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딸들이 더 너그럽고, 부모를 더 챙긴다.배지영도 량천옥을 증오한다. 그녀는 아버지가 이렇게 변한 건 다 량천옥에게 현혹당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지금 배씨 가문의 많은 재산이 아직 배항준 손에 있으니.그녀는 아버지가 배준우에게 화가 나서 그 많은 재산을 다 량천옥과 배윤에게 물려줄까 두려웠다.“지영아.”“응.”“넌 앞으로 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마. 응?”배준우의 말투에서 그녀를 안쓰러워하는,게 느껴졌다.그는 자기 여동생의 이런 성격이 어떻게 왔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녀도 어렸을 때 천진난만했다......!하지만 오랫동안 그녀가 진심으로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그도 다른 오빠들처럼 자기 여동생을 예뻐하고 잘해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웃을 줄도, 애교를 부릴 줄도 몰랐다.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어도 혼자서 묵묵히 삼키고, 옆 사람에겐 그 힘든 감정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는다.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꽃다운 나이에, 그녀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량천옥은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아, 엄청 교활한 여자야.”배지영은 여전히 걱정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도 알고 있어?”배준우의 표정이 찌그러졌다.보아하니, 배지영도 간단한 인물은 아닌듯하다.조금 전의 일을 바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응, 알아. 오빠가 이번에 너무 서두르면 그 여자가 조급해서 무슨 짓 할지도 몰라.”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다들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만약 정말로 그녀를 조급하게 만든다면, 무슨 짓이든 할 여자다.“그럼 다 부숴버릴까?”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그는 모든 걸 망가뜨리더라도 그 여자에게는 절대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건 엄마가 힘들게 이뤄놓으셨던 것들이야.”배지영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이때, 배준우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그동안은 어머니의 것이니까 차마 망가뜨릴 수가 없었다.만약 다른 것이었다면 진작에 부숴버렸을 텐데 말이다.“됐어. 일단 알겠어.”배준우은 더
배준우는 아까 고은영에게 살쪘다고 해서 그녀가 제대로 먹지 않은 줄 알았다.“아무 맛도 없어요.” 고은영이 말했다.식당은 고급스러웠지만 맛은 그냥 그런 듯했다.배준우는 요즘 고은영의 입맛이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최근에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했다...!“담백한 게 몸에 좋아.”배준우가 진지하게 말했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막연하게 배준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배준우가 이런 것까지 관여할 줄 몰랐다.평소에는 상관도 안 했으면서.그녀는 더 서러웠다.임신한 탓인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면 마음속으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배준우가 또 한 번 물었다.“아직도 안 먹어?”“네.”그의 무뚝뚝한 말투에 고은영은 더욱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싶은데, 배준우가 담백한 음식을 좋아해서 지금 죽집에 와있으니 말이다.당연히 배준우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마음속으론 여전히 서운하고 억울했다.그래도 배준우를 화나게 할까 봐 곰곰이 생각하다 말을 돌렸다.“아가씨는 학교 안 다니세요?”“응, 천재야. 조기 졸업했어.”사실, 고은영도 어릴때 공부를 꽤 잘했다.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그녀는 할머니가 고생하시면서 자신의 학비를 대주는 모습에 항상 열심히 공부했다.그러나 할머니는 그녀 옆에 오래 있어 주지 못하고, 중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그녀의 곁을 떠났다.할머니 생각만 하면 마음이 찡했다!“지영이는 너처럼 그렇게 밝은 성격이 아니야. 좀 소심하지.”자기 여동생 말이 나오자, 배준우는 한숨을 쉬었다.배지영은 친구도 별로 없었다.그래서 고은영의 밝고 활발한, 마치 작은 토끼 같은 모습을 볼 때마다 여자라면 저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요? 전 이해가 잘 안되네요.”그녀는 비록 가난했지만, 학교에서 친구는 많았다.안지영과 그녀는 기숙사 내에서 가장 친한 사이였다.