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해!”곁에서 지켜보던 진숙영이 단호한 얼굴로 염구준 곁으로 다가가 염희주 눈물을 닦아줬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진숙은을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숙은아, 이 말은 하기 싫었어. 우리 자매 정을 봐서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넌 네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버릇이 없어지는구나!”“지난 몇 년간, 엄마가 널 예뻐한다고 날 얼마나 못살게 굴었어? 예전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하지만 절대 너 때문에 회사 제도를 깨뜨릴 수는 없어!”“네가 구준이랑 희주를 욕해...진숙은, 잘 들어. 염구준은 내 사위고, 염희주는 내 손녀야. 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라고!”진숙영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산기슭을 가리키며 승용차 곁으로 다가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차 타, 빨리 가버려. 우리는 자네 같은 친척 없어. 우리의 연은 오늘까지야!”쿵!진숙은은 날벼락이라고 맞은 듯 어쩔 줄 몰라했다.자매 넷, 해외여행을 떠난 둘째 언니네 빼고 다들 모였다!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도 노부인이 자기와 지성이를 예뻐하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자가를 위해 말해주고 진숙영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라 생각했다.죽어도 생각하지 못했다. 노부인의 말을 거역하고 진숙영이 염구준과 염희주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엄마!”이 지경이 됐는데도 진숙은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노부인을 잡고 울부짖었다. “엄마 다 들었지? 우리랑 연 끊겠대! 빨리 뭐라고 좀 해봐. 지성이 자리 만들어줘야지!”“어휴.”노부인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바닥에 지팡이만 쿵쿵 찍어댔다. 노부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숙영아, 이게 무슨 일이야. 좋게 말하면 되지. 우리 가족이잖아. 내가 죽어야 만족하겠어? 네 마음속에는 이 엄마도 없어? 난...”진숙영이 울며 천천히, 하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엄마.”노부인을 바라보며 진숙영이 눈물을 흘렸다.“시아버지, 태석 씨 둘째 형, 다 우리 집에서 쉬고 있어. 도우미에 간호도 있어. 그 사람들, 나랑 태석 씨가 평생
말을 다 하고 진숙은은 유지성, 유건우와 함께 옆에 세워진 승용차에 탔다. 차창을 내려 침을 뱉고는 시동을 걸고 가버렸다.“홍달그룹...”염구준은 울부짖는 아이를 품에 안고 멀리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져가는 승용차를 지켜보더니 천천히 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는 재빠르게 문자 2통을 보냈다.내용은 간단명료했지만, 단호한 태도가 느껴졌다.“손씨 그룹 명의로 통지를 내보내. 청해시의 모든 사람,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그 누구든 유지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자는 우리와 원수가 되겠다는 걸로 간주하겠다.”받는 이: 손씨 그룹의 대표 비서, 홍어르신의 딸, 홍천기.두 번째 문자는 더 단호하고 매서웠다. “명령한다. 유건우의 직무를 해제하고 용하국 모든 기업은 절대 다시 유건우를 채용하면 안 된다!”받는 이: 청해시 성주 종찬우.“빌어먹을 계집애, 죽일 놈의 염구준!”승용차는 교외 도로를 타고 빠르게 달렸다. 진숙은은 조수석에 앉아 화를 내뿜었다.“성공이 코 앞인데, 노부인이 그렇게까지 말해줬는데, 그놈의 염희주때문에 다 망쳤어! 그 죽일 놈의 애만 안 울었으면, 진숙영도 이미 동의했는데!”연을 끊으면 끊었지.뭐가 그렇게도 잘 났어? 진숙영 없어도 절대 굶어 죽지 않아!“엄마, 걱정 마!”운전을 하던 유지성도 화가 나 이를 갈았다.“홍달그룹에서 일 잘하면 되지. 내가 매니저부터 시작해서 사장이 되면, 그때 손씨그룹 망하게 할 거야!”“나 요즘 승진도 빨라서 반년이면 바로 청해시 성주 댁에 들어갈 수 있어. 그럼 성주도 나를 중용해 주시겠지.”유건우는 충혈 때문에 눈이 빨개졌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말했다.“지난번에 노부인 80생신때 성주님이 직접 다녀가신 걸 보면 손씨 집안이 성주랑도 잘 알고 지내는 것 같은데. 내가 성주 댁에 들어가면 반드시 그 사람들 다 망쳐버릴 거야. 권력 앞에 재부는 보잘것없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멈췄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가 왔다.“성주 댁?”유건우는 전화를 꺼내 발
