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손가락을 움직여 검결을 시전했다. 그의 주위에 있던 현기가 한데 뭉쳐져 청색의 검으로 변했다. 검이 윙윙거리면서 소리를 내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죽여!”검은 순식간에 날아갔다.촤악!날카로운 검이 독사처럼 국제 킬러들의 목을 연달아 꿰뚫었다.그렇게 서남 외곽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처참한 비명과, 죽이라고 외치는 소리, 그리고 총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그러나 이내 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윤구주의 어검술과 함께 그 자리에 있던 킬러들 대다수가 죽었다.윤구주가 킬러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검은색 독뱀 한 마리를 몸에 두른 요염한 여자가 나타났다.그녀는 화진 전 세계 다크 사이트 랭킹 3위인 살모사 아리나였다.잔혹하기 그지없는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겁에 질린 얼굴로 눈앞의 학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몸을 흠칫 떨었다.“젠장, 젠장! 더는 화진에 남아있을 수 없겠어. 10억은 포기해야겠어!”그녀는 말을 마친 뒤 서둘러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도망쳐야 했다.어쩔 수 없었다.백여 명 넘는 킬러가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 그러니 아무리 10억이 욕심 나도 감히 덤벼들 수 없었다.아리나가 어둠을 헤치며 도망치고 있을 때 윤구주의 현기로 이루어진 검이 마지막 남은 흑인 킬러를 죽였다. 동시에 윤구주는 신해를 통해 아주 강렬한 정신이 먼 곳에서 도망치고 있는 걸 발견했다.“응? 드디어 고수가 나타났네! 도망치려고? 하지만 과연 내게서 도망칠 수 있겠어?”윤구주는 살모사 아리나가 도망치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냉소를 흘렸다. 그는 두 다리에 힘을 줘서 빠르게 아리나를 쫓아갔다.어두운 밤, 누군가 빠르게 도망치고 있었다.그자는 다름 아닌 살모사 아리나였다.아리나는 이미 단숨에 10km 넘게 달렸다. 그녀는 한 어두운 골목길 안으로 숨어 들었다.그녀는 파란색 눈동자로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두려움에 질린 채로 헐떡거리며 말했다.“야크, 어서, 어서 배를 한 척 준비해 줘. 내일, 아니,
살모사 아리나가 은색 나이프를 빼 든 것을 본 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당신이 바로 전 세계 다크 사이트 랭킹 3위의 살모사야?”“날 알아?”살모사 아리나는 아주 놀란 듯 보였다.“당신 이름이 우리 화진 천망수배록에 나타난 적이 있어. 그래서 기억하고 있지.”윤구주는 계속해 말했다.살모사는 침묵했다.“이제 공격해 봐. 다크 사이트 킬러들이 얼마나 실력이 대단하길래 감히 화진에 쳐들어온 건지 궁금하네.”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치자마자 살모사는 곧바로 움직였다.업계 톱이라고 인정받는 킬러로서 살모사는 지금 이 순간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모든 기회를 틀어쥐어야 했다.그녀는 은색 나이프를 들고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여 윤구주의 목을 노렸다.윤구주는 뒷짐을 진 채로 순식간에 몸을 움직였다. 그는 살모사의 나이프가 가까워지자 곧바로 3m 거리를 움직였다.솨아악!다섯 번의 공격이 이어졌다.다섯 번의 공격 모두 번개처럼 빠르고 뱀처럼 무자비했다.번뜩이는 칼날이 윤구주의 몸 위를 지나쳤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매번 공격할 때마다 윤구주는 그녀의 공격을 정확히 피했다.마치 그녀의 공격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젠장, 정말 강하네!”살모사는 자신의 공격이 먹혀들지 않자 낮게 읊조리면서 몸을 굴리며 동시에 입에서 녹색 독을 뿜어댔다.윤구주는 자신에게로 뿜어진 독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그 순간 펑 소리와 함께 독은 차가운 벽으로 날아가서 부딪혔다.견고한 벽 위에 독이 묻는 순간 치지직 소리와 함께 벽이 부식되었다.잠시 뒤, 돌 부스러기가 후드득 떨어졌다.“독? 재밌네!”윤구주는 벽에 묻은 녹색 독을 바라보며 말했다.살모사는 계속해 공격했다. 그는 나이프를 쓰면서 입에서는 녹색 독을 뿜었다.살모사는 독으로 윤구주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윤구주가 대충 휘두른 손에서 현기가 손바닥 모양이 되어 살모사의 가슴을 강타했다.쾅 소리와 함께 살모사는 차에 치인 사람처럼 멀리 날아가면서 피를 토했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윤구주는 살모사의 아랫배를 주먹으로 쳤다. 운이 좋지 않았던 살모사는 다시 한번 피를 토했고, 그녀의 몸은 데구루루 굴러서 골목길의 벽 쪽으로 굴러갔다. 