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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Author: 김원호
두현무는 말을 마친 뒤 그들과 함께 돌아갔다.

차에 탄 두현무는 차 안에 있던 임진형이 사라진 걸 보았다.

“음? 임 부장님은?”

두현무가 궁금한 듯 묻자 앞에 있던 부하가 서둘러 대답했다.

“임 부장님은 도망치셨습니다.”

“뭐라고? 도망쳤다고?”

두현무는 황당했다.

“네, 조금 전 임 부장님은 무슨 이유에선지 미친 사람처럼 귀신을 봤다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셨습니다. 저희가 불러도 아랑곳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부하의 말에 두현무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임진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비록 음흉하고 여자를 밝혔지만 정치질만큼은 남들보다 월등히 잘했다.

게다가 그는 현재 후방지원부대의 부부장이었다.

국방부의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그가 겁에 질려서 도망쳤다니?

게다가 귀신을 봤다고?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먼 곳을 바라보던 두현무는 고개를 돌려 용인 빌리지를 보았다. 그는 왠지 갈수록 이 일이 윤구주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됐어. 여긴 좀 이상해. 우리는 얼른 떠나는 게 좋겠어.”

두현무가 말했다.

“둘째 도련님, 김 노파의 복수는 하지 않는 겁니까?”

이때 팔이 부러진 자서와 해저가 함께 입을 열었다.

“복수? 너희들 실력으로 복수할 수 있겠어?”

두현무가 일침을 놓았다.

5품 대가인 자서는 그 말을 듣자 수치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사실이었기 때문에 치욕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용인 빌리지 안.

한 남자가 뒷짐을 진 채로 산허리에 서서 마치 왕이 천하를 내려다보듯 두현무 등 사람들이 떠나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두씨 일가라.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곧 세상에 알려지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뒤 윤구주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

소씨 저택.

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진 뒤 소청하는 무척 즐거워했다.

지금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딸이 곧 결혼한다고, 그것도 윤구주와 결혼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의 행동에 이웃들뿐만 아니라 천희수마저 그가 미친 건 아닐지 의심했다.

천희수는 소청하가 왜 갑자기 달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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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구주, 왕의 귀환   제396화

    화진의 수도, 서울.이곳은 화진의 정치, 금융 중심으로 세계 최대의 무역 중심지였다.이곳에는 부자들과 권력가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쉽게 설명하자면 지하철을 타도 어느 정치가의 발을 밟을 수 있을 정도였다.서울의 서진.그곳에는 엄청난 궁전들이 있었다.그 궁전들은 기세가 웅장하고 아주 드넓었다.그곳이 화진에서 가장 유명한 국방부 최고사령부라는 건 서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화진에서 육해공 3군 모두 최고사령부의 지휘에 따랐다.화진 국방부의 왕이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멀리서 궁전들을 바라볼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우뚝 솟은 9개의 거대한 기둥이다.기둥은 각각 수 미터의 너비에 그 위에는 금룡이 조각되어 있었다.화진에서는 9와 용을 숭상한다.9개의 용이 조각된 거대한 기둥은 궁전들의 최전방에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기세가 산천을 삼키고 천하를 뒤흔들 듯했다.9개의 기둥 뒤에는 웅장한 기세의 궁전이 있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구주전이었다.이 전당은 당시 화진의 왕, 구주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구주전은 십여 명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안이 텅텅 비어 있었다.과거 구주전은 최고 기밀 기지인 사령부였다.이곳에서는 5미터마다 실탄을 장착한 경위들을 볼 수 있었고 이 경위들은 모두 무사급 이상이었다.무도 실력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 특전사 이상의 총기 전문가였다.그리고 이 궁전들의 최후방에는 아주 특별한 전당이 있다.그곳은 다른 궁전들보다 훨씬 더 높고 사치스러웠다.금사남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에는 아주 커다랗게 이황전 세 글자가 조각되어 있었다.그곳은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의 궁전이었다.옛 왕은 세상을 떴고 새로운 왕이 세상을 다스린다.현재 이황왕은 화진의 4대 고대 무술 가문 중 하나인 문씨 가문의 딸 문아름이었다.그녀는 지난 100년 동안 화진에서 처음 나온 국방부의 여왕이었다.그리고 한때는 구주왕의 약혼녀이기도 했다.지금 이 순간, 이상하게도

