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면진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그 전에 이미 황금사충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벌레에게 잡아 먹히다니, 처참한 죽음이었다. 어쩌면 그동안 해온 악행들의 대가였다.“당신들 도대체 누굽니까?”유일하게 아직 정신을 차리고 있던 소년이 물었다.행동을 보니 분명 나쁜 사람들 같지 않았지만, 천면진과 함께 나타난 것이 걸렸다. 하지만 천면진이 죽어가는 걸 방치한 것을 보니, 적어도 한패는 아닌 것 같았다.소년의 의문을 알아챈 염구준이 간단히 설명했다.“내 친척이 천면 가문 때문에 전괴가 되었어. 여기 족장이 그걸 풀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서 찾아온 거야.”그 말에 소년은 그제야 표정이 풀어졌다. 소년도 자신이 알고 있는 과거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천면진은 십여 년 전, 천면 가문 고서실에 몰래 들어가 전괴 만드는 비법을 훔치다 발각되어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그는 이미 천면 가문에 제적당한 상태인데, 쫓겨난 뒤로도 가문의 이름을 이용해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다고 했다.염구준은 이제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모든 것은 결국 천면진 부자가 가문과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벌인 짓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죽었으니, 이제 진짜 용필과 같은 전괴가 만들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아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전괴를 치료하는 비법은 필요했다.“너희 족장에게 데려다 줘. 비법만 얻으면 떠나도록 하마.”염구준이 섬 안 쪽, 산 중턱쯤 세워져 있는 건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아, 그래도 적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소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기절했다. 황금사충에 물린 고통 때문에 다른 소년들처럼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가문이 걱정돼 무리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년까지 기절해버리자, 길을 안내할 사람이 없어졌다.“오라버니, 이제 어떻게 하죠?”수안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오해는 풀렸지만, 모두 기절해버려 상황을 전달한 사람이 없어졌다. “너는 여기서 일단 얘들을 지켜보고 있어. 나 혼자서 잠깐만
푸른 호수가에 도착한 염구준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정말 적을 피해 호수 아래로 숨은 것이라면, 기발하지 않은가? 이어서 염구준도 호수 안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직접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물속으로 들어간 염구준은 좀 전에 들어간 사람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그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놓치다니!’이런 환경속에서 사람을 추적하는 건 그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염구준은 계속해서 잠수를 반복하면서 호수 바닥을 살폈다. 특히 암초가 가득 자란 주변을 위주로. 사람이 숨을만한 장소라면 평범한 지형은 아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흔들리는 수조와 돌부리 사이로 입구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 있는 지형이 눈에 밟혔다. 염구준은 좀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그곳으로 헤엄쳐 갔다. 그리고 정말로 그곳이 입구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섬 방향으로 파져 있는 작은 입구! 왠지 이곳이라면 그가 찾던 섬의 주민들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그 통로 안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진짜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야, 너 아까 몰래 나가서 뭐 했어?”한 중년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젊은 남자를 꾸짖고 있었다. 몸집이 매우 건장한 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천면휘, 천면 가문 현 족장이었다.“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잠시 충전기 가지러 갔었습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남자는 천면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바로 좀 전에 염구준이 쫓고 있던 도둑이었다. “이런, 망할 놈!”천면휘가 크게 화를 내며 도둑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까짓 거 하나 때문에 온 일족을 위험에 노출시켜? 오냐, 너 오늘 내 손에 죽어보자!”그리고는 다시 한번 젊은 남자를 향해 손을 들었다. “족장님, 진정하십시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말리며 나섰다. 같은 가문 친척으로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그는 전신전 전주, 반보천인 경지 강자이기 전에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어린 소녀를 보자 딸이 떠오르며 자연스레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아이를 달래 준 뒤, 염구준은 다시 천면 가문 사람들을 돌아보며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여러분, 일단 저는….”하지만 말을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이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아이를 놔줘!”천면휘가 가장 먼저 일격을 날리며 외쳤고 나머지 사람들도 그를 뒤따라 공격하기 시작했다.이 장소는 발견되기 어려운 만큼,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길도 하나뿐이었다. 