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

사랑한다고 말해줘

By:  금소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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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하윤은 하룻밤의 실수로 하도진의 아내가 되었다. 민하윤의 약혼자는 함정을 파놓아 민하윤이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가지게 했고, 본인은 그 핑계로 민하윤의 동생과 결혼했다. 모든 사람들이 민하윤을 경멸하고 괴롭혔다. 그래도 민하윤은 하도진만큼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민하윤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녀는 아이를 잃었고 하도진의 연인은 계속하여 민하윤을 도발했다. 민하윤은 더는 사랑 따위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하도진은 민하윤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래서 민하윤이 단호히 떠났을 때 하도진은 당황했다. “도진 씨, 정신 차려요.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에요.” 하도진은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나는 너랑 끝내고 싶지 않아.” 이번에 민하윤은 마음 가는 대로 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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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아파?”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의 몸 아래 깔린 여자가 협조하지 않는 탓에 남자는 몇 번이나 시도해야 했다.

술기운 때문일까? 남자는 한 손으로 여자의 가녀린 허리를 받쳐 들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

동이 틀 때쯤에야 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욕실 쪽으로부터 들려오는 물소리에 깊이 잠들었던 민하윤은 이불 속에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어제 민하윤은 자신의 오랜 연인 진서우와 약혼식을 치렀다.

그들의 성대한 약혼식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대부분이 민씨 일가, 진씨 일가와 사업으로 엮인 회사 사람들이었다. 어젯밤 진서우의 친구들은 약혼식이 끝난 뒤 따로 술자리를 만들었다. 민하윤은 말을 할 수 없었고 거절할 줄도 몰라 그들의 권유에 술을 아주 많이 마시게 되었다. 민하윤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녀의 약혼자 진서우가 자신을 꼭대기 층에 있는 스위트룸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그 뒤로 민하윤은 의식을 잃었고, 그렇게 두 남녀는 술기운을 빌려 밤새 뒹굴었다.

어느샌가 욕실 안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멈췄고 남자는 타월을 몸에 대충 두른 채로 걸어 나왔다. 남자는 몸매가 훌륭했다. 어깨는 넓고 허리는 얇았으며 탄탄한 근육 위에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민하윤은 모든 것이 다 처음이었기에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어젯밤의 장면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일어났어?”

하도진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침대 위 몸을 잔뜩 웅크린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흰 얼굴에는 아직 홍조가 남아있었다. 하도진은 여자의 부드러운 살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마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야수처럼 흡족한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 목소리는... 아니야!’

민하윤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공격성이 느껴지는 그윽하면서도 까만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민하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순간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면서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이내 침대 시트 위로 눈물을 떨어뜨렸다.

어젯밤의 즐거움과 쾌락이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가져다준 것이었다니.

민하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절망과 무력함이 몸을 휘감는 것만 같아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민하윤은 수화로 눈앞의 남자를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

[누구세요?]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어젯밤 그 사람이 그쪽이었나요?]

‘말을 못 하는 건가?’

하도진의 눈동자에 당황함이 스쳤다.

어젯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저 말없이 눈물만 흘린 이유가 있었다.

하도진은 여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하도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애써 화를 억눌렀다. 하도진의 친구들은 어제 막 귀국한 하도진에게 술을 정신없이 먹이더니 그를 위해 이별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하도진에게 키를 건넸다.

어두운 방 안, 두 사람 모두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고 하도진은 민하윤이 먼저 자신에게 입을 맞췄던 걸 기억했다. 하도진은 민하윤의 키스에 이성을 잃었고 결국 상대방이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다.

어젯밤 먼저 입을 맞춘 사람은 민하윤인데 왜 이제 와서 모른 척한단 말인가? 하도진은 경멸 어린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해하지 못하겠으니까 옷 챙겨 입고 이만 나가.”

민하윤도 계속 이불 안에 숨어있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하도진이 떠난 걸 확인한 뒤 황급히 옷을 입었다. 그러나 어제 하도진이 속옷을 전부 찢어버린 탓에 속옷은 입을 수가 없었다.

민하윤은 힘겹게 옷을 다 챙겨입은 뒤 하도진의 앞에 섰다.

