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방씨 삼영이야?”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방지형을 잘 알고 있었다. 방지형의 얼굴을 보자 모두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외부에서는 방씨 삼 형제를 군형 삼마라고 부른다. 그리고 군형에서는 방씨 삼 형제를 방씨 삼영이라고 부른다. 세 형제의 실력도 대단하고 명성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군부대와 몰래 결탁하면서 5대 가문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줬다.군형 5개 가문 사람들의 눈에는 방씨 삼 형제는 마치 신과 같은 인물이었다. 그들은 세 형제를 존경하고 군형의 자랑으로 여긴다.방지형은 음산한 눈빛으로 설만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설만수는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아까 설씨 가문을 멸족시키고 족장님을 죽인 그 젊은이가 뇌법을 사용한다고 했지?”“네. 네!”설만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누군지 알 것 같아!”방지형의 목소리가 살짝 달라졌다.“누군데요?”그가 이렇게 말하자 세 족장은 하나같이 방지형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그러자 방지형은 얼굴에 두른 두루마기를 천천히 걷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남부 강성에서 왔어. 복수를 위해서 말이지.”“복수?”모든 사람은 어리둥절해졌다.“그래! 이 원수는 우리 삼 형제와 맺은 것이지. 왜냐하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우리가 만든 혈충 고독에 걸렸기 때문이야.”사람들은 혈충 고독이라는 단어를 듣자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이는 군형에서 제일 강한 독으로 알려졌다.“지형 선배, 우리 설씨 가문을 멸족시킨 그 새끼를 아세요?”설만수가 격동된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방지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아는 정도가 아니지. 내 두 동생이 그의 뇌법에 맞아 죽었는데. 그 자식이 재가 되어도 나는 알아볼 수 있어! 이 원한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방지형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응?군형 삼마중 남은 두 사람이 살해당했다고?그 말을 듣자 4대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그 자식이 도대체 누군데요? 뇌법으로 방씨 형제를 죽이다니.”전씨 족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방지형은 강성에 있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 지금도 생각하면 몸이 덜덜 떨렸다.그날 밤, 윤구주는 봉왕팔기 중 하나인 뇌왕인을 사용하여 방씨 일가의 두 형제를 죽였다.방지형이 마지막에 필사적으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그도 죽었을 것이다.“세상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뇌법이 있다니, 정말 충격적이군요.”여씨 일가 족장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흥!”“그 뇌왕인이 강하면 뭐 어때요? 우리 군형 5대 가족이 그 무명의 젊은 놈을 두려워해야 해요?”뱀할매가 호통을 쳤다.“ 뱀할매 말이 맞아요. 우리 5대 가족은 형제자매와 다름없어요. 그리고 방씨 형제는 우리 5대 가족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강성에서 온 젊은 놈이 감히 대놓고 우리 서남에 쳐들어와 우리 5대 가족에 대항하려고 했어요. 난 그 세상 물정 모르는 놈에게 우리 5대 가족의 실력을 보여줄 겁니다!”여씨 일가 족장이 화를 내며 말했다.“여씨 일가 족장님 말이 맞습니다. 저도 동의해요!”“우리 군형 5대 가족은 서남에서 수백 년간 군림해 왔어요. 난 그놈이 우리 5대 가족의 근간을 뒤흔들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해요!”여씨 일가 족장이 매섭게 고함을 질렀다.“3대 족장 모두 같은 의견인 듯하니, 그 자식이 신급 강자라 할지라도 우리 5대 가족이 그 자식을 죽여서 제 두 형제의 복수를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방지형이 주먹을 꽉 쥐었다.형제들이 윤구주에게 죽임을 당한 뒤 방지형은 군형으로 돌아왔다.그런데 윤구주가 군형까지 쫓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자 형제를 위해 복수하고 싶었다.“좋습니다!”“지금부터 우리 5대 가족은 연맹을 맺는 겁니다. 우리 5대 가족의 실력으로 외부인 한 명 죽이지 못하겠습니까?”뱀할매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맞아요. 우리 5대 가족은 지금부터 연맹인 겁니다!”여씨 일가, 전씨 일가, 설씨 일가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일어났다.“뱀할매, 류씨 일가는요? 류씨 일가는 오늘 사람들을 보내지 않았는데 그들에게는 어떻