그녀의 등 뒤에 있는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살모사는 바닥에 축 늘어진 채로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너희 따위가 감히 화진으로 와서 날 죽이려고 해?”윤구주는 바닥에 쓰러진 살모사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다크 사이트 랭킹 3위인 살모사는 자신이 오늘 이렇게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절대 화진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었다.“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날 살려준다면... 내 모든 걸 줄게... 내 몸까지도 줄 수 있어.”살모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옷깃을 풀어 헤쳤다.윤구주는 눈살을 찌푸렸다.외국인이라 그런지 아주 개방적인 듯했다.이기지 못하니까 다짜고짜 옷을 벗다니.살모사는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풍만한 그것이 윤구주의 시야에 들어왔다.해외 여자들은 몸이 아주 섹시하고 풍만했다.윤구주가 그녀의 몸을 보고 있을 때 살모사의 눈동자가 갑자기 음산하게 번뜩였다. 곧 슉 소리와 함께 검은색의 독사가 그녀의 매끈한 등에서 튀어나와 윤구주를 물려고 달려들었다.“죽어!”그것은 그녀의 몸에 둘려져 있던 검은색 뱀이었다.팔뚝만큼 굵은 검은색 살모사가 덤벼들자 윤구주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런 보잘것없는 수작으로 날 기습하려고 해?”독사가 윤구주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펑 소리와 함께 독사는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현기로 인해 반으로 갈라졌다.기습이 또 한 번 실패하자 아리나는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그녀는 몸을 비틀며 어둠 속을 향해 달려갔다.그녀는 도망칠 생각이었다.도망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그녀를 쫓아가는 대신 화련금안을 이용해 살모사의 등에 흔적을 남겼다.곧 외마디 비명이 들렸고 앞쪽 골목길에서 화산보다 더 무시무시한 고온이 전해졌다. 그리고 금빛 불꽃이 타올랐
“이번 공격은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날 만났네.”이미 3m 밖으로 움직인 윤구주는 어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둠속 그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낮게 으르렁거렸고 곧 수많은 암살 무기가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총알보다도 더 빠른 그 암살 무기는 십자가 형태를 띠고 있었다.그것은 부성국의 닌자 무기 십자검이었다.십자검이 전부 자신을 공격할 때 윤구주는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고 십자검들은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윤구주가 십자검들을 날려버리자 어둠 속에서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돌풍참!”검은 안개 속에서 검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반월 형태의 카타나였는데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며 윤구주를 베려 했다.윤구주는 꿈쩍하지 않은 채로 검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움직였다.쿵!그의 주먹에 모든 것이 부서질 듯했다. 윤구주의 주먹이 카타나에 닿는 순간, 검은 안개 속에서 누군가 몸을 움찔 떠는 것이 보였고 동시에 뒤로 물러나는 발소리가 들렸다.“그만 숨고 이젠 나오지 그래?”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어둠 속의 검은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곧 오니 가면을 쓴 사람이 윤구주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전 세계 다크 사이트 랭킹 1위인 오니 가면의 사무라이, 무사시였다.오니 가면을 쓴 그는 피에 굶주린 듯 눈을 번뜩였다.그의 등에는 검 두 개가 있었고 세 번째 검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윤구주를 바라보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역시 현상금 10억이 걸린 사람답네. 당신은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야.”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날 칭찬하는 건가? 미안하지만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고 해도 난 당신을 죽일 거야. 감히 화진에 발을 들였으니 말이야.”무사시는 그 말을 듣더니 갑자기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날 죽이려고? 그러려면 그 정도 실력이 있어야 할 텐데.”무사시가 말을 마치자마자 윤구주는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내 실력이 알고 싶