하도진은 민하윤을 본 순간 잠깐 넋을 놓았다. 그는 아침 햇살 아래서 눈앞의 민하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작은 얼굴, 반짝이는 두 눈, 살짝 부은 듯한 빨간 입술, 긴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풀어 헤쳤고 피부는 말도 안 되게 하얬다. 그리고 화장은 살짝 번진 데다가 눈은 놀라울 정도로 빨갰다. 아주 비참한 모습이었지만 아름답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엉망이 된 침대 시트 위 빨간색 흔적이 하도진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젯밤 민하윤이 서툴게 굴었던 이유가 있었다. 하도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민하윤이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하도진은 뭔가를 깨닫고는 지갑 안에서 현금을 꺼내 민하윤의 손에 쥐여줬다.

하도진은 그동안 민하윤 같은 여자를 많이 봐왔다.

“이거면 돼? 아니면...”

하도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민하윤이 그에게 현금을 집어던졌다.

하도진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위험한 기운을 내뿜었다.

“왜? 적어서 그래? 이미 내 친구에게서 돈을 많이 뜯어낸 걸로 알고 있는데. 몸을 팔 생각이었으면서 시가는 알아보지 않은 거야? 아니면 뭐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돈을 더 많이 뜯어낼지 고민하는 거야? 꿈깨...”

짝!

따귀를 맞은 하도진은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그는 입안에 고여있던 피를 뱉어낸 뒤 당장이라도 민하윤을 목 졸라 죽일 것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 말 똑똑히 들어. 여기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 먼저 내게 키스한 건 너야.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민하윤은 그의 말을 계속해 들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민하윤은 애써 눈물을 삼키다가 바닥에 떨어진 돈을 밟으며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났다.

민하윤은 길가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올라 휴대전화를 켜는 순간, 부재중전화와 읽지 않은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민하윤은 메모장 안에서 목적지 주소를 찾아내 택시 기사에게 보여주었다.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뒤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민하윤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녀의 귓가에 하도진의 말이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어젯밤 먼저 키스를 한 게 그녀라니...

민하윤은 자신과 함께 밤을 보낸 남자가 낯선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택시는 한 별장 밖에 멈춰 섰고, 민하윤은 빠르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민하윤은 얼른 몸을 씻은 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넓은 거실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민하윤은 머리도, 화장도 엉망이었고 눈가는 빨갰다. 드레스는 잔뜩 구겨져 있었고 희고 가는 목에는 붉은 키스 마크가 남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별장 안은 고요했다.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민희수가 먼저 입을 뗐다.

“어머, 언니. 어제 어디 갔었어? 다들 언니를 밤새 찾았다고. 서우 오빠가 언니를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경찰에 신고할 뻔했다니까.”

진서우는 굳은 표정으로 민하윤의 목에 남은 키스 마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매우 싸늘했다.

“어디 갔었어? 몸은 왜 그래?”

다들 아무 말 없이 민하윤을 바라보았다. 심지어 민하윤의 부모님마저 의심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더러운 것을 바라보듯 혐오와 경멸, 증오가 담긴 눈빛으로 민하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순간 억울함과 의아함, 무력함, 두려움이 치솟아 올랐다. 민하윤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기에 수화로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약혼자 진서우에게 말했다.

[어제 어디 갔었어? 왜 나만 호텔에 두고 간 거야?]

진서우는 수화를 조금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이해하지 못한 척했다. 그는 수려한 언변으로 모든 것을 언어장애가 있어 말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민하윤의 탓으로 돌렸다.

“우리는 이미 약혼한 사이야. 그런데 어젯밤에 갑자기 사라지더니 오늘 온몸에 다른 남자가 남긴 흔적을 달고 돌아와? 내 기분은 생각도 안 해?”

진서우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것처럼 역정을 내며 억울해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진서우를 동정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서우가 그동안 자기를 얼마나 사랑해 줬는데.”

“부모님이 어떻게 교육했길래 저 모양이지? 곧 결혼할 사람이 다른 남자를 만나? 저런 여자랑 어떻게 결혼을 해?”

사람들 사이에서 듣기 거북한 말들이 나왔다. 아무도 민하윤을 믿지 않았고 다들 민하윤을 질타하고 욕했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면서 민하윤을 성희롱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하윤은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어젯밤 술에 취한 그녀를 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스위트룸으로 데려다주었던 사람은 진서우였기에 절대 문제가 생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민하윤은 말할 수가 없었고 그녀를 믿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민하윤은 수화를 했다.

