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건이면 되겠어?”“나 혼자서도 되찾을 수 있어!” 장선명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태연한 표정으로 나태웅을 보았다.마치 그 조건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그래? 이미 6개월이나 지났는데, 가져올 수 있었다면……!”뒷말을 잊지 않았지만, 그 뜻은 아주 명확했다.동성 구역을 잃은 지 반년이나 지났지만, 그의 태도에 장선명은 조금 불편했다.이 기간에 그는 되찾으려고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지금까지 그 배후를 만나보지 못했다.현재 동성은 그에게 진짜로 골치 아픈 존재라고 할 수 있다.그가 얘기하기 전에 나태웅이 계속해서 얘기했다. “파혼 약속을 하면, 동성은 내일 당신 손에 들어올 거야.”“내일? 당신이 여간 자신 있는 게 아니구만!”그가 반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일을, 지금 나태웅이 하룻밤에 해결한다고 얘기한다.장선명은 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주었지만 입가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사람이 대체 누구야?”나태웅은 무뚝뚝하게 그를 보고 있었다. 할 얘기는 이미 다 했고, 그 외의 얘기는 그 역시 쉽게 하지 않을 것이다.분위기는 삽시간에 교착 상태에 빠져들었다.장선명에게 있어 동성도 중요하지만, 그 배후는 더더욱 중요했다.그 배후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 심지어 지금은 동성을 다 빼앗겼지만, 그 배후가 그가 관리하는 다른 구역에 언제든지 손을 뻗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나태웅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선명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난 당신 뜻대로 안 해!”“당신 결국 동의하게 될거야.” 나태웅은 냉랭하게 얘기했다.장선명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태웅의 이러한 자신감에 그의 웃음은 점점 차가워졌다.자기 앞에서 이렇게 자신만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보아하니 나태웅이 확실히 뭔가를 알고 있는 듯했다.“오늘은 이만 돌아가, 당신이 제시한 조건은 나한테 아무런 유혹도 없어.”그리고 사내대장부가 기본적인 도덕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이런 일로 자기 약혼녀까지 내놓을 수는 없지 않았다
차 안에서!장선명은 화장을 예쁘게 한 안지영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어젯밤에 나태웅이 찾아왔어요!”“네? 무슨 일로요?” 안지영은 몹시 놀랐다!어젯밤 나태웅과의 일을 생각하면, 진짜로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가 괘씸했다.사람을 그렇게 착취해도 된단 말인가? 그녀는 정말 그로 인해 화나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장선명이 답했다. “당신과 결혼을 취소하라고 했어요.”“설마, 아니죠?”그가 이런 일까지 참견한다고?안지영은 나태웅을 다시 보게 되었지만, 그녀는 나태웅이 이러는 의도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그저 남자가 억지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선명은 안지영이 도통 영문을 모르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의 걱정을 덜어냈다. 안지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고, 그녀의 사고방식에 맞춰 얘기했다. “아마 당신이 200억 원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천락그룹에만 전념하라고 그러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진짜로 그런 것이면, 이는 도가 지나치는 행동이다. 그녀가 최근에 일 때문에 야근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하지만 나태웅이 어젯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제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장선명의 얘기가 맞는 듯싶었다.“정말 괘씸하네요.” 안지영은 중얼거렸다.그러자 장선명이 물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세요?”“200억 실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당신과 천락그룹은 업종이 완전히 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요?”그리하여 돕고 싶어도 아마 도울 수는 없을 것이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당신이 도움을 원하면, 당연히 도움을 드릴 방법이 있지요.”안지영은 망설였다!정말이지, 나태웅은 그동안 그녀를 정말 많이 힘들게 했었기에, 그녀는 어서 200억 실적을 달성한 후, 각자 자기 갈 길을 가고 다시는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럼, 제가 한번 생각해 볼게요.” 안지영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그녀와 장선명 사이에 어떤 혼약을 맺었는지, 또한 그녀는 을의 입장으로 그에게 조건을 제시할 수 있
