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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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h:  단유On going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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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희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윤호의 곁에서 ‘비밀애인’으로 지내왔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언젠가 윤호가 진심으로 자신을 바라봐 줄 거라는 바보 같은 믿음을 품은 채,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감춰왔다. 하지만 윤호의 마음속 ‘첫사랑’이 돌아오자마자, 그는 가희를 차갑게 외면했다. 마치 가희라는 존재 자체가 불편하기라도 한 듯, 거리낌 없이 말한다. “이제 사라져 줘.” 그제야 가희는 깨달았다. 대체품은 결국 정품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남자의 진짜 사랑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녀는 결심했다. ‘이젠 놓아주자.’ 그러나 가희가 정말로 떠나려 하자, 윤호는 무너진 듯 후회하며 그녀를 붙잡았다. “여보, 당신이 원한다면 내 모든 걸 줄게. 제발 나랑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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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울기는 왜 울어?”

어둑한 방 안, 남자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남자의 조각 같은 뚜렷한 이목구비가 날카롭게 굳어져 있었고, 다가오는 미묘한 기류를 묵직한 차가움으로 단숨에 가라앉혔다.

남자는 손을 뻗어 여자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무심하게 물었다.

“하기 싫어? 응?”

“...”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한가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속으로 남자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그래, 맞아! 이제 더 이상 견디는 것도 싫어! 나와 아무 상관 없는 당신의 어설픈 배려 같은 다정함도 지긋지긋해!’

‘그리고 그렇게 뜨거운 눈빛으로 마음속에는 다른 여자를 그리워하는 당신의 모습까지도!’

하지만 가희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남자가 채우지 못한 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잠시 곁에 둔 대체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4년 전, 남자의 손에서 그 수표를 받던 순간부터 가희는 이미 모든 권리를 잃어버렸다.

그녀에게는 심지어 거부할 자격조차 없었다.

어떤 상황이건 모두 가희가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미안해요. 그냥... 눈이 좀 따가워서요.”

가희는 서둘러 손으로 뺨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억지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남자의 목젖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썼다. 마치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지처럼.

이윤호도 바보가 아니어서 가희의 서툰 거짓말을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나약하고 순해 보이는 여자지만, 가희는 그동안 윤호 앞에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처음에 가희가 양부모를 통해 마치 물건처럼 포장되어 윤호한테 보내졌을 때조차, 그녀는 그저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을 뿐 아무런 말도 없이 양부모의 배신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희는 무언가에 절망한 듯, 끝없는 어둠 속에서 혼자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쳐 보였고,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

윤호의 짙은 눈동자가 여자의 얼굴을 잠시 훑더니, 길고 가는 손가락이 가희의 턱을 가볍게 감쌌다.

“한가희, 알지? 나를 속인 사람은 어떤 꼴을 당하게 되는지.”

그는 화가 나 있었다.

윤호와 4년을 함께한 가희는 이 남자의 눈빛에 서린 노골적인 불쾌함과 분노를 단번에 읽어낼 수 있었다.

“일 때문이에요.”

가희는 윤호가 쉽게 속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억지로 마음속 뒤엉킨 감정을 숨기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조금 까다로운 일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그러는 거예요.”

윤호의 차갑게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며 비웃음 섞인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네가 이런 사소한 일로 고민하는 애는 아닌데. 몇 년 사이에 꽤 예민해졌나 보네.”

그는 자신이 가희에게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갖고 대한 탓에 그녀가 나약해졌다고 생각했다.

‘일 때문이라면... 굳이 지금 이 여자를 위해 나설 이유는 더더욱 없지.’

가희 역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억지로 입가에 어색한 미소를 띠며 윤호의 비아냥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가희에게 이 밤은 아직도 한없이 길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

모든 것이 잠잠해졌을 때는 이미 깊은 새벽이었다.

가희는 이불을 꽁꽁 두른 채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지만 가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윤호는 언제나 지칠 줄 몰랐다.

