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939화

Penulis: 김원호
남아 있는 로얄 특수부대 대원들은 영진 장원에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윌리엄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왕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설윤 공주는 미리 그에게서 청산가리를 받아 두었다. 저택이 함락되면 그녀는 즉시 독약을 삼킬 작정이었다.

쾅!

이 긴박한 순간, 귀청을 찌르는 천둥소리가 섬 상공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바다에서 폭풍이 일더니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폭풍우로 인해 저택 내부에서는 외부의 상황을 전혀 관측할 수 없었다. 무전기에서는 끊임없이 병사들의 비명만이 들려왔다.

“공주님, 마지막 순간이 왔습니다. 흑해골 특수부대의 수가 너무 많아요. 우리 병사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윌리엄은 가슴에 십자표를 긋고 나서 공주를 마지막으로 깊게 바라보고 결연히 방을 나서서 마지막 전투에 참여했다.

영진 장원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찢겨 나간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흑해골들이 이미 저택을 완전히 포위한 상태였다.

살아남은 10여 명의 특수부대원이 저택 내부로 후퇴해 윌리엄과 합류했다.

윌리엄과 만난 병사들은 이미 멘탈이 무너져 더는 전투에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떤 병사들은 바닥에 웅크린 채 머리를 부여잡고 울고 있었으며 심지어 정신이 나간 사람도 있었다.

윌리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정예 병사들은 그를 따라 공주를 호위하며 헨드리를 탈출할 때부터 미리 유서를 써둔 죽음을 각오한 자들이었다.

이번 임무도 자원으로 참여한 병사들이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만났기에 이 모양이 된 것일까?

“윌리엄 경, 그들은 신이었습니다. 진짜 신이 나타났어요.”

한 병사가 비틀거리며 외쳤다.

공포에 질려 있는 그들의 말속에서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어떤 존재가 그들을 학살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특수부대의 무기는 그들에게 전혀 효과가 없었고 상대는 맨손으로 야수처럼 그들을 찢어버렸다고 한다.

윌리엄은 커튼을 걷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흑해골 특수부대가 이미 저택을 포위한 상태였고 정원 중앙에 누가 서 있었다.

핏빛 같은 붉은 눈동자가 윌리엄을 향했고 단 한 번의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구주, 왕의 귀환   제1940화

    현대 문명에서 가장 으뜸으로 뽑히는 무기들이 이 남자에겐 장난감 같아 보였다. 총알들은 마법처럼 멈춰 버렸고 완전히 무력화되었다.“아악!”윌리엄은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한편, 굉음과 함께 천둥이 연속으로 울려 퍼졌고 사나운 폭풍우는 점점 더 거세졌다.이 비바람 속에서 한 대의 수상비행기가 영진 장원이 있는 섬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냉철한 얼굴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주작, 침착하게 지도를 살피는 현모, 느긋하게 뒤에 앉아 있는 윤구주 그리고 미친 듯이 문을 열어젖히며 거칠게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광전사 백호가 비행기에 있었다.“시끄러워, 좀 닥쳐.”윤구주는 짜증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비행기에 있는 내내 백호는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냥 사람 하나 구하러 가는 건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건지.“저하! 이 분위기 어때요? 하늘도 이 무시무시한 백호의 위엄에 벌벌 떨고 있잖아요.”백호는 큰소리로 웃으며 윤구주에게 튀어나온 가슴근육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윤구주는 할 말을 잃었다.백호의 말이 끝나자 비행기 안은 찬물을 뒤엎은 듯 조용했다.백호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죄 짓은 아이처럼 조용해졌다. 그가 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윤구주가 일어나더니 백호의 엉덩이를 세게 걷어찼다.“꺼져! 이 미친놈아. 네 힘으로 헤엄쳐 가서 아사 신전의 가짜 신들을 박살 내 버려.”퍽!윤구주의 강력한 발길질에 백호는 비행기에서 차여 나가 거친 바닷속으로 떨어졌다.“저하, 이제 백호를 해방해 주셨군요.”현모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됐어. 시끄럽게 입만 살아서 진절머리 나게 하더라. 알아서 일하게 놔둬.”윤구주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에 백호로 실험을 했을 때 성수의 피를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뒤로 그가 더 미쳐버렸다.하지만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백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윤구주가 백호의 미친 기질을 고칠 방법을 고민하던 그때...한편,

