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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moon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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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moon0707의 작품

다른 이름으로 그를 다시 만났다

다른 이름으로 그를 다시 만났다

불길 속에서 죽은 아이, 김소은. 공식 기록상 사망한 그녀는 20년이 흐른 지금, 백제그룹의 외동딸 백가은이자 익명의 천재 디자이너 ‘S’로 살아가고 있다. 타인의 이름으로 버텨온 세월 속에서 유일하게 놓지 못한 것은 어린 시절의 약속이었다. "나 나중에 커서 꼭 데리러 올게. 우리 결혼하자." 그리고 어느 날, 그 약속의 주인공 이태현이 그녀의 약혼 상대로 나타난다.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소은 역시 진실을 밝힐 수 없다. 다시 만난 첫사랑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마저 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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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0화_소매 안쪽의 흉터
27층에서 문이 열렸다.복도를 걸어 비서실로 향했다.한태풍이 자리에 있었다."백제 그룹 김동석입니다. 서류 전달 건이요.""네, 감사합니다."한태풍이 서류를 받으며 도장을 찍었다.동석이 수령증을 돌려받으며 몸을 돌렸다.그때였다."김 비서님."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동석이 멈췄다.돌아봤다.이태현이었다.팀장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다.서류를 들고.걸음이 멈춰져 있었다.동석 쪽을 보고 있었다."안녕하세요, 이 팀장님.""네, 안녕하세요. 백 팀장님께 전달 드릴게 있었는데ㅡ"태현이 동석에게 가까이 왔다.한 걸음, 두 걸음.그리고 멈췄다.그의 시선이 내려갔다.살짝 풀린 동석의 소매였다.태현이 서류를 든 손을 천천히 내렸다.동석이 그 시선을 느끼는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잠깐."태현이 말했다.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그런데 그 안에 뭔가가 있었다.동석이 알아들을 수 있는 무게.억지로 차분하게 유지하려는 사람의 목소리.태현의 손이 뻗었다.동석의 팔목을 잡았다.서류를 쥔 것과 다른 손으로.부드럽지 않았다.그렇다고 거칠지도 않았다.그냥 놓치지 않겠다는 힘이었다.동석은 빠져나가지 않았다.빠져나가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지금 이 남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무엇을 확인하려는지.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태현이 동석의 팔을 내려다봤다.오래.아무 말 없이.소매가 걷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안쪽까지 전부 드러난 기분이었다.그의 시선은 흉터의 모양을 읽는 눈이었다.화재.불길.그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에게만 남는 것들."...이 팀장님."동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태현이 고개를 들었다.동석과 눈이 마주쳤다.태현의 눈빛이 달랐다.냉소도, 계산도 없었다.지금까지 동석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이었다.무언가를 겨우 붙잡고 있는 사람의 눈.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 하는데 이미 반쯤 놓쳐버린 것 같은."이 흉터."태현이 말했다.목소리가 낮았다.거의 속삭임에 가까
최신 업데이트: 2026-10-15
Chapter: 59화_그래선 안 됐는데
소은이 연필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빈 페이지 위에 선을 그었다.멈추지 않기 위해서.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사각사각.연필 소리만 공방 안을 채웠다.그런데 선이 자꾸만 미세하게 흔들렸다.***이룸 그룹 계열 호텔.20층 스위트룸.새벽 2시.처음엔 조용했다.강우현은 복도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오늘은 조용한 밤이었다.루루미가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간 뒤로 아무 소리가 없었다.이런 날이 드물었다.강우현은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그때였다.낮은 소리가 들렸다.벽 너머로.목소리였다.강우현이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귀를 기울였다."아니야."루루미의 목소리였다.낮고 떨렸다."내가 안 그랬어."강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문 앞으로 다가섰다."난 잘못한 거 없어. 없다고."혼잣말이었다.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설득하는 건지, 부정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말들이 반복됐다.같은 말이 조금씩 달라지면서."내가 한 게 아니야. 나는... 난 거기 없었어."강우현이 문에 귀를 댔다."있었는데. 있었는데 나는."목소리가 끊겼다.짧은 침묵."아니야. 아니야, 아니야."강우현이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들어가야 하나.이건 평소와 달랐다.물건을 깨는 소리도, 발을 구르는 소리도 없었다.