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웅.백리는 내뿜던 기운이 갑자기 강해지더니 순식간에 반보초인의 초입 실력에 도달했다.블렌의 기운도 강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최상급 반보천인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재밌네.”염구준은 그들의 전투 진형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나중에 아내와 함께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나중에 가을이가 조금 더 강해진다면 합동 공격을 할 수 있을 수도.’“죽어라!!”블렌이 포효하며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면서 백리와 동시에 염구준에게 돌진했다.그는 염구준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두 명의 반보천인을 상대로는 버티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쾅!!그러나 염구준은 제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그들의 합동 공격을 가볍게 받아내었다.최상급 반보천인도 되지 못한 사람들은 그의 상대가 될 자격조차 없었다. 붙어도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할 뿐이었다.“이렇게 강한 진형을 너희 같은 녀석들이 쓰는게 아까워.”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대량의 기운을 내뿜어 두 사람을 밀쳐낸 뒤, 빠르게 다가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주먹을 연이어 휘둘렀다. 그의 주먹은 매 한 번 내려칠 때마다 전보다 한층 더 강력했다.콰아앙!달빛 아래에 주먹의 잔상이 번뜩였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연속되는 강렬한 타격 속에서, 백리와 블렌은 결국 바닥에 쓰러진 채로 꼼짝도 하지 못했다.염구준은 담담하게 걸어가 그들이 더 이상 진기를 쓸 수 없도록 단전을 봉인했다.“너... 너 정말 반보천인 맞아?”블렌은 경악하며 물었다. 수년간 여러명의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렇게 강한 고수와 붙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냥 괴물 그 자체잖아!’그는 생각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떻게 살아남을지나 생각해.”염구준은 대답하기 귀찮아 앞에 있는 저택을 가리키면서 가라고 명령했다. 새벽, 염씨 가문 저택의 비밀 밀실.방에는 염구준과 숙취에서 깨어난 염진이 앉아있었고, 그 앞에는 블렌 부부와, 장씨 가문의 삼형제가 무릎을 꿇고있었다.“너희 셋은 먼저 일어나. 꿇고 있는 거 보기 안 좋으니까.”
“찾아서 다행이야. 너희들과 함께 가마.”염진은 삼형제를 위해 기뻐하며, 오래전 진 목숨빚을 갚을 각오를 다졌다.“전 반대에요.”이때, 오랫동안 침묵하던 염구준이 입을 열었다.염구준의 반대로 인해 방 안은 묵직한 적막에 휩싸였다. 염진이 절반정도 양아버지가 된다지만,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기에 장씨 가문의 삼형제는 매우 난처해했다.전엔 어머니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정신이 팔린 나머지 염진이 위험에 처할 거란 생각을 못했지만, 지금은 그들도 반보천인이 뒤를 쫓고 있는 일이 단순하게 만나는 것 뿐일 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염진의 한 마디가 적막을 깨뜨렸다. “괜찮아. 애들이 한 번 만나기만 하면 된다고 했잖니.”“앞으로 가문 좀 부탁한다. 그리고 가는 김에 한설이도 청해시에 데려가 살아.”이 말은 흡사 유언을 남기는 것처럼 들렸다. “아버지, 왜 이런 말을 하세요. 안 가시면 되잖아요.”아버지가 너무 나쁘게 생각한다고 생각한 염구준이 상대방을 말리기 시작했다. 염진이 한 번도 말하지 않은 탓에 그는 염진과 장천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지 못했다.“아니, 가야만 해. 이래야 천수 형에게도 할 말이 있지.” 염진의 단호한 태도에, 염구준은 상대방이 말려도 듣지 않고 어떻게든 가고야 말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하여간 고집불통이라니까.’염구준은 자신의 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제가 대신 갈게요. 할 말 있으시면 얼마든지 하세요.”장씨 가문의 형제들의 납치 시도에 그는 매우 화가 났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죽이지 않은 건 옛 정을 생각해서였다. 즉, 이제 도움 따위는 줄 생각도 없다는 거다.“안 돼. 내가 직접 가야만 해.”그러나 염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수 십 년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어마어마한 은혜를 그는 오늘 반드시 직접 갚을 생각이었다. “왜 이렇게 고집 부리세요? 제 말 한 번만이라도 들으시면 안 돼요? 잘 처리해드리겠다니까요.”염구준은 염진이 아버지이기 때문에 대