[그런 거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

진서우는 뭐가 그렇게 급한지 사람들 앞에서 자극적인 말로 민하윤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나랑 약혼하자마자 갑자기 사라져서 다른 남자랑 뒹굴다니. 민하윤, 네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민하윤은 열심히 손을 움직이다가 우뚝 멈췄다. 그녀는 서서히 두 손을 내린 뒤 어두운 눈빛을 해 보였다. 민하윤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였다.

“민하윤, 나는 품행이 단정치 못한 여자랑 결혼할 생각 없어. 그러니까 결혼은 없었던 일로 해.”

[난 그런 적 없어. 오빠가 그런 거야? 일부러 그랬어?]

민하윤은 미친 사람처럼 진서우의 멱살을 잡았다. 그의 목에 키스 마크가 남아있는 걸 본 순간, 민하윤은 따귀를 맞았다.

손에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에 민성현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민하윤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도움 안 되는 것. 어쩜 이렇게 뻔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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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아파?”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의 몸 아래 깔린 여자가 협조하지 않는 탓에 남자는 몇 번이나 시도해야 했다.술기운 때문일까? 남자는 한 손으로 여자의 가녀린 허리를 받쳐 들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동이 틀 때쯤에야 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욕실 쪽으로부터 들려오는 물소리에 깊이 잠들었던 민하윤은 이불 속에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어제 민하윤은 자신의 오랜 연인 진서우와 약혼식을 치렀다.그들의 성대한 약혼식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대부분이 민씨 일가, 진씨 일가와 사업으로 엮인 회사 사람들이었다. 어젯밤 진서우의 친구들은 약혼식이 끝난 뒤 따로 술자리를 만들었다. 민하윤은 말을 할 수 없었고 거절할 줄도 몰라 그들의 권유에 술을 아주 많이 마시게 되었다. 민하윤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녀의 약혼자 진서우가 자신을 꼭대기 층에 있는 스위트룸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그 뒤로 민하윤은 의식을 잃었고, 그렇게 두 남녀는 술기운을 빌려 밤새 뒹굴었다.어느샌가 욕실 안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멈췄고 남자는 타월을 몸에 대충 두른 채로 걸어 나왔다. 남자는 몸매가 훌륭했다. 어깨는 넓고 허리는 얇았으며 탄탄한 근육 위에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민하윤은 모든 것이 다 처음이었기에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어젯밤의 장면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일어났어?”하도진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침대 위 몸을 잔뜩 웅크린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흰 얼굴에는 아직 홍조가 남아있었다. 하도진은 여자의 부드러운 살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마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야수처럼 흡족한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았다.‘이 목소리는... 아니야!’민하윤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공격성이 느껴지는 그윽하면서도 까만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민하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순간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면서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이내 침대 시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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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아래층 거실에는 하진석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 손님들이 가득했다. 사람들 틈 사이에서 아주 정정해 보이는, 붉은색의 정장을 입은 백발의 노인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거실 중앙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연한 핑크색의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두 노인이 나란히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수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민하윤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다 긴장 때문에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고 하자 본능적으로 자신이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을 붙잡았다.계단에서 구를 뻔했던 민하윤의 허리를 큰 손이 받쳐주었다. 민하윤은 하도진의 품 안에 쏙 안기게 되었다.“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하도진이 살짝 화가 난 얼굴로 민하윤에게 따져 물었다. 그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하도진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고 겁을 먹은 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민하윤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감히 하도진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수많은 손님들이 정원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도진의 뒤에 있는 민하윤을 알아본 것인지 쑥덕댔고 하도진의 할머니는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도진아, 얼른 내려오지 않고 거기서 뭐 하니?”