  • 구주, 왕의 귀환   제397화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그녀의 몸에서 발산되던 금빛은 수련에 따라 점차 희미해졌다.그러다 마침내 그녀의 가냘픈 몸이 격렬하게 떨렸고 온몸을 뒤덮었던 금빛은 마치 쫓기기라도 한 듯 펑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문아름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 위태롭게 숨을 쉬었다.“역시 수련할 수 없는 건가?”문아름은 실망스러운 듯 말했다.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그녀는 고개를 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아름아, 내가 그랬잖니? 이 신공은 비록 천하제일이지만 너한테는 맞지 않는다고 말이야. 이건 아무래도 그의 신공이니까.”이때 밀폐된 암실에서 갑자기 희미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그것은 안개 같기도, 혼령 같기도 했다.검은 그림자 너머 노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으나 그의 외모는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문아름은 그 노인이 나타난 순간, 당황하지 않고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 이 구양진용결은 정말 그만 수련할 수 있는 건가요?”‘그’를 언급하자 문아름의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 신공은 신급 경지에 다다른 내공을 근간으로 할 뿐만 아니라 그 영패의 현오심법을 보조로 해야만 수련할 수 있어. 당시 이 신공은 곤륜에서 흘러나왔는데 나조차도 그 오의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정말로 이 신공을 수련할 생각이라면 잃어버린 영패를 손에 넣는 수밖에 없어.”그 말을 들은 문아름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걸렸다.“영패요? 그 영패는 이미 그의 시신과 함께 죽음의 바다에 가라앉았어요.”그 말을 할 때 문아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노인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한 거냐?”“아뇨, 아니에요!”문아름은 서둘러 고개를 가로저었다.“당황할 필요 없다. 그냥 말해본 거니까. 사실 네가 그를 잊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지. 어쨌든 그와 같은 왕은 이 세상에 몇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우리 문씨 가문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그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너도 반드시 그를 잊어야

  • 구주, 왕의 귀환   제398화

    노인이 떠난 뒤 문아름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아름다운 두 눈을 꼭 감았다.“구주 오빠, 우리 평생 함께하자!”“구주 오빠, 무술 가르쳐줘!”“구주 오빠, 사랑해. 난 오빠랑 같이 이 세상의 풍경을 보고 싶어. 평생 내 곁에 있어 줘야 해...”지난 추억들이 영화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갔고 어느샌가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려 마침내 그녀의 백옥 같은 흰 팔 위로 떨어졌다.차가운 눈물 한 방울을 바라보며 문아름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나 팔을 털자 별안간 그녀의 온몸에서 악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그 순간, 조금 전의 부드럽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무자비한 기운이 감돌았다....같은 시각, 국방부 입구에 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왔다.차가 멈추고 누군가 허둥지둥 차에서 내렸다.자세히 보니 그는 며칠 전 강성에 갔었던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었다.임진형은 그날 윤구주를 본 뒤로 완전히 겁에 질려서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하루 종일 끼니조차 챙기지 못하고 돌아온 그는 곧장 국방부로 돌아왔다.국방부 입구에 도착한 뒤 임진형은 미친 사람처럼 국방부 대문을 향해 돌진했다.“누가 감히 국방부에 난입하려고 해?”분노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입구에 있는 네 명의 실탄을 장착한 국방부 경비원이 임진형을 향해 새까만 총구를 겨누었다.“난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다. 급한 용무가 있어 왕을 뵈어야겠다!”임진형이 숨을 헐떡이며 서둘러 품속에서 자신의 후방지원부대 영패를 꺼냈다.경비원들은 영패를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왕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폐관 수련하는 동안은 아무도 방해하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무단 침입자는 죽이라고 하셨습니다.”“급한 일이라고! 아주 큰 일이란 말이다! 시간이 지체되어 왕께서 죄를 물으신다면 너희 모두 죽게 될 거다.”임진형이 매섭게 소리쳤다.국방부 경비원들은 그 말을 들은 후 망설이는 눈빛으로 임진형을 바라보았다.그