승진한 이유가 손씨그룹 때문이었어? 그런데 지금...이 사실은 그를 미치게 했다. 그는 유지성을 향해 소리 질렀다. “돌아가, 당장 돌아가. 손태석을 찾아가서 당장 사과해야겠어.”뚝!또다시 누군가가 그의 말을 끊었다!운전을 하던 유지성이 핸들을 돌리자마자 모니터에 불이 켜졌다. “홍달그룹 곽 매니저”라고 적힌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곽 매니저님!”유지성은 몸이 떨렸다. 그는 바로 스마트 핸들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가 공경하게 말했다.“접니다. 유지성.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습니까? 저는...”곽 매니저의 냉정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우리 홍달그룹과 손씨그룹는 파트너다. 우리는 함께 이익을 나누고 진퇴를 함께하는 사이다!”“당신의 채용을 철회하겠다! 우리 홍달그룹에서는 절대 당신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청해시에세 당신 가족이 발 디딜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묻지 말라, 물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통화가 끊겼고 모니터의 불이 꺼졌다!“철... 철회하다니...”유지성은 몸이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우고 뒤돌아 유건우를 바라보더니 다시 옆에 앉은 진숙은을 바라봤다. 그들 가족은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 모두 서로의 눈에서 절망을 느꼈다.돌아가서 손가을 가족에게 사과를 한다고? 아마 대문도 못 들어갈 것이다!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이쯤이면 알아챘을 것이다. 진숙영 가족과 연을 끊는 순간, 그들 가족의 운명은 정해졌다.그들은 망했다!진숙은 가족이 정말에 빠진 그때, 향산 별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특히 손태석과 진솔은 기분 나쁜 일을 잊어버리고 기분 좋게 술에 취했다.손님과 주인 모두 기분 좋게 저녁을 즐기고 만찬이 끝났다. 집안 어르신들이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며 쉬었다. 진영주는 손가을을 따라 베란다로 가서 흔들의자에 앉았다. 둘은 기분 좋게 얘기를 나눴다.“가을 언니. 정유미 씨가 우리 그룹 광고 모델이지? 콘서트 소식이 있던데.”진영주
“고양?”커플 전용 벨 소리였다. 누구의 전화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바로 알았다. 진영주는 바로 기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드디어 시간이 생겼어? 곧 정유미가 콘서트를 한다는데 우리 같이 가자!”고양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몇 분이 지난 후 그가 힘겹게 말했다.“영주야, 나는 됐어. 부모님이 나를 쫓아냈어. 나... 더 이상 네 남자 친구 할 자격 없어!”뭐라고?곁에 있던 염구준이 이마를 찌푸렸다.진영주의 남자 친구 고양은 밝고 멋진 남자다. 그에 대한 인상이 좋아 염구준이 그의 아버지를 도와 츠카프리카 아이 그룹과 합작했었다. 고양과 진영주의 감정도 아주 좋았다.그런데 지금, 고양이 집에서 쫓겨나와 진영주와 헤어지겠다고?“고양, 너, 거짓말이지?”진영주는 전화를 꽉 쥔 채 얼굴이 창백해졌다.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다시 말해봐. 나 안 믿어. 나 안 믿는다고!”고양도 고통스러운 듯 말소리가 떨렸다. “영주야, 이러지 마. 나도 너에게 완벽한 결혼식을 해주고 싶어. 평생 너랑 같이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 난 이미 그럴 능력이 없어. 난...”“염구준이다.”옆에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다가가 전화를 받아 담담하게 물어봤다. “무슨 일이야? 말해봐!”형부? 아니, 이제는 형부가 아니고 형이라고 불러야지...“형.”고양이 울먹이며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쓸모가 없어서. 형이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부모님이 회사를 형에게 맡기겠대요. 형이...”그이 말이 끝나기도 전.염구준이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는 태도였다.“영주에게 상처 주는 일은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 헤어진다고 해도 이 일이 이유가 되지는 않을 테다.”“고향이 진주시라고 했었던가?”“기다려!”염구준이 전화를 끊고 눈물 흘리는 진영주와 걱정 가득한 손가을을 향해 손을 흔들고 떠났다.진주시로 출발했다!청해시와 1000킬로미터 떨어진 복동성 진주시.고씨의류 무역 그룹 빌딩, 위층 회의실에서 심각한 분위기의 소형 회의가 진행 중이었
