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아주 자연스럽게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는 염희주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렇게 최유원은 깨끗하게 무시당했다.손씨 그룹과 프로젝트를 협상하기 위해 제경의 최고 레스토랑을 대여하고 꽃단장을 하고 왔는데 누구도 그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손가을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볼 것이다.참다못한 최유원이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그들은 두려움에 고개를 가로저었다.염구준과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아 감히 싸울 용기가 없었다.한참 뒤에 염구준 가족이 여직원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재촉했다.“일단 이것만 주문할게요. 빨리 해주세요.”“네.”여직원은 방금 겪었던 일이 떠올라 이내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한쪽 구석에 직원들이 우르르 몰리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토론하기 시작했다.“저 사람 누구야? 도련님한테 체면을 안 줘.”“저 여자는 어디서 본 거 같아. 청해 어느 그룹의 대표인데 청해 상업계의 여왕이라 부르더라고.”여직원들은 정작 평생 노력해도 이런 신분을 가질 수 없으면서 손씨 그룹이 제경의 상업계과 비교도 안 된다면서 우습게 여겼다.계속 무시당하던 최유원이 드디어 말을 건넸다.“손 대표님, 저희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해도 될까요?”손가을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그럼요. 최 대표님, 할 말이 있으면 바로 말하세요.”솔직히 프로젝트 내용은 최유원이 즉흥적으로 언급하였기에 자세히 알지 못했다.만약 정말로 계약한다면 모든 부분을 상세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최유원은 경호원에게 자신과 손가을의 잔에만 와인을 따르라 지시하고는 염구준을 가볍게 무시했다.유명한 최씨 가문의 도련님은 가진 재산이 많아도 아이처럼 속이 좁을 줄은 몰랐는지, 염구준이 피식 웃으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때 손가을이 와인잔을 남편에게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구준 씨, 난 운전해야 해서 당신이 마셔.”“알았어.”염구준은 길쭉하고 우아한 와인 잔을 받아 들고
반지 사건을 해결한 뒤, 염구준은 아내와 딸을 데리고 학교에서 나왔다.정 선생은 직장을 잃고 돈 많은 남자친구와 이별한 것으로 모든 대가를 치렀다.염구준은 오로지 딸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지 누구를 난처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아빠, 엄마, 날 믿어줘서 고마워요.”감동받은 염희주는 교문 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꼭 끌어안았다.오늘 다이아몬드 반지를 찾지 못했다면 학교에서 도둑놈이라는 누명을 썼을 것이다.그런 억울함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미 겪어봐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우리 딸이 어떤 아이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믿는 거야.”염구준은 부드럽게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철이 든 딸이 남의 물건을 훔칠 리가 없다.“차에 타. 이따가 미팅이 있는데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손가을은 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신난다. 맛있는 거 실컷 먹어야지.”염희주는 윤시아와 손을 맞잡고 춤까지 추었다.방금까지 슬퍼하던 아이가 갑자기 활기를 되찾자 부모는 그저 어리둥절했다.…일품 레스토랑은 제경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용하의 옛날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레스토랑으로서 어느 정도 권세가 있어야 방문할 수 있었다.더 설명하자면 가문에 몇 십억이 없으면 여기에 들어오는 것조차 부끄러워할 정도였다.이렇게 큰 레스토랑에 직원들을 제외하고 한 남자만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있고 뒤에 경호원 몇 명이 서 있었다.깔끔한 정장에 적색 넥타이를 한 남자는 두 눈을 감고 거문고의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는데 온몸에서 고귀한 기품이 흘렀다.그의 모습에 홀딱 반한 젊은 여직원들이 침을 흘리며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너무 잘 생겼어. 완전히 내 이상형이야.”“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까 우리한테도 기회가 있겠지?”“애인이 되어도 이 몸을 바칠 거야.”여직원들은 전혀 부끄럼이 없이 일부러 들으라고 이런 말을 했다.남자는 이런 추대에 적응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의 신분