”어르신은 방에 계십니다.” 집사는 웃으면서 장선명에게 얘기했다.어르신 얘기에 안지영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다. 처음으로 어르신을 뵙는 자리에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장선명과 어르신이 계신 방으로 가던 중 집사가 함께 따라오지 않은 것을 보자, 안지영은 장선명을 잡았다. “잠깐만요!”“왜 그래요?”장선명은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제가 깜박하고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어쩌죠?”장선명은 미간을 찌푸렸다. “선물을 꼭 준비해야 하나요?”안지영은 고은영이 매번 언니 집에 놀러 갈 때 선물을 많이 사 들고 간 것이 기억났고, 그녀가 처음으로 장씨 어르신을 뵈러 온 자리이니 그래도 선물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오기전에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최근 잦은 야근으로 머리가 멍해져서 그런지, 차에서 오면서 이 일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그리고 장선명은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아예 모르는 눈치였다. 안지영은 이마를 잡고 서둘러 몸을 돌렸다!장선명은 그런 그녀를 잡고 물었다. “지금 어딜 가려고?”“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뵙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일은 알아서 잘 얘기해주세요!”얘기를 마치고 안지영은 재빨리 도망가려고 했다. 빈손으로 어르신을 뵈러 오는 것이 어르신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은 물론, 그녀를 경우 없는 사람으로 여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지영이 가려고 하는 것을 본 장선명은 잠시 멈칫했다. “그냥 이렇게 간다고?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그렇다, 그냥 이대로 간다고 해결 되는 문제는 아니기도 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이 시점에서 어르신을 빈손으로 뵙는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뵙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그럼 어떡하죠..?”“따라와요!” 말을 마치고 장선명은 안지영을 데리고 자기 방으로 데려갔는데, 장선명의 방은 깔끔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하지만 침대가 깔끔한 것을 보니, 그가 평소에 자주 들
그제야 장선명도 생각났다. 이 스카프가 알고보니 외국에 계신 할아버지 친구가 할아버지께 선물해 드린 것이지만, 무늬이며 색상이며 너무 트렌디해서 장선명에게 줬던 것이였다.안지영은 살면서 지금처럼 난처해 본 적은 없었다……!그녀는 헛기침응 하며 당황한듯 말했다. “아, 그래요? 저도 첫눈에 할아버님께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그녀는 쥐구멍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숨고 싶어졌다. 다행히 어르신은 더 이상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얘기를 이어갔다.그녀가 안목이 높다느니, 장선명에게 안지영을 많이 아껴주라는 등등 평범한 얘기였다.그 조심스러운 모습은 장씨 가문에서 장선명의 혼사에 대해 조급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점심 식사 때!장선명의 큰형 장서경과 둘째 형 장서환도 도착했고, 안지영은 자신이 진짜로 며느리가 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순간 장선명의 부모님은 왜 안 보이는지 의문이 들었다. 맞다, 생각났다. 장선명의 부모님은 외국에 상주하고 계시기에 오지 못한 것이다.장수아는 안지영의 오른쪽 자리에 앉았고, 끊임없이 안지영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 “새언니, 이거 드셔보세요, 아주 맛이 좋네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 어서 드세요, 언니 너무 말랐어요, 이러면 이후에 아기 낳을 때 힘들 텐데!”안지영은 가슴이 철렁했다.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왜 말은 할머니처럼 하는지..!아기를 잘 낳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여자의 엉덩이를 보면 안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자리가 아주 어색했던 안지영은 뭐라고 얘기를 이어가야 할지 난감했다.“계집애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장선명은 장수아를 흘겨보면서 얘기했다.장수아 역시 그런 얘기를 하고, 바로 마음속으로 아차 했고, 자신도 어색해서 웃었다!하지만 그녀의 이런 말 때문에 어색했던 분위기는 훨씬 편안해졌다.어르신은 시종일관 허허허 웃기만 했고, 얼굴이 붉어진 안지영을 보며 말했다. “지영아, 수아 말이 맞아. 넌 너무
”좋아요, 아주 좋아요!”이 말은 왠지 비꼬는 말처럼 들렸지만, 안지영은 뭐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두 형과 얘기를 다 나누고 나온 장선명은 그가 장수아를 어릴 적 몹시 괴롭혔다고 얘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다른 오빠들은 그녀를 아껴줬지만, 유독 넷째 오빠만 그녀를 괴롭혔고, 몇 번은 때려 울리기도 했었다는 것이었다.안지영은 듣더니 탄식하면서 물었다. “어릴 적에 그렇게나 나빴어요?”“네, 아주 많이! 저희는 오빠가 여자를 아낄 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새언니, 절대로 오빠가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 마요. 만약 오빠가 언니를 때린다면, 언니는 오빠를 두 배로 때려서 다시는 언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해야 해요.”장수아는 흥분하면서 얘기했다!