“죽든지, 말든지.”염구준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평소 같으면 수십 명은 죽여버렸을 테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속으로만 삭여야 했다. 염진이 떠난 후, 그는 심문할 마음이 사라져 아랫사람에게 블렌과 백리를 데려가라고 명령하고 혼자 조용히 밀실 밖으로 나섰다. 염구준은 밖을 밝게 비추는 달빛을 올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한편, 북룡강 변두리.강물이 세차게 몰아치며 물보라가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염진은 장씨 가문의 삼형제와 차로 한 시간을 달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북룡강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강변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모습을 보아하니 상대방은 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영, 우리 어머니는 어디 계시지?”상대방을 보자마자 장대선은 재빨리 걸어가 물었고 자리에 남겨진 둘째와 셋째는 염진의 옆에 서서 주변을 경계했다. 오기 전에 그들은 어머니만 만나면 바로 염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협상을 했었었다.“염구준은 같이 안 왔지?”조금 전에 염구준이 북방의 염씨 가문의 저택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을 들은 영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염구준이 너무 강해서 무서워하는 것도 있었지만, 만능 전당포에서 의뢰한 강자가 연락이 끊긴 상황에 미끼들이 정말 염진을 데리고 왔으니 무서워하는 거였다.“아니, 부자끼리 한 번 싸워서 안 따라올 거야.”“좋네. 데리고 와.”장대선이 사실대로 말하자 영은 만족스럽게 옆에 있는 승합차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분부했다.이윽고 차에서 두 사람이 내리며 어깨에 둘러업고 있던 포대를 쓰레기 버리듯이 멋대로 내팽개쳤다.“어머니!”장대선이 소리 지르며 달려가 포대를 풀자 안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의식불명인 상태로 옅게 숨을 쉬고 있었다.“어머니를 완치시켜준다 했잖아?”장삼우가 분노하며 외쳤다. “하하. 바보야? 도구 따위를 내가 왜 치료해줘야 해?”“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알려줄게. 이 아줌마 이미 병이 심각해져서 이제 치료 못해.”영은 그들
그는 조금 전에 방에 들어가 아내에게 늦을 것 같다고 말을 한 뒤, 그들의 뒤를 따라왔었다.부자지간에 말다툼 하는 게 얼마나 정상인가. 겨우 이런 일로 서로 신경을 쓰지 않을 리가 없었다. “구준아, 너...”방금 전에 자신이 말을 좀 심하게 했다는 생각에 염진은 미안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손을 저었다. “다른 건 이따 돌아가서 말해요. 전 일단 저 녀석부터 처리할게요.”“그래. 이번엔 네 말 들을게.”조금 전에 함부로 말을 한 것에 사죄하기 위해 염진은 흔쾌히 대답했다. 그는 아들에게 미안하단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염구준은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마음껏 기운을 풀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만능 전당포에 현상금을 건 것도 너지? 양동작전을 하려 했던 거겠지.”염구준은 한마디로 상대방의 계획을 간추렸다.장씨 가문의 삼형제와 블렌, 그리고 백리가 거의 동시에 덤벼든 게 우연일 리가 없었다.유일하게 합리한 추리는 영이 이 모든 걸 계획했다는 거였다. 일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그는 모두를 각자 다른 방법으로 모은 것이었다.“그래, 맞아.”“하지만 날 놓아주는 게 좋을 거야. 내 뒤에 있는 세력이 좀 크거든. 너 따위는 건드리지도 못할 만큼.”영은 자신의 실력으로는 상대방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허세를 부려 상대방이 놀라서 물러나게 하려고 했다.하지만 이건 모두 염구준을 잘 알지 못해 그런 거였다. 만약 알았다면 이렇게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오?”“어디 세력인데? 리아성전? 천맹그룹? 아님 흑풍조직?”염구준은 상대방의 협박을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이렇게 큰 세력들도 신경 쓰지 않는 그가 영의 배후에 있는 세력을 신경 쓸 리가 없었다.“뭐해? 죽여!”영은 옆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두 명의 부하에게 명령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영의 명령에 두 부하는 자신이 적수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염구준을