”이건 개인 물품이라서 안 돼요.”정 선생은 가방에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발견될까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그러자 염구준은 강요하지 않고 사과할 기회를 주었다.“가방에 반지 있는 거 알고 있어요. 내 딸한테 사과하면 이 일을 조용히 끝내고, 앞으로 누구도 앙심을 품지 맙시다.”손가을이 이미 딸의 가방과 사물함을 뒤져보았지만 역시 아무로 나오지 않았다.그러니 지금 가장 의심스러운 곳은 바로 정 선생의 가방이었다.염구준의 제안을 듣자마자 그녀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반발했다.“난 선생인데 어떻게 학생한테 사과할 수 있어요? 다이아몬드 반지를 배상하면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정 선생은 여전히 염희주가 훔쳤다고 주장했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교장이 답답한 마음에 선생을 위해 나서서 설득했다.“정 선생, 아무런 증거도 없이 학생을 의심하면 안 돼요. 지금 사과해도 늦지 않았어요. 걱정 마세요. 여기 교무실을 나서는 순간, 누구도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겁니다.”교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 선생이 염구준 부부에게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흥, 다 한통속이면서 내가 모를 줄 아세요?”그런데 정 선생은 이미 실성하여 교장의 호의마저 무시했다.이제 교장이 나서도 설득할 수 없게 되었다.정 선생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뒷배가 있어서 감히 건드리기 쉽지 않았다.누구도 양보하지 않자 분위기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염구준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더는 참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가방을 빼앗았다.“죄송합니다.”만약 가방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없다면 상대방처럼 고집을 부리지 않고 바로 사과할 생각이었다.“여보, 가방을 열어봐.”가방을 빼앗았지만 그렇다고 여자의 가방을 함부로 뒤질 수 없어 아내에게 건넸다.“나쁜 자식, 선을 넘었어! 내 가방…”정 선생이 씩씩거리면서 손을 들어 때리려는 순간, 잡아먹을 듯한 염구준의 눈빛과 마주치더니 그만 놀라 주춤하고 말았다.“이거 맞아요?”1분도 안 되어서 손가을이 백금 다이아몬
부부가 얘기를 나누며 딸이 하교하길 기다릴 때, 어느새 학교 정문에 점점 많은 학부모들이 모여들었다.며칠을 보지 못했더니 두 사람은 할 얘기가 무척이나 많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담소를 나누면서 우르르 무리를 지어 나왔다.그런데 염구준 부부가 한참이나 찾았는데도 딸이 보이지 않았다.전교 학생들이 하교할 때까지 기다렸는데도 염희주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담임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염희주 어머니 맞으세요? 여기 교무실에 잠깐 오실 수 있나요?”담임의 목소리가 싸늘한 것이 염희주가 무슨 사고를 친 모양이었다.손가을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면서, 염구준에게 씁쓸한 미소를 보여주었다.“무슨 일이 있는지 들어가서 보자.”염구준은 아내와 함께 학교로 들어갔다.딸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부모로서 당연히 자초지종을 묻고 사과할 것이다.교무실.테이블 앞에 두 학생이 고개를 푹 숙이고, 정 선생은 그런 두 학생을 씩씩거리며 노려보고 있었다.“정말 선생님 물건을 훔치지 않았어요.”염희주도 화를 참느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선생님, 희주는 계속 저랑 같이 놀았어요. 교단에 간 적도 없어요.”친구 윤시아도 마지막 수업을 듣지 않고 대신 설명했지만 담임이 끝까지 믿어주지 않았다.탕!정 선생이 테이블을 탁 치는 바람에 필통에 꽂혀 있던 펜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희주는 물건을 훔치고 시아는 그걸 감싸주고, 내가 평소에 너희들을 그렇게 가르쳤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내 다이아몬드 반지를 당장 내놔!”염희주는 조급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나올 것만 같았다.“선생님, 저 정말 훔치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이아몬드 반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왜 나를 때리려고?”정 선생은 주먹을 꽉 쥔 염희주를 보고 호통쳤다.“전 선생님을 때리지 않아요!”염희주가 주먹에 힘을 빼며 고개를 푹 숙였다.비록 무공이 약하지 않지만 선생님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과 주먹이 세다고 이런 곳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도리는
