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넌 누구야? 감히 내 룸 안에 들어와? 심지어 내 술을 마셔?”탁천수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8억짜리 로마네 꽁띠 와인을 마시고 있는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향문 출신의 주술사 진구양은 음산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8억짜리 와인을 들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구주왕 윤구주였다.그는 로마네 꽁띠 와인을 흔들면서 말했다.“술은 괜찮네. 그런데 사람은 너무 멍청해.”윤구주가 자신을 욕하자 탁천수는 화가 났다.그가 반박하려는데 옆에 있던 키 작은 도인 명재경이 갑자기 눈을 둥그렇게 떴다.“스승님... 바로 저놈이에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짚었다.옆에 있던 지구양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달라졌다.“뭐라고?”“저... 저... 저놈이 바로 탁시현 씨를 죽인 놈이에요!”쿵!그 말을 듣자 진구양의 안색이 돌변했다.옆에 있던 탁천수는 윤구주가 자기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듣자 얼이 빠졌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잘생긴 얼굴에 남다른 분위기.하지만 윤구주는 너무도 젊었다.게다가 그는 어떻게 그의 크루즈로 들어온 걸까?게다가 어떻게 그의 부하들을 전부 죽인 걸까?탁천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로마네 꽁띠를 한 잔 다 마신 뒤 와인잔을 살짝 내려놓았다.“난 줄 안다면 얘기를 좀 나눠야겠네.”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들은 내가 죽였어. 당신이 10억 달러를 현상금으로 걸어서 날 찾아왔던 백여 명 넘는 킬러들도 다 내가 죽였지. 뭐 비장의 카드라도 있으면 어디 한번 꺼내 봐. 오늘 밤이 지나면 영영 쓸 기회가 없을 테니까 말이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 띤 얼굴로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덤덤한 말이었지만 탁천수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천음 엔터 회장인 그는 윤구주의 말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옆에 있던 향문의 주술사 진구양에게 말했
윤구주가 오늘 당신은 반드시 죽을 거라고 하자 진구양은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참으로 거만하군요. 어린 나이에 감히 절 죽이겠다고 하다니. 우리 태현문은 향문에서 수백 년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당신처럼 거만한 사람은 처음입니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태현문으로 내게 겁을 주려고? 미안하지만 그건 내게 안 먹혀. 오늘 태현문의 조상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당신은 죽어야 해.”윤구주의 말을 들은 진구양은 단단히 화가 났다.그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그런데 윤구주가 감히 그를 죽이겠다고 한 것이다.“참으로 건방지군요. 그렇다면 어디 오늘 한번 그 대단한 실력 좀 봅시다!”진구양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과감히 공격했다.윤구주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진구양은 주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 주술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진구양은 소리를 지르면서 두 손으로 수인을 맺은 뒤 윤구주의 앞을 가리켰고 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주변에 기괴한 붉은색의 안개가 나타났다.붉은색 안개가 나타나자 팔뚝만큼 굵은 붉은색 쇠사슬이 독사처럼 갑자기 나타났다.“주술, 창용박!”진구양은 끊임없이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었다.수인을 맺자 쇠사슬들이 사면팔방에서 나타나 윤구주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묶었다.“하하, 어떻습니까? 제 창용박에 당해버렸군요! 이래도 거만 떨 수 있겠습니까?”진구양은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붉은색 쇠사슬이 사지를 속박했음에도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이게 당신 술법이야?”“그래요. 잘 들어요. 난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주술을 읊었습니다. 하지만 거만한 당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더군요! 이제 제 창용박에 당했으니 반보 신급 강자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향문 태현문 출신인 진구양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윤구주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오늘 치열한 전투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주술을 읊었다.창용박은 태현문의 무시무시한 주술이었다.그 주술은 시전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