설씨 일가를 멸족시킨 뒤 윤구주는 줄곧 서남의 호텔에 머물러 있었다.그는 다른 4대 가족을 찾아가서 복수하지 않았다. 군형 5대 가족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란 걸 예상했기 때문이다.그들은 분명 알아서 그를 찾아올 것이다.그렇다면 굳이 귀찮게 자신이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호화로운 호텔 안.윤구주는 소채은을 치료한 뒤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백경재가 안으로 들어왔다.“저하, 소채은 씨는 어떻습니까?”안으로 들어온 뒤 백경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침대 위 소채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눈길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채은이 체내에 시독이 퍼지는 걸 막는 게 고작이야... 채은이가 정신을 차리려면 며칠 더 걸릴 것 같아.”“휴! 채은 씨도 정말 힘들겠어요.”백경재는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군형 삼마 그 자식들 때문이에요! 그들만 아니었어도 소채은 씨는 저하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신혼생활을 했을 텐데 말이에요!”군형 삼마 얘기를 꺼내면서 백경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저하, 저희 언제 5대 가족을 찾아가 복수하는 겁니까? 그 세 놈들은 언제 죽이실 겁니까?”백경재가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급할 것 없어. 그들이 알아서 날 찾아올 테니 말이야.”백경재는 윤구주의 말뜻을 이해했다.윤구주가 당당하게 5대 가족 중 하나인 설씨 일가를 없앴으니 4대 가족도 분명 이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군형의 악랄함을 생각해 보면 그들은 분명 이제 곧 복수하러 찾아올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백경재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그 자식들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당장이라도 소채은 씨의 복수를 하고 싶거든요.”윤구주와 백경재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을 똑똑똑 두드리니 소리가 들렸다.노크 소리에 백경재는 직원이 문을 두드린 줄로 알고 다가가서 물었다.“누구세요?”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문을 열었다.스위트룸 문
백경재가 떠난 뒤 윤구주는 그제야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말해 봐.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당연히 보고 싶어서 왔죠! 그거 알아요? 저번에 오빠가 제 옷을 다 벗긴 뒤에 전 오빠에게 푹 빠져버렸어요. 매일 밤낮 할 것 없이 눈만 감으면 오빠가 떠올라요. 오빠의 잘생긴 얼굴과 오빠의...”인해민이 말을 이어가려는데 윤구주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닥쳐! 또 한 번 헛소리한다면 이 호텔 25층에서 밖으로 내던질 줄 알아, 알겠어?”그 말에 인해민은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윤구주가 말한 것은 꼭 지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인해민은 입을 비죽이면서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왜 그렇게 사납게 굴어요? 전 정말 보고 싶었다고요!”윤구주가 그녀를 향해 눈을 부라렸고, 인해민은 겁을 먹고 다급히 손으로 앵두 같은 붉은 입술을 가렸다.“알겠어요, 장난 안 칠게요. 오빠도 참! 얼굴은 이렇게 잘생겼으면서 좋아하게도 못하다니, 정말 나쁘네요!”인해민이 중얼거렸다.윤구주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했다.“멋진 오빠, 제 부하가 그러길 오빠 혼자서 설씨 일가를 멸족시켰다면서요?”인해민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웃는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응!”윤구주는 숨기지 않고 솔직히 대답했다.“와! 정말 대단하네요? 혼자서 설씨 일가를 상대한 거예요? 게다가 그들의 장로들까지 전부 죽였잖아요! 오빠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군형에는 왜 온 거예요?”인해민이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는 안색이 차가워지더니 고개를 들며 말했다.“왜, 나한테서 뭘 알아내고 싶어서 그래?”“아뇨,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 전 그저 오빠가 너무 대단해서 물어본 것뿐이에요!”인해민은 연약한 소녀처럼 굴었다.윤구주는 당연히 그녀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굳이 그렇게 뭔가 캐물어 보려고 할 필요 없어. 네가 알고 싶은 건 다 알려줄 수 있으니까.”“정말요?”인해민이 흥분해서 말했다.“그럼!”“역시 호쾌하시네요! 그러면 그냥 물어
