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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5화

Penulis: 잔영
붉은 장미는 마치 바람 빠진 공처럼 맥이 풀렸다.

반보천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청해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염구준은 벌써 두 산봉우리를 지나 적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피 비린 냄새를 또 발견한 것이다.

놈들이 부상자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발견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단 부상자를 데리고 다니면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염구준이 누군가, 전신전에서 추적 고수로 유명했다.

확실한 방향을 정한 후, 그는 전속으로 쫓아갔다.

한 그림자가 숲을 누비면서 지나갔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상대방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전방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청산재라는 마을이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과수나무를 재배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비록 부유한 마을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살만했다.

게다가 큰 산과 연결되어 있어 교통이 불편하기에 청산재의 주민들은 외부와 교류하지 않고 여전히 순수한 풍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외부인이 들이닥친 바람에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날이 어슴푸레 밝아지자 네 명의 뱀은 사오십 명 되는 부하와 열 명 넘는 인질을 이끌고 청산재에 들어갔다.

둥! 둥!

마을 입구의 종이 울리자 마을 사람들은 옷을 챙겨 입고 입구로 향했다.

족장은 낯선 이들이 종을 치자 앞으로 나서서 따졌다.

왜냐면 오직 급한 용무가 있을 때만 종을 쳤기 때문이다.

“멈추게. 당신들은…”

하지만 족장은 말을 다하기 전에 날카로운 무기에 가슴을 찔려 피바다에 쓰러지고 말았다.

뭐라고 따지기 전에 사람을 죽여서 마을 사람들은 경악을 금지 못했다.

“할아버지!”

스무 살쯤 되는 소녀가 인파에서 뛰어나와 노인을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곱상하게 생겼네. 오늘 재미를 좀 보겠는데.”

놈들 무리에서 대머리 남자가 걸어 나왔다.

바로 4대 뱀 중 한 명, 흑만파였다.

그가 옹졸한 눈빛으로 소녀를 쳐다봤다.

“썩을 놈아. 너희들 무슨 짓이냐?”

한 주민이 상황이 심각한 것을 보고 앞으로 나서서 말렸다.

쿵!

흑만파는 바로 손을 들어 기운으로 그 주민을 참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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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재와 멀지 않은 산봉우리에 한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전방을 주시했다.바로 염구준이었다.“여기 마을이 있네. 제발 무사하길 바란다.”염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속으로 질주했다.오랜 시간을 최고속으로 달렸더니 목구멍에서 불이 나올 것 같았지만 지금 이런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었다.“휴, 소리를 들으니까 시끌벅적한 것이 주민들은 무사한 거 같구나.”염구준은 마을 밖에서 소리를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목소리가 갈라지고 타는 것 같아 물을 마시고 싶었다.“거기 서, 넌 누구야?”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두 그림자가 관목에 올라가더니 염구준의 앞을 가로막았다.보초병이었다.“산골짜기에서 싸움이 벌어졌던데 너희들 4대 뱀의 부하들이야? 내가 보고할 것이 있어.”염구준이 나서서 말을 걸었다.“멍청한 놈, 자기 편도 알아보지 못해?”“맞아. 네 분을 부를 때 님까지 붙여.”두 놈은 염구준을 책망했다.필경 네 뱀을 따라 철수했으니 심복이나 다름없었다.“하, 알았어.”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스스슥!곧이어 염구준은 오른손에 검을 들고 두 줄기 검기를 발사하여 상대방을 죽였다.신분을 알았으니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펑!그런데 관목 위에 보초병이 더 있었다.놈이 신호를 보내려고 할 때 염구준이 먼저 돌진하여 살해했다.보초병이 있다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던 것이다.이어서 마을에 들어간 그는 거록 조직의 부하들을 만나는 즉시 참살했다.한편, 거하게 취한 흑만파가 또 화를 내면서 소란을 피웠다.“빨리 음식을 올려!”소녀는 옆에 앉아 억지로 술을 대접했다.선을 넘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도 최대한 참고 반발하지 않을 것이다.“이거면 충분해?”그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한 그림자가 식탁 위로 던져지며 피를 사방에 튀겼다.“아아악!”깜짝 놀란 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야, 이 새끼야, 우리 애들을 죽였어?”분노한 흑만파는 마을 사람들이 반항하는 줄 알았다.그런데 고개를 돌린 순간 술이 확 깼다.염구준이었다.“네