“승재가 상업적으로는 좀 타고나긴 했지.”고원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그룹과 합작한 후 우리 공장의 생산능력이 많이 딸려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 고양, 네가 소개한 염구준, 큰 합작사를 이어주긴 했지만 그만큼 무거운 압력도 가져왔지. 앞으로 이런 일은 더 주의해야 해.”고양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염구준이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덕에 아이 그룹과 합작을 했고 그 때문에 엄청난 이익을 얻었는데 지금 형이 데려온 투자자때문에 상속권을 형한테 주겠다고?어이가 없다!“회장님.”멀지 않은 곳, 회의실의 나무문이 열렸다.젊은 비서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염 씨 남자가 왔는데 둘째 도련님의 친구라고 합니다.”뭐라고?고원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미팅하는 거 안 보여? 나가!”비서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바로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섰다.“잠깐!”고양이 벌떡 일어서더니 격동하며 소리쳤다. “염 씨라고? 염구준인가?”비서가 머뭇거렸다. 고원이 아무 말 없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형이 왔다!고양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빠, 엄마, 구준 형이 왔어. 내가 직접 나가봐야 해!”고원과 양숙분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고양이 염구준 얘기를 해서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염구준은 신분이 특수한 큰 인물이다. 아이 그룹과의 합작을 성사시켜준 사람이니 당연히 일반인은 아니다.하지만 고승재가 데려온 김성 씨도 어느 정도의 실력자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경솔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고양!”고승재가 김성과 눈을 마주친 후 다시 고양을 향해 코웃음을 지었다.“네가 말한 염구준, 네 여자 친구의 형부라고 했지? 그 사람이 우리 미팅보다 더 중요해?”“우리 그룹의 미래가 달린 일인데 아무리 손님 대접을 한다 해도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가려야지! 미팅이 끝나지 전까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여기 가만히 있어. 알아들어?
고씨의류 무역 그룹 빌딩 1층 응접실. “구준 형!”고양은 부끄럽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얼굴로 응접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염구준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말했다. “저, 저 정말 영주랑 헤어지려는 게 아니라, 그냥...”영구준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 전화하면서 말했잖아.”고양이 멍해졌다. 그는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염구준 옆에 앉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형이 이렇게 갑자기 돌아올 줄 몰랐어. 외국에서 유학...”고승재는 해외에서 3년 동안 유학을 하다 며칠 전에 갑자기 돌아왔다. 김성 씨를 데리고 와서 투자 제안을 하며 조건을 내걸었다. 고양의 임원 자격을 뺏겠다는 건 그를 집안에서 내쫓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같은 형제끼리 이렇게까지 괴롭힐 필요가 있는가?“알았다.”고양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가자.”가자고? 어디를?고양이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섰다. 그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형, 어디 가자는 거야? 나 미팅도 해야 하는데! 아무리 가능성이 작다고 해도 노력은 해야겠어. 회사를 형에게 양보할 수는 없어. 형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형이 데리고 온 김성 씨가 수상해.”바보 같은 녀석!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당연히 회의실로 가지. 네 형이랑 김성 씨 만나봐야겠다!”말이 끝나자마자 염구준은 고양의 안내도 없이 응접실을 떠나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고양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염구준의 웅건한 뒷모습을 본 고양은 가슴속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염구준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려는 걸까?김성 씨가 누구든, 형이랑 무슨 수작을 부리든, 다 기다려!...“회장님, 더 생각이 필요하신 겁니까?”위층 회의실, 김성 씨가 전자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내뿜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투자하는 이유는 고성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성재가 그룹을 물려받지 못한다면 제 투자도 없던 일로 해야겠어요!”