그냥 혼자 중얼거리는 목소리.그게 오히려 더 이상했다."난 잘못한 거 없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괜찮아."스스로를 다독이는 목소리였다.믿으려는데 믿어지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강우현이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들어가지 않았다.이건 진입해도 해결이 안 되는 종류였다.루루미가 지금 싸우고 있는 건 방 안에 없었다.강우현은 원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핸드폰 화면을 켰다가 껐다.안에서 목소리가 계속됐다."괜찮아. 나는 괜찮아."그 말이 반복될수록 강우현은 점점 더 확신했다.괜찮지 않았다.루루미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것이 지금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고 있었다.강우현은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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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8화_사라진 세 장의 스케치
다음날, 공방 문을 열자마자 소은의 발이 멈췄다.이상했다.딱히 뭐가 달라진 건 아니었다.조명도 그대로였고, 작업대도 그대로였다.마네킹도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런데 이상했다.뭔가 건드려진 공기 같았다.누군가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만 남는, 그 미세한 감각.소은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작업대부터 훑었다.연필, 자, 지우개.스케치북.다 있었다.소은이 스케치북을 집어 들었다.펼쳤다.페이지를 한 장씩 넘겼다.손이 멈췄다.없었다.분명히 있었던 것들이었다.드레스 구조 스케치 두 장과, 원단 배치 완성 도면 한 장.태현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들.S의 필선이 담긴 것들.소은이 스케치북을 덮었다.작업대 서랍을 열었다.파일함을 뒤졌다.없었다.마네킹 아래 박스를 확인했다.없었다.벽 쪽 선반을 훑었다.없었다.없었다.소은이 작업대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스케치북을 다시 집어 들었다.빈 페이지들이 이어졌다.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루루미.그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동석이 경고했다.공방 들키면 S인 거 다 들킨다고.소은은 그때 알겠다고 했지만, 설마 했다.설마 안에까지 들어왔을 거라고는.소은이 핸드폰을 꺼냈다.동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세 번 울렸다.[어, 왜.]"공방에 누가 들어왔어."짧은 침묵.[뭐가 없어졌어?]"스케치 세 장. 완성 도면도 없어."[...S 거?]"응."전화기 너머로 동석이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언제 없어진 건지 알아?]"몰라. 엊그제까지는 있었는데."소은이 작업대 위를 손가락 끝으로 짚었다.누군가 건드리고 간 자리였다."동석아."[응.]"루루미가 그걸 가져갔으면,"[S인 거 알겠지. 백가은이 S 라는 거.]소은이 눈을 감았다.스케치에는 S 사인이 있었다.소은이 오래전부터 써온 방식이었다.작게, 드레이프 라인 끝에.알아보는 사람만 알아보는 자리에.그것만 있어도 충분했다.백가은이 S 라는 것.이룸에 가져온 스케치와 공방의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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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7화_진짜 생존자
회의는 한 시간 더 이어졌다.이영돈은 이후로 업무적인 말만 했다.그런데 가끔 소은 쪽으로 향하는 시선이 있었다.태현은 그걸 볼 때마다 자료를 넘기거나 끼어들었다.자연스럽게.그러나 분명하게.회의가 끝나고 이영돈이 먼저 자리를 떴다.한태풍도 자료를 챙겨 나갔다.회의실에 태현과 소은 둘만 남았다.소은이 파일을 정리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원단 샘플 일정, 제가 담당자한테 직접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네.""다음 회의는 다음 주 화요일로 잡으면 될까요.""그렇게 하죠."소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가방을 들었다.태현은 아직 앉아 있었다."백 팀장님."소은이 멈췄다."이 본부장이 또 접촉하면."태현이 말을 잠깐 멈췄다."저한테 말해요."소은이 태현을 내려다봤다.태현은 자료를 보고 있었다.소은 쪽을 보지 않았다."업무상 불필요한 접촉이면 제가 차단하는 게 맞습니다."소은은 잠깐 그 옆얼굴을 바라봤다."...알겠습니다."그리고 회의실을 나왔다.복도로 나서는 순간, 소은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이영돈의 시선은 불쾌했다.그런데 태현이 끼어들 때마다 그것이 차단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소은은 그 감각을 빠르게 지웠다.불필요한 것에 마음을 쓰면 안 됐다.***도심 변두리, 공방 골목.밤 9시.동석이 공방 쪽으로 걸어오다가 골목 입구에서 멈췄다.누군가 있었다.공방 건물 맞은편 담벼락 쪽에 여자가 서 있었다.하얀 코트.움직이지 않고 그냥 서서 공방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동석의 눈이 가늘어졌다.루루미였다.동석은 그 자리에서 잠깐 서서 상황을 살폈다.루루미는 공방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이 보이는지 확인하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서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안에 불이 켜져 있었다.소은이 있다는 뜻이었다.동석이 걸음을 뗐다.루루미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동석과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놀란 기색 없이 동석을 바라봤다.오히려 담담했다.들켰다는 당혹감도 없었다.동석이 루루미 앞에 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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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6화_선을 넘는 질문