  • 구주, 왕의 귀환   제1941화

    독약을 삼키려던 설윤 공주는 윌리엄의 비참한 비명 소리를 듣고 권총을 움켜쥔 채 방에서 급히 뛰쳐나왔다. 그녀는 남자를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총알이 바닥 날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지만 모든 총알은 마법처럼 공중에 멈춰 버렸다.“오호? 헨드리의 빛나는 보석이로군. 역시 미인이야.”신이라 자칭하는 자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총알을 피해 설윤에게 다가갔다.“공주님!”윌리엄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필사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신이 팔을 휘둘러 그를 날려버렸다.“여기 온 목적은 공주님 때문이었지. 우리 야신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너희들은 힘을 아껴뒀다가 흑해골 특수부대와 신나는 싸움을 하라고. 하하!”신이 공주에게 손을 뻗는 순간 갑작스러운 충격과 함께 천장이 찢어지며 한 거대한 그림자가 빛처럼 빠르게 공주가 있던 방안으로 추락해 들어왔다.공주가 방 안에 없음을 확인한 그 남자는 강철로 만들어진 문을 주먹으로 한 방에 박살 내 버렸다.“뭐야?”갑작스럽게 등장한 압도적인 존재에 신도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아군인가? 하지만 이 불길한 기운은 뭐지?”신은 희미한 조명 아래서 그를 살펴보았다.그 남자는 동양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고 그의 그림자는 마치 한 마리 거대한 용이 저택을 압도하는 듯 커다랗게 드리워졌다.“부성국 사람인가? 이런 젠장. 누가 널 보낸 거야?”신이 소리쳤다.“뭐라고?”부성국 사람이라는 말에 윤구주는 어이없어했다.“내가 부성국 사람으로 보이냐? 눈이 필요 없으면 버려도 돼. 공주는 내가 접수한다. 너희들은 이제 죽어도 좋아.”윤구주가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개자식. 너 화진 사람이지. 화진 놈들은 언제나 이렇게 죽음을 재촉하더라.”분노에 찬 신은 한 손에 번개를 다른 손에는 거대한 불길을 일으키며 윤구주를 향해 공격했다.쿵!엄청난 폭발이 윤구주의 가슴에 닿자 신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하!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건 화진 놈들이지. 하찮은 인간이 감히 신에게 맞서다니.”“신?

  • 구주, 왕의 귀환   제1942화

    “이게 무슨 예의 없는 행동인가? 내가 너희를 구해줬어. 안 그랬으면 너희들은 평생 정신병원에서 살았을 거야.”윤구주가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러다 갑자기 이들이 자신의 화진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당신은 대체 누구죠? 공주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 그분은 우리 헨드리의 공주님이에요. 화진도 아까 그 나쁜놈들처럼 기회를 노리는 겁니까?”윤구주가 외국어에 능통한 주작을 불러오려던 찰나 윌리엄이 화진어로 물었다.“그쪽은 화진어를 유창하게 잘하는군. 어라? 어디서 본 것 같은데.”윤구주는 의아한 표정으로 윌리엄을 유심히 관찰했다.“아. 생각났다. TV에서 봤어. 내 기억이 맞았다면 그쪽은 헨드리의 유명한 스파이 영화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지?”윤구주는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영화 재밌게 봤어. 꽤 잘 만든 것 같더라.”이 말에 윌리엄의 경계심이 살짝 누그러졌다. 그는 이 미스터리한 남자의 정체를 묻고 싶었다.도대체 누구길래 그 신마저 벌벌 떨게 했는지.‘설마 화진에도 진짜 신이 존재하는 건가?’윌리엄도 윤구주의 얼굴이 낯익다는 걸 느꼈다.“저도 그쪽을 TV에서 본 적 있어요. 설마 당신이 바로 화진의 구주왕인가요?”로얄 특수부대원들은 화진어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구주왕이라는 단어는 알아들었다. 윌리엄의 말을 들은 특수부대원들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이 전설적인 동양인을 바라보았다.“윌리엄 경, 확실해요. 저분이 세계를 뒤흔든 화진의 군신 윤구주입니다.”“맞아요. 얼마 전 북라국에 전쟁을 선포할 때 세계 방송에 나왔던 그분이에요.”“그래. 바로 내가 그 구주왕이야. 근데 내가 외국에서도 유명해? 날 영웅처럼 쳐다보는 것 같은데.”윤구주는 백옥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근데 구주왕이 어떻게 이곳에...”윤구주의 신원이 확인되었지만 그의 의도를 몰랐기에 윌리엄은 쉬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화진이 왜 갑자기 개입한 거지?’“흑해골 특수부대가 돌격해 옵니다.”“전투 준비.”로얄 특수부대원들이