  • 구주, 왕의 귀환   제399화

    “그저 급한 일로 저하를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강성에서 죽은 사람을 봤다고 했습니다. 죽었어야 했는데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그 말에 문아름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죽은 사람?”그녀는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들어오라고 해.”“네!”잠시 뒤 임진형이 들어왔다.이황전 입구에 도착했을 때, 임진형은 검을 안은 채로 이황전 입구에 앉아있는 초췌한 남자를 보았다.남자는 두 눈을 감고 마치 바위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그를 본 순간, 임진형은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그는 검을 품은 사내를 쳐다볼 용기조차 없어서 급히 그를 피해서 에둘러 돌아가 이황전 안으로 들어갔다.웅장하고 장엄한 이황전 안에는 경국지색의 여자가 조용히 앉아있었다.그녀는 이황왕 문아름이었다.임진형은 궁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그녀를 보았다.임진형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임진형, 저하를 뵙습니다!”문아름은 덤덤한 얼굴로 그를 힐끗 보았다.“일어나시죠. 말해봐요, 왜 갑자기 서울로 돌아온 거죠?”임진형이 서둘러 말했다.“저하, 급한 용무가 있어 빨리 저하께 보고하려고 서둘러 돌아왔습니다.”“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급한 거죠?”문아름이 물었다.임진형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저하, 제 말에 절대 놀라셔서도, 화를 내셔서도 안 됩니다. 이 일은 정말 큰 일입니다.”“하하.”문아름은 웃었다.그녀의 미소는 모두를 홀릴 듯했지만 그녀의 웃음 속에는 살의가 숨겨져 있었다.“말해보세요. 무슨 일이길래 내가 놀랄 거로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네요.”임진형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에야 말했다.“저하, 저는 강성에서 죽었어야 할 사람을 봤습니다.”“그가 누군가요?”문아름이 물었다.“구주왕입니다.”임진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국방부에서 금기시되는 이름을 내뱉었다.“뭐라고요?”그 말에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던 문아름이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폈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섬뜩한 살기가 번뜩였다. 그녀는 눈

  • 구주, 왕의 귀환   제400화

    임진형은 눈앞의 새로운 왕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새로운 왕을 정할 때 국방부의 한 중장이 문아름은 왕의 자격이 없다고 직언했었다.소문에 의하면 그 중장은 다음 날 바로 머리가 잘리고 오장육부가 전부 파인 채 가죽만 집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임진형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면서 서둘러 대답했다.“네... 네!”곧이어 임진형은 강성에서 윤구주를 보았던 일을 곧이곧대로 얘기했다.그는 두씨 가문에서 두나희를 데리러 갔다는 것도, 윤구주가 용인 빌리지에 있었다는 것도 전부 얘기했다.줄곧 안색이 좋지 않던 문아름은 그 얘기를 듣더니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그가 확실해요?”임진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확실합니다! 틀림없습니다! 당시 저는 후방지원부대에서 잡일이나 맡았지만 그를 자주 보았습니다. 게다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왕의 기운은 정말로 남달랐습니다. 그래서 전 그가 확실하다고 장담합니다!”그 말에 문아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가 살아있다고? 진짜일까? 그는 우리 문씨 일가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기린화독에 당했고 심지어 10국의 신급 강자들에게 공격받아 죽음의 바다에 빠졌는데 살아있을 리가.’그러나 생각을 바꾼 문아름은 곧바로 마음이 일렁였다.‘하지만 그는 왕이었어. 화진의 최강자이기도 했지. 이 세상에 기린화독에 당한 채로 14명의 신급 강자와 죽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그밖에 없을 거야.’문아름은 윤구주의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렸다.그는 한때 무적이었다.문아름은 별안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제부터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아요. 만약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서 내게 들킨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알고 있죠?”문아름의 매정한 목소리가 임진형의 귓속을 파고들었다.임진형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문아름은 아름다운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윤구주, 정말 살아있는 거야? 부디 날 실망하게 하

  • 구주, 왕의 귀환   제401화

    “게으름뱅이네. 알겠어. 이 일은 전부 나한테 맡겨!”소채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결혼식 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전부 자신의 태블릿에 적었다.다 기록한 뒤 소채은은 태블릿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야, 나 지금 엄청 중요한 거 물어볼 거거든? 제대로 대답해야 해!”“응, 얘기해.”윤구주가 말했다.“알겠어. 그럼 물을게. 나 만나기 전에 여자 친구 사귄 적 있어? 좋아하는 여자는 있었어?”그 질문에 윤구주는 당황했다.그는 소채은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다. 윤구주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구주야, 왜 대답하지 않는 거야? 설마 예전 일들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래?”윤구주가 대답하지 않자 소채은이 물었다.“아니.”윤구주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그럼?”소채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윤구주를 향했다.“채은아, 솔직히 얘기할게. 난 예전에 확실히 여자가 있었어.”윤구주의 대답에 소채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지만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그녀는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계속 얘기해 봐.”윤구주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난 사실 그녀에 관한 일은 거론하고 싶지 않아. 그 여자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거든. 하지만 네가 물었으니 얘기할게. 사실 난 이미 오래전에 그 여자에 대한 마음을 접었어. 지금 난 그녀를 증오할 뿐이야.”“증오라고?”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해했다.“맞아, 증오! 그 여자 때문에 난 죽을 뻔했거든. 그리고 그 여자 때문에 널 만나게 됐지.”윤구주는 그 말을 할 때 갑자기 주위 공기마저 스산해졌다.‘어머나.’“그런 일이 있었다고? 구주야. 나한테 그녀에 관한 얘기를 더 해줄 수 있어? 그 여자는 왜 널 해치려고 한 거야?”소채은이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그녀가 누군지는 당분간 묻지 마. 날 믿어줘. 언젠간 너에게 모든 걸 얘기해줄게.”윤구주의 말에 소채은은 침묵했다.그녀는 윤구주의 큰 손을 꼭 잡았다.“미안해