적이 쳐들어온 이상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했다. 천면 가문 사람들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 첫번째는 대화, 두번째는 무력이다. 하지만 이미 대화는 글렀으니, 남은 것은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 염구준 또한 후자를 선호했다. 그 편이 훨씬 효과적이고 간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맹렬한 기세로 공격해 오는 사람들을 향해 오른손으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왼손으론 아이를 감쌌다. 그리고 초토화된 현장, 단 일격만에 천면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으아!”그 광경을 보고도 천면휘는 포기하지 않고 염구준을 향해 다시 오른 주먹을 날렸다. 모든 것을 건, 그의 최고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염구준은 간단하게 손바닥을 펼쳐 그의 공격을 맞받아쳤다.펑하고 주먹과 손바닥이 충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명중이었다!천면휘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한 줄 알고 주먹에 기운을 더 실었다. 상대가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신 경지에 대한 자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밖의 일이 일어났다.천면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아무리 힘을 실어보아도 손바닥의 힘을 밀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이런 빌어먹을!”그는 이미 과도한 힘을 사용해 피가 역류하며 몸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는 확실한 경지의 차이를 느꼈다.“아저씨, 힘내요!”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어린 아이의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천면
“천면진 그 부자를 진작에 처형시켰어야 했는데… 그러면 우리 가문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일도 없었을 텐데!”모두 전괴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니!이때, 천면휘가 손을 들어올리며 모두에게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크흠, 진작에 말씀하지 그러셨습니까? 괜히 쓸데없이 오해했잖아요.”염구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진작에 말하지 않고 뭐했냐니,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친절해진 태도에, 염구준도 차가웠던 모습을 내려놓았다.“뭐, 됐어요.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니까.”염구준은 논쟁하기 귀찮았다.“아, 불쌍한 아이들… 괜한 오해에 엄한 사람들만 죽었구나….”천면휘가 한숨을 내쉬며 어류술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이고, 내 아들…!”멀리서 한 부부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울부짖었다. 부모에게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만큼 가혹한 일이 있겠는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 염구준은 이들이 또다른 오해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저랑 함께 있던 그 소년들 말하는 거죠? 다들 무사히 잘 살아있어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정말이에요?”그제야 울음소리가 멈췄다.“이런 걸로 굳이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섬 서쪽 해안에 있어요. 황금사충 때문에 좀 부상을 입었는데, 지금쯤이면 일어났을 거예요.”염구준이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며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럼 어서 가봅시다!”소년들의 부모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허둥지둥 호수가로 뛰어들며 밖으로 헤엄쳐 나갔다. 염구준의 태연한 표정을 보며 천면휘는 그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어렵지 않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제야 천면휘의 얼굴에도 미소가 맺혔다. “이렇게 아량이 넓으신 분일 줄이야, 제가 어리석었습니다.”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천면휘의 시선이 어류술사에게로 향했다. 어류술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오해를 할 일도 없었을 텐데, 잘못된 상황 판단 때문에 큰 대가를 치를 뻔했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했다. 따가운 시선을 느낀 어류술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그는 화가 난다고 해서 남한테 푸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잘못은 잘못한 사람에게, 그게 염구준의 모토였다. 막다른 길에 왔다면, 길을 뚫으면 된다. 그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사람을 구하겠다고 엄한 사람을 상해 입힐 생각은 없었다. 쿵! 이때, 어디선가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들이 있는 이 동굴 가장 안쪽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모두 그 굉음에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염구준도 마찬가지로 가늘어진 눈으로 동굴 안쪽을 주시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기운, 분명 젊은 체격은 아님에도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동굴 안 쪽, 바위 틈에 겨우 한 명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공간이 갈라져 있었다. 거기서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한 인물이 튀어나왔다. 