만약 그가 매번 나지막하게 ‘예나’라는 이름만 부르지 않았더라면, 가희는 윤호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품고 있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여자의 볼 위로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가희는 눈을 감은 채 머리를 이불 속으로 파묻고 들키지 않으려 애써 눈물을 숨겼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쾅!

무거운 서류봉투 하나가 침대 옆 탁자 위에 던져졌다.

그것은... 4년 전, 윤호가 그녀에게 내밀었던 ‘계약 연인 동의서’였다.

가희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켜 앉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이건... 무슨 뜻이에요?”

윤호는 등을 돌린 채 셔츠 소매를 천천히 정리하며 답했다.

“4년이나 같이 있었으면 충분하지 않냐.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남자의 말은 짧고 단호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엔 감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마치 길고양이나 유기견에게 무심히 건네는 말처럼 무심하고 덤덤하게,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마치 그럴 필요조차 없다는 듯 윤호는 말했다.

“그리고 당초 약속했던 건 모두 줄 거야. 너에게 딱히 부족한 건 없을 거다.”

가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남자의 말은 마치 아랫사람에게 은혜라도 베푸는 듯.

가희의 가슴은 떨리고 있었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게 난감했다.

‘기뻐할 일이잖아. 이제 곧 이 숨 막히는 ‘계약 연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해방이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걸까...’

“...네, 알겠어요.”

한참 뒤에, 가희는 마침내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손톱이 거의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맡고 있던 일들은 빠르게 마무리하고 인수인계하겠습니다.”

가희는 윤호의 ‘비밀애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SR 그룹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이윤호 대표의 핵심 비서였다.

윤호는 그녀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무엇보다 빠른 상황 판단력과 뛰어난 처세술을 칭찬했다.

특히 가희가 절대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래.”

윤호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끝내 가희를 돌아보지 않았다.

가희는 남자의 늘씬한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꼭 다물었다.

“새로 살 곳을 구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최대한 빨리 집을 비우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윤호의 깊은 눈동자가 여자의 얼굴을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마치 비즈니스 협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이 집은 원래 네 이름으로 산 거니까 계속 살아. 너는 받을 만큼 받은 거야.”

‘이 사람은 언제나 똑같아. 나와의 관계에서 철저하게 선을 긋고, 필요할 때만 적당히 잘해주고...’

가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떨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듣기로는 장예나 씨가 돌아온다고 하던데요?”

그 말을 듣자마자 윤호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냉랭하게 가희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역시, 괜한 말을 꺼냈어...’

가희는 당황한 기색으로 급히 고개를 저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눈가에 맺힌 씁쓸함을 숨기려 애쓰며 담담한 척 말했다.

“아니에요, 그냥... 공항에 나가서 꼭 마중 나가시라는 말이었어요.”

윤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남자가 너무 오래 바라보자 애써 유지하던 가희의 평정심이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윤호가 경계를 풀고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알 필요 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마. 쓸데없는 호기심은 곤란하니까.”

가희는 마치 차가운 얼음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쓴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 아무리 둔하다 해도 윤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그래, 난 언제든 필요할 때 쓰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지.’

‘더구나 장예나는... 이윤호가 그토록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던 첫사랑이라면, 내가 끼어들 자리는 애초에 없었던 거고.’

그녀는 쓰라린 기분을 억누르며 겨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제가 말이 많았네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그렇게만 해.”

윤호는 무결점의 잘생긴 얼굴에 살짝 어두운 기색을 띤 채, 마지막으로 셔츠 소매의 단추를 채우고 고개를 들었다.

“더 할 말 남았어?”

‘허! 내가 할 말이 뭐가 더 있을까?’

‘당신 덕분에 4년간 회사에 남을 수 있어서, 이제 와서 당신이 베풀어준 배려에 고마워하라고?’

“없어요.”

