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우리 공씨 가문에서 형을, 아니, 윤구주 그 자식을 상대하라고?”공수이는 그 소리에 펄쩍 뛸 뻔했고 흰 수염 늙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련님.”“젠장, 마씨 가문 사람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야? 감히 우리 공씨 가문에게 윤구주 그놈을 상대하라고?”제자백가 중 가장 큰 가문은 공씨, 맹씨, 마씨, 장씨, 그리고 반씨, 예씨, 제갈 가문이며 나머지는 그들의 뜻에 따랐다.제자백가 중 가장 강한 공씨 가문은 언제나 신비로운 존재였는데 공수이라 부르는 스님이 그런 가문의 아들이다!마씨 가문의 마자가 죽었는데 공씨 가문을 찾아오다니?“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마씨 가문은 얕봐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곤륜 지역에도 그쪽 사람들이 있어요.”흰 수염 늙은이가 말했다.“하하하! 말하지 않았으면 마씨 가문 그 쓸모없는 자식을 잊어버릴 뻔했어. 걱정하지 마!! 그놈들한테 우리 형, 아니... 윤구주 그 자식을 상대하게 해!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덤비라고!”공수이의 말을 들은 흰 수염 늙은이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공씨 가문의 아들인 상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곤륜 지역에 보내져 난가사원의 미친 수도승과 함께 수련받은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갔다.공수이가 윤구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자 흰 수염 늙은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오늘 밤 도련님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혹시 눈치채셨나요?” 흰 수염 늙은이가 갑자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모를 줄 알아?”공수이가 눈을 흘기자 흰 수염 늙은이가 싱긋 웃었다.“저 사람들은 몰래 따라다니긴 해도 하나같이 수련 내공이 낮지 않습니다. 제가 관찰한바 그들 중엔 육도 절정도 있습니다. 그러니 도련님도 조심하셔서 더 많은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이런 젠장, 내 걱정은 하지 마! 미리 말하는데 육도든 칠살이든 감히 나타나기만 하면 하나하나 목을 꺾어버릴 거야!” 공수이가 위압적인 태도로 말하자 흰 수염 늙은이가 그 말에 답했다.“도
날아간 재떨이는 당연히 이미 몸이 흐려진 늙은이를 맞히지 못했고 그는 히죽 웃더니 몸을 굽히며 공수이에게 말했다.“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러고는 조용히 사라졌다!흰 수염 늙은이가 사라진 후 공수이는 다시 소파에 누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영음 지체? 세상에, 이 속세에 영음 지체가 나타났다니 믿을 수가 없네! 젠장, 곤륜 지역의 그 노마들이 알면 큰일 나겠지? 히히, 운이 좋아서 나랑 마주쳤네! 하하하, 연예인 누나는 앞으로 이 공수이 것이라고! 이중 수련? 쯧, 생각만 해도 흥분되네.”스님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기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그날 밤 그는 꿈속에서 은설아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고 그녀와 이중 수련을 하는 야릇한 꿈까지 꾸게 되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쩐 일인지 스님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샤워를 마친 스님은 일찍 일어나 은설아를 찾으러 갔다.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은설아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면 자신은 그녀와 이중 수련을 할 수 있으니...옷을 갈아입은 스님은 더듬더듬 대스타 은설아의 방문으로 향했고 문 앞에는 경호원 두 명이 서서 은설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다.스님이 다가오자 그들이 차가운 눈빛이 이쪽으로 향했다.“여신님 아직 안 일어났어요?”공수이가 다가와 물었다.“무슨 여신님?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그중 우람한 체격의 경호원이 물었다.“어젯밤 그 연예인 누나요!”공수이가 설명하자 이 스님이 은설아를 찾고 있다는 말에 건장한 경호원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은설아 씨는 아직 쉬고 계십니다!”“엇, 아직도 안 일어났어요? 누나 좀 불러줄 수 있어요?”스님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안 됩니다.”경호원은 단번에 거절했고 그의 말을 들은 공수이는 조금 화가 났다.“정말 안 돼요?” 공수이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세요. 스님, 여기서 함부로 장난치면 안 됩니다. 안 그럼 저희도 가만있지 않아요