아마 어릴 적 장선명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해서 그런듯 그녀는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어 보였다. 장선명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 계집애가 많이 컸네. 새언니한테 오빠를 때리라고 부추기고?”“오빠!” 장선명의 목소리를 들은 장수아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얌전히 옆에 서 있었다.마치 ‘당신이 잘못 들은 겁니다, 전 절대로 당신 험담을 한 적 없습니다’라는 자세로.장수아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안지영은 일어나서 그녀를 자신 뒤에 감추면서 감싸줬다. “큰소리치지 마요!”“벌써부터 쟤 편을 드는 거예요? 나 참!”안지영의 본능적인 행동에 장선명은 입가에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이 웃음에 장수아는 더 놀라서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역시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면 꼬리를 잡히는군!그러자 안지영이 말했다. “이젠 갈 시간이죠?”“그래요, 가요!” 장선명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는 기분이 꽤 좋아 보였고, 아마 가족들 모두 그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모양이였다.장씨 가문의 사람들도 안지영을 아주 만족해하는 눈치이다. “그럼, 저흰 이만 가볼게요.” 안지영은 장수아에게 작별 인사했다.장수아 인사를 건냈다. “네, 가세요. 다들 바쁘신데.”악마 같은 넷째 오빠를 보니 장수아는 안지영이 어서 갔
하지만 곧 바로 진정되었다.나태웅은 진짜로 그녀가 자신을 팔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수법은 더 이상 그녀에게 먹히지 않았다.“사적인 시간을 제가 어떻게 보내든 나 대표님께서 관여하실 일은 아닌 듯싶습니다!”“안지영!” 나태웅이 이를 가는 소리가 전화에서 그대로 전달 되었다. “나 대표님께서 주말에 휴식을 하시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직원도 똑같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다가 직원들이 전부 퇴사할 수도 있어요..!”어쩌다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장시간 일만 하면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대는데, 저도 화낼 줄 압니다. 아시겠어요?‘ “어디 있는지 어서 얘기하는게 좋을 거야!”그의 목소리에서 점점 위압감이 느껴졌다.하지만 안지영은 굴복하지 않았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회사를 안 가도 되는 날이니 제가 어디 있든 상관하실 바가 아닙니다.”“하! 이미 강을 건넜으니 다리를 부숴 버리겠다, 이건가?”“……” 부숴 버리면 또 어떠한가? 치명적인 다리를 남겨둘 수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곧이어 전화에서 들려오는 위압적인 목소리에 안지영은 감히 더 이상 뭐라고 얘기하지 못했다. “오늘 중요한 고객이 방문한다는 것을 잊었어?”“알아요, 황 부장님께서 접대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황 부장님은 다이아보다 더 믿음이 갈 것이다. 한편 나태웅은, 그녀에게 야근을 많이 시켰지만 결국 그녀가 장선명과 만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여자로군!‘“좋아, 안지영 네 마음대로 해!” 나태웅은 화가 나서 바로 안지영의 전화를 끊고, 황민호에게 전화 걸었다.안지영은 영문도 모른 채 나태웅에게 욕만 먹은 셈이였다.마음대로 하라고?당연히 내 마음대로 할거야! 장선명은 안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웅인가요?”이 질문을 하는 장선명의 말투는 어딘가 이상했다.안지영은 지금 화가 난 상태이기에 그의 말뜻을 눈치채지 못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주
다년간 그는 분명 돈 때문에 그에게 접근했지만, 겉으론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여자들을 많이 봐 왔었다.하지만 사실 그녀들이 돈 때문에 접근한 것이 확연하게 티가 났고, 그저 말로만 아니라고 했을 뿐이었다.……안지영은 곧장 안씨 가문으로 돌아갔다.동영그룹에서 퇴사한 후, 그녀는 집에 자주 가게 되었다.안지섭 역시 오전에 나갔고, 안지영이 돌아올 때 그도 마침 집에 도착했다.안지영을 보자 그는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집이 있는 줄은 알긴 아니?”안지영은 난감한 듯 머리를 만졌다: “저기, 그래도 집인데 와야 하지 않겠어요?”차에서 장선명이 저녁에 웨딩드레스 맞추러 가자고 했었다!곧 그들의 약혼식이 다가오고 있었다.안지영의 모습을 본 안지섭은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제가 꼭 와야만 해서요!”안지섭의 안색은 더욱 안 좋아졌다.집에 들어올 때, 집사는 이미 차를 준비해 두었다.안지섭은 찻잔을 들고 차 한 모금 마셨고, 그제야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 풀렸다.안지영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물었다: “아빠 어떤 예물을 받고 싶어요?”찻잔을 들고 있던 안지섭의 손은 순간 굳었다!그는 화를 겨우 참으면서 안지영을 보았다: “너 진짜로 그놈이랑 결혼 할 거야?”“아빠, 그놈이 뭐예요. 이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장선명이에요!”“너 장선명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어?”“알아요!” 안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머리는 시원시원하게 끄덕였지만, 안지섭은 그녀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딸의 이러한 성격을 생각하니, 안지섭은 더욱 머리가 아팠다.안지섭이 아무 말도 없자, 안지영은 또 물었다: “도대체 어떤 예물을 원하시냐고요? 장선명은 강성의 풍속을 잘 모르니 우리더러 원하는 예물을 적어서 달라고 했어요.”“너……”안지섭은 가슴이 답답했다!그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뜬다면, 그것은 아마 딸 때문에 화가 나서 세상을 뜬 것이 분명하다.그는 똑똑하지 못한 안지영을 안타깝게 보면서 얘기했다: “너 생각이