자신의 붉은 사슬이 윤구주로 인해 쉽게 부서지자 진구양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 당신 정말 반보 신급 강자인가요?”윤구주는 설명하기 귀찮아서 웃기만 했다.“반보 신급 강자면 뭐 어떤가요? 오늘 우리 태현문의 저주를 보여주겠어요.”진구양은 이젠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오늘 반드시 그를 죽일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진구양이 수인을 맺자 넘실대는 기운이 거대한 그물이 되었다.그 그물은 마치 물고기 그물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주술, 혈금술!”그물과 함께 핏빛이 윤구주를 뒤덮었다.그 금술은 태현문을 유명해지게 하는 공법이었다. 이 주술은 무인의 힘을 억누를 수 있었고 수련자의 현기도 억누를 수 있었다.태현문에서 이 주술은 전투에서 주로 쓰이는 아주 중요한 술법이었다.핏빛이 윤구주를 뒤덮는 순간,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날 막으려고? 그럴 실력은 있고?”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오른발을 내밀었고 쿵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운이 번개가 되어 핏빛 그물을 향해 돌진했다.촤악.핏빛 그물은 대포에 맞은 것처럼 단숨에 재가 되어버렸다.“너... 너무 강한데?”진구양은 그제야 후회되었다.그는 눈앞의 윤구주가 반보 신급 강자가 아니라 진짜 신급 강자라는 걸 느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두려웠다.“만약... 제가 지금 용서를 빈다면 살 기회가 있는 겁니까?”진구양이 뻔뻔하게 물었다.아무래도 생사가 걸린 일이니 말이다.누가 죽고 싶겠는가?윤구주는 슬쩍 웃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진구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승낙하지 않는다면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겠군.”진구양은 그렇게 말한 뒤 오른손을 움직여 에메랄드빛 검을 꺼냈다.그 검은 아주 기괴했다.그 검을 꺼내자마자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검날에는 일그러진 문양이 적혀 있었는데 바로 태현문의 유명한 춘신도였
쿵, 쿵, 쿵!화염을 내뿜는 검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훨씬 더 빨랐다. 눈으로는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진구양은 수천억에 달하는 세기호 크루즈를 망가뜨릴 뻔했지만 윤구주는 상처 하나 없이 멀끔했다.심지어 진구양은 윤구주의 옷자락도 스치지 못했다.이러한 상황에 천음 엔터 회장 탁천수는 울고 싶었다.‘난 대체 어떤 괴물을 건드린 거야?’그는 무척 후회되었다. 탁천수는 다시는 윤구주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아들이 아니라 온 가족이 죽는다고 해도 절대 윤구주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이 자식, 피하지 마!”진구양은 몇 번이나 검을 휘둘렀지만 윤구주에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하자 윽박질렀다.그는 태허 초경이라 춘신도를 조종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조금 전 자신의 정혈을 대가로 겨우 시전한 것이었다.그런데 정혈이 거의 다 소모된 상태에서 윤구주에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하니 절망에 빠졌다.“내가 피하지 않길 원해?”윤구주는 갑자기 진구양의 앞에 멈췄다.“이 자식, 정말 실력이 있다면 어디 한 번 맞아봐! 감히 그럴 수 있겠어?”진구양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윤구주는 싱긋 웃었다.“좋아, 당신 뜻대로 해주지.”“정말?”진구양은 윤구주가 농담하는 거로 생각했다.“그래,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마!”윤구주가 말했다.진구양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환해졌다.‘후회라니? 후회는 네가 하게 될 거야!’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태현문의 대단한 법기였다.태현문의 조상은 그 검으로 신급 강자도 베었었다.그런데 윤구주가 꼼짝하지 않고 그의 검에 베여주겠다니 너무 기뻤다.‘하하!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진구양은 오른손으로 미친 듯이 수인을 맺으며 춘신도 위에 주술을 걸었다. 핏빛 화염을 내뿜는 춘신도는 주술을 걸자 그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무시무시한 기운이 눈앞의 공간을 전부 뒤덮을 듯했다. 그래서 눈앞의 모든 것이 핏빛이 되었다.“이 자식, 어디 한 번 견뎌봐!”진구양은 고함을 지르면서 춘신도를 휘둘렀다.