하도진은 화를 참으며 자신의 품에 안긴 민하윤을 밀어낸 뒤 건방진 모습으로 내려갔다.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들은 두 사람을 몰래 훔쳐보면서 그들 사이에 수상한 점은 없는지 찾아내려고 했다. 민하윤은 집사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던 것이, 선배의 부탁대로 선물을 들고 파티에 참석한 것이 후회되었다.민하윤은 천천히 하도진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지우며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곳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민하윤은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조용히 숨어서 하진석의 말을 들었다.하도진은 민하윤이 임신했다는 사실에 여전히 짜증이 나 있었다. 놀랍기도 하고 또 새로운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하도진은 확실히 불임이었다. 어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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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문을 열고 들어가서 중심을 잡고 서기도 전에 따귀가 날아왔다. 뺨이 화끈거렸다.민하윤은 비틀거리면서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소파 위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녀에게 닿았다.민희수는 송해정의 품 안에 안겨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하씨 가문의 경호원에게 쫓겨났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자 큰 굴욕감을 느낀 민희수는 집으로 돌아와 울면서 하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일부러 부풀려 말하며 부모님에게 호소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민하윤은 민희수의 눈빛에서 의기양양함과 도발을 보았다. 민하윤의 친모 송해정은 냉담한 표정으로 혐오스럽다는 듯이 민하윤을 바라보았다.“어떤 놈의 아이야?”민성현이 씩씩대면서 추궁했다.또 똑같은 질문이었다. 그들은 민하윤을 얼마나 문란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걸까?“아빠, 언니 욕하지 마세요. 적어도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죠.”민희수는 송해정의 품에 안긴 채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엄마가 임신테스트기 준비해 두셨으니까 한 번 확인해 봐. 내가 오해한 거면 큰일이니까 말이야.”민하윤은 민희수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민성현이 민하윤의 뺨을 때리려고 또다시 손을 들었다. 이를 꽉 깨문 모습을 보니 민하윤을 때려죽이고 싶은 듯했다. 자기 몸 간수 하나 못하고 다른 남자랑 뒹굴어 진씨 가문에서 파혼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게 하고, 이제는 결혼하기도 전에 아이를 가졌으니 민성현은 민하윤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다.줄곧 말이 없던 송해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하윤아, 아빠 화 돋우지 말고 임신 테스트기 챙겨서 테스트해 봐. 우리는 그동안 너를 키우면서 그 남자의 치료 비용까지 댔어. 우리는 그동안 할 만큼 했어.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배은망덕한 짓을 할 수 있니?”배은망덕하다는 말이 우스웠다. 그동안 그들이 민희수를 편애했던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었다.송해정이 가볍게 말했다. 민하윤의 편을 드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위협이었다.민하윤이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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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민하윤은 초조한 마음에 끙끙 소리를 내면서 상대에게 보이지도 않을 텐데 필사적으로 수화를 하며 간병인을 막으려고 했다. 민하윤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휴대전화 화면 위로 떨어졌고, 민하윤은 떨리는 손으로 타자했다.[퇴원은 안 돼요. 전 동의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계속 저희 아버지를 돌봐주세요. 병원 쪽은 제가 따로 얘기해 놓을게요. 그리고 앞으로 월급은 제가 직접 드릴게요. 돈 더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저희 아빠를 두고 가버리지 말아 주세요. 아빠는 혼자서는 생활할 수가 없어요.]문자를 보내자 잠시 뒤 간병인에게서 알겠다는 답장이 왔다.민하윤은 그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녀는 넋이 나간 채로 아주 오랫동안, 하이힐 때문에 발가락 살갗이 까질 때까지 길을 걸었다. 심장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은 괴로움 때문에 결국 민하윤은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민하윤은 오랫동안 진정할 수가 없었다.민하윤은 그런 가족이라면 차라리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다.민하윤은 민씨 가문에서 손을 쓸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팔을 뻗어 택시를 잡았고 임신 테스트기를 손에 꼭 쥔 채 차에 탔다.택시는 하씨 가문 저택 앞에 멈춰 섰다. 파티에 참석했던 손님들은 전부 돌아갔고 정원에서는 직원 몇 명이 청소하고 있었다. 민하윤은 눈물을 닦은 뒤 홀로 조용히 문밖에 쭈그려 앉았다.하늘이 저물자 민하윤은 손발이 조금 저렸다. 그녀에게는 하도진의 연락처가 없었기에 이렇게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길쭉한 두 다리와 반짝이는 구두, 예쁘게 다려진 맞춤 정장이 민하윤의 시야에 들어왔다. 하도진이었다.민하윤은 빨개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하도진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마음이 바뀌었어? 