가희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밤이 늦었으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쾅!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희는 멍하니 윤호가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윤호의 작은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고 읽어내던 가희였지만, 이번만큼은 머릿속이 백지처럼 새하얘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자가 정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단지 무심한 것인지 헤아릴 여유도 없었다.

단지 속이 마치 누군가 손으로 쥐어짜는 듯 심하게 아파왔고, 점점 참기 어려워지는 통증에 가희의 온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가희는 온몸을 휘감는 통증을 억지로 참고 일어나 서랍에서 약병을 꺼내 들었고, 서둘러 흰색 알약 두 알을 입에 털어 넣었지만, 씁쓸한 약 맛이 혀끝에서부터 가슴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약을 삼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울렁거리며 메스꺼움이 밀려왔고, 가희는 배를 움켜쥔 채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위산이 역류하며 코까지 올라오는 타는 듯한 고통 속에, 가희는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참을 수 없는 고통 때문에 속에 있는 것을 다 게워 냈다.

그녀의 귓가에 맴도는 것은 며칠 전 의사의 사무적이면서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였다.

“위암 말기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아야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왜 하필 나야...?’

비좁고 텅 빈 화장실 안에서 가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오랜 시간 꾹꾹 눌러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살아오는 동안 누구에게 해를 끼친 적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도 없었는데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자신에게 닥친 가혹한 운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띠리리리-

갑자기 울린 휴대폰 벨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이 시간에 전화를 걸만한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가희는 본능적으로 몸을 굳히고 여린 어깨를 떨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텅 비어 있었고, 벨 소리가 끈질기게 울리는 동안 그저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기만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결국 얼굴에 흐른 눈물을 대충 닦아낸 가희는 무기력한 걸음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휴대폰에는 수십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하자 익숙한 폭언들이 가희의 눈앞에 나타났다.

[더러운 년아, 매일 수많은 사람이 죽는데 왜 너 같은 년은 안 죽는 거냐?]

[한가희, 남의 감정을 가지고 놀다니 너 같은 여자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거야!]

문장 하나, 단어 하나마다 지금의 사회가 품고 있는 어둠이 선명히 드러나,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든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가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익숙한 표정으로 빨갛게 충혈된 눈을 깜빡이며 메시지를 하나씩 삭제했다.