이토록 파격적인 장면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눈을 가린 스님이 거듭 사과했고 안에 있던 은설아는 어젯밤 스님이란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밖에서 공수이가 합장을 한 채 입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아미타불, 예의에 어긋나면 보지 말아야 하는 법, 보지 말아야 하는 법!”이런 스님의 모습을 보고 은설아는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이렇게 일찍 내 방엔 왜 왔어요?”젖은 머리를 닦으며 은설아가 다가왔고 스님은 은설아가 옷을 챙겨입은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전 여신님께서 깨신 줄 알고...”“잠깐! 여신님 말고 그냥 은설아라고 불러요.”그녀는 이런 호칭이 싫었다.“네네, 그럼 예쁜 누나라고 부를게요!”“마음대로 해요!”은설아는 이 스님이 점점 더 재밌어지는 것 같았다!“당신 이름이 공수이 맞죠? 전에 만나서 따져야 할 사람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은 찾았나요?”은설아는 소파에 앉아 공수이에게 물었다.“찾긴 했는데 그곳에 없었어요.”공수이가 중얼거렸다.“아, 그렇군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은설아가 말했다.어젯밤 스님에게 구원받은 이후부터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서울에 볼일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자신이 조금이라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히히, 예쁜 누나는 참 착해요! 하지만 이번 일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요.”“왜요?”은설아가 물었다.“그 자식은 너무 지독하거든요!”공수이는 윤구주를 떠올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래요?”“그럼요! 그 자식이 예전에 곤륜 지역에서 나를 괴롭혔어요! 심지어 내 누나도 그놈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참 나쁜 사람 아니에요?”공수이가 중얼거렸다.“음, 나쁘긴 하네요.”“다음에 그놈을 찾으면 제대로 혼내줄 거예요!”공수이가 다짐하듯 말했고 은설아는 스님이 찾으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기에 그저 웃으면서 말했다.“네, 저도 그쪽 편이에요.”공수이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응?갑자기 남자 친구가 있느냐는 스님의 질문에 은설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예쁜 누나. 그냥 아무렇게나 물어본 거예요! 불편하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공수이는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걸 깨달았다.은설아는 스님을 힐끗 쳐다보고는 잠시 후 대답했다.“저 남자 친구 없어요.”“정말요? 너무 좋네요!”은설아의 대답을 들은 스님은 그 순간 흥분한 나머지 펄쩍 뛰었고 설레는 스님의 표정을 보며 은설아는 할 말을 잃었다!‘내가 남자 친구가 없는게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하지만 이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요!”스님이 흥분한 가운데 은설아가 한 마디 덧붙이자 그 말에 한창 신이 나던 스님은 바늘로 쿡 찍은 풍선처럼 김이 샜다.그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은설아에게 물었다.“누나, 벌써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네!”이 말을 하는 순간 은설아의 머릿속에 잘생긴 외모의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를 구하고 도와줬던 남자, 바로 윤구주였다.사실 윤구주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한눈에 반해버렸지만 이 사랑을 줄곧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오늘 입 밖에 꺼낸 이유는 스님이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에 관해 이야기할 사람을 찾고 싶었다.은설아에게 이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공수이는 전혀 숨길 수 없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은설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예쁜 누나가 좋아하는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나한테 조금만 말해줄 수 있어요?”공수이는 이상했다.그의 마음속엔 이 세상에 윤씨 성을 가진 그놈을 제외하고는 자신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렇게 좋아하던 여신님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자 스님의 마음이 심란해졌다!좋아하는 남자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아름다운 눈동자를 들어 올리며 천천히 말