그래서 날 협박하려고 온 거야?”비아냥대는 하도진의 목소리가 서늘한 가을 밤보다 더욱 싸늘했다.민하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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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민하윤은 회사에 일주일 병가를 낸 뒤 홀로 병원으로 향했다.민씨 가문에서는 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민하윤에게 결혼하라고 압박했고 그 탓에 민하윤은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해서 많이 수척해졌다. 원래도 가녀린 그녀였는데 지금은 더 말라서 바람 한 번 불면 날아갈 듯했다.민하윤은 우선 병원으로 가서 접수를 했고 의사는 검진부터 해보자고 했다. 산부인과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복도에는 처음 엄마가 된 여자들이 부끄러워하거나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남편과 함께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평탄한 복부에 손을 올리며 괴로워했다.‘아기야, 엄마가 미안해.’“민하윤 씨, 3번 진찰실로 와주세요.”병원 복도가 소란스러워지더니 정장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민하윤에게로 다가왔다. 맨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사진을 꺼내더니 사진 속 여자와 민하윤의 얼굴을 대조해 보았다.“안녕하세요, 민하윤 씨 맞으실까요?”민하윤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결국 민하윤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저희와 함께 가시죠. 민하윤 씨를 보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십니다.”“민하윤 씨, 3번 진찰실로 와주세요.”민하윤은 거절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가장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민하윤에게 전화를 건넸고 민하윤은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로 남자의 허스키하면서도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가족들을 움직일 정도로 수완이 좋을 줄은 몰랐네. 네가 이겼어. 돈도 줄게. 그리고 네 아버지도 새로운 병원으로 옮겼어.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너도 내 조건을 만족시켜 줘야 하지 않겠어?”민하윤의 수려한 눈썹이 찡그려졌다. 전화를 받는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 완전히 얼어붙었고 그 틈을 타 그녀의 앞에 서 있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민하윤을 빈틈없이 둘러쌌다.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현실 속 목소리가 겹치는 순간, 민하윤은 소리의 근원지가 어딘지 구분할 수 없었다. 늘씬한 자태의 하도진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민하윤은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하도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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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하도진의 겉옷에서 한기와 함께 옅은 우드 향이 느껴졌다. 하도진은 민하윤을 벽 쪽으로 밀친 뒤 키스를 퍼부었다.민하윤은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하도진은 그녀를 안아서 침대 위에 눕혔고 온기가 느껴지는 큰 손으로 다급히 민하윤이 입고 있던 파자마에 달린 리본을 찢어버리며 자신의 몸으로 민하윤을 짓눌렀다.하도진은 입맞춤을 이어가며 아래로 이동했고 두 손으로는 민하윤의 몸을 마음껏 더듬으며 거칠게 민하윤이 입고 있던 옷들을 벗겼다. 민하윤은 처음엔 저항하려고 하도진을 손으로 밀어내고 발로 걷어찼다.그러다가 하도진이 갑자기 민하윤의 발목을 잡더니 그녀를 아래로 확 잡아당겼다. 민하윤은 본능적으로 무릎을 굽히며 몸을 웅크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도진에게 맞춰주는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서 민하윤은 하도진의 속눈썹이 몇 가닥인지 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뜨거운 숨결이 민하윤의 뒷덜미에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민하윤은 무심결에 하도진의 뜨거운 어딘가를 느끼게 되었고 그 순간 바로 얌전해졌다. 민하윤은 하도진이 자신의 예민한 곳에 입을 맞춰도 가만히 있었다.좁고 아늑한 방 안은 조명을 켰는데도 어둑어둑했다. 창밖에서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빗방울들은 창문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다. 명원의 첫 가을비였다.하도진은 가장 중요한 순간 멈췄다. 민하윤이 그의 손목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겨서 그의 손을 자신의 복부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하도진은 민하윤의 매혹적인 눈동자와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을 보았다. 민하윤은 눈물을 글썽이며 가련한 얼굴로 하도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민하윤이었지만, 그녀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애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하도진은 쉽게 알 수 있었다.하도진은 그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아주 달콤한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깬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하도진은 말없이 옷을 입은 뒤 그곳을 떠났다. 정신을 차린 뒤에야 하도진은 비로소 자신이 조금 전 얼마나 충동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충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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