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기로는 김씨 가문이 해외로 도망갈 때 안무정을 구했지? 이번에 북방으로 돌아와서 대체 뭘 하려는 거야?!”“북방으로 돌아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5년 전에 조용히 돌아와서 그 여자 묘에 찾아갔다고 들었는데, 머리카락이 하룻밤 사이에 하얗게 변한 것도 그 여자 때문이래. 소문난 냉혈한 살인마가 의외로 다정한 사람이었네...”온 거리와 골목 곳곳에서 안무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그건 20여 년 전의 일이었다!당시, 북방의 4대 최상위 재벌 외에 무인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무도 종사는 더욱 드물었다. 안무정은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그는 한 여자를 위해, 맨몸에 검 하나로 북방을 도륙했고, 사흘 안에 연이어 7개의 이류 가문을 잇달아 멸망시키고, 3개의 일류 가문을 다시 일구며,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총 20여 명의 종사를 죽이고, 등급을 건너뛰어 6명의 무도 왕자를 죽였다!결국 북방의 재벌들이 그에게 원한을 품고 함께 그에 대항했다. 많은 돈을 들여 무도 고수를 초청했고, 마찬가지로 도전의 명목으로 여러 자기 함정을 설치하여 결국 안무정을 다치게 했고, 이후 도망쳐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2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크게 변했지만, 아무도 안무정이 어느 정도로 강해졌는지 모른다!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당시 그를 함정에 빠지게 했던 자들이 반드시 큰 재앙을 당할 것이라는 것이다!......“견아, 견아!”하루 뒤, 북방의 새롭게 부상한 일류 가문, 공씨 가문가주 공조는 아들의 시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고, 자신의 몸에도 두 군데 피 구멍이 나 있었다. 가문 정원 곳곳에 널린 사람들의 머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공씨 가문이 멸망했다!10분 동안, 무정 검이 공씨 가문 장원의 뜰에서 끊임없이 반짝였고, 매번 반짝 거릴때 마다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공씨 가문의 6명의 호위, 20여 명의 조카들, 그리고 하인들까지...위아래로 76명의 사람들이 전부 안무정에게 살해당했다!“다음은 양씨 가문
이건... 염 전주님의 신분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그들은 문득 뭔가 깨닫고 재빨리 호칭을 바꾸었다.“염 가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는 염 선생님만 알지, 염 전주님은 모릅니다. 염 가주님, 청해 염구준 선생님을 모셔 오실 수 있습니까?”“안무정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염 선생님뿐일 것입니다!”염진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대대로 내려온 팔찌를 가을이한테 줬고, 구준이도 허락한 눈치긴 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라고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어… 근데 그 자식에게 도움을 청하라고?’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큰일났어요!”염씨 가문 장원 멀리서, 겁에 질린 비명 소리가 이쪽의 적막을 깨버렸다.“안, 안무정이 쳐들어왔어요!”"염씨 가문까지 3킬로미터도 남지 않았는데, 속도가 엄청 빨라요...”“그가 왔어요!”안무정이 왔다!염씨 가문 장원안의 가주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고, 수십 명의 호위들은 마치 강적을 마주한 것처럼 가주들을 자신들 뒤에 숨기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탁, 탁, 탁...걸음 소리가 들렸다!염씨 가문 대문 밖, 안무정은 철검을 등에 지고, 흰 머리카락을 뒤로 휘날렸다. 그의 눈에는 깊고 알 수 없는 추억이 담겨 있었다. 그는 북방에서 언급만으로도 두려운 살신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일편단심인 사람이라는 것이다!“과연 안무정이구나!”멀리 안무정을 바라보는 염옥정, 서문당, 북궁야... 현재 북방에서 가장 인정받는 재벌 가주인 염진조차도 표정이 약간 흔들렸다.전설 속의 인물!몇 세대의 무서운 기억!20년 전의 안무정은 잘생기고 호탕하며 매력이 넘쳤다. 모든 면에서 탁월한 사람이었다. 여러 해가 지나 많은 사람들이 다 늙었지만, 그의 외모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다만 눈썹 사이의 주름이 더해졌을 뿐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는 예전과 거의 똑같았다.“사람이 많네.”염씨 가문 정원의 광경을 본 안무정은
“나를 찾아온 겁니다!”아무런 예고 없이 젊은 목소리가 염씨 가문 장원에 울려 퍼졌다.염구준이다!그는 마치 한가로이 정원을 걷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왔다. 세가 가주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안무정의 얼굴을 한번 훑어본 다음 곧바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 염씨 가문 대문으로 들어갔다.안무정은 몸을 굽혀 인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염구준의 뒤를 따라 염씨 가문 장원으로 함께 들어갔다.“이건...”세가 가주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다시 염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염진은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염구준과 안무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차분히 말했다.“여러분, 잠시 물러가 주시기 바랍니다. 염씨 가문은 손님을 접대하지 않습니다."그가 말을 마치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염옥정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서문당과 북궁야를 데리고 나서서 이들을 내보냈다.“염 가주님... 에이!”가주들은 감히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염옥정과 다른 이들은 그들에게 밀려 머리를 숙이고 잔뜩 기가 죽은 채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떠나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염씨 가문 장원 안의 상황을 몰래 살폈다.‘안무정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잘 통했을까? 이번에는 어째서 그들을 죽이지 않은 걸까?그리고 이번에 염씨 가문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염씨 가문의 장원, 뒤뜰의 정자.“염 전주님!”안무정은 정자 돌 벤치에 앉아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시 제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를 갚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에 북방에서 죄를 지은 것은 염 전주님의 처분에 맡기겠습니다!"이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만약 방금 그 세가 가주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안무정이 비록 젊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60이 넘었고, 염구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안무정이 명성이 자자할 때, 염구준은 태어나지도 않았다!안무정이 해외로 도망친 지 수십 년도 넘는데, 염구준이 어떻게 그를