무사시가 자욱한 검은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무은참격을 할 줄 알아? 이건 좀 뜻밖이네. 하지만 이런 시시한 수작으로 내 눈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열려라, 금안!”윤구주의 동공에서 금빛이 반짝이는 순간, 주변 모든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검은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춘 무사시도 마찬가지였다.금안 속 무사시는 세 카타나를 내던졌고 엄청난 한기를 띤 검기가 허공에서 날아왔다.무사시는 확실히 엄청난 고수였다.화진의 8품 대가 정도의 강자도 그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하지만 무사시가 마주한 사람은 윤구주다.한때 신급 강자도 단숨에 해치웠던 윤구주 말이다.세 검이 날아들자 윤구주는 냉소를 흘리며 몸을 움직였다.무사시는 공격에 실패하자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면서 공격했다.“수라참격!”쿵!그 공격을 위해 무사시는 세 카타나를 하나로 합쳤다.순간 세 개의 카타나가 합쳐져서 엄청난 검이 만들어졌다. 그 검은 아주 길었고 검 위에는 검은색의 지옥 불꽃이 그려져 있었다.그 검은 불꽃은 마치 지옥의 불꽃처럼 타오를 때도 엄청난 한기를 띠고 있었다.지옥의 불꽃을 띤 검이 날아들자 공간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수라참격을 마주하게 된 윤구주는 피하지 않고 검이 있는 방향 쪽으로 오른손을 쥐는 시늉을 했고, 순간 거대한 손이 검 앞에 나타났다.쿠구궁!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지옥의 불꽃을 띤 검은색 검은 윤구주의 거대한 손에 부서졌다. 무사시는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어떻게 내 수라참격을 부순 거지?”무사시가 믿지 못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부성국 기타가와 신사의 수라참격이었어?”“내 검법을 알아?”무사시는 입가의 피를 닦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예전에 부성국 3대 신사의 파수꾼을 죽였었거든. 그중 한 명이 기타가와 다케시였지. 알아?”순간 무사시의 얼굴이 일그러
그의 사손인 무사시는 당연히 이길 수 없었다.무사시가 기타가와 참격을 시전하기도 전에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곧 금빛 용이 윤구주의 주먹에서 나타났다.그것은 구양진용결이었다.금빛 용이 나타나자 무사시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그는 멍하니 윤구주의 주먹에서 금빛 용이 나타나는 걸 지켜보았고 곧 윤구주의 주먹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쾅!형언하기 어려운 용이 무사시의 검을 전부 가린 뒤 그의 몸까지 전부 집어삼켰다.어둠 속에서 반토막 난 몸이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그 몸은 무사시의 것이었다. 그리고 오니 가면도 떨어졌다.전부 죽었다.다크 사이트 랭킹 1위인 무사시까지 죽었다.오늘 밤 윤구주의 손에 죽은 킬러들은 총 124명이었다.무사시까지 죽인 뒤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거의 다 된 것 같으니 이젠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겠어.”말을 마친 뒤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백화궁.윤구주가 킬러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 정태웅은 윤구주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두 시간 뒤 윤구주가 돌아왔다.윤구주가 나타나자 정태웅은 곧바로 그에게로 달려갔다.“저하, 벌써 돌아오신 거예요? 킬러들은요?”윤구주는 태연하게 말했다.“전부 죽였어.”‘뭐?’“저하, 두 시간도 안 됐는데... 그 킬러들을 전부 죽였다고요?”정태웅이 다시 한번 물었다.“응.”윤구주가 그렇게 말하자 정태웅은 말문이 막혔다.“역시 저하 대단하십니다! 무적이세요!”그날 밤, 윤구주는 킬러 124명을 죽였다....부성국.기타가와 신사.부성국의 기타가와 신사는 부성국에서 엄청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기타가와 신사에 문도가 아주 많을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건 기타가와 신사가 부성국의 국방부를 위해 엄청난 공로를 세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이때 기타가와 신사의 널따란 대전 안에는 수백 명의 검은색 옷을 입은 사무라이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대전은 예스럽고 음산했다.정중앙에는 거대한 귀신 조각상이 있었다.그 조각상은 아주 놀라웠다.한