고원과 양숙분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가 돌아온 목적은 가족 기업의 상속권을 빼앗는 거다. 그는 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김성 씨의 투자만 받으며 그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고양 손에서 기업을 빼앗을 것이다. 하지만 불쑥 염구준이 나타났다...염구준이 누구든 그의 계획을 방해하는 자는 모두 그의 적이다!“돈을 내겠다고? 그 많은 돈을 다 낼 수나 있긴 한 거야?”고승재 곁에 있던 김성 씨는 염구준을 무시하고 고원을 향해 코웃음을 지었다. “회장님, 우리의 미팅에 둘째 도련님이 이렇게 낯선 사람을 끌어들였네요. 말이 됩니까?”“이 사람 떠나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투자일은 없던 걸로 합시다!”염구준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하려던 때.“구준 형은 제 손님입니다. 우리 집안의 귀한 손님이라고요!”염구준의 실력을 알고 있는 고양이 자신만만해서 냉랭한 눈빛으로 김성 씨를 쏘아봤다.“나는 지금 고씨의류 무역 그룹의 사장입니다. 구준 형을 미팅에 초대할 자격 충분합니다. 제 손님을 내쫓으실 거면 우리 형을 내가 먼저 쫓아내야겠어요!”“저희 고씨의류 무역 그룹이랑 계속 협상하실 거면 앉아서 얘기 잘하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 떠나도 좋습니다!”뭐라고?김성 씨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고원을 향해 코웃음을 지었다. “회장님, 둘째 도련님의 행동 다 보셨죠? 이런 태도로 투자자와 얘기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고양! 너 아까 너무 심했어. 당장 사과해!”고원과 양숙분이 말하기도 전, 고승재는 이미 얼굴이 시퍼레져서 회의실 책상을 힘껏 쳤다.“난 네가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고 했지 널 집안에서 쫓아내겠다고 한 적 없다. 나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다니. 형 마음이 너무 아프다!”“그리고 김성 씨의 투자가 우리 집안한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몰라서 그래? 나를 오해하는 건 그렇다 쳐. 하지만 반드시 김성 씨한테는 사과해, 당장 사과하라고!”서로를 바라보던 고원과 양숙분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염구준이 나타난 후 고양의 태도가 이렇게까지 변할 줄이
“다른 방법을 생각할 필요 없어요. ”염구준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고원을 향해 손을 저었다. “고 사장님,고양은 진연주 남자친구예요.진연주는 또 제 아내 친척 동생 되는 분이니까 우린 한 집식구가 아니겠어요? 이럽시다. 제가 1조 되는 투자금을 내줄 테니 계약 체결할 필요도 없이 고 사장님만 동의하신다면 바로 계좌 이체해 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입꼬리는 조금 올라갔다.“1조도 부족하면 더 추가할게요. 구멍이 얼마나 크든 제가 다 덮어드릴게요.”염구준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삽 시에 고요해졌다.죽은 듯이 조용했다!1조라니,100억도 아니고 10억도 아니다! 하지만 염구준은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데 그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일 뿐이고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구멍이 얼마나 커도 다 덮어준다고?이것은 허풍을 치는 것도 아닌 자만이고 거만이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부터 우러러 나온 말들이다.“1조라니......”고원은 입술을 떨면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1조는 얼마나 많을가?츠카프리카 아이 그룹과 손을 맺게 되면 고씨 의류 무역 그룹의 한 달 치 순이익은 겨우 40억인데 식비, 직원 월급 다 팽개치고 전기세 물세를 아무리 절약해도...설령 세금도 안 낸다 하더라도 20억이어야 그만큼 한 돈을 벌수 있다.게다가 그는 평생 1조를 벌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염구준 씨,당신,당신 장난친 거 아니죠?”고원은 생각하면 할수록 흥분되어 말하면서도 떨렸다. “당신 진짜로 저희 고씨 그룹에 투자하려고 마음먹은 것인가요? 전,너무 믿기지 않아서 그러는데, 감히 생각 못 하겠어요!”이까짓 거 생각 못 할게 뭐야?염구준은 웃기만 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바로 돈을 이체했다.1분도 안 돼서, “딩동!”고양의 주머니에서 갑자기 메시지 알람 소리가 울렸다. 메시지에는 은행 본점에서 이체한 금액이 입금되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똑똑하게 보였다. 바로 염구준이 보낸 거액금이다.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