용!금빛용이다!용이 나타나자, 진구양은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그 공포스러운 용은 한입에 화염을 띤 검을 삼켜버리고는 진구양을 향해 덮쳐왔다.이 재수 없는 향문 주술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금빛용에 의해 삼켜졌다.만약 윤구주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을 시전했다는 사실을 진구양이 알게 된다면,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용은 나타났다가 재빨리 공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진구양의 몸이 금빛용에 의해 삼켜지면서 그는 뼛가루도 남지 않았다.쾅!무언가가 땅에 떨어지는 맑은소리에 자세히 보니, 그것은 진구양 손에 들려있던 춘신도였다.춘신도가 땅에 떨어진 후, 윤구주는 손을 들어 춘신도를 흡수했다.“이 검 괜찮네! 아쉽게도 잘못된 곳에 사용했네!”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춘신도를 품에 넣고는 고개를 돌려 아직 숨이 붙어있는 작은 도인 명재경과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진구양이 죽기 전, 뼛조각도 남지 않았을 때, 철퍽 주저앉아버렸다.특히 주 회장은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져서 다리 사이에서 지린내가 진동했다!그는... 놀라서 바지에 지린 것이다!“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다시는 복수하지 않을게요! 진짜예요! 앞으로 절대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드릴게요... 참, 저 돈 많아요! 재산이 20조예요! 원하신다면 다 드릴게요!”깜짝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지린 탁천수는 윤구주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그는 죽음을 두려워했다.돈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죽기를 두려워했다.탁천수도 예외는 아니었다.고생스럽게 평생을 바쳐 이렇게 큰 기업을 일구었는데 이제 와서 죽고 싶지 않았다.윤구주는 그를 담담히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죽이든 살리든, 어차피 당신 재산은 내 거야.”이 말을 들은 탁천수는 멍해졌다.“그리고 당신은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죽어서도 그 벌을 다 받지 못할 거야!”말을 마친 윤구주는
오늘 아침 신문.연예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20조의 몸값을 자랑하는 연예계 황제, 탁천수가 어젯밤 11시, 개인소유의 크루즈에서 사망했다.알려진 얘기로는, 어젯밤 탁천수는 자선 파티에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다.하지만 지금, 20조 회장님은 아이러니하게도 크루즈에서 목숨을 잃었다.이 소식은 마치 역병처럼 각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했다.서남 백화궁.이른 아침.정태웅도 이 뉴스를 보았다.뉴스를 보자마자 그는 신이 나서 대 스타 은설아를 찾아갔다.그때까지도 은설아는 연예계에 벌어진 엄청난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천음엔터에 미움을 산 이후로 그녀는 모든 공연과 일정이 끊겨버렸다.지금 그녀는 조용히 방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옆에 놓인 휴대폰은 꺼져있었다.그때, 쾅 쾅 쾅 하는 문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누구세요?”그녀는 곧장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딸깍.방문이 열리자 정태웅의 얼굴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당신이...?”정태웅을 마주한 은설아는 멍해졌다.“히히, 대 스타님, 나 몰라요?”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요...전 그저...당신이 갑자기 절 찾아올 줄 몰랐어요!”은설아가 말했다.그러자 정태웅이 대답했다.“제가 온 건 엄청난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예요!”은설아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무슨 좋은 소식인데요?”정태웅이 은설아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직접 봐요!”은설아는 어리둥절했지만,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봤다. 정태웅 휴대폰에 나온 연예계 황제 탁천수가 어젯밤 사망했다는 소식을 본 은설아는 아! 하며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작은 입을 막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뭐라고요? 탁천수가... 죽었다고요?”이 뉴스를 본 은설아는 멍해 있었다.정태웅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이거 대 스타님한테는 좋은 소식이죠?”은설아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한참 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 마음속에서 천음엔터 회장