“나 야나가와 류이치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제자가 화진에서 목숨을 잃을 줄이야. 화진의 4대 가문에서 나섰나 보네.”그렇게 말한 뒤 노인은 갑자기 폭포와도 같은 엄청난 검도 기운을 내뿜었다.“여봐라, 내 제자의 위패를 정리하거라.”검은색 옷을 입은 노인이 덤덤히 말하자 두 제자가 서둘러 앞으로 나와서 무사시의 위패를 정리했다.“화진이라니, 다케시 스승님께서는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으셨지. 스승님께서는 두 번 다시 화진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뜻을 어기게 생겼구나.”노인은 말을 마친 뒤 서늘한 시선으로 먼 동쪽을 바라보았다.다음 날, 부성국의 가장 큰 신문사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부성국의 검도 대가, 기타가와 참격의 야나가와 류이치가 신사에서 출관했다는 소식이었다....다크 사이트 랭킹 1위인 무사시가 화진에서 죽임을 당했다.그의 시체는 반토막 났다.그리고 다크 사이트 랭킹 3위인 살모사도 죽었다.그녀의 시체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다크 사이트 랭킹 7위인 파멸자 쿠카도 죽었다.그의 시체는 완전히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전 세계 다크 사이트가 발칵 뒤집혔다.세 사람의 죽음은 다크 사이트의 킬러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다크 사이트에는 세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과거 고용되었던 수많은 킬러의 이름에도 빨간색 X자가 표시되었다.대충 봐도 백 명은 넘을 듯했다.빨간색 X 하나가 한 사람의 죽음을 의미했다.하룻밤 사이에 백여 명의 이름에 X 표시가 떴다.그것은 전 세계 다크 사이트 킬러 업계에서 하루 사이에 백여 명 넘는 킬러들을 잃었다는 걸 의미했다.어느 해변의 호화 유람선 위.천음 엔터의 회장 탁천수는 시가를 들고 고급 양주를 마시면서 유람선의 VIP실에서 편안히 누워있었다.이때 한 부하가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회장님, 큰일입니다!”부하가 갑자기 들어오자 탁천수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야?”“회장님... 죽었습니다. 전부 죽었습니다!”부하가 떨리는 목소
하루가 지났다.백화궁.윤구주와 정태웅, 연규비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아무도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어젯밤 일로 서남 암부 사람들은 아주 바빴다.윤구주가 죽인 킬러들의 시체를 수습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죽은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무려 124명이었으니 말이다.아침 일찍 일어난 윤구주는 정태웅을 방으로 불렀다.정태웅은 안으로 들어온 뒤 흥분해서 말했다.“쩌하, 정말 대단하세요. 너무 놀라워요! 그거 아세요? 어젯밤 죽은 킬러 중에 다크 사이트 랭킹 3위인 살모사 아리나, 랭킹 7위인 파멸자 쿠카, 심지어 랭킹 1위인 부성국의 제1신사의 제자 무사시도 있었어요!”정태웅의 말에 윤구주는 덤덤히 웃을 뿐이었다.“정태웅, 사람 한 명 좀 찾아줘야겠어.”‘응?’“누구요?”정태웅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천음 엔터 회장 탁천수.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야겠어.”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넋을 놓았다.“저하께서는 탁천수를 죽이시려는 겁니까?”윤구주가 말했다.“당연하지. 그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면 은설아 씨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그는 반드시 죽어야 해.”정태웅은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하. 지금 당장 암부 사람들에게 탁천수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정태웅은 곧바로 물러났다.윤구주는 정태웅이 나가자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비록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떤 이들은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특히 탁천수가 그랬다.그는 절대 은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비록 지금은 윤구주 때문에 잠깐은 겁을 먹었겠지만 그래도 그는 천음 엔터의 회장이었다.그러니 윤구주는 반드시 그를 죽여야 했다.오후쯤 정태웅은 탁천수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저하! 탁천수가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탁천수는 크루즈에서 열리는 자선 파티에 참석했다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