“그래서 4년 전에 김웅신의 곁으로 돌아가 줄곧 복수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까?”잠시 생각한 후, 염구준이 조용히 말했다.“김웅신의 실력이 강력해서 완벽히 복수할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참고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임무를 받아 염씨 가문을 파괴하러 온 겁니까?"역시 염 전주다. 그가 말한 것이 바로 사실이다!“김웅신은 아직 저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저에게 임무를 맡길 때마다 항상 동행할 사람을 함께 보냅니다.”안무정은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웅신은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저에게 특별히 조력자를 배정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사실 그들은 저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죠. 제가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 김씨 가문을 향해 복수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그렇군...’“그렇다면 당신이 북방에서 일으킨 소동은 그저 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그리고 예전의 일부 원수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군요?”염구준은 가벼운 말투로 말하며 안무정을 향해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안무정은 침묵했다.잠시 후, 그는 천천히 일어나 염구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염씨 가문의 장원을 떠났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염구준은 그의 생각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아내를 죽인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살 수 없다. 승리할 확신이 없어도 김웅신과 결사전을 벌일 것이다!......안무정이 떠났다.불과 며칠 사이에 북방 전체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고, 안무정이 염씨 가문을 떠나면서 그의 관련 소식은 즉시 전면 차단되었다. 염씨 가문의 가주인 염진도 안무정과 염구준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지 못했다.지금 북방 곳곳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안무정이 염씨 가문과 크게 싸워 결국 중상을 입고 도망쳤으며, 그 후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의심할 여지없이, 모두 염구준이 일부러 그렇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문으로 안무정의 행방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을 증가시
“역시나 김웅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구나!”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청년의 시신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서늘한 눈으로 방금 보낸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김웅신이 이 문자를 받으면 그에 대한 경계를 풀 것이 분명하다.그럼...지금 바로 블랙호크국으로 돌아가, 몰래 기회를 찾아 김웅심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려야 한다!한편, 블랙호크국 인공 섬의 김씨 가문 고성.“가주님!”매우 놀란 모습의 남자가 김웅신의 서재로 빠르게 뛰어 들어오면서 숨을 가쁘게 쉬며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북방에 파견된 부하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고, 방금 시체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서재 중앙의 김웅신은 손에 한 조각의 청록색 옥패를 들고 있었고, 아무런 동요 없이 그것을 품속에 넣고 휴대폰을 꺼내 얼마 전에 받은 문자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죽었다고? 이렇게도 우연히?”“방금 북방의 소식을 나에게 보고했는데, 이렇게 빨리 죽다니. 안무정... 허허!”‘안무정, 안 수장님?’남자는 잠시 멈칫하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가주님, 가주님의 뜻은 그들이 안 수장님에게 살해당했다는 말씀이신가요? 하지만... 하지만, 제가 받은 소식에도 안 수장님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안 수장님은 염씨 가문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고 염진, 서문당, 북궁야, 세 사람에 의해 중상을 입었다고...”김웅신은 시선을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뭔가 이상해!’현재 그 앞에 있는 이 청년 남자는 그가 직접 키운 심복으로, 북방에 많은 정보 요원들을 배치해 주요 세력들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니 정보 출처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그조차 이렇게 말하니, 안무정은 진상을 알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배신하지도 않았고 부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게다가... 서문당과 북궁야, 이들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보 출처에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한 만큼 염씨 가문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분명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다르게 말하면 이 소식은
