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도망칠 기회를 줬는데도 끈질기게 덤비는 병사들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과 다름없었다.비록 병사들은 그저 직무를 수행한 것뿐이지만, 그런 선택을 할 때는 그에 따른 결과도 감수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래서 이도현은 그들을 동정하지 않았다.비록 이도현의 살기가 줄어들었고 마음도 안정되었지만, 그건 결코 살인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너... 대체 누구냐?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멈춰. 더 이상 다가오지 마. 지금 너의 이런 행동이 네 가족, 가문과 사문에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알기는 하느냐? 지금 제정신이 맞는 것이냐? 멈춰. 멈추라고...”한 장교가 큰 소리로 이도현을 경고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이도현의 행동을 멈추기를 바랐다.“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라. 그렇지 않으면 나도 봐주지 않겠다... 꺼지라고...”이도현이 차갑게 말하자 현장에 있는 수천 명의 병사가 공포에 벌벌 떨었다.“흥. 여기는 현무제국의 황궁이다. 네가 함부로 날뛰어도 되는 곳이 아니라고. 어서 무릎을 꿇고 항복하라...”한 장교가 위엄 있게 소리쳤다. 그는 기세로 이도현을 제압하려 했다.“무릎을 꿇고 항복하라고? 그럼 너에게 그럴 실력이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하고는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한 줄기 검기가 날아갔다.퍽...침울한 폭음과 함께 방금 입을 놀리던 장교는 혈안개로 되어버려 공중으로 흩어져 버렸다.“아직도 내가 무릎 꿇기를 원하느냐? 자기 주제도 모르는 것들. 죽고 싶은 자 앞으로 나서라. 뜻을 이루어 주마.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꺼지고.”현장의 모든 사람은 이도현의 말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치 저승사자에게 찍혀 다음 순간이면 바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저놈은 악마가 틀림없어요. 대체 왜 저러는 거죠? 무공이 뛰어난 왕후들은 지금 어디 있는 건가요? 우리는 절대 저놈을 상대할 수 없어요... 절대...”“우리 이제 어떡해요? 저... 죽고 싶지
“펑.”현무상제가 천하를 제패하는 망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대전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갑작스러운 소동이 현무상제의 망상을 끊어버렸다.“무슨 일이냐? 빨리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보고 내게 보고하여라.”현무상제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바깥을 지키던 병사는 급히 달려가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그러나 그들이 떠나기도 전에 이미 한 장교가 달려와 상황을 보고했다.“폐하, 밖에 미친놈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황궁에 도착하자마자 성문을 부수었고 연달아 병사 여럿을 베어버렸습니다. 정말 사람을 보면 무조건 베어버리는 미친놈입니다. 하지만 무공이 너무 강해서 아무도 그놈을 막을 수 없습니다. 지금 그놈이 이곳을 향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놈은 이미 수십 명의 병사를 베어버렸고 장교도 여러 명 죽였습니다. 폐하, 그놈이 대전까지 쳐들어오기 전에 빨리 강자를 불러 대비해야 합니다.”장교는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땅에 무릎 꿇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하고 있었다.현무상제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 현무제국은 창건 이래 단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누군가 황궁에 쳐들어와서 보이는 족족 사람을 죽이다니. 이것은 적나라한 치욕이었다.이건 현무상제의 존엄과 체면을 바닥까지 떨어트리는 것과도 같았다.“젠장. 어떤 놈이 감히 우리 현무제국을 도발해? 그놈에게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겠다. 이보게, 명령을 전하라. 장교와 왕후들을 불러서 적을 상대하라. 그놈이 누구든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현무상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직접 나서서 이 오만방자한 자를 산산조각 내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았다.“예, 폐하.”내시가 서둘러 일어나 급히 황궁의 후원 쪽으로 달려갔다....황궁 외곽에서는 검기가 사방으로 휘몰아치고 찬란한 빛이 번뜩였다.이도현은 마치 살신처럼 보이는 족족 베어버렸다.그가 지나간 길에는 병사들의 시신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
