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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7화

Author: 손이영
여씨 가문에서 나온 송하월은 멀지 않은 나무 아래 서 있는 한 대의 SUV를 보았다.

이런 개조 차량은 이곳에서 흔치 않아 혹시 유민재의 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그녀가 나오자마자 그 차는 그대로 떠나버렸다.

자신이 머무는 곳에 도착해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여동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집에 도착했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해요.”

상대방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세심했다.

여씨 가문의 어른들도 그녀에게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송하월은 그 의도를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그런 것에 있지 않았다.

이 몇 년 동안 그녀의 마음은 오로지 유민재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언제쯤 그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여동우에게 연인으로서의 감정은 전혀 없었다.

아직 마음속에 유민재가 있는데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배신과 같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그런 권리를 주지 않았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 문을 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딩’ 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예감이라도 한 듯 그녀는 한 아름의 붉은 장미가 안겨 나오는 것을 보았다.

장미는 매우 크고 화려하여 아마 999송이 정도 되는 다발처럼 보였다. 그 장미를 안고 있는 사람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키가 매우 컸다.

한눈에 송하월은 그를 알아차렸다.

그 사람은 유민재였다. 그녀에게 너무나 익숙한 인물이었다. 사실 그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이미 알아챌 수 있었다.

그가 안고 있는 장미를 보고 송하월은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며 당황했다.

문을 열려 했지만 당황할수록 손은 더 떨렸다.

유민재가 점점 다가오자 그녀는 문을 열 수 없어 급히 비상 통로로 뛰쳐나갔다.

그는 그녀가 도망치듯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에 깊은 슬픔을 담았다.

그는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월아, 너...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할 거야?”

송하월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녀는 9층에 살고 있었지만 한 번에 아래층까지 뛰어내렸고 바로 옆 카페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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