마지막으로 그 익숙하지만 지긋지긋한 번호를 차단 리스트에 추가한 뒤, 가희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마친 후,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듯 휘청거리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차가운 방 안에서 이불을 꼭 끌어안고 몸을 잔뜩 웅크린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떨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깊은 외로움 속에서, 가희는 말없이 스스로를 작게 말아 숨긴 누에고치 속 애벌레처럼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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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울기는 왜 울어?” 어둑한 방 안, 남자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남자의 조각 같은 뚜렷한 이목구비가 날카롭게 굳어져 있었고, 다가오는 미묘한 기류를 묵직한 차가움으로 단숨에 가라앉혔다.남자는 손을 뻗어 여자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무심하게 물었다.“하기 싫어? 응?” “...”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한가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속으로 남자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그래, 맞아! 이제 더 이상 견디는 것도 싫어! 나와 아무 상관 없는 당신의 어설픈 배려 같은 다정함도 지긋지긋해!’ ‘그리고 그렇게 뜨거운 눈빛으로 마음속에는 다른 여자를 그리워하는 당신의 모습까지도!’하지만 가희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남자가 채우지 못한 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잠시 곁에 둔 대체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4년 전, 남자의 손에서 그 수표를 받던 순간부터 가희는 이미 모든 권리를 잃어버렸다. 그녀에게는 심지어 거부할 자격조차 없었다. 어떤 상황이건 모두 가희가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미안해요. 그냥... 눈이 좀 따가워서요.” 가희는 서둘러 손으로 뺨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억지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남자의 목젖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썼다. 마치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지처럼.이윤호도 바보가 아니어서 가희의 서툰 거짓말을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나약하고 순해 보이는 여자지만, 가희는 그동안 윤호 앞에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처음에 가희가 양부모를 통해 마치 물건처럼 포장되어 윤호한테 보내졌을 때조차, 그녀는 그저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을 뿐 아무런 말도 없이 양부모의 배신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희는 무언가에 절망한 듯, 끝없는 어둠 속에서 혼자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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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른 아침.가희는 눈을 뜨자마자 몇 군데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었다. 윤호와 헤어지기로 한 이상 그의 집에 더 머물 수는 없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거처를 구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빨리 이사를 결정한 것은 단순히 가희의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만, 이곳은 어디에나 윤호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희는 이 곳을 떠나 더 이상 미련을 끊어내지 못하면 이 허무한 꿈속에 자신을 가둬두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필요 없고, 삼심병원 근처면 돼요.” 가희는 냄비 안의 뜨거운 죽을 천천히 저으며 전화기 너머 부동산 중개인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가격은 최대한 저렴한 곳으로 부탁드릴게요. 조건이 좀 안 좋아도 상관없어요.” 가희에겐 기댈 가족도, 도움을 줄 사람도 없었다.‘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돈 들어갈 일이 많을 텐데, 쓸데없는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해.’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가희는 비록 식욕이 전혀 없었지만, 억지로라도 아침 식사를 마무리했다.그녀는 늘 그렇듯 가방을 챙겨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섰고, 붐비는 출근 시간의 지하철 안에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긴 채 도심 속 금융 중심가로 향했다. 그녀가 지하철역 출구를 나서는 순간, 꽃바구니를 든 어린 여자아이가 다가와 수줍은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 꽃 한 송이만 사세요.” 가희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답했다. “괜찮아.” ‘이런 쉽게 시들어버릴 생명에 돈을 쓸 만큼의 여유는 없지.’ 아이는 가희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더 이상 그녀를 붙잡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외롭게 혼자 남아 입술을 꼭 깨물고 울고 싶은 얼굴로 가희를 바라보다가, 끝내 울음을 삼켰다.그 순간 가희는 발걸음을 멈췄다. 자기 허리에도 닿지 않을 만큼 작은 어린아이를 내려다보자 묘한 감정이 밀려왔고, 눈가가 서서히 붉어졌다.뭔가에 이끌리듯 가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생각을 바꿨다. 몸을 살짝 굽히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다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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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미안하지만,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가희는 평온한 미소를 지었으나, 아름다운 눈동자엔 한 점의 온기도 없었다. “그간 저와 관련된 모든 인사이동은 각 부서 회의에서 결정된 후, 대표이사님의 결재로 최종 확정된 건데, 유리 씨는 어느 과정에서 의문이나 불만이라는 거죠?” 가희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저...!” 