그의 몸엔 따개비와 온갖 조개껍질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몰골이었다.“저건 뭐지?”천면휘가 의아한 표정으로 인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이 자식아, 네 아버지다!”검은 그림자가 천면휘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며 말했다. 겨우 폐관수련을 마쳐 좋은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자기 아버지도 못 알아보다니!그러했다. 인물의 정체는 바로 수련을 마친 천면휘의 아버지, 노족장 천면현이었던 것이다! 우웅! 천면현의 몸이 진동하며 기운이 폭발하자 몸에 붙어 있던 온갖 조개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들어난 얼굴, 꽤나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노족장님을 뵙습니다!”그제야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기 시작한 사람들, 염구준의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맺혔다. 이 시기에 노족장이 수련을 마치고 나오다니, 얼마나 기가 막힌 시점인가!천면휘가 급히 앞으로 나아가며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숙였다.“아버지, 급히 소개해드릴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천면현의 얼굴이 굳어지며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내 아들을 다치게 하다니, 받아라!”천면휘의 성격은 유전인 듯했다
무너져가는 동굴,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떨어지는 돌에 맞아 다치기 시작했다. “멈춰!”천면현이 손을 들어 올리며 휴전의 신호를 보냈다. “갑자기 왜요?”한참 싸움에 열중하던 와중에 갑자기 중단되자 염구준은 심기가 불편했다. “장소가 너무 좁아서 제대로 싸울 수 없어. 밖으로 나가자.”천면현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제야 염구준의 눈에도 주변의 광경이 들어왔다. 천면 가문 사람들 몇몇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싸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을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그래요.”염구준이 대답했다.“아버지, 그만 싸우세요. 사실은….”두 사람이 멈춘 틈을 타 천면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하지만 풍덩, 두 사람은 듣지도 않고 물속에 뛰어들더니, 빠르게 밖으로 헤엄쳐 나갔다. 천면휘는 이번에도 입 한 번 제대로 못 열어보고 무시당했다. 그는 점점 조초해졌다. 두 사람 모두 무시무시한 강자,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있게 된다. 누구든 크게 다치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건 좋지 않았다. 천면휘가 다급히 사람들에게 외쳤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다들 밖으로 나가!”천면도, 얕은 모래사장 위에 염구준과 천면현이 서로 마주 서 있었다. “젊은이, 여긴 호수가라 물속성을 가진 내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천면현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을 제압할 수 있는 속성인 물, 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상관없어요. 싸움터는 제 선택이 아니었지만, 길고 가는 거는 대봐야 아는 법이죠.”염구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상대가 강할수록 그는 더 흥분되고 전투력이 불타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건방지긴!”천면현이 물의 기운이 가득 담긴 분노의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자 투명한 물줄기가 공중에서 화살처럼 변하며 강력한 기운을 담긴 채 발사되었다. 전투는 시기와 장소도 중요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실력이었다. 하지만 천면현은 이를 망각하고 시기와 장소만 따져 자신
“에잇! 이판사판이다!”천면현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방어만 하다가 진짜 공격다운 공격 한번 하지 못하고 당할 것 같았다. 그는 방어를 포기하고 부상을 입는 한이 있더라도 반격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실책이었다. 염구준은 그가 방어를 포기한 순간, 전보다도 더 매서운 공격을 연달아 날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천면현은 반격은커녕 주먹에 맞아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노쇠한 데다가 부상까지 입자 그는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해졌다.“쿨럭, 쿨럭. 내가 졌다. 원하는 대로 해.”부상을 입은 천면현이 피를 토하며 항복했다. 애송이라고 생각했건만, 상대는 자신의 실력보다 훨씬 강한 강자였다. 거기에 불굴의 의지까지, 염구준은 자신과 비등하거나 강한 상대일수록 더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정말 사람 질리게 하는 상대였다.“수고하셨습니다.”염구준이 두 손을 모아 천면현을 향해 포권을 했다. 사실 그도 혼신의 공격을 연달아 날리면서 옅은 내상을 입은 상대였다. 천면현은 생각 이상으로 강자였고,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직 충분히 더 싸울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아버지, 괜찮으세요?”천면현이 주먹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천면휘가 다급히 다가가며 상태를 살폈다.“몇 군데 다치긴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끝까지 우리 일족을 지키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구나.”천면현이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아버지, 저 분은 적이 아니에요!”그렇게 천면휘는 간단히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아버지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점점 더 안색이 어두워지는 천면현, 얘기가 끝날 때쯤 되니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멍청한 놈! 왜 진작에 말하지 않고 이 사단을 만들어!” 천면현은 참지 못하고 아들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미리 말했더라면 싸우지도 않고, 망신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천면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바로 말하려고 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기회를 줬나요