  • 군신의 귀환   제2087화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 그만이야? 네놈들이 한 짓을 봐.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염구준이 엄숙하게 물었다.“흑흑, 저기요. 저 대신 복수해줄 수 있어요? 저놈들이 우리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소녀는 한 패가 아닌 것을 알고 울면서 애원했다.“죽어라!”분노한 염구준은 한마디 외치면서 놀라울 정도로 기운을 폭발시켰다.아나콘다 일행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기세로 돌진했다.이것이 바로 거록 조직을 처단하려는 이유였다.짐승보다 못한 놈들은 사람을 해치는 일도 서슴없이 하기 때문이다.이런 놈들을 남기면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신호를 보내서 모두 이쪽으로 불러!”아나콘다가 명을 내리고 혼자서 염구준을 상대하려 했다.그는 여섯 뱀의 수장으로서 거록 존주에 비해 실력이 뒤처지지 않았다.어떻게 보면 두 사람은 주종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라고 말할 수 있었다.쿵!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거의 백 초식을 겨루었다.결국은 아나콘다가 뒤로 밀려났다.이미 단단히 화난 염구준은 그렇게 쉽게 상대할 수 없었다.“여기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왜 죽였어?”염구준의 공세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놈을 향해 돌진했다.슝!그때 신호탄이 하늘로 날아올랐다.그런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어디 갔어?”아나콘다가 포효했다.위험한 상황에서 한 명이 더 많으면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찾지 마. 너희들은 곧 지옥에서 만날 거야.”염구준은 대답하고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다른 놈들은 그가 마을에 들어올 때 이미 제거했다.“전력으로 싸운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아나콘다가 언성을 높였다.염구준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은 소문으로만 들었지 직접 보지는 못했다.이 정도로 강한 반보천인 고수는 처음 보았다.쿵!놈들은 합세하며 각종 초식을 펼쳤다.독약이며 석회 가루며 비열한 수법을 남김없이 보여줬다.이기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에게 어떤 수법도 통하지 않았다.얼마지나지 않아 네 명의 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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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자신의 주먹에 염구준이 부상을 조금 입었지만 터무니없이 강했다.“주, 죽이지 마.”아직 숨이 붙어 있는 흑만파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죽여요. 저놈이 우리 할아버지를 살해했어요!”소녀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더니 빗자루를 들고 흑만파에게 돌진했다.“조심해!”염구준이 쏜살같이 나아가 강력한 기운으로 소녀를 감싸며 앞으로 가지 못하게 막았다.반보천인인 흑만파의 실력이라면 중상을 입어도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저 나쁜 놈한테 복수할 거예요! 우리 할아버지는 아무 죄도 없는데 저놈의 손에 죽었어요! 흑흑!”소녀는 실성하며 통곡했다.너무 비통해서 숨도 올라오지 않았다.이것이 바로 뜻밖의 재난이었다.쿵!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흑만파에게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이어서 놈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단전까지 파괴했다.흑만파는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었다.“으으윽!”아직 한 가닥 숨이 붙어 있는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를 힘마저 없었다.툭!염구준은 기운을 거두고 소녀의 앞에 비수를 던지면서 말했다.“원한에는 원수가 있고 빚에는 빚쟁이가 있어. 복수하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원한을 품고 사는 인생은 매우 괴롭기 때문이었다.물론 지금 흑만파 상태로 보아 소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아아악!”소녀는 할아버지가 비참하게 살해당한 모습과 자신이 겁탈당할 뻔한 기억을 떠올리며 미친듯이 달려가서 비수를 찔렀다.흑만파는 본인이 어떻게 죽을지 수없이 생각해 봤지만 일반인의 손에 죽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 비수를 거두며 탄식했다.“에휴, 할아버지는 유감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야 해. 얼른 정신을 차려!”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했다.소녀는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을 펑펑 흘렸다.한참 뒤, 염구준은 전신전에 연락하여 뒷수습을 부탁했다.마침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주작이 빠른 걸음으로 청산재에 도착했다.여러 번이나 수색하