안지영이 잘못을 인정하자, 안지섭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럼, 어디 한번 얘기해 봐, 뭘 아는지?”뭘 알다니? 안지영: “……”그녀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듯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의 뜻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말라는 얘기시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단지 약혼식을 올리는 것이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이 말에 안지섭은 더 이상 낼 화도 없었다.그는 한 마디 얘기도 하지 못하고 그를 째려보았다.그의 눈빛을 본 안지영은 또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약혼식도 하면 안 되요?”만약 약혼식도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아예 장선명에게 약혼식도 취소하자고 해야 하는가?진짜로 그렇게 한다면, 단물만 빼 먹고 나 몰라라 하는 격이 아닌가?그날 밤 장선명이 그녀의 앞에서 배준우에게 전화한 것이 생각났고, 그는 실제로 그녀에게 도움을 줬었다.휴……!역시 사람은 신세 지면 안 되는 거였다.이번 신세는 그야말로……!안지영은 머리를 저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제가 오늘 장씨 가문에 갔었는데, 그 댁 식구들 모두 저를 아주 예뻐해 주셨어요!”“너 그 집에도 갔었어!” 안지섭은 목소리를 높였다.이번엔 화나서 기절할뻔했다.이것 참 무뇌아를 지금까지 키우다니, 생각이 없는 건 제 어미와 똑같네.이런 애를,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안지섭은 지금 안지영을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넌 정말,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안지섭은 화가 나서 거실에서 몇 바퀴 맴돌았다.안지영: “어쨌든 지금은 약혼을 취소할 수 없어요!”약혼식을 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몹시 복잡해질 것이다.안지섭은 이마를 탁 짚으면 물었다: “약혼식이 언제인데?”“3일 후!” 전에 약혼식 날짜를 정할 때 일주일 뒤로 했었고, 그야말로 시간이 촉박했다.안지섭: “안지영, 난 너 같은 딸을 둔 적 없어!”무뇌아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렇다면 기사는 사실이고, 그녀는 진짜로 3일
“당연하죠!”해외의 일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했으면서 이상한 이유들로 안지영을 괴롭혀온 사람이 바로 나태웅이다.안지영은 그런 나태웅이 죽도록 싫었다.“...”안열은 그렇게 대답하는 안지영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나태범은 강압적인 사람이다. 그러니 나태웅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태범의 명령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그 생각에 안지영은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안열은 갑자기 변하는 안지영의 기분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선명 도련님과는 잘 풀었나 보네.’안열은 안지영이 솔직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고, 가식 섞인 얘기를 할 줄 모르는 그런 사람 말이다.그런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 사이에 있을 법한 괜한 오해들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한편.나태웅은 나씨 가문에 도착했다. 나태범은 나태웅을 보고 바로 나태웅의 방에 가둬버렸다.“문 열어!”나태웅은 약간 놀라더니 바로 닫힌 문을 두드리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그 소리를 듣고 온 집사가 공경한 태도로 얘기했다.“작은 도련님, 어르신께서 얘기하셨습니다. 허영지 님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조금 참아달라고요.”나태웅의 눈동자에 스산한 기운이 드리워졌다.“난 그 여자랑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그러면 누구랑 결혼할 거냐.”밖에서 나태범의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일단 문부터 열어요!”“지금부터 안지영은 잊는 게 좋을 거다.”나태범의 태도는 아주 칼같았다. 나태웅에게 후회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있었다.나태웅은 더욱 어두워진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말했잖아요. 그 여자랑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걱정하지 마. 천천히 생각해 봐도 좋으니까.”말을 마친 나태범은 점점 나태웅의 방에서 멀어져갔다.나태웅은 화가 나서 이마에 핏줄이 돋을 정도였다.“문 열어요! 문 열라니까!”하지만 아무도 나태웅을 신경 쓰지 않았다.나태웅은 화가 나서 발로 문을 차버렸다.나태웅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태범이 얼굴도 비추지 않고 나태웅