“에이, 허락한 걸로 알고 앉을게요.”천면항이 뻔뻔한 얼굴로 말하며 수안이 식사하고 있는 테이블에 합석했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짝사랑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끈질긴 태도는 수안의 혐오만을 부추길 뿐이었다. “밥 맛 떨어지게, 무슨 짓이야?”수안은 애써 천면항을 쥐어 패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며 자리에서 일어나 염구준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괜히 여기서 소란을 피웠다가 애꿎은 염구준에게 피해가 갈까 봐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계속 거절당하자 화난 천면항은 모든 분노를 염구준에게 돌렸다. “거기, 도전이요!”천면항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염구준을 향해 소리쳤다.연회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하하, 천면항, 장난해?”“노족장님도 못 이기셨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취했으면 얼른 집에 돌아가, 창피 당하지 말고.”염구준에게 도전하다니, 모두가 어이없어 했다. 천면휘도 나서 꾸짖었다.“천면항, 염 선생님 덕분에 목숨을 구한 녀석이, 그만해.”“겁먹었습니까?”하지만 천면항은 들은 체도 안 하고 더 강하게 도발했다.“그래? 뭐로 도전할 생각인데?”염구준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물었다. 치기어린 소년의 도전에 나름 흥미가 일었기 때문이다.“술이요!”천면항이 아주 자신만만한 얼굴로 도전 종목을 말했다. 이건 그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 천면도에서 아직까지 술로 그를 이긴 사람이 없었다. 염구준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왜요? 자신 없어요?”그 반응에 천면항은 순간 발끈해 또다시 염구준을 자극했다.“자신? 너나 조심해. 정말 골로 갈 수 있어.”염구준의 주량은 전신전에서도 최고였다. 심지어 그는 여태껏 진심으로 취했던 적도 없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도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모처럼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술 가져와!”천면항이 손을 들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
운이 좋게 기회를 잡은 염구준은 옥패에 적힌 무학을 펼쳐 체내의 기운을 최대로 끌어올려 이 에너지를 흡수했다.그러자 예전에 다쳤던 상처들이 급속도로 회복하는 것이었다.“염구준, 목숨을 내놔라!”세라는 꼼짝하지 않는 염구준을 노려보며 비수를 앞으로 찔렀다.그동안 참았던 원한을 모두 이 비수에 담았다.아들과 손자를 폐인으로 만든 복수, 그날 중상을 입고 도망쳤던 수치스러움을 오늘 전부 갚을 작정이었다.슈웅!비수가 염구준의 심장을 찌를 무렵, 그가 눈을 번쩍 뜨고 한 주먹으로 세라의 가슴을 쳤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갑자기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세라는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몸을 뚫어버린 것 같은 공격에 그녀는 피를 토하며 뒤로 수십 미터나 떨어지고 말았다.그 충격에 잠수 장비가 폭발하여 세라는 심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곧 죽을 위기에 처했다.나이를 먹어서 염구준보다 육신이 강하지 못했다.이어서 염구준이 구자검을 들고 체내의 에너지를 감지하며 천천히 일어섰다.지금까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다.‘극한 육신에 도달했어.’오랫동안 육신을 단련하고 여러 번이나 시도한 끝에 드디어 극한 육신을 만들어내다.이것은 모두 세상에 존재하는 기괴한 물건이 도와준 덕분이었다.심지어 외부 상처와 내상마저 전부 치료되어서 다시 예전의 전투력을 회복했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이… 이럴 수가!”베르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 여섯 명의 공격을 받고 곧 죽을 것 같던 적이 갑자기 멀쩡하게 살아나서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심지어 그의 기운은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스스슥!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없어 말은 하지 못하지만 검을 들고 다섯 명의 반보천인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갔다.육신이 극한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하여 이제는 심해의 압력을 받아도 미세한 영향만 미쳤다.한 순간에 육신을 탈변하고 승화시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도달한 것이다.“다 같이 공격해요! 혼자서
대어당의 당주는 아직도 염구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않아 정면으로 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1대1 싸움에서 평범한 반보천인들이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염구준은 통신기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자 단호하게 꺼버리고 조용히 돌기둥의 에너지를 감지했다.지금 그들은 진짜 옥패가 염구준이 갖고 있다고 단정했다.“내가 꼭 네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거야!”베르는 다시 결심하며 반보천인 세 명을 이끌고 돌진했다.고대 옥패가 나타난 이상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내가 돕겠습니다. 일단 염구준을 죽이고 나중에 얘기하죠.”메노스도 반보천인 부하 한 명을 이끌고 가담했다.