물론,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쁜 것도 잠시, 고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건강검진 얘기만 나오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왜?”“아무것도 아니에요.”고은영은 다시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다.요즘 그녀는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배준우도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듯 웃으며 말했다.“회사 사람들 건강하라고 건강검진 하는 거야.”“네, 다 저희를 위한 거겠죠.”고은영은 전혀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안지영에게 전화하고 싶었지만, 계속 배준우와 함께 있어서, 전화를 걸 기회가 없었다.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점심 식사가 끝나니 벌써 오후 한 시가 넘었다!두 사람이 회사로 돌아왔을 때 의료진들이 이미 와 있었고, 많은 직원이 이미 검진을 받고 있었다.고은영은 비상계단으로 가서 재빨리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영아,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의료진들이 이미 다 와 있어.”고은영은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이 아예 생각나지 않았다.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그녀와 함께 긴장했을 안지영은 지금 아주 홀가분해졌다.“괜찮아. 안심하고 검사받아. 내가 다 안배해 놨어.”“네가 다 안배했다고?”고은영은 다 안배해 놨다는 안지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회사 내부의 일에 함부로 손 쓸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안지영이 다 안배해놨다고 말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응, 안심하고 해. 괜찮아. 내가 다 손썼으니까, 넌 그냥 가서 검사받으면 돼.”어차피 나태웅도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두려울 것이 없었다,“어떻게 한 거야?”안지영의 자신 만만한 말투에 고은영은 오히려 불안했다.“그건 상관할 필요 없어. 넌 그냥 안심하고 가서 건강검진만 받으면 돼!”너무도 당당한 안지영의 태도에 고은영은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전화를 끊기 전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말 다 안배한 거 맞지?”“그래!”“아무 문제 안 생기는 거지?”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너무 두려웠다. 들키면 큰일이라 정확히 확인하고 싶었
“너, 몸 팔았어?”고은영은 한숨은 크게 들이쉬었다.그리고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그저 제발 아니기만을 빌었다.만약 안지영이 정말 그랬다면 그녀 역시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고은영의 이런 멍청한 질문에 안지영은 그녀의 이마를 한 대 쳐주고 싶었다.안지영의 아니라는 말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정말 괜찮은 거 맞지?”고은영은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여러 번 확인했다.“그래, 빨리 가봐. 그리고 나 바쁘니깐 일단 끊어.”안지영은 말은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은영은 아직도 멍하니 서서 안지영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자신 만만한 목소리....!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그래도 안지영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고은영은 긴장한 마음을 안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한편, 배준우 사무실에서, 나탱웅은 담배를 피우며 배준우를 쳐다보고 있었다.“확실해, 고은영이야!”나태웅도 여전히 범인이 고은영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그동안 그런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계속 배준우 곁에 있었던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안지영이 또 뭐라고 했어?”“네가 은영 씨한테 그렇고 그런 짓을 했다던데, 그런데 은영 씨가 너 무서워서 말 못하고 있었다던데!”순간, 배준우이 얼굴빛이 확 가라앉았다!“그렇게 말했다고?”하지만 나태웅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돌았다.“은영 씨 성격을 보면, 안지영 말이 맞는 것 같아!”나태웅의 말에 원래 어두웠던 배준우이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사실 그도 그 날밤 일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는 건 아니었다.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상대가 계속 반항하고 있었던 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거야?”나태웅이 배준우에게 물었다.“......”어떡하지?그동안 량천옥 쪽 사람 짓 인줄 알아서 사람을 찾으면 어떻게 처벌할 건지 생각해 놓고 있긴 했지만, 지금 완전 예상 밖 인