  • 구주, 왕의 귀환   제1943화

    윌리엄은 이 말을 듣고서야 공주가 청산가리를 가져갔던 사실을 떠올렸다.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윤구주는 화진에서 의술이 뛰어나다고 유명했다.윌리엄은 윤구주가 공주를 진찰하도록 길을 비켜줬다.중독 여부는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설윤 공주는 다행히 독을 먹지 않았다“문제없어. 그냥 피로와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 기절일 뿐이야. 곧 깨어날 거다.”설윤 공주가 문제없음을 확인한 윤구주는 당당하게 그녀를 안아 들었다.이 노골적인 행동에 윌리엄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젠장... 신도 순식간에 증발시킨 구주왕을 막을 순 없어.”그는 윤구주가 곤륜의 놈들과 같은 패거리가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밖에서 총알이 바닥이 난 흑해골 특수부대는 군도를 들고 현모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그들은 약물 개조를 받은 슈퍼 전사들로 전투술의 달인들이었다. 하지만 화진의 군신 현모 앞에서 이 슈퍼 전사들은 아무것도 아니였다.인간을 상대로 할 때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현모를 마주할 때는 달랐다.현모는 맨손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의 강철 같은 주먹이 떨어질 때마다 개조된 육체는 찰흙처럼 찌그러졌다.피범벅이 된 시체들이 마구 널브러져 있었다.슉!주작도 행동에 나섰다.“화진 제일의 킬러가 직접 처리해 주마.”그녀의 신출귀몰한 움직임은 눈으로 좇을 수 없었고 흑해골 병사들은 자신의 팔다리가 토막 나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로얄 특수부대가 공포에 떨던 흑해골 부대는 그 두 사람을 상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살해당했다.500명의 정예 병력이 10분도 안 되어 전멸했다.“이게 화진의 힘이냐?”로얄 특수부대원들은 입이 떡 벌린 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더욱 불가사의한 것은 저택 안의 비는 그쳤는데 밖은 폭우가 더 거세졌다는 사실이었다.흑해골 특수부대를 해결한 뒤 주작은 교섭을 위해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화진 정보 부문의 수장으로 외국어에 능통했기에 윤구주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었다. 현모는 저택을 지키며 외부

