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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남자는 대화창을 내려보다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걱정돼?”

나른하고 매혹적인 그의 목소리는 일부러 그녀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서유는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기만 했다.

그윽한 눈동자에 붉은 핏줄기가 다 사라졌지만 여전히 옅은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얇은 입술에 그녀의 립스틱이 더해져 본연의 색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창백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서유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그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사람만의 특유한 향기가 몰려오자 서유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등이 차창에 부딪히자 깔끔하게 다듬어진 손끝이 그녀의 뺨을 살짝 스쳐 지나가더니 창문에 내려앉았다.

남자는 그녀를 감싸 안으며 고개를 숙였다.

“대답해.”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녀는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그의 눈빛과 마주쳤다.

반짝이는 별빛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므리고 있던 그의 얇은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

청량하고 힘찬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떨어지자 마치 마력을 지닌 것처럼 복잡했던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가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그가 그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서유는 손을 뻗어 워싱턴에 있을 때처럼 그의 뺨을 어루만지고 싶었지만 그에게 다가가던 찰나 갑자기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때, 손을 거두려는 그녀를 보고 그가 잽싸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의 볼에 살며시 가져다 댔다.

“서유, 두려워하지 마.”

그를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그를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그와 다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랑을 줄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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