북방 변경의 한적한 별장.서재에서 누군가 벽에 걸린 초상화를 멍하니 응시하다 갑자기 손길을 뻗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초상화에 그려진 건 다름아닌 염구준이었다.이정도로 그를 증오하는 건 오직 흑풍존주밖에 없었다.“존주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꽉 닫힌 문 밖에서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해.”흑풍존주는 문을 열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차갑게 대답했다. 상대방이 대충 뭘 보고하려는 건지 감이 왔기 때문에 그는 상대방을 방에 들여 자세하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작전이 실패했습니다. 영은 죽었고 의뢰를 맡긴 블렌은 잡혔어요.”문 밖의 사람은 계속 말을 이어갔으나 혹여나 흑풍존주가 화를 내기라도 할까 봐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영은 황계웅이 만들어낸 암, 영, 쌍, 생 4대 고수 중의 한 명으로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네 명이 손을 잡고 싸워 초입 반보천인의 강자도 죽여본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알았다. 가봐.”그러나 흑풍존주는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보고를 한 사람은 그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더 묻지 못하고 눈치있게 자리를 비켰다.한편, 서재 안.작전이 실패했다는 걸 알게 된 흑풍존주는 별로 실망하지 않고 자리에 돌아가 와인 한 병을 땄다.이때까지 너무 많이 실패한 탓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번 작전을 계획할 때부터 그는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었지만 그럼에도 실행한 건 황계웅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그는 언제나 염구준을 상대하는 데 진심이었다.“이번에는 마주치지 말자, 염구준.”흑풍존주는 아무도 없는 창밖을 향해 잔을 들어올리며 중얼거렸다. 같은 시각에 염구준은 이미 염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한 상태였다. 염구준은 한밤의 습격 사태가 누군가 염진을 노리고 벌인 거라는 걸 알았으나 단서가 부족한 탓에 흑풍존주가 범인이라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염씨 가문 저택의 앞에 있는 빈 공터에 장씨 가문의 삼형제는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숙이고 어제밤에 벌인 일에 대해 사과했다.그
오랫동안 남북을 뒤져서 겨우 친엄마를 찾았는데, 같이 산지 2년도 안 되어 다시 생이별을 해야 하니 슬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180센치가 넘는 건장한 남성인 장대선도 이 소식을 듣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소식을 들은 염진 역시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장천수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에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돕고 싶었다.“구준아, 너 신의 이제마 씨랑 친하잖니.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될까?”염구준과 이제마의 친분이라면 한마디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망설였다. 염진은 아들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당시의 일을 얘기해주기 위해 아들을 한쪽으로 불러냈다.아들이 자기와 성격이 똑같기 때문에 강제로 명령해서는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을 설득할 제일 좋은 방법은 전부 털어놓고 혼자 생각하게 하는 거라는 것도 말이다. 시간이 긴박하기 때문에 염진은 길게 이야기 하지 않고 당시 장천수와 있었던 일만 짧게 설명해주었다.염구준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조금 놀라더니 바로 승낙했다. “천수 아저씨를 봐서 이제마 씨한테 도와달라고 할게.”빚을 계속 지고 있어선 안 되었다.“고마워, 형!”장씨 삼형제는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 계속 감사인사를 했다.“됐어. 별일 없으면 난 먼저 들어가서 쉴게.”염구준이 방으로 돌아갈 때쯤, 하늘은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아침 여섯시라 잠시 누웠다가 곧 다시 일어나야 했지만 그래도 이불 속을 따끈따끈하게 덥히고 있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염구준은 생각했다. 휴식을 취한 후, 염구준은 직접 블렌과 백리를 심문했으나 유용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영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는 그들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 가능성은 더욱 없었다. 결국 현상금 사냥꾼인 두 사람은 여러 인명 사건에 연루되어 전신전으로 넘겨졌고, 조사 끝에 결국 사형에 처하게 되었다.한편, 장씨 삼형제는 병원에 도착한 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마가 타이밍 좋