염구준의 실력이 워낙 강해서 이런 위험한 인물은 일찌감치 제거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동시에 반보천인 여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공격했다.‘살기야.’뒤에서 서늘한 살기를 느낀 염구준은 돌기둥에서 물러나 검을 들고 그들과 맞섰다.쿵!하지만 여섯 명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더니 바로 뒷걸음을 치며 물러섰다.본래 전투력이 80%밖에 회복되지 않았는데 또 6대1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승산이 거의 없었다.“하하하, 다들 봤죠? 염구준이 막지 못했어요. 그쪽 세 명 함께 싸우지 않을래요?”일격에 자신감을 찾은 메노스는 대어당 일행을 유인했다.상황이 급변하자 대어당 당주는 앞뒤 상황을 계산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그 사이에 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기운을 끌어올렸다.적들을 물리치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미쳤어? 잠수 장비가 없으면 육신으로 수압을 견뎌야 해!”베르는 염구준이 자살하려는 줄 알고 경악했다.아무리 반보천인 무술인이라도 육신이 극한에 도달하지 않으면 바다의 수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뭐 하는 겁니까? 이때 죽여야죠!”메노스는 엄숙한 표정으로 수중에서 빠르게 전진했다.어쩐지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그를 감싸는 것 같았다.촤아악!한 사람이 공격해 오자 염구준은 날카로운 검을 휘둘러 상대방을 물리쳤다.지금 염구준이 부상을 입어 절
염구준은 미련 없는 듯 베르에게 가짜 옥패를 던져버렸다.그로 인해 자신을 향한 적의를 상대방에게 전가했다. “뭐야?”갑작스럽게 옥패를 받은 베르는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쉽게 옥패를 내놓을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베르, 옥패를 내놓으세요!”이에 불만을 품은 메노스가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다.그도 이번에 옥패를 찾으라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절대 베르가 독차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스스슥!대어당 일행은 염구준이 옥패를 넘겨주는 것을 보고도 끼어들지 않고 이내 메노스 편에 서서 베르와 대치했다.이제 쌍방의 실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한편, 염구준은 돌기둥을 계속 쳐다보았다.방금 접촉할 때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아직 시체가 상처 없이 죽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염 선생님, 보물을 충분히 챙겼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그때 노신기가 일을 마쳤는지 부하들을 정렬하게 두 줄로 세우고는 물었다.두 사람은 염구준의 말을 여러 번이나 되새겨 본 후에 그의 지시에 따르기로 결정했다.어떤 물건들은 실력이 없으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먼저 절벽을 따라 올라가서 선박에서 기다려요.”염구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아직 알 수 없는 위험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미리 대피시킨 것이다.“알겠습니다.”노신기와 그레이는 더는 묻지 않고 방금 들어왔던 동굴로 되돌아갔다.염구준을 따르면 고생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기에 그냥 지시에 따르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여러 차례 큰 사건을 겪으면서 지켜본 결과, 염구준의 결정은 틀린 적이 없었다.천기문 일행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염구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좀 눈치를 챙겼네.’만약 그들이 탐욕에 지배되어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뒀을 것이다.이어서 염구준은 돌기둥 옆에 서서 한참을 관찰하다가 두 손바닥을 붙이고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하지만 잠수 장비로
염구준은 여광으로 모두의 움직임을 살피고는 갑자기 몸을 비틀어 일련의 검기를 발사했다.적들이 부상을 입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 사방을 벌겋게 물들였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니 실력이 약한 부하들은 배추처럼 잘려 나갔다.그때 메노스가 다시 결단을 내렸다,“염 선생, 우리랑 함께 스텔라성을 물리치고 나중에 보물을 평등하게 나눠 가져요!”이것은 염구준을 옆에 유인하여 부하들이 옥패를 빼앗게 하려는 수작이었다.“관심 없어.”하지만 염구준이 싸늘하게 거절하고 더 무정하게 살해했다.어떤 세력이든 상관없이 그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전부 적이라 생각했다.공포스러운 그의 전투력 앞에서 다들 맥없이 쓰러지고, 이러다 고대 옥패가 그의 손에 들어갈 것 같았다.격전을 벌이던 베르는 부적절한 점을 발견하고 바로 제안했다.“그만 싸우고 우리 함께 염구준을 공격합시다. 저놈을 죽이고 다시 상의해요!”“찬성합니다.”메노스가 멀리서 힐끗 보더니 흔쾌히 동의했다.솔직히 모두가 염구준을 먼저 처리하고 싶었다.쿵!격전을 벌이던 각 세력들은 에너지 충격력으로 각자 뒤로 물리었다.그렇게 고대 옥패를 위해 잠시 휴전하기로 협상했다.스스슥!이제 상황은 변하여 일부 반보천인들이 뭉쳐서 염구준을 공격했다.세라 일행은 실력이 따라갔다면 진작에 그와 싸웠을 것이다.그 외에 대어당을 포함한 세 가문은 원래 자리에 서서 구경했다.전에 깨끗하게 패배한 후, 그들은 다시 염구준과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세 가문의 힘을 잃은 메노스가 눈을 부릅뜨고 재촉했다.“당신들 뭐해요? 전에 우리랑 했던 약속을 잊었어요?”세 가주의 실력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명백한 반보천인이라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그런데 그들은 옥패 쟁탈권을 포기하고 말았다.“우린 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보물들을 챙기자.” “염 선생, 우린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중에 여기서 나가도 우리한테 복수하지 마.”세 사람은 이득을 위해 스텔라성과 적이 될 수는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