현무상제는 이미 이 세상의 일인자가 된 듯했다.장교는 망상에 빠져버린 현무상제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현무령이라는 이름만 들었을 뿐인데 벌써 이토록 멀리까지 상상할 줄은 몰랐다.현무상제의 이런 모습을 이상주의하고 해야 할지, 아니면 공상주의라고 해야 할지...지금 이도현이 왕후 여러 명을 죽이고 황궁을 향해 오고 있는데 어떻게 적을 대응할지 생각하지 않고 여기서 망상이나 하고 있다니. 마치 그 보물을 손에 넣은 것처럼.김칫국도 너무 빨리 마시는 거 아닌가?“폐하께서 곧 이 천하의 주인이 되시리라 믿습니다.”장교는 형식적으로 아부를 떨고는 말을 이었다.“그런데 폐하, 저희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제가 뒷산을 떠날 때 이도현은 이미 이곳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곧 도착할지도 모릅니다.”장수가 다급하게 외쳤다.이 말을 듣자 현무상제는 표정이 확 바뀌었다. 방금까지 자신의 환상에 빠져 기분이 극도로 좋았는데 불쑥 방해를 받으니 기분이 안 상할 수가 없었다.마치 로또에 당첨된 꿈을 꾸고 있는데 갑자기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흥. 무서워할 게 뭐가 있어? 우리 현무제국 전체가 이도현 한 사람을 상대할 건데. 이도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한 사람이 현무제국 전체를 이길 수 있단 말이냐? 그건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라도 못한다. 가서 명령을 전하라. 매왕과 모든 왕후를 대전으로 집합시켜라. 우리 현무제국의 기적을 보여줄 테니까. 그리고 제국 내에 있는 모든 도급경지 이상의 공양과 마법사를 대전으로 불러라. 우리 현무제국의 영광은 모든 이들이 함께 목격해야 한다. 왕후도, 공양도, 마법사도 모두 제국에 공헌한 자들이니 이 영광스러운 순간을 목격할 자격이 있다. 우리 함께 현무제국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기대하자.”현무상제는 이도현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해버렸다.하긴, 천만년 동안 성역의 7대 세력으로 존재하던 현무제국이 하루아침에 한 사람을 무서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현무상제의 말대로 한 사람이 아무
“뭐? 자네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봐.”현무상제는 깜짝 놀라며 예법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아래의 장교를 바라보며 소리쳤다.현무상제의 반응을 본 장교는 속이 얼마나 후련했는지 몰랐다.그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당황한 현무상제를 보며 속으로 엄청나게 기뻐했다.‘폐하, 예법을 지키세요. 한 나라의 황제로서 이렇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어떡합니까? 폐하는 하늘이 무너져도 태연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흥분하시는 겁니까? 설마 방금 그 말이 전부 허튼소리였나요? 흥...’장교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지만, 현무상제께 계속 보고했다.“폐하, 현무담의 주변 산봉우리가 무너져 내려 현무담을 메웠습니다. 이도현은 죽지 않았고 오히려 왕후들이 전부 살해당했습니다. 지금 이도현은 황궁을 향해 오고 있을 겁니다. 폐하,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장교가 말하면서 언성을 높였다.“뭐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현무담은 조상님께서 남기신 명당인데... 현무담에 있는 보물을 얻는 자가 성역을 제패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메워질 수 있단 말이냐?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자네 제대로 본 거 맞아? 날 속이는 거 아니지?”현무상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너무 당황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장교를 노려보았다.“폐하, 제가 어찌 감히 폐하를 속이겠습니까? 전부 사실입니다. 그리고 현무담이 메워질 때 왕후들은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현무령이 나타나면 현무담이 메워진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왕후들이 이도현과 싸울 때도 현무령을 내놓으라고 말했습니다.”장교는 자신이 들은 바를 그대로 전했다.“뭐라고? 현무령? 현무령이 정말 나타났다고?”더 큰 충격에 휩싸인 현무상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그래. 현무령이 나타난 게 분명해. 만약 현무령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현무담이 왜 메워졌겠어? 우리