윤구주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똑똑한 인해민은 곧바로 대답을 유추할 수 있었다.“알겠다! 드디어 알겠어요! 오빠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복수하려고 이곳에 온 거군요!”인해민은 중얼거리면서 눈을 깜빡이며 침대 위 혼수상태인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솔직히 얘기해서 제가 오늘 여기 온 건 오빠가 저희 백화궁에 한 번 와줬으면 해서예요. 같이 가주실래요?”인해민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미안하지만 그럴 시간 없어.”윤구주는 단호히 거절했다.“그렇게 급히 거절할 필요는 없어요, 첫 번째로 오빠는 처음 서남에 왔으니까 여기가 익숙하지 않을 거잖아요. 그 점은 우리 백화궁이 도와줄 수 있어요. 그리고 오빠는 군형 5대 가족을 상대할 거라고 했잖아요. 마침 저희 백화궁이 5대 가족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두 점만 봐도 오빠가 거절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 백화궁 사람들은 오빠에게 아주 고마워하고 또 오빠를 아주 존경해요. 다들 오빠를 한 번 만나고 싶어 해요. 혼자서 설씨 일가를 멸족시킨 대단한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들 궁금한가 봐요.”인해민은 미소 띤 얼굴로 설명했고 윤구주는 침묵했다.백화궁에 가야 할까?사실 그는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자신이 갔다가 그 여자가 또 슬퍼할까 걱정돼서 망설여졌다.그러나 인해민은 윤구주의 이러한 상황을 몰랐다.그녀는 윤구주가 망설인다고 생각하고 말을 이어갔다.“오빠, 한 번만 부탁할게요. 같이 가요. 우리 백화궁 사람들은 다들 오빠를 만나고 싶어 해요. 그리고 저희 백화궁의 궁주께서도 출관하셨어요. 저희 궁주는 최고의 미녀예요. 절 믿어주세요. 과거 화진의 왕이었던 구주왕 들어봤죠? 구주왕 같은 대단한 영웅이자 전설 같은 사람도 저희 궁주에게 홀릴 뻔했다니까요. 저희 궁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상상이 가죠?”“하하하하!”인해민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응? 왜 웃어요?”인해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 시간 끌지 말고 지금 당장 출발하죠!”인해민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아니, 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나한테 주소를 알려주면 저녁에 갈게.”윤구주가 말했다.“알겠어요. 그러면 저녁 8시에 와요. 전 백화궁에서 오빠가 오기를 기다릴게요!”인해민은 기쁘게 말하면서 서둘러 백화궁 본거지 주소를 적었다.인해민은 주소를 남긴 뒤 말했다.“그러면 멋진 오빠, 난 먼저 가볼게요! 우리 저녁에 봐요!”“그래.”인해민은 문 앞까지 걸어갔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말했다.“참, 오빠를 알게 된 지도 꽤 됐는데 아직도 오빠 이름을 모르네요. 저한테 이름 좀 알려줄래요?”“내 성은 윤씨야.”윤구주는 자신의 성만 알려줫다.“어머,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 저녁에 봐요!”그렇게 요염한 여자는 떠났다.인해민이 떠난 뒤 윤구주는 그제야 웃었다.그리고 인해민이 떠나자 백경재가 빠르게 달려왔다.“저하, 조금 전 그 여자 백화궁 사람이죠?”그는 말하면서 조금 전 떠난 인해민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백화궁에서 왜 갑자기 저하를 찾아온 걸까요? 설마 시비를 걸려는 건 아니겠죠?”백경재가 궁금한 듯 물었다.“아니, 그냥 내가 그들의 본거지에 한 번 가주길 바라서 그러는 거야. 내친김에 그들의 궁주도 보고 말이야.”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뭐?’“백화궁 궁주를 만난다고요? 전 백화궁 궁주가 엄청난 사람이라고 알고 있어요. 외모도 실력도 화진에서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하던데, 그런 분이 저하를 만나고 싶어 할 줄은 몰랐어요!”백경재는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저하, 가실 건가요?”“그래, 당연히 가야지! 나도 오랫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했으니 말이야.”윤구주가 중얼거렸다.백경재는 그의 말을 듣더니 살짝 당황했다. 그는 조금 전 윤구주가 말한 그녀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그러가 감히 묻지는 못했다.인해민이 떠난 뒤 윤구주는 계속 호텔에 머무르면서 책상다리를 하고 소채은을 치료했다.곧 저녁 7시가
