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는 자기 세상에 외부인이 있는 것을 싫어했기에 이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고은영은 화장실에서 긴장감에 잘못 깨물어 피를 봐버린 입술을 살피고 있었다. 손이 닿자마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전해져왔지만, 정작 당시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많이 아파?"그때 그녀의 등 뒤에서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당황해 손을 떨었고 면봉이 상처 위를 스쳤다. 따끔거리는 고통에 그녀가 반사적으로 면봉을 놓쳤다.그리곤 고개를 돌려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배준우를 바라봤다.배준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긴 다리를 움직여 성큼성큼 고은영에게 다가갔다.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지만, 그녀의 등 뒤에는 바로 세면대가 있어 그녀는 피할 곳이 없었다.고은영은 어쩔 수 없이 두 손으로 세면대 부근을 꽉 잡았다.배준우는 이미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의 거리가 그녀는 그의 뜨거운 온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덥고 습한 숨이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고 고은영은 더욱 긴장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턱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그 눈을 피하려고 했다."배, 배 대표님…"조금은 거친 손가락이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말해, 아파, 안 아파?""안 아파요."고은영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아프지 않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그녀는 사실 ㅅ무척 아팠다.다음 순간, 배준우가 힘을 줘 고은영의 입술을 문질렀고 그녀가 신음을 내뱉었다."아, 아파요…"억지로 눈물을 참으려고 노력하는 고은영을 보며 배준우가 다시 물었다."다음에도 거짓말할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CCTV 영상 때문에 배준우가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이런 느낌은 정말이지 너무 괴로웠다.배준우가 다시 고개를 숙여 상처 난 고은영의 발등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가 반응하기
고은영은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짧은 그 몇 마디 말로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배만 채울 수 있으면 된다는 그녀의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조금 복잡해졌다.배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영이 긴장감에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배 대표님은 배고픈적 적 없으시죠?"면봉을 들고 있던 배준우의 손이 멈칫했다.그리고 그의 눈 밑으로 차가움이 스쳐 지나갔다."없어."차가워진 분위기에 고은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약을 바꾸고 나니 고은영의 발등도 훨씬 좋아졌다."오늘은 샤워하지 마."배준우가 약상자를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그래도 세수는 해야죠."샤워를 하지 않는 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뜨거운 물이 데인 상처에 닿는 그 느낌을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결벽증이야?""심하지는 않아요."결벽증을 가진 아이가 물이 그렇게 모자라는 곳에서 자랐으니 참 힘들었겠다고 배준우는 다시 생각했다.화장실로 들어간 배준우는 머지않아 뜨거운 수건 하나를 들고나와 고은영에게 건네줬다."오늘은 이걸로 대충 씻어."고은영은 순간 멍청해져 배준우가 든 수건도 가져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내가 대신 닦아줘?""아, 아닙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고은영이 얼른 수건을 가져오며 말했다.얼굴을 가린 손바닥으로 뜨거워진 볼의 온도가 느껴졌다.그녀는 이는 자신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항상 차갑기만 한 배준우 대표에게도 다정한 모습이 있다니.얼굴을 가린 수건이 차가워질 때쯤, 배준우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언제까지 씻을 예정이야?""아, 이제 다 됐어요."그녀는 배준우가 방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감사합니다, 대표님."고은영이 난감한 얼굴로 수건을 배준우에게 건네줬다.하지만 대표님이라는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순간 내려앉은 분위기에 고은영은 다시 반성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배준우가 화장실로 들어갔을
"왜요? 대표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온몸을 감싸는 한기에 고은영이 순간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배준우는 그저 방으로 들어가며 고은영에게 일찍 자라는 말만 남겼다."네, 알겠습니다."배준우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고은영은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그리고 그녀도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배준우가 다시 나왔다.고은영은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배준우를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를 부르려던 찰나, 배준우가 그녀를 안아 들더니 손님방으로 향했다.그가 일부러 고은영을 데리고 이 방으로 온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은영은 배준우의 가슴에 닿은 얼굴을 붉혔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침대에 눕히더니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일찍 자.""네."고은영이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남겨두고 방문을 닫고 나섰다.그리고 머지않아 밖에서 화가 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또 다시 본가의 사람과 전화를 하고 있는 듯했다.