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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지금으로서는 그 직원이 자신들을 배신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나태웅은 뭘 알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고은영은 그가 무슨 생각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그가 왜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태웅은 담배 재를 털며 다시 물었다.

“대표님이 방에서 발견했다면서 팬던트 하나 주지 않았어? 그거 지금 어디 있어?”

팬던트?

그건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녀에게 물려주신 유품이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고은영은 항상 그걸 목에 걸고 다녔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 서랍에 깊이 보관하고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고은영은 손에 땀을 쥐고 대답했다.

“예전 투숙객이 두고 간 거라고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어디 버렸는데 구체적으로 어디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그녀는 안내데스크에 맡겼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배준우가 지금도 그 여자를 찾고 있는데 호텔에 맡겼다고 하면 바로 그쪽으로 연락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태웅의 말은 가히 청천벽력이었다.

“그럼 수고스럽지만 잘 찾아봐. 그거 진짜 중요한 물건이야!”

고은영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착각인지는 모르나, 나태웅은 지금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날카로웠다.

배준우에 준하는 압박감에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무슨 정신으로 그의 사무실을 빠져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그녀는 애써 정신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자신을 심문하듯이 빤히 바라보던 나태웅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나태웅의 태도로 보아 배준우는 그날 밤 그 여자를 무조건 색출해 내려고 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그녀는 떨리는 마음으로 안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영아, 우리 정말 큰일 날 것 같아.]

안지영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우리가 아니라 너야. 나까지 엮지 마.]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안지영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

잠시 후, 안지영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

[명심해. 그날 밤 그 일과 너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이것만 기억하면 돼. 그리고 이 문자는 보고 바로 삭제해.]

고은영은 한숨이 나왔다.

그날 그녀는 애써 업무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한번 흔들리기 시작한 멘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똥 씹은 표정을 한 배준우가 회의실에서 나와서야 고은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대표님, 재무제표는 책상 위에 놓아두었습니다.”

배준우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사무실로 향했다.

고은영은 그와 시선을 마주치기 싫어서 바로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호출을 받은 재무부 부장이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고 안에서 우당탕 소리와 함께 한바탕 욕설이 울려퍼졌다.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꽉 닫힌 사무실 문을 바라보았다. 재무 부장의 처지도 안쓰러웠지만 지금은 자신이 더 안쓰러웠다.

잠시 후, 재무 부장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밖으로 나왔다. 고은영은 곧바로 시선을 돌려 일에 집중했다.

그녀에게 다가온 재무 부장이 말했다.

“고 비서님, 대표님이 들어오라고 하시네요.”

“네, 알겠습니다.”

고은영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삭막했다.

고은영은 두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으고 물었다.

“찾으셨어요, 대표님?”

“나 실장이 따로 불렀다면서?”

고은영은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날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뻔뻔하게 거짓말했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이제 끝인 건가?

지금 상황으로 봐서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조금 전에 따로 부르시더라고요.”

“앞으로 고 비서는 나 실장이랑 협조해서 그날 밤 일에 대해 낱낱이 조사해. 나 실장 옆에서 일도 좀 배우고.”

고은영은 정신이 아찔했다.

도대체 뭘 배우라는 건가? 그냥 지금 자백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뭘 알고 저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배준우 성격에 범인을 알았으면 진작 그녀를 내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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