너무 어려서.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그때의 장선명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사랑과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였다 불같았던 그 시절과 달리 지금의 장선명은 조금 진중해졌고 일을 처리할 때도 신중히 처리했다.“정말 그 일 때문에 두 분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제가 다 속상해할 거예요.”“왜 그렇게 선명 씨를 보호하는 거예요?”안지영이 가볍게 코웃음 쳤다.“전 그저 선명 도련님께서 다른 사람을 이렇게 아끼는 건 처음이라...”“...”안지영이 처음이라니, 그럼 그 여자는...‘됐어, 그만 생각해. 선명 씨도 이미 잊었다고 했는데 내가 자꾸만 파고들면 나만 속 좁은 여자 되는 거잖아.’안지영은 순수한 감정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간단하고 순수한 감정을 갖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안열은 안지영이 여전히 그 일을 신경 쓰는 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지영은 총명한 사람이니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이 나태웅의 말 몇 마디로 흔들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선명 도련님께서 얘기하셨습니다. 부승호의 일은 본인이 직접 처리하겠다고요.”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장선명이 그렇게 얘기했으니 안지영은 그 일을 장선명에게 맡길 생각이었다.전에 나태웅의 사건에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다. 괜히 나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싸움으로 번지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안지영은 이제야 깨달았다.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다.그들은 후과를 생각하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건드리고 다니니 이런 결과가 펼쳐진 것이 아니겠는가.“아, 맞다. 그날 밤 나태웅한테 약을 타기로 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됐어요?”안지영이 물었다.전에 두 사람은 나태웅에게 약을 타 다른 여자와 밤을 보내게 하려고 했다.하지만 그날 밤 이후 나태웅이 사라져 버렸다.그리고 그날 밤, 안열에게도 갑자기 사건이 생겼으니...안지영은 아직도 그날
그 미남계에 안지영은 결국 어느샌가 넘어가고 말았다.장선명은 안열한테 안지영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안열은 그제야 두 사람이 사무실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장선명은 다른 일로 바빠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안열은 디저트를 들고 오면서 안지영의 눈치를 보았다.“왜요?”“선명 도련님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잘못을 저질러놓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그건 짐승이죠!”안지영이 씩씩대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안열은 입가를 씰룩이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선명 도련님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닌데요.”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장선명이 잘못을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다.장선명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건 없었던 일로 될 테니까 말이다.“...”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아까 한 말도 거짓말이었나?’안열이 안지영 앞으로 와서 안지영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발견했다.안지영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왜 갑자기...”“도련님이 이런 방식으로 사과한 겁니까?”“네?”“격렬하네요. 이렇게 안 대표님을 입막음하다니...”“...”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아무리 둔감하다고 해도 안열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안지영은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본인의 모습을 확인했다.목에 난 키스 마크들을 본 안지영은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이...”하마터면 욕설을 뱉을 뻔할 정도였다.이 상태로 밖으로 나간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정도다.‘왜 하필 이런 집착남을 만나게 된 거지...’“좀... 과하긴 하죠?”안열은 안지영이 장선명 때문에 화가 나서 안열에게 화풀이할까 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오후 세 시가 되었는데 이제야 나오다니.두 사람이 얼마나 오랜 시간 붙어있었는지, 얼마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안지영은 단단히 화가 나서 케이크를 크게 한입 떠먹었다.안열은 장선명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안지영의 화가 덜 풀린 것인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