유리는 가희가 예전처럼 아무 말 없이 들어넘길 줄 알았지만, 예상 밖의 날카로운 반응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당황한 기색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냥 한마디 한 건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요?” ‘참나! 그동안 대표 덕 많이 봤잖아, 낙하산 주제에.’ 가희는 가볍게 웃어넘기며 희고 가는 손가락으로 눈앞의 내선 전화기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유리 씨, 다음에 뭔가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그룹 내 불만 접수 내선으로 바로 전화하세요. 여기서 헛소리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테니까요.” 말을 끝낸 가희는 다른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짓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뒤돌아 사무실로 걸어갔다. 유리는 가희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보다가 홧김에 옆에 있던 서류를 탁 내려놓으며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짜면서 자기가 진짜인 줄 착각하나 봐. 이제 진짜가 돌아왔으니 어디 한번 얼마나 더 잘난 척하나 두고 보자고!”따르릉-따르릉-가희가 막 책상에 앉자마자 옆에 있는 내선 전화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그녀의 맑고 투명하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마치 뜨거운 쇳덩이를 손에 쥐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느리게 수화기를 들었다. “대표님, 무슨 일이죠?”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이, 희미한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가희는 의아한 듯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여보세요, 대표님? 듣고 계신 거 맞으세요?” 계속 대답이 없어 실수로 걸린 전화라고 생각하며 끊으려던 순간, 갑자기 부드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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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음 정류장은 청산요양원, 청산요양원 정류장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기계음 안내방송이 천천히 버스 안에 울려 퍼졌고, 좁은 차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희는 손에 든 보온병을 조심스레 들고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버스에서 내린 후,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요양원 3층으로 걸어 올라가 복도 끝에 있는 방 앞에 멈춰 섰다. 방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그 틈 사이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고령의 할머니가 희미하게 보였다. 가희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방문을 밀고 들어갔다. “할머니, 저 왔어요.” 그 소리에 창문을 바라보며 앉아 있던 할머니가 힘겹게 휠체어를 돌리며 가희를 바라보았다. “우리 가희 왔구나.” 오순미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웬일로 시간이 났니? 요즘 회사 일 바쁘지 않아?” “안 바빠요. 할머니 보고 싶어서 왔죠.” 가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손에 든 보온병을 내려놓고 서둘러 오순미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할머니 좋아하시는 작은 만둣국 좀 싸 왔어요. 저랑 같이 조금 드실래요?” “아이고, 우리 착한 가희. 이렇게 신경 써 주다니.” 오순미는 애틋한 표정으로 그녀의 볼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몇 년간 내가 아픈 것도 미안한데 네가 곁에서 이렇게 늘 챙겨주니, 내가 참 고맙고도 미안하다.” “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가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오순미의 말을 만류했다. 그녀는 오순미의 마른 손등을 꼭 잡고 볼을 살짝 문지르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때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여기 없을지도 몰라요.” ...한동건 부부가 당시 가희를 입양한 건 순전히 자선 활동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들은 혈연도 없는 양녀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지도 않았고, 딱히 많은 것을 베풀 생각도 없었다. 어린 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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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생각을 다 정리한 가희는 잠을 잘 자지 못해 뻑뻑한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윤호와의 관계는 그저 ‘거래’였다. 그걸 잘 알면서도 괜히 스스로를 원망하고 상처받을 필요는 없었다. 가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요양원을 나서려 했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머, 가희 아니야? 이렇게 보자마자 가버리다니, 무슨 찔리는 일이라도 있는 거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진민주, 우준서의 아내였다. 과거 가희와 우준서의 사이가 예사롭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진민주는 매번 가희를 마주칠 때마다 시비를 걸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충돌을 피하고 싶었던 가희는 민주를 무시하고 그대로 지나가려 했으나, 민주가 먼저 가희의 앞을 막아섰다. “왜 이렇게 급하게 도망치려고 해? 무슨 뒤가 구린 일이라도 있어?” 민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모습이었다. 은은한 향수 냄새와 함께 손에 든 명품 가방이 눈에 띄었다. 우준서가 아내에게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지원해 주고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가희는 무표정하게 민주를 바라보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사모님, 여기서 이렇게 뵙다니, 참 세상 좁네요.” 민주는 그런 가희의 태도에 더 기분이 나쁜 듯 비웃음을 지었다. “정말 우연일까? 네가 여기 온 이유, 혹시 우리 준서 씨 할머니 만나러 온 거 아니야? 준서와 끝난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이런 짓을 해?”“그리고 난 다 알고 있어. 내가 충고 하나 할게, 그런 헛된 생각은 이제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가희는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지만,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고 감사해요. 