무릎 꿇고 있던 장교는 속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현무상제에게 뺨 한 대 날려서 정신을 차리게 해주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눈 뜨고 똑똑히 봐. 지금이 예법을 따질 때냐고. 현무담이 메워졌고 왕후들이 죽어 나갔는데 여기서 잔소리나 늘어놓고 있다니. 그래. 너만 고상하고 잘났다. 이제 적이 진짜로 들이닥쳐도 이렇게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 두고 볼 거야. 적이 과연 당신의 말을 들어줄 것인지...’장교는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겉으로는 순순히 받아들였다.“예, 폐하. 명심하겠습니다.”장교는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눈앞의 사람은 현무상제이고 그는 그 옆을 지키는 장교밖에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현무상제 밑에서 일해야 하니까 불만이 있어도 웃는 얼굴로 받아들여야 했다.장교가 물러나자 내시가 달려와 공손히 말했다.“폐하, 오 장군께서 폐하를 뵙고 싶어 합니다.”이 말을 들은 현무상제는 허리를 펴고 보좌에 앉아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들여보내라.”“폐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오 장군님, 들어오십시오.”내시가 목청을 돋우어 외쳤다.그러자 대전 밖에 서 있던 장교는 코웃음 치며 자신의 갑옷을 정리하고는 아주 정확한 예법에 따라 걸어 들어왔다. 그는 두 번 다시 쫓겨나고 싶지 않았다.“폐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오 장군이 바닥에 무릎 꿇고 큰 소리로 인사를 올렸다.“오 장군, 일어서서 말하게.”“감사합니다, 폐하.”“그래. 무슨 일로 찾아온 거냐?”현무상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었다.장교는 이러는 현무상제가 너무나도 어이없었다.현무상제는 다른 건 다 괜찮은 황제였다. 영명하고 무공이 뛰어나며 나라도 제법 잘 다스리는 흔치 않은 명군이었다.하지만 유일하게 부족한 점이 바로 지나치게 예법을 지킨다는 것이었다. 정말 사소한 일에도 예법을 따지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마치 세상에 예법보다 중요한 일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예법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매
이도현은 울부짖는 왕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산 아래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에 시선을 돌렸다. 그곳이 바로 현무제국의 황궁이었다.이도현은 음양검을 거두고 천천히 황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뒤에 있는 왕후가 아무리 비참하게 울부짖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한편 현무제국의 황궁 안에서 장교가 현무담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폐하. 큰일 났습니다... 폐하, 현무담의 주변 산들이 모두 무너지고 현무담이 메워졌습니다.”현무담에 소동이 발생한 후 현무담의 등산길을 지키던 한 장교가 즉시 돌아와 보고했다.그는 군신 간의 예의범절도 지키지 않고 대전 안으로 다짜고짜 뛰어 들어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허겁지겁 말했다.현무 신수 모양의 보좌에 앉아 있던 현무상제는 장교의 말을 듣고 눈을 떴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젠장. 숨이나 고르고 차분히 말해. 뭐가 그렇게 급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해? 자네는 우리 현무제국의 장교이자 내가 믿고 맡기는 대장이라고. 사소한 일에 이렇게 당황하면 내가 어찌 자네에게 더 큰 직책을 맡기겠는가?”현무상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었다. 장교의 어리바리한 행동에 불만이 매우 컸다.현무상제는 예법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계급 간의 예법을 제일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신하는 군주를 만나면 반드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부터 조아려야 했다.만약 신하가 예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장차 군주에 대한 존경심을 잃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여 현무상제는 이 장교의 예법부터 지적했다. 그래서 장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듣지 않았다.“폐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급해서 예법을 잊었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장교는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사죄했다.“나가서 감정을 잘 다스리고 다시 들어와라. 난 자네처럼 당황하는 장교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자네는 천군만마를 이끌고 전장을 누비는 제국의 장교이지 않은가? 그러니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태연하게 대체여야 한다.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