김웅신은 너무 기뻐서 하마터면 실토할 뻔했다. 흑풍 존주가 꿈에도 얻고 싶어 하던 그 옥패가 지금 자신의 몸에 있으니 말이다!해외가 좋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북방이야말로 김씨 가문 뿌리가 있는 곳이다!만약 흑풍 존주가 정말로 손을 쓴다면, 이 소원은 반드시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존주의 뜻은 제가 이미 전달했습니다. 옥패를 찾지 못했으니 김 가주님께서 계속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도천연은 김웅신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김 가주님, 제가 지금 돌아가서 존주님께 말을 전하겠습니다. 존주님을 실망하게 하지마세요."그가 말을 마치고 양발을 지면에 가볍게 내딛자 몸이 솟아오르며 옆에 있는 창문으로 뛰어내렸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북방으로 돌아간다라, 흑풍 존주...”김웅신은 가슴에 품고 있던 푸른 옥패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오랜 침묵 끝에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누구 없어?”슥슥!두 명의 자객이 재빨리 다가와 김웅신의 앞에 반쯤 무릎을 꿇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명을 전해!”김웅신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힘차게 손을 휘둘렀다.“김씨 가문 전체, 청홍방, 삼죽문을 포함한 모든 구성은 즉시 나와 함께 용하국 북방으로 돌아가 김씨 가문의 명성을 떨칠 준비를 하라고!”‘뭐?!’그중 한 명의 자객이 조금 망설이다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주님, 아까 도천연이 옥패를 흑풍 존주께 전달해야만 북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김웅신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옥패 안에 있는 무학은 이미 충분히 연마하였고, 최대 3일 후에는 전신의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그는 품속의 옥패를 만지며 무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기억하거라. 이 일은 김씨 가문의 절대 비밀이니 누구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된다!”“또한... 북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크웹에 현상금을 게시해. 현상금은 100억으로 염구준을 추격해!”‘100억
“내 허락 없이 김씨 가문은 용하국에 발도 들이지 못할 거야!”......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불과 이틀도 안 되어 김씨 가문의 모든 구성원이 준비를 마쳤다. 김웅신의 인솔하에 호화로운 전용 차를 타고 봉황성 국제공항으로 향했다.블랙호크국, 봉황성.여기는 김씨 가문 고성과 불과 20km도 떨어져 있지 않으며, 공항경비가 삼엄했다. 김씨 가문의 귀환을 선포하기 위해 김웅신은 현지에서 유명한 의장대를 고용했고 공항 중심 대형 스크린에 김씨 가문 차량 행렬의 모습을 반복 재생하면서 보여줬다!기세가 대단했다!용하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약 2000명의 김씨 가문 구성원들이 공항의 모든 항공편을 거의 전세 냈다. 수십 대의 민항 여객기가 대기하고, 수하물을 운반하는 차들도 끊임없이 오갔다.“드디어 돌아가는구나!”김웅신은 호화로운 기내에 앉아 비행기 창문을 통해 밖의 환송 의장대를 바라보며 기쁨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북방으로 돌아가면 우리 김씨 가문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약 2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율 주행 중인 수하물 위탁차가 마치 통제를 잃은 듯 급발진하여 여러 명의 공항 보안요원을 잇달아 들이받고 옆 비행기를 들이받았다.펑!불꽃이 치솟고, 짙은 연기가 가득 찼다.200명 이상의 김씨 가문 자제들이 탑승하고 있던 민항 여객기가 불과 3초도 안 되어 곧바로 폭발하며 불타는 화염구가 되었다. 비명조차 내지 못한 채 그대로 타버렸다.“안돼!”이 순간, 김웅신은 간담이 찢어지는 듯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두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거의 손바닥을 찌를 정도였다.‘누구야, 누구 짓이야?!흑풍 존주, 염구준, 안무정... 누구인가, 도대체 누가 이번 공격을 계획한것인가! 누가 김씨 가문이 용하로 돌아가는 것을 막으려 하는 거지?김씨 가문... 김씨 가문이 대체 누구를 건드렸기에…’“가주님, 애도하십시오!”기내에서 두 명의 자객이 좌우로 김웅신을 꽉 보호하며, 밖에서 불타고 있는 민항 여객기를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가주님,
앨리스는 확실히 블랙호크 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같은 시각, 용하국 청해시, 백공관.100년 전, 외국 사신들의 숙소였던 이곳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청해시 총독의 명령으로 지금의 ‘백공전시관’으로 개조되어 많은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하지만 오늘, 백공관은 문을 닫아 손님을 받지 않고, 입구 밖에 경계선을 설치하고 외부에 영구적으로 폐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왜냐면 새로운 주인이 생겼기 때문이다.블랙호크국 엘 가문의 유일한 아가씨 앨리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수억의 용화국 화폐를 들여 이 유서 깊은 전시관을 직접 사들였다.“폭발했다고?”한때 공관 사무실이 앨리스의 개인 휴식 공간으로 개조되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호화로운 가죽 소파에 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앞에 서있는 여비서에게 조용히 물었다.“확실해?”여비서는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 김씨 가문의 손실이 심각합니다. 200명 이상의 김씨 가문 자제들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가주님께서 빨리 블랙호크국으로 돌아오시라고 하십니다.”“가주님의 추측에 따르면, 이번에 김씨 가문을 공격한 사람은 아마도...”‘염구준!’여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앨리스는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짐작하고는, 생각에 잠긴 듯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창문 앞에 섰다. 창문 너머로 손씨 그룹의 방향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미소를 머금었다.‘염구준... 이 신비한 남자를 정복할 수 있다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야!’......한편, 청해시, 손씨 그룹 본사.“구준 씨?”맨 꼭대기 층의 사장실 사무실에서 손가을은 놀라움이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블랙호크국 공항 사고로 김씨 가문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어. 그들이 격분해서 우리와 함께 공멸하려 하지 않을까?”‘공멸? 김씨 가문이 감히?’“안심해.”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손을 잡고 평소와 다름없는 강한 자신감이 담긴 눈빛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