하지만 저도 분명히 말씀드리죠. 저는 한 번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가희가 담담하게 말을 마치자마자, 민주는 갑자기 손을 들어 가희의 뺨을 세게 때렸다.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가희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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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가희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왕 대표님.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저희 대표님께서 이번 계약은 중요하니 특별히 더 신경 쓰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윤호가 직접 자신을 보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해, SR 그룹 대표가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왕명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었다. 하지만 왕명찬은 그녀의 은근한 경고를 알아채지 못했는지, 가희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술잔이 몇 차례 오간 뒤, 왕명찬은 계속되는 가희의 능청스러운 태도에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말했다. “SR 그룹에서 온 사람치고는 별로 성의가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중요한 계약인데 이런 눈치 없는 사람을 보낸 걸 보면 말이다.” 가희는 눈을 살짝 좁히며 미소를 거두고, 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를 꺼내 조용히 밀어놓았다. “왕 대표님, 이 계약으로 이득을 보실 분이 누구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SR 그룹이 이번 계약을 포기한다고 해서 저희 쪽에 손해가 큰 건 아닙니다.”“오히려 SR 그룹 대신 더 많은 다른 협력사가 줄을 설 겁니다. 오늘 대표님께서 제가 직접 오도록 한 이유는 왕 대표님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상황을 설명한 후, 가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까 드린 말씀은 다시 한번 잘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SR 그룹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입니다.” 가희는 왕 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걸어가면서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왕명찬... 정말 눈치 없구나.’ 솔직히 말해, WR 그룹과의 협력은 SR 그룹에 꽤 괜찮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가희는 윤호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윤호는 복잡한 일을 싫어했고,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작은 문제에는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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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가희는 자리로 돌아와 계약서를 확인하던 중, 왕명찬이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비록 왕명찬도 불쾌한 인물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사업을 키운 사람인 만큼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SR 그룹과 틀어지는 것은 WR 그룹에게 전혀 득 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가희는 서류를 가방에 넣고 식당 문을 열고 나왔다. 바깥은 차량과 인파로 북적였고, 거리의 불빛들이 눈부셨다. 그러나 이 화려한 도심 한가운데서, 그녀는 왠지 모를 공허함과 외로움에 사로잡혔다. 길 위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누군가는 친구와,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가희는 자신이 얼마나 혼자인지를 새삼 실감했다. ‘왜 하필 나한테...’ 자신에게 닥친 삶의 무게가 너무도 버거워서 문득 살아가는 이유조차 희미해지는 기분이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짓누르며, 가희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때, 고급스러운 롤스로이스가 조용히 그녀 곁에 멈춰 섰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고, 안에서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 윤호였다. 가희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거절하듯 말했다. “대표님, 무슨 일이죠?” 윤호는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가희는 주저하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차에 올랐다.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차 문이 닫히고, 차 안은 고요해졌다. 윤호는 여전히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희는 조심스레 눈물을 훔치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이 어색하고 차가운 분위기에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차 안은 적당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지만, 가희가 바깥에서 들어오자 한기와 습기가 함께 스며들었다. 차에 타자마자 가희는 재채기했다. 윤호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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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윤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 신규 프로젝트 협력 건을 완수하면, 그때 네 퇴사를 받아들여 주지.” 가희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대표님, 이건 처음에 이야기하신 조건과 다릅니다.” 그녀는 이미 모든 업무를 철저하게 인수인계했고, 자신이 떠난 뒤에도 대표실은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윤호가 그녀의 퇴사를 막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순간적으로 가희의 마음속에 묘한 기대감이 스쳤다. ‘설마 나를 붙잡으려는 거야?’하지만 남자의 다음 행동은 가희의 그런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윤호는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렸다. 곧 노트북 화면에 진민주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재생되었다. 