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정신이 번쩍 든 하연이 큰 눈을 뜨며 그녀를 보았다.
“엄마, 나 방금 아빠 봤어요?”
“아니야.”
하연은 방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밖에 있잖아요, 나 아빠한테 인사할래요.”
“그 아저씨는 하연이 아빠가 아니야.”
“아니에요, 아빠가 날 보러 온 거잖아요.”
말을 마친 하연은 내심 기뻤다.
하지만 예수진은 높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하연아, 엄마가 말했잖아. 그 아저씨는 아빠가 아니라고.”
예수진은 가뜩이나 술에 취해 컨디션이 안 좋은 데다가 하연이까지 난리 치니 머리가 아파 났다.
엄마의 단호한 말투에 하연이의 작은 얼굴에는 금방 억울함이 서렸다.
“엄마 나빠요!”
예수진은 더욱 못 되게 말했다.
“맞아, 엄마가 제일 나빴어! 얼른 자, 안 자면 하연이 엉덩이 때릴 거야.”
하연이는 할 수 없이 고분고분 침대로 올라갔지만, 자꾸만 머릿속으로는 자기를 보러 온 아빠를 엄마 때문에 못 본다는 생각을 하니 엄마가 더욱 미워졌다.
예수진은 하연이의 침대 옆에 멍하니 앉아 계지원이 빨리 이 집에서 나가기를, 그가 하연이를 보지 못했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그녀는 계지원에게 하연이의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았고, 그더러 책임지라고 할 생각은 더욱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연이가 하연이의 방으로 들어와 예수진에게 한마디 했다.
“지원 씨 갔어, 떠날 때 숙취에 좋다고 너더러 꿀물 타서 마시래.”
“네.”
예수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떠날 때 다른 말은 안 했죠?”
가연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예수진이 또 물었다.
“혹시 하연이에 관해서 물었어요?”
가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어두워서 못 봤을 수도 있지.”
그제야 예수진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어서 자, 술도 마셨으니 일찍 자야지. 꿀물은 네 방에 놔뒀어.”
“네, 고마워요.”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계속 가연이와 거리를 두는 예수진이의 말과 행동에 그녀는 그냥 미소를 짓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얼마 뒤 예수진도 목욕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계지원이 하연이를 봤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