그가, 진짜로 방에 있었다!“구주 씨...”은설아는 방에 들어온 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깜빡이며 윤구주를 바라봤다.윤구주가 몸을 돌려 은설아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대 스타님이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은설아가 대답했다. “할 일이 없어서 일찍 일어났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구주 씨, 어젯밤에 어디 안 나갔죠?”“아니요, 왜요?” 윤구주가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은설아는 원래 탁천수를 죽였냐고 묻고 싶었다.하지만 윤구주가 방에 있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점점 더 궁금해졌다.왜냐하면 그녀가 보기에, 윤구주는 하룻밤 사이에 사람을 죽이고 이렇게 일찍 돌아올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윤구주와 간단히 몇 마디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은설아가 떠난 뒤, 정태웅은 그제야 윤구주 옆으로 와서 말했다. “저하, 이 대 스타가 보기보다 똑똑하네요! 탁천수가 죽은걸 보자마자 저하가 대 스타를 위해서 한 일이라는 걸 알아채다니요!”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저하, 왜 대 스타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세요? 만약 말씀하시면 이 대 스타는 아마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릴 텐데요. 심지어 몸을 허락할 수도 있을걸요!” 정태웅이 말했다.윤구주는 정태웅 머리에 밤송이를 찧었다.“뭘 허락한다는 거야!”밤송이를 맞은 정태웅은 머리를 감싸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알고 보니, 윤구주는 어젯밤 세기호 크루즈에서 살인을 한 뒤, 헬기를 타고 돌아왔다.그렇기에 은스타는 이 모든 일을 윤구주가 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뚱땡아, 가서 백 선생을 불러와.”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정태웅이 대답했다. “네!”그러고는 백경재를 찾으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경재가 급히 뛰어왔다.그동안 백경재는 계속 열심히 수련하고 있었다.그의 말에 따르면, 만약 자기가 수련하지 않으면 윤구주의 문지기를
“저하...이건 법기인가요?”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 보는 눈이 있네. 이걸 알아보다니! 맞아, 이건 춘신도야. 이건 아마 수법 상품 법기일 거야!”수법 상품 법기라는 말을 들은 백경재는 흥분하여 하마터면 자리에 주저앉을뻔했다.“상품법기...세상에! 이 늙은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보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백경재는 이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춘신도를 만졌다.한참을 만진 뒤, 백경재가 뭔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뜨고 윤구주를 보며 물었다.“저, 저하, 방금 이 보물을 저에게 주신다고 하셨나요?”“그래. 왜?” 윤구주가 가볍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백경재는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고개를 숙여 손에 든 춘신도를 바라보던 백경재는 흥분되어 윤구주의 발밑에 꿇어앉아 말했다.“감사합니다. 저하!”“저한테 이렇게 잘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저하!”“저하는 이 늙은이의 가장 큰 복일뿐만 아니라 이 늙은이의 두 번째 부모님이십니다! 앞으로 저하의 말씀이라면 이 몸이 부서져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이 늙은이가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자 윤구주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이제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돼. 이 춘신도의 위력이 작지 않으니 일단 천천히 알아가며 사용하고 혹시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뚱땡이한테 물어보거나 나를 찾아와!”“네, 네!”그렇게 윤구주는 향문 태현 문중의 상품 법기를 백경재에게 줬다.춘신도를 백경재에게 준 뒤, 윤구주는 소채은과 시간을 보내러 갔다.조용한 규방 안.소채은이 트렁크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녀는 집이 그리워서 강성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혈충 고독에 중독된 후부터 소채은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집을 떠난 지 오래되었으니 당연히 집에 가고 싶었다.소채은이 짐을 싸고 있던 그때, 윤구주가 들어왔다.소채은은 윤구주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달려갔다. “구주야, 내 짐은 어느 정도 다 정리했어. 우리 언제 강성으로 돌아갈 수 있어?”윤구주가 소채은의 손을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