백화궁에 소비하러 온 손님들이라면 다 아는 이치가 있었다.절대 백화궁의 여자들과 누가 더 돈이 많은지 겨뤄서는 안 됐다. 서빙하는 여자도 자리에 앉아 있는 사장 여럿을 합친 것보다 더 돈이 많을 수 있었다.그래서 백화궁에 오는 손님들은 모두 소양이 있었고 절대 돈으로 여자들에게 뭔가를 강요하지 않았다.휘황찬란한 백화궁 대문 앞에는 엄청난 미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그들은 몸매든 외모든 모두 최고였다.희고 아름다운 다리가 가득하고 몸매 좋은 여자들도 가득했다.그런 여자들이 몰려 있으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그들은 귀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문 앞에 서 있었고 심지어 대문 앞에는 오늘 휴무라는 글도 쓰여 있었다.그래서 놀러 왔던 손님들은 휴무라는 글을 보고 실망하며 돌아갔다.“벌써 7:30인데 그 말로만 듣던 잘생기고 실력도 뛰어난 멋진 오빠는 왜 아직도 안 온 거지?”와인색 머리에 엄청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얇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요염했다. 그녀는 고개 숙여 손목에 찬 금시계를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얼굴도 매혹적이지만 눈도 아주 아름다웠다.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나주희, 설마 그 오빠가 마음에 든 거야?”옆에 있던 흰 치마를 입은 여자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말했다.“마음에 들었다면? 연희 언니 말 들어보니까 얼굴도 엄청 잘생겼고 실력도 말도 안 되게 강하대. 그런 남자를 어떤 여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나주희라고 불린 여자가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맞는 말이긴 해. 나도 그 잘생긴 오빠를 한 번 보고 싶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혼자서 설씨 일가의 짐승만도 못한 놈들을 멸족시킨 건지 궁금해!”다른 여자도 말했다.“맞아, 맞아. 오늘 밤 그 오빠와의 만남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야!”“휴, 안타깝지만 아무리 잘생겨도 우리 차례는 오지 않을 거야. 해민 언니가 그 오빠를 마음에 들어 하잖아. 심지어 그 오빠가 해민 언니 옷도 벗겼다고 하던데
백화궁의 가장 안쪽은 사적인 공간이었기에 인해민 같은 급이 아니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인해민은 안으로 들어온 뒤 세 할매 중 한 명인 홍할매를 보았다. 그녀는 굳게 닫힌 방문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아주머니, 궁주님은요?”인해민은 가까이 다가간 뒤 홍할매에게 물었다.“궁주님은 안에서 제사를 지내고 계셔!”제사를 지낸다는 말에 인해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서남에는 오래된 규칙이 하나 있었다.미망인은 매일 7, 8시쯤 죽은 남편, 죽은 아내의 제사를 지낸다.이런 풍습은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인해민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더니 굳게 닫힌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아주머니, 저희 궁주께서는 아직도 구주왕을 잊지 못한 걸까요?”“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홍할매는 한숨을 쉬었다.“아주머니, 전 항상 궁금했어요. 그 구주왕이란 사람 대체 어떤 인물이었어요? 죽은 지 반년도 넘었는데 왜 우리 궁주께서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매일 제사를 지내는 걸까요?”인해민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그녀가 보기에 궁주처럼 엄청난 미녀는 세상 그 어떤 남자라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그런데 그녀는 왜 오직 윤구주만을 사랑하고 또 그 때문에 이렇게 아파하는 걸까?“넌 평생 모를 거야. 구주왕처럼 전설적인 인물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존재야.”홍할매가 말했다.“네? 그게 정말이에요? 그렇게 강하다고요?”인해민은 깜짝 놀랐다.“그가 얼마나 강한지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어. 그를 형용할 수 있는 건 아마 전설뿐일 거야! 그렇지 않으면 구주왕이 어떻게 화진의 천하방, 천방과 지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겠어? 그리고 화진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왕이 바로 구주왕이야. 그는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홀로 군대를 이끌고 10국을 도살했어. 10국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겁을 먹고 물러났었다고.”그 말에 인해민은 넋이 나갔다.그녀는 비록 전설 속 구주왕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다들 구주왕의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