곧 안에서 멋진 노래가 흘러나왔다!만나지 않았다면놓치지도 않았겠죠그저 지나가는 사람이라기엔헤어져도 아쉬움이 남네요왜 우린 멀어져야 할까요쉽게 포기할 수가 없네요잊지 못하는 내 탓이겠죠뒤돌아봐도 이미 늦었나 봐요...CD 재생기에서 아름답고도 슬픈 노래가 천천히 흘러나왔다.스님은 들으면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이렇게 대단한 누나가 왜 그런 쓰레기를 좋아해요? 젠장, 대체 어떤 자식이면 예쁜 연예인 누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대요? 천하의 몹쓸 놈!”스님은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눈앞에 있는 대스타 은설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은설아가 윤구주를 위해 작곡한 노래를 들려줬을 때 그는 절망하기 직전이었다.이 노래엔 가사나 선율이나 전부 그 남자에 대한 은설아의 사랑이 가득했다.노래가 울려 퍼지자 은설아는 아름다운 눈빛으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녀는 윤구주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했다...안타깝게도 잠깐의 인연을 끝으로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생각하니 은설아의 눈꼬리에서 수정 같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예쁜 누나, 슬퍼하지 마세요! 내가 나중에 그 사람 만나면 제대로 혼내 주겠다고 약속할게요!” 스님은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은설아를 보고 더욱 화가 났다.은설아는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날 위해 나서지 말아요. 그 사람은 진짜 대단해요.”“허? 예쁜 누나 내 자랑은 아니지만 이 공수이는 태어나서 평생 누구도 무서워한 적이 없어요. 곤륜 지역에 날고 기는 천재들도 지역밖에 나타나는 노마들도 난 무섭지 않아요! 평생 딱 한 놈만 무서워했는데... 그 자식 말고는 누구든 때려눕힐 수 있어요!”스님이 기세등등하게 말하자 은설아는 그저 농담인 줄 알고 미소만 지을 뿐 말하지 않았다.“참 예쁜 누나, 혹시 술무도를 접해본 적 있어요?” 공수이가 갑자기 물었다!“술무도가 뭐예요?”은설아는 무술의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공중을 날아다니며 손가락
자신이 타고난 수련자라니?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일까.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하고 병약했다!게다가 손으로 벌레 하나 못 죽이는데 어떻게 수련자가 된단 말인가.“예쁜 누나, 내 말 믿어요! 어젯밤에 그 나쁜 놈들이 왜 누나를 납치했는지 알아요?” 공수이가 상황을 설명했다!“왜요?” 은설아가 서둘러 물었다!어젯밤에 발생한 납치 사건에 대해 그녀는 여전히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영음 성체인 당신 몸을 노린 거예요. 그래서 납치한 거죠. 다만 나와 마주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죠.” 공수이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은설아는 더더욱 어리둥절했다.“하지만...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노래와 연기 외에 무술은 전혀 접해본 적이 없어요!”“그러니 매달 복부가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는 거예요. 화산처럼 언젠가 폭발하고 말 거예요!”은설아는 자리에 굳어버렸다.‘내가 수련 지체라고? 복부의 타는 듯한 통증이 그것 때문이라고? 세상에, 이 스님 말이 과연 진짜일까?’“예쁜 누나, 걱정하지 말아요! 자, 내가 주는 단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스님은 말하면서 낡은 가방 속 도자기 병을 꺼내더니 안에서 손톱만 한 배원단 한 알을 꺼냈다.스님이 이상한 단약을 꺼내자 은설아는 의아한 듯 물었다.“이건 뭐죠?”“배원단이라고 제 스승님이 제련한 거예요. 무술가들의 기를 바로잡는 데 아주 유용하죠! 일반인에게는 더욱 유용하고요. 예쁜 누나가 이 단약을 먹으면 복부에 타는듯한 통증이 앞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스님은 은설아에게 손에 든 단약을 건네며 말했고 그가 건네준 약을 보며 은설아는 솔직히 망설여졌다!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약이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예쁜 누나. 전 절대 당신을 해치지 않을 테니까 마음 놓고 먹어요.”스님은 은설아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이렇게 설득했고 은설아가 스님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상대방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고 자신을 속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당신을 믿