  • 구주, 왕의 귀환   제1944화

    “그쪽이 바로 주작이군요。”주작의 이름을 들은 윌리엄의 눈빛이 반짝이었다. 분명히 그도 주작의 명성을 익히 들었던 모양이다.“맞아요.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합시다. 북라국 전쟁은 우리 구주왕의 지휘하에 승리를 거두었고 북라국은 이제 우리 화진의 부속국이 되었습니다. 구변산 전투에서는 신계의 빙황을 처단해서 남북 조정을 모두 떨게 했죠. 이번에 우리가 헨드리로 온 이유는 아사 신족을 소탕하기 위함입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이쯤 되면 저희 의도를 이해하셨죠?”주작은 과도한 설명 없이 간결하게 입장을 전했다. 그녀의 말에는 은근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윌리엄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헨드리와 손을 잡자는 뜻이었다.“협력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들이 원하는 게 단순한 협력만은 아닐 거로 생각합니다.”윌리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작은 반박하지 않고 없이 받아쳤다.“정말 그렇다 해도 지금 헨드리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지금의 화진은 100년 전과 다릅니다. 헨드리는 화진 국문을 깨고 독약으로 수많은 백성을 해쳤으며 화진을 약탈했죠. 지금 저희가 복수를 해도 당연한 일입니다. 협력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는 그쪽의 자유지만 대답하기 전에 잘 생각해 보세요. 저와는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저하께서 직접 나선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주작이 뒤를 돌아보자 윤구주는 또다시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윌리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이 자들은 분명히 악마다.“내가 옛날 일을 들먹이는 성격은 아니오. 우리 화진은 늘 덕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는 법이지. 협력해 주면 좋고 하지 않으면 나도 방법이 없지.”윤구주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이번 작전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니 헨드리가 방해한다면 먼저 헨드리를 정리한 뒤 아사 신족을 섬멸하겠소.”바로 이때 로얄 특수부대원이 급히 보고했다.“함대와 연락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지금 화진 함대와 합류했고 이미 헨드리 해역에 진입해 있습니다.”이 소식을

  • 구주, 왕의 귀환   제1945화

    윌리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윤구주는 화진을 대표할 수 있었지만 윌리엄은 헨드리를 대표할 수 없었다.“괜찮다. 일단 왕실과 협력하는 것으로 하고 헨드리 문제는 내가 처리하겠다.”윤구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그의 대답을 들은 윌리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오늘 밤 화진의 구주왕이 없었다면 설윤 공주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윌리엄은 그제야 해역에 디크스의 함대가 여전히 정박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구주왕님, 여긴 아직 위험합니다. 디크스의 함대가 포격을 시작하면 저희 모두 탈출할 수 없게 됩니다.”윌리엄이 초조한 목소리로 외치자 주작은 비웃는 눈빛으로 이를 받아쳤다.‘대포 따위가 저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놈들이 금기를 쓴다 해도 저하께서 전부 막아내실 것이다.’“이미 사람을 보냈으니 걱정하지 마라. 백호가 아직 일을 끝내지 못한 모양이군. 주작, 함대 쪽을 확인해 봐라. 그리고 우리가 탈출할 때 필요하니 함대를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게 주의해.”명령을 받은 주작은 즉시 함대 방향으로 사라졌다.한편, 기절했던 설윤 공주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공주님!”윌리엄과 로얄 특수부대원들이 감격에 차 공주를 둘러쌌다.“윌리엄 경, 모두 무사하신가요? 방금 무슨 일이었죠? 그 화진 사람은 정말 무서웠어요.”조금 전의 기억을 되짚는 공주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혔다.“네? 제가 그렇게 무섭게 보였나요? 저 윤구주는 부드러운 사람이에요.”소파에 앉아 홍차를 마시던 윤구주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왕실의 고급 디저트를 먹으며 흥미진진하게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외국어로 된 책은 못 읽으니 결국 그림이 많은 동화책을 꺼내 들었다.그 목소리를 들은 설윤이 조심스레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정교한 턱시도를 입은 청년이 조용히 앉아 동화책을 읽으며 디저트를 즐기는 평온한 모습이 그녀 눈에 들어왔다. 이는 전쟁으로 엉망이 된 저택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이상하게도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 윤구주는 단지 조용히 책을

