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아버지 이경환과의 살벌한 대화로 가슴 한구석이 짓눌려 있었지만, 민성은 그 어두운 티를 지혜 앞에서 조금도 내고 싶지 않았다.거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민성은 지혜를 위한 작고 소박한 프로포즈를 준비했다. 더 이상 지혜와의 관계를 애매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분명히 전하고 싶었다.요란하고 성대한 이벤트는 혹여나 자존심 강하고 현실적인 지혜가 부담스러워할 것을 잘 알았기에, 오롯이 자신의 진심만을 눌러 담은 심플한 디자인의 커플링과 싱그러운 꽃다발을 품에 품었다.퇴근 시간에 맞춰 지혜의 복지관 건물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던 민성은, 건물을 걸어 나오는 지혜의 얼굴을 보자마자 저절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지혜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민성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 “우리 오늘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두 사람이 향한 곳은 복잡한 도심을 벗어난 서울 외곽의 조용하고 아늑한 레스토랑이었다.창밖으로 은은한 조명이 흐르는 자리에서, 지혜가 좋아하는 따뜻하고 담백한 봉골레 파스타가 상 위에 올랐다.화기애애하게 음식을 나누며 대화를 이어가던 중, 민성은 피식 웃으며 최근 회사에서 겪고 있는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았다.“요즘 재혁이 때문에 제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민성은 일부러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요즘 아주 사람이 변했어요.”"아, 진짜 최재혁 그 인간 요즘 아주 악덕 고용주 다 됐어.주연 씨랑 강릉이니 어디니 여행 다니고 시간 보낸다고, 회사 결재 서류랑 굵직한 일들을 아주 산더미처럼 나한테 다 떠넘기고 칼퇴하는 거 있지? 부러우면 지는 건데."민성은 한숨을 내쉬었다.“결혼한 재혁이 자식이 그렇게 부러울 줄 몰랐어요.”지혜는 장난기 섞인 민성의 투정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그 말속에 묵직하게 담긴 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지혜를 향한 마음이 확고해진 이상, 아버지 이경환 사장과의 정면 승부는 언젠가 치러야 할 숙제였다.“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이민성의 말이 끝나는 순간, 이경환 사장의 손이 멈췄다.그는 결재 서류에서 천천히 시선을 들어 아들을 바라봤다.“뭐라고?”“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민성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이경환은 손에 쥐고 있던 만년필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이경환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 하지만 곧 흥미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물었다."그래? 상대가 누군데 그러느냐. 전에 내가 붙여준 박지민 양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니, 어디 번듯한 집안 아가씨라도 건졌나 보네.""박지민 씨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식의 조건 따지는 맞선 따위는 애초에 관심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민성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김지혜라는 사람입니다. 평범하지만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이경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그 여자 말이야.”민성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자신은 지혜에 대해 아버지에게 자세히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민성이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책상을 짚으며 소리쳤다."제 뒷조사라도 하셨습니까? 아버지, 지금 사람 붙여서 내 사생활까지 조사하신 겁니까?"이경환은 조금의 죄책감이나 흔들림조차 없이, 오히려 콧방귀를 뀌며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앉았다.“내 아들이 어떤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민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버지를 바라봤다.이경환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아버지가
어젯밤 머릿속을 통째로 사로잡았던 그 청초하고 매혹적인 여대생의 모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최진태는, 해가 지기도 전에 다시 청담동의 회원제 고급 술집 문을 밀고 들어섰다. “그 여자, 오늘은 만날 수 있겠지?” 최진태는 룸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잘 다듬어진 머리, 고급 맞춤 정장, 손목에서 번쩍이는 명품 시계.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넥타이를 고쳐 맸다. “어제 내가 말한 사람은?” 직원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어제 만났던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진태가 마주 앉은 이는 다름 아닌 그 여자의 친오빠라는 직원, 김동혁이었다. “아, 동혁 씨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그 여자 오빠.” “지금 근무 중입니다.” 진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잘됐군. 불러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직원이 안쪽으로 사라졌다. 진태는 동혁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헛웃음을 쳤다. 어제 본 그 세상에 때묻지 않은 청순하고 완벽한 미모의 여동생과 비교했을 때, 동혁의 외모는 평범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손님,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태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스물여덟 살 정도로 보였다. 평범한 외모에 다소 투박한 인상. 키는 평균보다 조금 컸지만 어깨가 넓고 체격이 단단했다. 햇볕에 그을린 듯한 피부에 눈매도 선이 굵었다. 어젯밤 보았던 그 아름다운 여자와는 분위기부터 전혀 달랐다.
