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강지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에 강지혁은 손을 잠깐 멈추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람을 녹일 것 같은 그의 눈빛과 마주하니 어쩐지 세상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강지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