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언니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하예진은 아들과 함께 이미 저녁 식사를 마친 뒤였다.
“이모.”
우빈이는 하예정을 발견하고 기쁘게 달려와 하예정의 품에 안겼다.
하예정은 우빈이를 안으며 언니가 도시락을 씻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
“언니, 내가 가서 씻어 올게.”
“됐어. 나 지금 너무 심심해. 이런 일이라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미 간병인에게 도시락을 씻어 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이렇게 일찍 문 닫은 거야?”
하예정은 조카를 안고서는 화장실 문 앞에 서서 언니가 뜨거운 물로 도시락을 씻는 걸 바라보며 대답했다.
“효진이가 오늘 밥을 산다고 해서. 우빈이가 밥 먹지 않았으면 내가 데려가서 밥 먹였을 텐데.”
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 지금 돼지가 되어가는 것 같아. 밥 먹고 바로 자니까. 아저씨가 가져다주는 반찬들이 너무 맛있어서 매일 이렇게 잘 먹어. 퇴원할 때가 되면 몸무게가 또 70킬로를 넘길 것 같아.”
그녀는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었다.
조금만 많이 먹어도 허리가 바로 통통해졌다.
“괜찮아, 언니 지금 너무 말랐어.”
어차피 이제 저승 문 앞에서 유턴까지 했다.
“조금 있다가 네가 우빈이 좀 데려가. 하루 종일 나하고만 있어서 우빈이도 답답할 거야. 계속 내 핸드폰으로 애니메이션만 보고 싶어 해. 눈 나빠질까 봐 걱정돼서 안 보여줬지만.”
하예진은 도시락을 씻으며 말했다.
“예정아, 내일 너 올 때 우빈이 로고 좀 가져다줄래? 우빈이 유치원 끝나면 여기서 로고 하면서 놀게. 핸드폰으로 애니메이션 보는 것보다 그게 나을 것 같아. 그리고 한글 공부하는 책도 가져다줘.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이럴 때 우빈이 한글 좀 가르쳐 줘야지. 9월에 유치원 중급반으로 올라가야 배운다고 하네. 지금은 초급반은 그저 애를 봐주는 거하고 같아.”
지금 유치원 등록금도 싸지 않았다. 한 학기에 수백만 원이 들었다. 더 비싼 곳은 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중급반부터 아직도 3년을 더 유치원을 다녀야 초등학교에 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