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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임강준의 말에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건 간판 연예인이잖아요? 저쪽에서 먼저 찾아온 이상 저희 쪽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죠.”

한편, 성신영 역시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실크썬에 도착했다. 오늘은 특별히 남자친구인 임천강도 함께였다.

강유리 때문에 그 동안 비밀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

이제 관계도 밝혔겠다 그 동안 참았던 자랑을 실컷 뽐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약한 룸 앞에 도착한 성신영이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고 멈춰선다.

“왜 그래?”

임천강의 질문에 성신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언니를 본 것 같아서.”

“하, 잘못 본 거겠지. 지금 유강엔터 그 난장판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이런 데 놀러올 새가 있겠어?”

‘하긴...’

임천강의 말에 설득당한 성신영이 고개를 끄덕이곤 임천강에게 기대 애교를 부렸다.

“오빠, 정말 언니 도와 안 줄 거야? 그날은... 언니가 많이 흥분해서 그런 거니까 이만 화 풀어.”

그녀의 애교에 사르르 녹은 임천강 역시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으이그, 우리 신영이 이렇게 착해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강유리 걔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했는데 아직도 걔 편이야?”

“그래도 언니잖아. 언니 힘든 거 어떻게 두고 보고만 있어.”

“걱정하지 마. 걔가 우리 사진 찍어간 거 까먹었어? 궁지에 몰리면 그 사진으로 딜 들어올 거야.”

임천강의 말에 성신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밤 강유리가 찍어간 나체 사진이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린 게 벌써 며칠째. 이제 겨우 데뷔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런 사진이 유출되면 연예계 생활은 물론이고 더 이상 얼굴 들고 거리를 다닐 수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오피스텔로 찾아갔었지만... 비밀번호도 바꿔버린 탓에 허탕을 친 것도 모자라 경비원에게 쫓겨나기까지 했었다.

아빠한테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임천강이 먼저 이렇게 말해 주니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오늘따라 더 멋지게 보였다.

“오빠, 고마워. 역시 나 생각해 보는 건 오빠뿐인 것 같아.”

“여자친구 걱정을 내가 안 해주면 누가 해줘?”

두 사람이 룸으로 들어가고 잘생긴 임천강의 모습에 홀랑 넘어가 꺅꺅대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알량한 허영심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두 사람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식은 언니가 먼저 올려야지. 우린 그 다음 순서로 하기로 했어.”

성신영이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맞아. 너희 언니 육경서랑 무슨 사이야? 육경서 유강엔터로 기획사 옮겼다고 기사 다 퍼졌던데.”

“뭐?”

성신영의 미소가 살짝 일그러졌다.

“몰랐어? 유강엔터 오늘 여기서 축하파티까지 연다던데. 저기 안쪽에 가장 큰 VIP 룸으로 잡았대.”

“정말 대박...”

그 뒤로 머릿속에 온통 육경서, 강유리로 가득찬 성신영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육경서... 그 톱 배우 육경서? 그런 인맥은 어떻게 쌓은 거래? 톱 배우를 영입했으니까 사진으로 딜도 안 들어오는 거 아니야?’

성신영이 초조한 얼굴로 임천강을 바라보았지만 그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모습이었다.

“오빠...”

“신영아, 나 급하게 회사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깜박했네.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아.”

혼자 남겨진 성신영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회사로 돌아간다고? 아까 애들 하는 말 못 들었나? 그렇다면... 내가 직접 강유리한테 물어볼 수밖에.’

한편, 옆 룸.

육경서 영입 축하파티가 열리고 있는 이곳의 분위기는 이미 후끈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문을 벌컥 연 성신영의 눈에 들어온 건 여유로운 표정으로 육경서의 옆에 앉아있는 강유리의 모습.

어두운 룸의 화려한 불빛이 때때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추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강유리... 네가 뭔데 육경서 옆에 앉아있어... 아니지, 일단 참자.’

깊은 한숨을 내쉰 강유리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강유리에게 다가갔다.

“아, 언니. 아까 지나가면서 얼핏 봤는데 언니인 것 같아서 와봤어. 내가 착각한 건 줄 알았는데 진짜 언니였구나.”

애초에 강유리의 대답을 원하고 건넨 인사가 아닌 듯 그녀의 시선은 육경서에게로 향했다.

“경서 씨, 오랜만이에요!”

이에 육경서가 눈을 가늘게 뜨며 갑자기 다가온 여자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뭐야? 어디서 만난 사이인가?’

육경서가 의아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봤지만 애초에 소개를 해줄 생각도 없는 표정.

‘그렇다는 건... 두 사람 사이가 별로라는 거겠지?’

잠깐의 고민 끝에 그녀를 무시하기로 한 육경서는 강유리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

“대표님, 많이 마시셨죠? 일단 물이라도 좀 마시세요.”

“고마워요.”

물잔에 든 물을 원샷하고 나서야 그녀는 성신영을 바라보았다.

“여긴 왜 왔어?”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 성신영이 차가운 얼굴로 대꾸했다.

“할말이 있으니까 왔지. 자리 옮겨서 얘기하자.”

하지만 취기가 오른 강유리는 소파에서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해. 뭐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는 말이야?”

두 사람의 묘한 분위기에 육경서가 눈치껏 자리를 살짝 옮겨앉고 두 이복 자매의 살벌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혼인신고 올렸다더니 저 사람이야? 하, 무슨 용기로 연예인이랑... 육경서 팬카페에 다 까발려버리는 수가 있어. 네티즌들한테 신상 한번 털려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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