고은영은 자신과 어머니의 사이도 충분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준우와 그의 가족 관계는 더욱 혼란스럽다고 생각했다.그때, 고은영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서정우였다.그 전화번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은영은 머리가 아파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난감해하는 고은지의 목소리가 생각나 끝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누나 결혼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녀는 발달한 인터넷 세상을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서정우가 그 멀리에서도 순식간에 그녀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들었으니 말이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숨을 푹 쉬었다.하지만 서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형부가 정말 강성의 제1 재벌 배준우 도련님이야?""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고은영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왜 나랑 상관이 없어, 누나. 나 누나 동생이잖아, 누나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얼마나 아껴줬는데."서정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어이
고은영은 담이 작은 것 뿐이지 멍청하진 않다. 옳고 그른 것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조보은이 그때 그녀를 버렸기에 그녀는 더 이상 조보은과 그 어떠한 연관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이건 틀린거이다. 머지않아 밖이 조용해졌고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하지만 발등에 상처를 달고 밖에서 추운 바람을 맞은 데다가 설림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본 덕분에 고은영은 그만 열이 나고 말았다. 목이 말라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러 가려고 했지만, 두 발이 바닥에 닿은 순간, 그녀는 그만 쓰러져 버렸다. 일부러 문을 닫지 않고 잠을 자던 배준우는 요란스러운 소리에 깨어났다.그리고 불을 켜더니 고은영의 방으로 달려갔다.고은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몸을 일으키려 애쓰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힘을 주려고 해도 몸은 물을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고은영이 다시 쓰러지려던 찰나, 배준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고은영을 안아 들었다."대표님, 저 목말라요..."꺼져갈 듯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배준우는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곧 고은영의 뜨거운 온도를 감지한 배준우가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너, 열나?""물, 물 먹고 싶어요."고은영의 목은 마치 바늘을 삼키고 있는 듯 아팠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거실로 나가 컵에 물을 부어줬다.그리고 약상자를 꺼내 온도계를 꺼냈다.배준우가 다시 돌아와 보니 고은영은 물을 다 마시고 빨개진 얼굴을 한 채 다시 잠들어 있었다."고은영, 고은영?"배준우가 그녀를 계속 불렀지만, 고은영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배준우가 고은영의 온도를 재보니 그녀의 온도는 39.8도까지 올라갔다. 그는 얼른 다시 해열제를 찾으러 갔다.하지만 집에는 해열제가 없었기에 배준우는 가정의에게 전화를 걸었다.가정의는 고은영이 39도 이상까지 열이 올랐다는 소식을 듣더니 얼른 몸을 일으켰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제가 지금 가보겠습니다, 그동안 물리적으로 열이 떨어지게 해보시죠.
"할머니, 제가 말 잘 들을게요, 정말 말 잘 들을게요…"고은영은 무슨 꿈을 꾸는지 같은 말만 반복했다.배준우는 점점 더 빨개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결국 그녀의 옷을 벗기기로 했다.옷이 얇아지는 느낌에 고은영은 추위를 느끼곤 몸을 웅크렸다.배준우는 점점 드러나는 새하얀 피부에 목이 말랐다. 예전에는 고은영이 담 작고 잘 먹는 여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게 많이 먹는 것 치곤 몸매가 좋았다.어쩐지 회사에서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더라니..배준우는 고은영이 왕따를 당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이미 잊은 듯했다.따뜻한 수건이 고은영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자마자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고은영의 숨소리도 드디어 한결 편해졌다.그렇게 고은영은 저녁 내내 열이 내렸다 올랐다 반복하다 어렵게 안정을 되찾았다.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눈앞의 낯선 환경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단조로운 색을 가진 방을 고은영은 몇 번이고 훑어봤다.그리고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깼어?"배준우의 목소리를 들은 고은영은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삐걱거리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배준우와 눈을 마주한 순간,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아! 씁…"하지만 이불 안에서 발버둥 치다 결국 또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배준우는 금방 잠에서 깬 듯한 얼굴로 일어났다.그 모습을 본 고은영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그것보다 자신이 왜 배준우의 방에 있는 것인지.그리고 입고 있는 옷은 어떻게 된 거지? 그녀가 기억하기론 어젯밤 그녀는 이 옷을 입지 않았다.고열에 시달렸던 고은영은 어젯밤 일에 대해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상황 파악을 위해 머리를 굴리던 고은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배준우를 바라봤다.그런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니 배준우는 당장 그녀를 잡아먹고 싶어졌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옷, 제 옷이 왜…""내가 벗기고. 바꿔줬어."