  • 구주, 왕의 귀환   제1946화

    설윤은 윤구주의 손을 잡고 강제로 악수를 했다.“저는 이자벨라 설윤입니다. 전 윤구주 씨를 정말 존경해요. 사해에서 10개국이 윤구주 씨를 포위했을 때 어떻게 살아남으셨나요?”그녀의 물음을 들은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 헨드리 공주가 그 사건까지 알고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동시에 사해 사건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었기에 약간 어색했다.윌리엄도 윤구주의 어색함을 눈치챘다.‘화진의 구주왕도 긴장할 때가 있구나.’“공주님, 사해의 10개국 무술 고수들은 구주왕님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윤구주님이 곤경에 처한 것은 믿었던 여인에게 배신당했기 때문이었죠.”윌리엄이 설명했다.헨드리 정보부의 에이스였던 윌리엄은 사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창피한 일이니 그만합시다. 저 윤구주가 그렇게까지 비참했던 적이 없었어요.”윤구주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아니 그게 왜 창피한가요? 그것은 윤구주 씨 탓이 아니에요. 오히려 윤구주 씨가 사랑에 얼마나 충실한 사람인지 증명해 주는 거죠.”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윤구주를 변호했다.윤구주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모습은 마치 윤구주의 광팬같아 보였다. 윤구주가 무슨 잘못을 하든 그의 편이 되어줄 것 같았다.윤구주는 일어서서 정식으로 설윤과 악수하며 말했다.“공주님이 헨드리의 보배로 불리는 이유가 있군요. 사해 사건에 대해 다른 이들은 영웅도 미인관을 넘지 못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공주님의 눈에는 그것이 오히려 제가 사랑에 얼마나 충실한 사람인지 보여주는 증거로 보이는군요. 아마 공주님도 순수하고 순진한 성품을 지니신 모양입니다. 우리는 같은 사람들이군요. 전하를 만나게 된 것은 제 영광입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설윤의 얼굴이 붉어졌다.윌리엄은 그의 말에 놀랐는지 입을 딱 벌렸다. 구주왕은 화진의 군신이자 신계의 사신이라 분명 피도 눈물도 없는 무시무시한 인물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이렇게나 평온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니.“왜 그러시오? 예상했던 것과 달라서? 자네

  • 구주, 왕의 귀환   제1947화

    영진 장원이 위치한 섬의 해역.이곳에는 세 척의 함선으로 구성된 함대가 정박해 있었다.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바다에는 거친 파도가 일렁였지만 세 척의 함선은 흔들림 없이 바다 위에 떠 있었다.이 이상한 현상은 배속의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었다.마치 유령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불길한 분위기였다.삼척의 함선을 뒤덮은 흉악한 살기에 선원들은 공포에 질려 하느님께 안전을 빌며 기도했다.주력함에서는 어떤 선원이 무서운 기세에 눌려 바닥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간간이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긴장시켰다.쿵!아사 신전의 반신 한 명의 반 토막이 난 시체가 함교를 뚫고 피 웅덩이를 남기며 갑판에 떨어졌다.얼마 후, 아사 신전의 야신이 강력한 힘에 이끌려 갑판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야신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예전의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얼굴은 백지처럼 창백해졌고 오른팔은 잔인하게 뜯겨나간 상태로 피부와 근육이 덜렁거리는 참혹한 모습이었다.야신은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둠의 그림자가 먼저 갑판을 덮으며 함선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제길... 화진의 군신 백호가 이렇게 강할 줄이야. 빙신전이 널 잡아갔다는 소문이 가짜였나?”야신은 이를 악물고 신음했다.상처의 고통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그의 몸은 멈출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특히 그 흉악한 살기가 감싸올 때마다 더욱 심하게 떨렸다.“아사 신전 놈들은 머리가 나쁜가 보지? 아, 맞아. 우리 왕이 종말산에서 너희를 속였지. 이제 너희는 빙신전을 믿지 않겠지. 빙신전 멍청이들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을 거야. 솔직히 말해주지. 빙신전 황자의 제자 목신은 이미 죽었어.”백호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입가의 피를 핥았다.“뭐? 목신이 죽었다고? 그럼 그의 스승 빙황도 너희가 죽인 거야?”이 소식을 들은 야신의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럴 리 없어. 빙황은 신계의 황자다. 빙신의 제자 목신은 곤륜 500년 만에 나타난 천

Bab terbaru

  • 구주, 왕의 귀환   제2036화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 구주, 왕의 귀환   제2035화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 구주, 왕의 귀환   제2034화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 구주, 왕의 귀환   제2033화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