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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지금 뭐라고 그랬어요?”

엄청난 비밀을 들은 것처럼 원영이 두 팔로 최민지를 흔들며 흥분해서 물었다.

“JS 그룹의 그분, 여자한테 관심 없다고 하던데, 아니에요? 어떻게 여신이 있을 수가 있죠? 게다가 그 여신이 우리 회사에 곧 임명될 CEO란 말이에요?“

최민지가 씩 웃으며 원영의 손을 툭툭 두드렸다.

“저런, 정보가 그렇게 부족해서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하시겠어요? 재벌가에서 돌아가는 일에 무지하면 대표님 사무실에서 어떻게 일하시려고 그래요.”

그러자 최민지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민지 언니가 한 수 가르쳐 주세요~”

그제야 최민지가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고 말했다.

“이 대표님이랑 우리 이사장님 따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 사이였대요. 찌라시긴 하지만, 5년 전에 이 대표님께서 청혼하셨는데 아씨가 학업 때문에 거절했대요. 그 일로 둘 사이에 문제가 약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5년 동안 연락을 끊었대요. 하지만 아씨가 귀국하자마자 이 대표님께서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갔어요. 그럼 이 대표님께서 아씨를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는지 이걸로 설명 끝 아닌가요?”

원영은 과장된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고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세상에나! 완전 로맨스 드라마 같아요!”

하지만 듣고 있던 서유는 가슴이 턱 막히며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해졌다.

이승하가 애인 계약을 앞당겨 끝냈던 이유는 그의 여신님께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면서 왜 5년 전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던 것일까?

심지어 하룻밤 자고 나서는 애인 계약을 맺자고 강압적으로 나오기까지 했었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잘 믿기지 않았다. 최민지에게 어디에서 들은 소문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대표님 전속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열렸다.

이사장의 비서 허민과 몇 명의 고위층들이 먼저 내렸고 깍듯한 태도로 허리를 숙여 엘리베이터 안을 향해 말했다.

“이 대표님, 연 대표님, 대표님 사무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명품 슈트 차림에 온몸에서 냉기를 뿜어내는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뚜렷한 오관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훤칠한 키는 우아한 기품을 한껏 돋보였다.

마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도련님같이 우아함과 냉철함을 겸비하여 압도당하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 사람이 이승하라는 걸 서유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심장이 철렁했다. 그가 왜 이온 인터내셔널에 오게 된 걸까?

그 순간, 이승하가 비스듬히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안으로 길고 뼈마디가 굵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가늘고 하얀 손 하나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손에 살짝 힘을 줘서 그 손을 붙잡고는 여자와 함께 걸어 나왔다.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서유는 이승하가 왜 그녀의 하룻밤을 사려고 했던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그의 여신님과 약간 닮아 있었다. 많이 닮았다고는 할 수 없었고 눈매가 비슷했다.

그러나 그 약간의 비슷한 부분은 서유가 현실을 인정하기엔 충분했다.

예전에 그녀는 이승하가 약간일지라도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생각 밖에도 그녀는 대체품에 불과했다.

심장이 찌르듯이 아파 왔다. 곧이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고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녀의 이상 상태를 감지한 원영이 다급하게 물었다.

“서유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서유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허민이 두 사람을 이끌고 걸어왔다.

얼른 두 눈을 내리깐 서유는 그 둘을 바라볼 용기조차 없었고 키보드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이 가늘게 떨렸다.

허민이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대표님 사무실이에요. 대표님 비서들이 일하는 곳이죠. 연 대표님께서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이곳의 직원들에게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세요.”

연지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향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여러분, 좋은 아침이에요. 저는 새로 부임한 CEO 연지유입니다.“

연지유…

그 이름을 듣게 된 서유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머릿속에서 이승하가 그녀를 안고 있던 모습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예전에 이승하는 자주 그녀의 귓가에서 낮게 읊조렸었다.

‘유…’

지금에 와서야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가 부르던 이름은 자신이 아닌 연지유였다는 것을.

서유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기다란 네일이 그녀의 살을 파고들었으나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갖고 놀다가 버렸다는 느낌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며 숨통을 조여왔고 눈물이 저도 모르게 고였다.

‘바보 같긴. 고작 이따금 보여줬던 그 부드러움에 앞뒤를 가리지 않고 그토록 사랑했다니.’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소사랑
그리고 계약까지 맺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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