용하에서 운석강화인에 대한 협상을 끝낸 것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각 나라 고위층들은 전보다 골머리를 앓았다.왜냐면 용하에서 결백을 증명하면 그들은 누구에게도 따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적은 어디에 있는지 장본인은 누구인지, 전부 다시 알아내야 했다.미지의 적은 종종 가장 무섭고 치명적인 존재였다.이번에 가장 큰 손해를 본 성조국의 국주는 벌인 일만 생각하면 혈압이 올랐다.대저택에서 성조국 국주는 뒷짐을 지고 무서울 정도로 인상을 구기고는 앞에서 서성거렸다.양쪽에 줄은 선 고위층 간부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용하에서 로완이 소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양국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탕!“왜 다들 벙어리가 되었습니까? 뭐라고 말해 보세요!”국주는 의자를 발로 차며 살인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분위기가 침울할 때 어깨에 별을 단 군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사실 그렇게 심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싸운다면 저희도 용하가 두렵지 않습니다.”이 군인은 성조국의 4대 사령관 중 한 명인 설리번이다.그는 지위와 권세가 높고 수하에 강력한 군사를 두었지만 성조국의 국주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흥,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네. 몇 년 전에 전신전과 싸울 때 내가 당신을 살려서 데리고 왔어요.”설리번의 면상을 본 국주는 콧방귀를 뀌며 다들 보는 앞에서 그의 치부를 드러냈다.자신의 실력이 어떤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았다.“지금은 예전과 다릅니다. 저희 실력이 대폭 상승하여 이젠 전신전 같은 건 두렵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자꾸 예전의 일은 꺼내지 마십시오.”설리번은 불쾌했는지 전혀 국주에게 체면을 주지 않았다.이제 강력한 군대를 장악한다고 요즘 따라 태도가 점점 오만해졌다.국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가슴에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본인의 신분을 잊었어요? 운석강화인으로 트집을 잡은 장본인이 장군 맞습니까?”그 말에 성조국 고위층 간부들의 시선이 모두 설리번에게 쏠렸다.이 일로
”습격이다. 다들 싸울 준비한다!”로완이 어깨에 멘 상자를 내려놓으며 외치자, 부하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작전 개시!”염구준이 명령하며 나타나더니 바로 로완을 향해 돌진했다.이제 범인과 장물을 모두 잡아서 놈은 꼼짝없이 죽을 것이다.용하에서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운석까지 노렸으니 염구준의 성격에 살려둘 리가 없었다.순식간에 모든 잠수함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하늘에 헬기들이 총출동했다.무장한 군대들에게 포위된 로완은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되었다.이번에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염구준, 뻔뻔하게 나를 속였어.”로완은 배신감에 충혈된 두 눈을 부릅 떴다.두 번이나 상대방의 계략에 빠져들고 목숨까지 잃게 생겼다.게다가 장소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미끼에 유사한 수법이었다.이번에도 로완이 걸려든 것은 멍청해서가 아니라 너무 고집스러웠기 때문이었다.“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이 운석을 노리지 않았다면 나도 이러지 않았어요. 물건을 훔쳐서 용화를 어지럽혔으면서 이제 와서 따지다니, 당신이야말로 뻔뻔하지 않나요? 그냥 얌전히 죽어요.”염구준은 손을 내리며 부하들에게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여기까지 온 이상 몸이라도 풀게 기회를 줘야 했다.쿵쿵!공격이 시작하자마자 곳곳이 화력으로 인해 폭발하면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바닥이 뒤흔들었다.먼지와 짙은 연기가 뒤섞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그래도 염구준은 운석을 담은 금속 상자가 매우 단단하여 운석이 깨질 걱정을 하지 않았다.“죽여라!”연기가 채 가시기 전에 전신전의 부하들이 함성을 지르며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했다.수만 명의 정예병이 수십 명을 제거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가장 앞장선 사람은 당연히 염구준이었다.“다들 일어나서 죽을 각오로 싸워!”로완은 체내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날카로운 무기를 쳐들었다.방금 공격으로 절반 인력을 잃고 실력이 강한 사람들만 남았는데 이미 사기가 떨어져 싸울 의지가 없었다.윙!그 사이에 염구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