게다가 최근 배준우가 진씨 가문에게 하는 걸 보고 고은영과 안지영은 더욱 겁을 먹었다.만약 나태웅이 조사하지 않았다면 아마 두 사람은 이 일을 끝까지 숨겼을 것이다.배준우는 그동안 고은영이 자기 앞에서 전전긍긍했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바보...”“.......”나태웅은 말문이 막혔다.바보...?겨우 바보라고? 연인들이 서로 장난할 때나 쓰는 호칭을?배준우의 이런 모습에 나태웅은 고은영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 일에 관한 결과는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그럼, 은영씨는?”나태웅이 또다시 물었다.“안지영이 비밀 지키는건 확실하지?”“응.” 나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모른척해”아직 그녀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뜻이다.“그래, 알았어.”아무튼, 이미 조사 결과를 그에게 알려주었으니 나태웅이 할 일은 끝난 셈이다.그가 무슨 게획인지는.......!나태웅이 나가려고 할 때, 배준우가 말했다.“내일 어느 병원에 가는지 알아보고, 그 의사에게 봉투 주면서 말해.....”뭐라고 말하라고?나태웅은 그 짧은 시간에 이미 계획을 다 세운 배준우의 모습에 고은영이 너무 비참해지지 않기만 기도했다.원래 좀 겁이 많고 소심한 데다, 이 일로 인해 더 해질까 걱정됐다.........한편, 고은영은 안지영이 이미 자기 비밀을 다 떠벌려버렸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심지어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이다!그녀는 아직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숨겨야 할지 막막했다. 배준우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모른 채 말이다.안지영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떨리는 마음으로 검진을 받았다.“전에는 회사 건강검진을 일 년에 한 번 받지 않았어? 지난번 검진후 아직 일 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왜 또 하는 거야?”“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회사는 복지가 좋으니까 일 년에 두 번 하는 거지.”다른 부서에서도 말하고 있었다.“갑자기 건강검진이라니, 우리한테서 무슨 건질 정보가 있나?”농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모르게 해!”“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나태웅은 너무 궁금했다.그는 배준우가 고은영에게 너무 심하게 할까 봐 걱정됐다.고은영 같은 겁쟁이에게 너무 심하게 하면 그녀가 너무 놀라서 잘못될까 봐 두려웠다.“고은영 담이 얼마나 큰지 시험해 보려고.”“......”그녀가 지금껏 임신 사실을 숨겨온 것도 심장 떨리는 일인데 그녀의 담력을 시험해 본다고?하지만 고은영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분노하지 않는다는 건, 그가 이 아이를 원한다는 뜻이다.........고은영은 오후 내내 마음을 졸였다.나태웅이 그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에도 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그래서 고은영은 안지영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었다.하지만 퇴근길에 그녀는 계속 조심스레 배준우의 안색을 살폈다.“뭘 봐?”배준우는 그녀의 볼을 문지르며 물었다.“지금 기분이 어때요?”“내가 화낼까봐 무서워?” 왜?”배준우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녀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 애써 침을 삼키며 말했다.“아니요. 그냥 자주 기분이 안 좋으시니까.”그녀가 어찌 감히 오후 건강검진 때문에 불안해서 그런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지난번 남성 사건 이후 고은영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그녀는 오늘 안지영이 다 안배했다고 했고 배준우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 내일 꼭 병원에 가서 처리하겠다고 생각했다.배가 점점 나오고 있으니 더는 미룰 시간이 없다.“대표님, 저 내일 휴가 내고 싶어요.”고은영 한참 머뭇머뭇하다 드디어 말했다.그러고는 긴장하며 배준우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녀가 어렵게 입을떼어 말하자배준우의 눈에는 웃음기가 스쳤다.그는 자기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재밌었다.“휴가? 뭐 하러 가는데?”“저희 언니가 이혼해서 언니 보러 가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전만 시간 주시면 갔다 올게요.”오전에?그리고 안지영의 말한 대로, 수술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 자기랑 크게 한바탕 싸운다고? 감히?그녀가 무슨 계획을