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어지러웠던 머릿속이 더욱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배준우는 멍청한 그녀의 얼굴을 보다 귀엽다는듯 고은영의 볼을 꼬집으며 물었다. "배 안 고파?"고은영이 그런 배준우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배준우가 다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숨이 차가운 그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뭐 먹고 싶어?"고은영 입술에 맺힌 피를 닦아 낸 배준우가 더욱 다정해진 목소리로 물었다."면, 면이요."고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다정한 배준우를 그녀는 본 적이 없었기에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고은영은 생각했다."그래, 그럼 너 혼자 일어날래? 아니면 내가 안아줄까?"아침부터 이런 다정한 말을 듣고 있으니 고은영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저 혼자 일어날게요.""혼자 할 수 있겠어? 발에 상처도 어젯밤에 보니까 다시 덧난 거 같은데."배준우가 물었다. 고은영이 어제 열이 난 것도 밖으로 나돌아 다닌 덕분에 상처가 덧이 나 그랬던 것이었다."괜찮아요.""그래."배준우가 방을 나섰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침대에 앉아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어젯밤 자신이 언제 배준우의 방으로 온 건지 알 수 없었기에 배준우가 방을 완전히 나선 뒤에야 조심스럽게 자신의 옷무새를 살폈다. 다행히 그녀는 바지도 잘 입고 있었고 몸에도 이상한 흔적이 없었다.방금 전, 그녀는 정말 너무 놀랐다.배준우는 아주머니께서 집에서 자고 가는 것을 싫어했기에 그가 출근한 뒤, 아주머니들이 집으로 와 청소를 했다.예전의 주방에는 거의 모두가 새것이었다.배준우는 아침에 기껏해야 빵조각 2개에 계란 하나, 따뜻한 우유를 먹는 것이 전부였다.하지만 오늘, 그는 처음으로 냄비를 꺼냈다.다른 이를 보살핀 적 없던 배준우는 면이 먹고 싶다던 고은영의 말을 듣고 기꺼이 주방으로 들어갔다.고은영과 비교해 볼 때, 그의 요리 실력이 훨씬 좋다. 고은영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배준우는 이미 면을 다 만들고
고은영이 버벅거리며 말을 했고 조심스럽게 배준우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곧 다시 고개를 숙였다.방금 전, 배준우가 보였던 다정함과 웃음은 모두 착각인 듯했다."내가 그렇게 무서워?"고은영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배준우는 잔뜩 겁을 먹은 고은영을 보니 갑자기 흥취가 생겼다.고은영이 언제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지."먹어."고은영이 더 이상 숨을 참기가 힘들다고 생각할 때 쯤, 배준우가 그녀를 놓아줬다.하지만 고은영은 더 이상 밥을 먹을 수 없었다."왜?"배준우가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고은영을 잠시 보다가 물었다."저, 계란 프라이가 먹고 싶어서요."고은영이 눈을 감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뜬금없이 말했다."또 먹을 거 달라고 하네?"배준우가 웃으며 말했다.고은영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린 듯했다.하지만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네, 먹고 싶어요."결국 고은영은 그냥 막 나가기로 했다. 심장이 곧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앞으로 나 무서워하지 마."배준우가 세게 고은영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하지만 고은영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만 해도 완전히 다른 두 얼굴을 가진 그를 보았는데.. 어떻게 무서워하지 말라는 건지. 고은영은 긴장한 덕분인지 아니면 어제 배준우가 그녀에게 열을 내려준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감기게 걸리고 말았다.배준우가 주방으로 들어가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 사이, 고은영은 결국 참다못해 화장실로 들어가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십여 분이 지나 절뚝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고은영을 본 배준우가 물었다."어디 불편해?"고은영은 머리도 조금 아팠다."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배준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어젯밤 그녀의 열을 내려주기 위해 했던 것들이 생각났다.설마 그때 감기에 걸린 것일까? 열은 내렸지만 감기에 걸렸다니."계란 여기 있어, 아주머니께서도 곧 오실 거야."배준우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
진 씨 아주머니는 이를 보고 더욱 걱정이 되었다. "어찌 이렇게 심각해요? 제가 도련님한테 전화를 하고 빨리 병원에 가봐야겠어요.""아니요, 그 사람은 아침에 회의가 있어요.""그런데 사모님은 너무 불편하잖아요. 당신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요."진 씨 아주머니는 신 경 안 쓸 수가 없었다.재빨리 전화기를 들고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일정을 알고 있었기에 감히 그를 지체시키지 못해 재빨리 진 씨 아주머니의 휴대폰을 빼앗아 전화를 끊었다.오늘 안지영이 밖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 그녀는,"그를 방해하지 마세요. 친구에게 데려가달라고 부탁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이게... 도련님께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진 씨 아주머니는 걱정이 많았다.전에 여기에서 해고된 하인을 생각하며 집사는 여기 오기 전에 진 씨 아주머니한테 도련님은 사모님을 아주 아끼고 있다는것을 말했다. 한번 실수하면 배씨 가문을 떠나는 것보다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어 강성에서 직접 쫓겨날 수도 있다.고은영이 말했다. "재가 직접 말할게요!"그녀는 진 씨 아주머니가 과장해서 말할까 봐 걱정했고 배준우를 지체시키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를 계속 사모님이라고 불러도 그녀는 마음 속으로 자신의 위치를 낮게 잡았다. 그녀는 배준우의 말을 결코 잊지 못한다... 가짜 결혼!진 씨 아주머니의 걱정스런 표정 속에 고은영은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때 배준우는 이미 회사 밑에 도착했고 즉시 엘리베이터로 들어갈려고 했다.고은영의 전화를 받자 아까 차 안에서의 차가운 숨결이 살짝 누그러졌다. “진 씨 아주머니 도착했어?”고은영이 말했다."네 도착했어요. 제가 지금 좀 불편해서 안지영과 같이 병원에 가고 싶어요."불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들은 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따라오는 나태웅을 힐끗 보았다."많이 아파?"병원에 가야 하는지 아니면 가정의사에게 먼저 가서 보게 해야 하는지 뜻한다.고은영이 말했다. "방금 또 하번 토했어요. 병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