이룸 그룹 본사 회의실.오전 11시.백제 그룹과의 협업 프로젝트 중간 점검 회의였다.이룸 측 참석자는 태현과 한태풍, 그리고 이영돈 본부장이었다.백제 측은 소은이 단독으로 왔다.소은이 자료를 펼치는 사이, 이영돈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그는 오자마자 소은을 한 번 훑어봤다.빠르고 조용하게.그러나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태현에게는 보였다.태현은 펜을 손가락 사이에서 천천히 돌렸다.회의가 시작됐다.소은이 진행 현황을 설명했다.자료 구성이 깔끔했다.설명도 군더더기 없었다.이영돈이 중간에 몇 번 끼어들었다.처음엔 업무적인 질문이었다."디자인 방향성이 S의 기존 스타일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조율하실 생각입니까.""S의 스타일을 베이스로 하되, 이번 프로젝트 콘셉트에 맞게 일부 조정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입니다. 다음 주 안에 수정안 나올 예정입니다.""S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겁니까. 중간에 다른 단계가 있는 건지.""직접 소통합니다."이영돈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은을 봤다.그 눈빛이 아까보다 좀 더 오래 머물렀다."백 팀장님이 S와 상당히 가까운 사이인 것 같은데."소은이 자료에서 시선을 들었다.이영돈과 눈이 마주쳤다.소은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네."이영돈이 피식 웃으며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신기하네요. S가 그렇게 오랫동안 익명을 고집하는 사람인데, 백 팀장님하고만 직접 소통이 된다는 게. 보통 인연은 아닌 것 같은데.""......""그럼 백 팀장님 개인적으로는 어떤 분입니까. S가."소은이 한 박자 두고 대답했다."프로젝트랑 관련 없는 질문 아닌가요.""그냥 궁금해서요. 어떻게 그런 인연을 만드셨나 싶어서. 나이도 어리신데. 인맥 관리를 잘하시네요."그때 태현이 펜을 내려놓았다.소리가 작았다.그런데 이상하게 회의실 안에서 또렷하게 들렸다.이영돈과 태현이 잠깐 시선을 교환했다."이 팀장과 결혼이 무산되었다지? 이룸에 다른 사람은 어때요? 예를 들면ㅡ""본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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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5화_푸른 보육원
분식집 문이 열렸다.찬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동석이 제일 먼저 나오고, 그 뒤로 수영, 도휘, 승아가 줄줄이 따라 나왔다.태현과 소은은 아직 안에 있을 때였다.동석이 외투 지퍼를 올리며 먼저 걸었다.나머지 셋이 그 뒤를 따랐다.푸른 보육원까지는 차로 이십 분 거리였다.새로 지은 건물이었다.예전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몇 년 전, 수영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시 문을 연 곳이었다.지금 살고 있는 아이들은 달랐지만, 간판 이름은 그대로였다.밤바람이 제법 찼다."야, 근데 진짜로 태현이 형이야?"도휘가 먼저 터뜨렸다.동석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조용히 해.""확실히 변하긴 했는데 눈매는 똑같더라.""......""끝까지 말 안 할 거야?""뭘 말해, 멍청아."동석이 낮게 쏘아붙였다."소은이에 대해서도 다 말하게?"도휘가 입을 다물었다.그제야 전체 상황이 연결된 모양이었다.도휘가 자기 뒤통수를 다시 한번 감쌌다."그래서 나 때린 거야?""응.""미리 말해주지.""말할 시간이 어딨어."도휘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 따지지 않았다.네 사람이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고, 골목이 넓은 길로 이어졌다.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확실히 20년이 짧진 않구나. 길에서 만났으면 못 알아봤겠어."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잘 생겼던데? 은이, 좋겠네~."수영이 말했다.동석이 피식 웃었다."파혼 했다니까.""응? 근데 소은이는 어떻게 저 사람이랑 같이 밥을 먹고 있어? 파혼한 사이인데."동석은 대답하지 않았다.걸음을 좀 더 빠르게 뗐다.어느새 차를 세워둔 곳에 도착했고, 네 사람은 하나둘 차에 올랐다.도휘가 슬쩍 동석 옆으로 붙었다."야, 동석아.""왜.""태현이 형, 우리 알아본 것 같지 않아?"동석의 시선이 한 박자 흔들렸다."아니야.""표정이 좀 이상하지 않았어? 우리 보는데."수영이 하품을 하며 대꾸했다."이상한 사람들인가 싶어서 봤겠지. 옆에서 우동 뱉고
최신 업데이트: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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