고은영이 어리벙벙해하는 모습에 진 씨 아주머니 얼굴에 웃음기가 좀 더 짙어졌다.혹시 도련님이 좋아하는 것도 그녀의 이런 어리벙벙한 귀여운 모습일까?“오늘 저녁 메뉴는 다 도련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해 달라고 한 것들이에요. 사모님의 입맛에 맞춰서요.”배준우가 직접 전화해서 메뉴를 정했다고?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고은영은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다. 배준우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다 됐어요. 얼른 도련님 불러오셔서 식사하세요.”“네. 제가 이거 나를게요.”고은영은 접시 하나를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배준우는 소파에 앉아 통화하고 있었다.그는 담배를 피우려고 집었다가 다시 도로 넣었다.그러고는 고은영이 주방에서 나오는 걸 보고 전화를 끊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이런 일 하지 마.”그는 말하면서 고은영이 든 접시를 받아서 들었다.고은영은 의아한 듯 배준우를 쳐다봤다.처음 보는 배준우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왜 갑자기.... 자상하게 구는 거야?왜 이러지? 배준우 답지 않았다. 혹시 접시를 떨어뜨릴까봐 그러나?“이거 비싼 접시예요?”“뭐?”배준우는 접시를 밥상 위에 올려놓고는 고은영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많이 비싼 접시냐고요?”“무슨 문제 있어?”“아니요.”배준우가 대답하지 않자, 고은영도 더 물어보지 않았다.진 씨 아주머니는 재빨리 모든 반찬을 밥상에 올렸다.고은영은 자기가 좋아하는 마라소고기를 보니 순간 식욕이 생겼다.“아주머니, 오늘 저녁 반찬 너무 좋은데요. 저녁에도 뭘 이렇게 많이 하셨어요?”원래 저녁에는 항상 간단하게 먹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세 가지나 더 많았다.“도련님이 전화하셔서 사모님이 점심을 제대로 못 드셨다고, 많이 준비하라고 해서요.”점심 메뉴는정말 별로였다!고은영은 어렸을 때부터 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활 형편이 넉넉치 않아 죽을 먹어야 할 때가 많았다.어쩌면 어릴 때 너무 질리도록 먹어서 지금 더 먹기 싫어하는 것일 수도.그래서 그녀는
이번에 진승연을 시집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바로 그녀였다!진승연은 입으로 화가 난다고 말했지만, 행동으로 옮길 용기는 없었다.이미월의 마음엔 온통 억울함뿐이었다.“승연아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나중에 꼭 갚을게!”진승연은 이 지경에 이 지경에 이미월 보니 마음이 아팠다.원래는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어야 할 사람이 지금은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다.“여기, 이거 다 가져!”진승연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현금을 전부 이미월에게 주었다.이미월은 진승연이 자신의 손에 쥐여준 몇 십만 원을 보고는 기가 찼다.“승연아, 너...”고작 몇십만 원을....?순간, 이미월은 서러운 감정이 들었다.“언니도 알잖아. 우리 아빠가 내 카드 다 끊어버린거.”진승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이미월을 쳐다봤다.이게 바로 진승연이 도망갈 생각을 하지 못한 이유다.어디로 도망가든 돈이 필요하니 말이다.그래서 지금 그녀도 빈털터리나 마찬가지다...!이미월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지금 진승연도 썩 나은 처지는 아니니 말이다.지금 노빈과 결혼할 위기에 처한 데다 돈까지 없으니 말이다.그리고 모든 악의 근원인 고은영은 지금 배준우 곁에서 아주 잘살고 있으니이미월은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지금 그녀의 얼굴엔 살기가 가득했다.진승연은 놀란 얼굴로 그녀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언니...”“이 모든 건 고은영이 자초한 거야!”이미월은 완전히 폭발했다.그녀의 고래고래 소리지는 모습에 진승연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연약하고 부드러운 사촌 언니가 아닌 거 같았다.이렇게 살기 가득한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진승연도 고은영이 원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맞아! 다 그 계집애 짓이야!”배준우 앞에서 우쭐대던 고은영의 모습이 생각났다.그녀만 아니었다면 진가도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진가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면 그 바보 같은 노빈에게 시집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진승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