화면 속 민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가희, SR 그룹에서 ‘완벽한 비서’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제 남편과의 사이에 끼어든 불륜녀입니다.” “제 남편이 거듭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이런 억울함은 견딜 수 없습니다. 기자님들께서 이 사실을 널리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가희는 화면을 보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순간적으로 피가 역류하는 듯한 기분에 입술이 하얗게 변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완전히 날조입니다. 저는 준서를 쫓아다닌 적도 없습니다.” 윤호는 그녀의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도 미세하게 표정이 흐트러졌을 뿐, 여전히 냉정하게 말했다. “이 영상은 내가 기자에게서 돈을 주고 사들인 거다. 한가희, 내가 들인 돈만큼의 자격이 있는지 나한테 증명해봐.” 가희는 주먹을 꽉 쥐었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주먹을 풀었다. ‘지금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 ‘곧 세상을 떠날 나에게 이 세상에 남은 미련은 없었지만, 적어도 마지막만큼은 깨끗하게 떠나고 싶어. 추악한 오해 속에서 끝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 가희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스스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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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 시각 윤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비서의 보고를 들으며 냉소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오순미 할머니가 심장병으로 쓰러졌다?” ‘흥. 병세가 심각해진 타이밍이 아주 기가 막히네.’ 윤호는 차갑게 물었다. “성진건설에 대한 투자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비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대표님 예상대로 성진건설에 다량의 자본이 외부에서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공식적인 회계 장부상으로는 그 흐름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윤호는 손가락 마디가 분명한 손으로 책상을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오랫동안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가희, 지금까지 벌인 이 판이 점점 재미있어지네. 끝까지 가서, 네가 우준서라는 남자를 위해 어디까지 망가질지 한 번 지켜보자.’ 그러고는 비서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이 정보는 외부에 흘리지 마.” 비서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나갔다. 비서는 복도를 걸으며 고개를 저었다. ‘NP 그룹과 성진건설에 대한 투자 조사는 애초에 진행 중이었는데, 왜 대표님이 갑자기 이 프로젝트를 한가희 실장에게 맡기셨을까?’ ‘솔직히 이 프로젝트는 누구에게 맡기든 우리 그룹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는데...’ 비서는 속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역시 대표님의 속마음을 알기는 참 어려운 일이야.’ ...가희는 병원 복도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한참 동안 울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 흘러내린 눈물 자국이 뺨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일어선 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보았지만, 그 미소는 울음보다 더 어색하고 힘겨웠다. 결국 미소 짓는 것을 포기한 가희는 오순미의 병실 앞으로 걸어갔다. 병상에 누워 생기 없는 얼굴로 누워 있는 오순미를 보며 가희는 조용히 결심했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로 이렇게 저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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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윤호는 가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입을 열었다. “한 실장, 연기를 그렇게 잘한다면, 혹시 실수로 한 마디라도 흘리면 어떤 결과가 올지 잘 알겠지.” 가희는 두 손을 꽉 쥐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비웃음이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참아냈다. ‘이윤호, 어차피 장예나 앞에서는 완벽한 연인을 연기할 거면서, 왜 굳이 나를 끌어들여 애인처럼 만들었어?’하지만 이런 생각을 윤호에게 직접 내비칠 수는 없었다. ‘지난 4년은 결국 철저한 거래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 그 거래에서 얻은 이익을 부정할 수는 없지.’그녀는 현실적으로 자신이 얻은 것을 인정할 줄 알았고, 지금 와서 불만을 드러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가희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윤호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윤호의 얼굴이 미세하게 더 굳어졌다. 그때 마침 예나가 돌아왔다. 예나는 여전히 환한 미소를 띤 채 다가오며 말했다. “죄송해요, 늦었죠? 그런데 화장실 가면서 보니까 한 실장님이랑 저랑 조금 닮은 것 같더라고요.” 가희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얼떨결에 예나의 눈을 마주쳤고, 예나의 웃음기 어린 눈빛에 잠시 멍해졌다. 가희는 알 수 없는 기분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마음을 다잡았다. “농담이에요!” 예나는 밝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한 실장님은 일도 잘하시고, 예쁘시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 그렇네요.” 그러면서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가리키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음식들 전부 윤호 오빠가 좋아하는 것들이잖아요. 정말 복도 많고, 이렇게 완벽한 비서를 두고 있으니까요.” 가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손가락은 점점 더 세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윤호의 음식 취향을 알게 된 건 비서로서의 기본 업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 4년 동안, 가희는 윤호의 곁에서 매일 이 남자가 화를 낼까 두려워하며 그의 취향을 강제로 파악하고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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