  • 군신의 귀환   제2090화

    주작이 활짝 웃으면서 소녀를 부축했다.“앞으로 넌 내 부하야. 내가 말하는 것이 명령이니까 반드시 따라야 해. 참, 이름이 뭐야?”전신전은 노닥거리는 병사들을 키우는 곳이 아니니, 일단 조직에 가입하면 무조건적으로 명령에 복종해야 했다.“조영미라고 해요.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에요.”소녀는 이름을 말하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별호를 지어줄게. 앞으로 넌 ‘환생한 유령’이야.”주작이 별호를 말한 것은 정식으로 제자로 받았다는 것을 뜻했다.사건을 마무리한 뒤, 염구준은 차를 타고 청해로 돌아갔다.다시는 제 발로 달려가고 싶지 않았다.소녀는 사라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저분은 누구세요? 우리랑 돌아가지 않나요?”“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네가 실력이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주작은 엄숙한 목소리로 부하를 대하는 태도로 말했다.일단 전신전에 가입하면 앞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니 더는 제멋대로 해서는 안 되었다.이로서 거록 조직의 여섯 뱀은 모두 염구준의 손에 전멸했다.이제 거록 존주는 유력한 심복이 없으니 앞으로 행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어쩌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지도 모른다.해외 어느 외딴 마을에서 이 소식을 들은 거록 존주는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쿵!“멍청한 놈, 그러게 멋대로 일을 벌여서 용하의 내 정예병들을 절반이나 죽였어. 아나콘다, 넌 죽어 마땅해!”화난 모습을 보니 시체라도 끌어내서 토막을 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주변의 벽은 공격으로 인해 구멍이 뚫리고 바람이 새어서 언제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거록 존주는 완전히 미치광이가 되어버렸다.집안에 있던 부하들은 모두 땅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하는 날에 바로 목이 날아갈 것이다.“말해. 다들 벙어리가 되었어?”거록 존주는 손을 들어 무자비하게 살해했다.“존주님, 제발 진정하세요!”부하들은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쓸데없이 말했다가 오히려 단체로 죽을 수도 있었다.거

  • 군신의 귀환   제2091화

    염희주는 말을 마치고 바로 통화를 끊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었다. 마치 집에서는 손가을의 말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그녀는 염구준을 존중하기 때문에 한번도 그의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다.염구준은 기분 좋게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오늘 마침 여유 있으니까 희주한테 줄 선물 사야겠네.’“비켜!”바로 이때,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의 등을 밀치려고 했다.쿵!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그는 염구준의 몸을 감싼 진기에 의해 몇 미터 밖으로 튕겨나갔다.힘이 약한 수준이라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을 게 뻔했다.“뭐 하는 짓이죠?”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차갑게 물었다.방금 상대방의 행동이 몹시 불쾌했지만, 혹시나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면 굳이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일반 행인과 다툴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다.고개를 돌린 후 염구준은 상대방의 행렬 규모가 마치 국주가 행차하는 것처럼 큰 걸 발견했다.그 무리의 중심에는 검은색 연미복에 마술사 모자를 쓰고, 손에 지팡이를 쥔 고풍스러운 마술사 차림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를 둘러싼 백여 명의 경호원들은 전부 검은 상의와 바지를 입고 근육질의 체격을 뽐냈다.바깥쪽에는 수많은 팬들이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고함을 질렀다.“로브! 사랑해요!”“로브 씨, 용하국에 오신 걸 환영해요.”“사인 한 장만 해주실 수 있어요? 제가 진짜 선생님 마술을 좋아하거든요.”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마술사로, 세계각지에 팬들이 많이 있었다.팬들의 열정적인 환호에도 로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으나 팬들은 여전히 환호하고, 기뻐했다. 지금 문제가 있다면 염구준이 길 중간에 서 있어 행렬이 계속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거기, 길 좀 비켜주세요. 저희 선생님 길 막지 마시고요.”이에 앞길을 터주던 경호원이 소리쳤다.주변이 매우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아까 진기에 튕겨 나간 경호원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 군신의 귀환   제2092화

