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sing his rejected mate

지서현은 남편 하승민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대는 여대생이었다.

오늘은 하승민의 생일이었기에 지서현은 일찍이 생일상을 차려 놓았다. 그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승민이 집에 두고 간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여대생이 보낸 문자였다.

[케이크 가지러 가다가 부딪혔어. 넘 아파.]

문자 아래에는 셀카 사진이 한 장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에는 얼굴이 나오지 않고 다리만 찍혀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긴 흰색 양말에 검은색 동그란 앞코의 구두를 신고 있었고,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여대생 교복 치마는 허벅지까지 말려 올라가 탄탄하고 매끈한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희고 매끄러운 무릎은 정말 빨갛게 멍들어 있었다. 젊고 생기 넘치는 여자의 몸과 애교 섞인 문자는 금단의 유혹을 발산했다.

사업에 성공한 회사 사장들이 애인을 고를 때 이런 스타일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도 있었다.

지서현은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띵.

여대생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다.

[하 대표님, 우리 운정 호텔에서 봐. 오늘 밤 대표님 생일 축하해 줄게~]

오늘은 하승민의 생일이었고 그의 바깥 애인이 그를 위해 생일 파티를 해주려는 것이었다.

지서현은 가방을 들고 운정 호텔로 향했다.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 여대생이 누구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다.

...

지서현은 운정 호텔에 도착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아빠 지해준과 엄마 이윤희를 마주쳤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아빠, 엄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지해준과 이윤희는 당황한 듯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말했다.

“서현아, 네 동생이 귀국해서 여기 데려다주는 길이야.”

유나가?

지서현은 반짝이는 통유리창 너머로 안에 있는 지유나를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지유나는 사진 속 여대생이 입었던 것과 똑같은 파란색과 흰색의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 여대생은 바로 동생 지유나였던 것이다.

지유나는 타고난 미인으로 해성의 붉은 장미라고 불릴 정도였다. 특히 해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를 가졌다고 알려져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다리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사랑스러운 동생은 그 다리로 자신의 형부를 유혹하고 있었다.

지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부모님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내가 제일 마지막에 알았네요.”

지해준은 머쓱하게 말했다.

“서현아, 하 대표는 널 좋아하지 않잖아.”

이윤희: “맞아. 해성에 하 대표를 탐내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니? 그러니 다른 여자에게 넘어가는 것보단 네 동생에게 가는 게 낫지 않겠어?”

지서현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엄마, 아빠, 나도 두 분 딸이라고요!”

지서현은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때 이윤희가 뒤에서 물었다.

“서현아, 너 하 대표랑 잤어?”

지서현의 발걸음이 멈췄다.

지해준은 날카롭게 말했다.

“서현아, 우리가 너에게 빚진 게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하 대표랑 유나는 원래 해성에서 제일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잖아. 다만 하 대표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는 바람에 너를 대신 시집보낸 거지.”

이윤희는 못마땅하다는 듯 지서현을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너 자신을 좀 봐. 결혼한 지 3년 동안 넌 남편만 쫓아다니는 가정주부였지만 유나는 이미 발레단 수석 무용수야. 백조와 미운 오리 새끼지. 네가 유나랑 뭘 비교할 수 있겠니? 얼른 하 대표를 유나한테 돌려줘.”

그 말들은 마치 칼날처럼 지서현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 자리를 떠났다.

...

지서현이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오늘 오랜만에 가정부에게 휴가를 줬기에 집에는 그녀 혼자였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집 안은 어둡고 쓸쓸했다.

지서현은 어둠 속에서 식탁 앞에 홀로 앉았다.

식탁 가득 차려진 음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고 직접 만든 케이크 위에는 ‘남편 생일 축하해요’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지서현은 그것이 너무나도 눈에 거슬렸다. 마치 자신처럼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운 농담 같았다.

하승민과 지유나는 모두가 인정하는 선남선녀였다. 해성의 붉은 장미 지유나가 하승민의 애인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3년 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하승민은 식물인간이 되었고 지유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때 지씨 가문에서는 시골에 있던 지서현을 데려와 식물인간이 된 하승민과 억지로 결혼시켰다.

그 사람이 자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하승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서현은 기꺼이 그와 결혼했다.

결혼 후 하승민은 3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다. 그 3년 동안 지서현은 오로지 그의 곁을 지키며 간호했다. 외출도, 사교 활동도 없이 오로지 그의 치료에만 전념하며 남편만을 위해 사는 가정주부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승민은 깨어났다.

지서현은 라이터를 꺼내 촛불에 불을 붙였다.

희미한 불빛 아래,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언제나 칙칙한 흑백 원피스만 입는 고루하고 재미없는 가정주부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이미 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된 지유나는 젊고 생기 넘치고 아름다웠다.

자신은 미운 오리 새끼였고 지유나는 백조였다.

그리고 깨어난 하승민은 다시 백조와 함께하게 되었고 미운 오리 새끼인 자신을 버렸다.

하아, 지난 3년은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승민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두 사람 중 먼저 사랑에 빠지는 쪽이 패배자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 하승민은 지서현에게 완패를 안겨 주었다.

지서현은 눈시울을 적시며 촛불을 훅 불어 껐다.

저택은 다시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바로 그때, 밖에서 두 개의 밝은 전조등이 비추더니 하승민의 차인 롤스로이스 팬텀이 빠른 속도로 다가와 잔디밭에 멈춰 섰다.

지서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그가 오늘 밤은 집에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곧 저택의 문이 열리고 잘생기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밤공기의 차가운 이슬을 머금은 채 시야에 들어왔다. 하승민이 돌아온 것이다.

하씨 가문은 해성의 명문가였고 하씨 가문의 후계자인 하승민은 어릴 적부터 놀라운 사업 수완을 보였다. 그는 16세에 하버드에서 복수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월스트리트에서 자신의 첫 회사를 상장시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귀국 후에는 서광 그룹을 물려받아 해성 최고 부자의 자리에 올랐다.

하승민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며 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약간 차갑게 물었다.

“왜 불을 안 켰어?”

탁.

그는 손을 뻗어 벽 등을 켰다.

갑작스러운 불빛에 지서현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하승민은 수제 맞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잘생기고 훤칠한 키에 타고난 차가운 고귀함까지 더해져 밤마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꿈속에 나타났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지서현은 그를 보며 말했다.

“오늘 당신 생일이잖아요.”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그는 그저 나른하게 눈을 들어 식탁을 훑어보며 말했다.

“다음부터 시간 낭비하지 마. 생일 같은 거 안 챙겨.”

지서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되물었다.

“생일을 안 챙기는 거예요? 아니면 나랑 보내는 게 싫은 거예요?”

하승민은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눈길은 차가웠다. 마치 그녀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

말을 마친 그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지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잘생겼지만 차가운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오늘 당신 생일인데 선물 하나 주고 싶네요.”

하승민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필요 없어.”

지서현은 웃었다. 그녀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승민 씨, 우리 이혼해요.”

하승민은 이미 계단에 한 발을 올리고 있었지만, 순간 멈춰 섰다. 그는 돌아서서 깊고 검은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