진성은 의자에 앉고도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칠 전 만났던 황시아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그리고 자신의 배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며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말하던 모습.‘저는 이 아이 낳고 싶어요.’진성은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졌다.자신은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진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머니 고미혜 여사에게서 걸려 온 전화벨 소리는 며칠 동안 골머리를 앓던 진성을 더욱 짓눌렀다.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미혜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진성아, 시간 되면 잠시 본가로 들어오거라. 할 이야기가 있다.’결국 피할 수 없는 자리였다. 진성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본가로 향했다. “왔니?”“네, 어머니.”“아이고, 얼굴 좀 보자.”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미혜는 아들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 보았다. 진성 역시 속앓이를 톡톡히 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너도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졌어?”미혜는 아들의 눈 밑에 짙게 드리운 그늘을 바라봤다.미혜는 가슴이 아팠다.‘이 아이도 그동안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일단 들어가자. 저녁은 먹었니?”미혜는 진성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밥부터 먹자.”진성은 잠시 어머니를 바라봤다.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거실에 마주 앉았다.미혜는 말없이 진성의 앞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놓아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진성아, 나 어제 시아양 만났다."‘시아’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진성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런 아들을 보며 미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시아씨.”“네.”“나한테 너무 어려워하지 않아도 돼요.”시아는 그녀를 바라봤다.미혜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미혜는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아버지께서 사랑을 많이 주셨겠지만…….”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래도 가끔은 엄마가 그리웠을 거예요.”시아는 고개를 숙였다.그 말이 가슴 깊은 곳에 닿았다.시아의 눈가가 붉어졌다.“사모님…….”미혜는 그녀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았다.“앞으로는 나를 엄마라고 생각해도 괜찮아요.”시아의 눈이 커졌다.“……네?”미혜는 따뜻하게 웃었다.“꼭 진성이와 결혼해야만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몸이 힘들 때나 마음이 답답할 때, 누구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한테 이야기해요.”시아의 입술이 떨렸다.“사모님…….”“혼자 참지 말고.”미혜는 다정하게 말했다.“나도 딸이 하나 더 생긴 것처럼 생각할게요.”그 순간 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미혜는 놀라 손수건을 꺼냈다.“아이고, 왜 울어요.”“아니에요. 그냥…….”시아는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쉽게 멈추지 않았다.“너무…… 감사해서요.”미혜는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았다.“울어도 괜찮아요.”그녀는 시아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동안 많이 참았죠?”시아는 미혜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그리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미혜의 가슴도 먹먹해졌다.‘얼마나 무서웠을까.’“이제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아요.”시아는 그 품 안에서 한참 동안
태산건설 이창수 회장의 저택 이창수 회장은 아내 고미혜 여사에게 조용히 진성과 시아의 일을 털어놓았다.이창수는 한참 동안 말을 고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진성이한테 아이가 생겼어.”미혜의 손이 멈췄다.“……네?”“진성이가 아버지가 된다고.”미혜는 놀란 눈으로 남편을 바라봤다.“진성이가요?”“세상에…….”황태석 장관의 외동딸 시아가 진성의 아이를 가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미혜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황 장관이 직접 나를 찾아왔어.”창수가 낮게 말했다.“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겠어.”미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겠죠.”“혼자 키운 딸이잖아.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데.”“그럼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했어요?”창수의 표정이 굳어졌다.“그게 문제야.”“무슨 말씀이세요?”“진성이 녀석이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구먼.”미혜의 눈빛이 흔들렸다.“진성이도 많이 놀랐겠죠?”창수가 고개를 들었다.“갑자기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어요.”미혜는 남편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았다.하지만 곧이어 엄마 없이 시아가 겪었을 막막함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홀로 딸을 키워낸 황 장관의 착잡한 심정도 잘 알기에 미혜의 마음도 아팠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여보.”“응?”“저 시아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창수가 아내를 바라봤다.“당신이?”“네.”미혜의 눈빛은 진지했다.“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시아일 거예요.”며칠 뒤, 본가를 찾은 시아의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로 수척해져 있었다. 임신 초기 증세와 마음고생 탓에 볼살이 쏙 빠진 채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