    “뭐야, 이건 또 무슨 마술이야?”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갑작스레 추가된 공연이라 생각하기도 했다.한 대씩 맞고 난 뒤 얌전해진 경호원들은 더 이상 감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가끔씩은 말보다 주먹이 더 효과적이었다. 한 대 맞아야 얌전해지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하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결국 로브가 나서서 예의있게 물었다.“왜 제 길을 막으시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하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지.’염구준은 미소를 머금고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전 원래부터 여기 서 있었어요. 절 부딪힌 건 당신들이죠.”상대가 막무가내로 나오니, 그도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다만, 그의 말에 로브의 팬들이 발끈하며 염구준을 비난하기 시작했다.“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로브 씨의 길을 막아 놓고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다니, 말이 돼?”“그러니까. 로브 씨가 어쩌다 용하국에 오셨는데, 저 눈치 없는 놈은 굳이 길을 막겠다고 저러고 있네.”“난 저런 사람들 많이 봤어. 딱 봐도 관심 받고 싶어서 저러는 거잖아.”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사람들은 염구준을 향해 온갖 욕들을 퍼부었다.‘맹목적으로 외국을 숭배하는 사람들에 광팬들만 모인 건가?’혼자서 많은 사람들과 말싸움을 하기에는 불리했지만 그는 여태껏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기에 여전히 매우 담담했다.“다 입 닥쳐!”그는 곧 내공을 담아 소리를 질렀고, 이에 사람들은 고막이 아파 말을 이어가지 못했으며 심지어 배가 불렀던 일부는 아침 먹은 것까지 토해내기도 했다.그렇게 현장은 다시금 매우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억지 부리는 외국인을 위해 절 몰아붙이는 겁니까? 뇌를 어디다 빼먹었어요?”“이 나라를 지키는 게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당신들을 지키는 게 누구라고 생각해요? 다 용하인이 아닌가요?”용하국의 안전은 솔직히 대부분

  • 군신의 귀환   제2093화

    체면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로브는 양보하지 않고 급히 말했다. “그래요. 첫 번째 라운드는 천으로 가렸다가 다시 나타나는 걸로 하죠. 단, 반드시 거리가 백 미터 밖이어야 해요. 두 번째는 신체 분리 마술로 합시다. 이건 사지와 머리, 그리고 몸통을 분리해야 하는 거예요.”두 가지 모두 대형 마술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유명했기 때문에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그러나 염구준은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세 번째는... 누가 주먹을 더 오래 버티는지 보는 걸로 하죠.”‘주먹을 버틴다고?’그의 말에 주변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한번도 그런 마술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꽤 신선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뭐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기대했다.하지만 대부분은 로브의 실력으로는 세번째 라운드까지 갈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룰을 정하며 두 명 모두 이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내기에 걸린 건 ‘공손한’ 호칭으로 상대방을 부르는 것이었는데, 이건 체면이 걸린 일이었다.“누가 먼저 시작할 겁니까?”이때, 기다리다 지친 구경꾼들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제가 먼저 하죠.”염구준은 방금 전에 길가에서 국수를 파는 아줌마에게서 빌린 테이블천을 손에 쥐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로브의 팬들은 바로 비웃었다.“저런 도구를 쓰는 걸 보니 프로는 아니네. 질게 확실해!”“진짜로 마술에 성공하면 내가 아버지라고 부른다, 진짜.”휙.염구준은 주변의 비난을 개의치 않고 테이블천을 한 바퀴 휘둘러 허공에 던졌다. 정식으로 마술을 시작한 것이다.그리고 놀랍게도 테이블천이 떨어진 자리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라?’다년간의 경험으로도 상대방이 선보인 마술의 원리를 간파하지 못한 로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사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염구준이 선보인 건 마술이 아니라 반보천인의 속도였기 때문이다. 반보천인의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대체로 보아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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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25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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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 군신의 귀환   제2509화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 군신의 귀환   제2508화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 군신의 귀환   제2507화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 군신의 귀환   제2506화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 군신의 귀환   제2505화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 군신의 귀환   제2504화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 군신의 귀환   제2503화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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