“어이, 귀 먹었어?”이때, 사람들을 내쫓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계속 소리를 지르며 염구준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상대로 계속 미친 듯이 도발을 하는 걸 보면 그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저 사람 제압해!”남자가 일정 범위 안에 들어서자 경호대장이 바로 명령했고, 이에 두 명의 경호원이 빠르게 돌진해 남자를 바닥에 눌렀다.염진 곁의 경호원들은 모두 염구준이 직접 선발한 이들이며, 일부는 그가 직접 훈련시킨 정예 중의 정예였다. 특히 경호대장은 전신 경지의 강자로, 예전에 염구준의 오른팔이던 인물이었다. “여기 반항하는 놈들이 있다, 얼른 와!”남자는 제압당한 채로도 발버둥치며 난동을 부렸다. 그가 이렇게 겁이 없는 이유는 자신 쪽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였다. 산 아래에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이다.“아이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 저희 먼저 내려가요.”손가을이 어른들을 향해 말했지만, 염희주는 전혀 겁먹은 기색 없이 오히려 작은 몸을 앞으로 내밀며 구경하려고 안달이 났다. “그래, 그래.”그녀의 말에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경호원들의 경호하에 다른 길로 산을 내려갔다.지금 현장에 남은 건 오직 염구준과 염진 뿐이었다. 염진이 남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아무도 그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 곧이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산정상에 올라와 두 사람을 에워쌌다. 방금 제압당했던 남자는 화가 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질렀다.“가서 손 좀 봐줘. 우리한테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공격해!”적수가 단 두 명뿐이라 사람들은 쇠파이프와 곤봉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인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더군다나 염구준이 제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 그들은 상대방이 겁에 질려 멍해졌다고 생각해 기뻐하며 더 자신 있게 덤벼들었다.콰아앙!그들이 염구준의 코앞까지 달려간 후, 손에 쥔 무기를
“훔치다뇨?”“회장님 비서한테 사기 좀 치고, 천만원 주니까 알아서 회장님 컴퓨터 자료를 전부 주던 걸요.”안기현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며 자신의 꼼수를 만족스럽게 여겼다.이런 수법은 그가 예전부터 자주 써먹던 것이었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안기현 뒤에서 한 청년이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바로 염진의 비서인 김 비서였다. “회장님이라고 부르지마. 내 아래엔 너같은 직원 없으니까.”염진은 배신자를 바라보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 기밀 파일 유출로 인해 이제 염씨 가문의 사업이 위태로워질 상황인데, 이제와서 사과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하. 회장님, 화내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안기현은 포악한 웃음을 터뜨리며 상대방의 희망을 짓밟았다.염진이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할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흡족해졌다. 오래전에 벌였던 일이 모두의 원망을 살만큼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아닌 남의 탓을 하며 지내왔었다.“후. 내 친필 사인이 없으면 이건 겨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염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하하. 이 위에 적힌 사인이 회장님 필체랑 비슷하니까 회장님이 사인했다 해도 문제 없죠. 제일 중요한 건 위에 찍힌 회장님 개인도장이니까요.” 안기현이 서류를 넘기자 선홍색 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사인 필체도 염진의 것과 완전히 일체했다.김 비서가 한 짓임이 분명했다.“너...”염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십 년동안 사업을 해왔으나 지금만큼은 도저히 침착할 수가 없었다.만약 이 수법을 계속 쓴다면 염씨 가문의 모든 재산이 상대방의 손에 들어갈 게 너무나도 뻔했다.소송을 걸 수 있지만 이런 건 건다 해도 이길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우리 북방의 가문들이 다시 널 추방할 거다.”염진은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다. “하하하!”그러나 이 말을 들은 안기현은 미친듯이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