  • 구주, 왕의 귀환   제402화

    하루 뒤, 강성 국제 공항.연예인보다도 더 아름다운 여자가 비즈니스석에서 내렸다.그녀는 눈부시게 빛났다.여자가 나오자 주변 사람들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타고난 여왕 같은 그녀는 경국지색의 용모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우아한 분위기로 모든 것을 압도했다.아름다운 그녀의 뒤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한 명은 초췌한 얼굴에 무감정한 눈빛을 한 남자였다. 그는 회색 긴팔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차림새가 아주 이상했고 품에는 검은 천으로 싸인 검을 안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서울시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 있었다.“저하, 이번에 강성으로 오는데 왜 전용기를 타시지 않고 일반 여객기를 타신 겁니까?”임진형은 공항에서 나오며 곁에 있는 여자를 향해 물었다.문아름은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강성에 오기로 결심했다.그녀는 그가 살아있는 게 맞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생각이었다.“당신처럼 무능력한 사람이 뭘 알겠어요? 내가 갑자기 떠난다면 국방부에서 의심할 거 아니에요?”문아름이 차갑게 대꾸했다.“네, 네! 역시 저하는 주도면밀하십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임진형은 얼른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가서 택시나 잡아요.”문아름이 말했다.임진형은 알겠다고 한 뒤 부랴부랴 택시를 잡으러 갔다.공항 정문 앞.임진형이 택시를 잡으러 간 사이 문아름은 검을 든 사내와 조용히 서 있었다.이때 공항에서 세 명의 양아치 같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선글라스를 끼고 레게 머리를 한 남자였고 다른 두 남자는 특이한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그들은 엄청난 미인이 공항 정문 앞에 서 있는 걸 보았다. 레게 머리를 한 남자가 먼저 흥분하며 선글라스를 벗었다.“미친, 저 여자 엄청 예쁜데? 우리 강성에 언제 저런 미인이 있었지?”그의 말에 뒤에 있던 두 남자도 문아름을 바라보았다.“정말 예쁘네!”“미쳤다. 강성시 미인 선발 대회 우승자보다 더 아름다워. 난 저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 봐.”“가자, 가자.

  • 구주, 왕의 귀환   제403화

    문아름은 그렇게 말한 뒤 택시를 잡고 있던 임진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임진형은 문아름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자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고 세 명의 양아치 같은 남자들이 문아름의 곁에 있는 걸 보고 당황해했다.“이 사람들은...”문아름이 덤덤히 말했다.“이 마음씨 착한 오빠들이 저희를 목적지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하네요!”‘뭐라고?’임진형은 얼이 빠졌다.세 명의 멍청한 남자가 감히 화진의 이황왕을 태워다주겠다고 하다니.비록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그럼 가요!”문아름은 고개를 돌려 세 명의 양아치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세 명의 양아치는 무척 신났다.그들은 문아름이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오늘 운이 왜 이렇게 좋지?’“그럼 이쪽으로 오세요!”세 명의 양아치는 그렇게 말하면서 들뜬 얼굴로 그들을 안내했다.이내 세 사람은 문아름을 데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왔다.“제 차는 저기 있어요. 만족스럽나요?”레게 머리를 한 남자는 차 키를 꺼내서 눌렀다.삐빅.검은색 차의 헤드라이트가 번쩍였다.그 차를 본 문아름은 싱긋 웃었다.“괜찮네요.”“이쪽으로 오세요.”레게 머리를 한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차 문을 열려고 했다.그가 운전하려고 하는데 문아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백옥 같은 손을 내밀었다.“차 키 내놓고 꺼져.”세 명의 양아치는 넋이 나갔다.“무슨 말이에요?”레게 머리를 한 남자는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듯했다.“간단해. 차 키 나한테 주고 꺼지라고. 그렇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문아름이 덤덤히 말했다.죽는다는 말에 세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미친.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벌건 대낮에 내 차를 빼앗겠다고?”레게 머리를 한 남자가 말하자마자 검날이 서늘한 빛을 번뜩이며 날아들었다.데구루루.눈을 뜬 채로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남자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그것은 레게 머리 남자의 머리였다.검을 빼든 사람은 문아름의 곁에 무표정한 얼굴로 바위

Pinakabagong kabanata

  • 구주, 왕의 귀환   제2036화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 구주, 왕의 귀환   제2035화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 구주, 왕의 귀환   제2034화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 구주, 왕의 귀환   제2033화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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