돈킹 호텔 60층 복도에서 십여 명의 경호원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잔혹하게 죽어있는 그들은 상대의 손아귀에 심장이 부서졌다.그리고 통로 한쪽 끝에는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유령처럼 서 있었다.“나씨... 그 여자가 여기 있나?”질문을 던진 이는 목소리가 갈라진 늙은이였고 그의 얼굴은 어두운 채 눈꼬리에 핏빛 붉은 자국이 얼굴 모서리까지 이어져 매우 끔찍해 보였다!나 씨라 불리는 남자는 시들어버린 좀비 같은 몸을 지닌 채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래. 쯧쯧,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영음 성체인데 염군 나리가 원하지 않는다니, 너무 아깝지 않나. 오늘 저 여자를 손에 넣으면 우리 둘이 제대로 즐기자고, 어때?”추악한 얼굴에 혈점을 지닌 노인이 음산하게 말했다.“좋아!”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유령처럼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은설아의 방에 도착했다.알고 보니 두 사람은 어젯밤 어둠 속에서 나타난 유명전 강자들이었다!두 노마가 문 앞에 도착하자 경호원 두 명이 문 앞에서 기절해 있었고 놀랍게도 호텔 객실 문은 열려 있었다!마치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이!이 장면을 본 얼굴에 혈점을 가진 노인의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이상해.”“나씨... 조심해!”반면에 시든 좀비처럼 생기고 나 씨 성을 가진 남자는 콧방귀를 뀌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번쩍이며 방으로 들어갔다!큰 프레지던트 스위트룸 안으로 들어선 둘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스님을 보았다!공수이!그곳에 앉아있던 공수이가 싱긋 웃는 얼굴로 유명전 노마 둘을 바라보았다.그는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냥 앉아만 있었다.“또 그 스님이야?”공수이를 보자 얼굴에 혈점이 있는 노인이 먼저 놀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더러운 자식들이 올라오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한참 기다렸잖아!”공수이가 웃으면서 말했다.“뭐? 우릴 기다렸다고?”얼굴에 혈점을 가진 노인이 소리를 질렀다.“물론이지. 아니면 내가 왜 여기 앉아 있겠어?”공수이의
주먹에 맞아 호텔 벽을 박살 내고 얼굴에 피투성이가 된 사상 절정 노인은 이 스님이 이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는 연달아 피를 토해내고 땅바닥에서 일어났다.조금 전까지 오만했던 태도는 곧바로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어쩔 수 없다.조금 전 비록 온 힘을 다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그 스님의 주먹은 정말 천상의 힘이었다!쿨럭-그의 입에서 한 줌의 피가 흘러나왔다.“젠장, 저 대머리가 왜 이렇게 힘이 세? 정말 염군 말대로 절대 건들면 안 되는 사람인가?”혈점 박힌 노인은 문득 나사 염군이 떠날 때 했던 말이 떠오르며 후회가 밀려왔다.한편 공수이는 주먹으로 혈점을 지닌 절정 노인에게 다치게 한 후 두 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욕설을 퍼부었다.“늙은 놈, 계속해 봐! 날 대머리라고 욕하고 싶지? 자자자, 내가 오늘 너 어떻게 제압하는지 두고 보라고! 젠장, 가만히 서서 뭐 해? 왜, 무서워?”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스님 앞에서 불쌍한 혈점 노인은 감히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어쩔 수 없다, 이기지 못하니까!좀비처럼 말라비틀어진 사상 절정이 스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욕설에 참지 못하고 나섰다.그들은 무려 사상 최강 절정이었고 게다가 유명전 제4명부에서 내로라하는 고수였다.오늘 그들은 백 년이 걸려도 보기 드문 영음 성체인 은설아를 데리러 왔고 그 몸을 얻으면 남은 인생 내공을 쌓아 수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이것이 두 사람이 나사 염군의 말을 듣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곳에 온 진짜 이유였다.두 손을 흔들자 자욱한 시체 냄새가 말라깽이 절정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왔고 동시에 갈래갈래 코를 찌르는 녹색 독가스가 스며 나왔다.알고 보니 그는 주술사였다!“식사술!”말라깽이 남자의 손 사이로 요란하게 뻗어 나온 녹색 가스가 한 마리 녹색 독사로 변했다. 3미터가 넘어 보이는 독사의 몸에서 지독한 녹색 독가스가 뿜어져 나왔다.“가라!”말라깽이 남자가 오른손으로 가리키자 초록 독사가 울부짖으며 공수이를 향해 날아갔다!혈점 노인을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