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심지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부영민의 어머니와 조건부 약속을 맺고, 부영민과 혼인신고를 했다. 3년 동안 지설은 온순하고 성실하게, 심지어 다리를 잃고 날카로워진 영민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살아왔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삶이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부영민의 첫사랑 주유연이 돌아오고 말았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영민은 지설을 버리고 유연을 향해 달려갔다. 출장이라 속이고는 유연과 함께 콘서트를 즐겼으며, 심지어 지설 앞에서조차 유연과 노골적으로 얽혀 있었다. 끝없는 배신에 지쳐, 지설은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 다시 만난 지설은, 더 이상 예전의 순진한 아내가 아니었다. 고급 맞춤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녀는 우아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영민은, 지설이 다른 남자에게 미소 짓는 그 순간 미쳐버릴 듯한 질투에 휩싸였다. 그녀를 벽에 몰아세우며 윽박질렀다. “누가 당신더러 다른 남자랑 같이 있어도 된다고 했어?” 그러나 돌아온 건 날카로운 따귀 한 대. “어디서 굴러온 개 같은 놈이 달라붙어? 또 이러면 성추행으로 신고할 거야.” ...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지설의 곁에는 다정하고 믿음직스러운 이웃, 기도진이 있었다. 도진은 지설이 다시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녀를 아낌없이 보듬으며 사랑해 주었다. 어떤 순간에도 지설의 든든한 편이 되어준 그 남자. 데이트, 고백, 청혼, 결혼까지... 도진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며 지설의 삶을 채워갔다. 그리고 지설은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의 전부로 사랑받는다는 건, 이렇게 따뜻한 일이구나.’
더 보기초인종을 누르려던 때였다.뒤에서 유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지설, 너도 소영미 씨 보러 온 거야?”지설은 뒤를 돌아봤다.유연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지설은 잠깐 의아했다.‘주유연도 영미 씨를 보러 왔다고?’‘영미 씨가 주유연이랑 아는 사이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유연은 입가에 얕은 비웃음을 걸고 말했다.“네가 왜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소영미 씨는 음악 업계에서 위치가 낮은 사람 아니잖아. 너 같은 애는 안 만날걸.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그냥 가.”지설은 유연에게 자기와 영미 사이를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지설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초인종을 눌렀다.유연은 지설이 아예 자기 말을 무시하자 더 기분이 상했다.유연은 앞으로 다가와 지설을 밀어내려 했다.“네가 소영미 씨 팬이라서 온 거면 사람 잘못 찾아왔어. 소영미 씨는 너 같은 애가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나 같은 애?”지설은 비웃듯 되물었다.“내가 어떤 애인데?”유연은 원래 자기 집안 배경만으로도 늘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이었다.“넌 서민이잖아. 평범하게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알아들어? 소영미 씨랑 같은 레벨에서 말 섞을 수 있는 쪽은 나야.”“나랑 소영미 씨가 훨씬 공통점도 많고 대화도 통하지. 그러니까 너 빨리 꺼져. 여기서 영미 씨 눈에 띄지 말고.”유연은 영미를 꼭 설득해서 쇼핑몰 개장 행사 무대에 세워야 했다.그래서 유연은 지설이 곁에서 끼어들어 자기 일을 망치는 상황을 조금도 원하지 않았다.그때 안에서 문이 열렸다.주희는 지설을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지설 씨 오셨어요? 빨리 들어오세요. 영미가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지설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유연이 앞을 막아섰다.유연은 주희를 향해 말했다.“혹시 소영미 씨 매니저세요? 저는 주유연이라고 해요. 주신그룹 대표가 제 오빠예요. 소영미 씨와 일 얘기로 좀 뵙고 싶은데, 들어가도 될까요?”주희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러고는 담담하게 거절했다.“영
주신그룹과 FH그룹이 부동산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면서 이미 계약서 작성까지 다 마친 상태였다.주씨 집안과 부씨 집안도 그렇게 단단히 얽혀 버렸다.영민은 그 일로 확실한 이익을 손에 넣었다.그래서 이제는 유연을 전처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유연은 그제야 깨달았다.자기가 영민에게 조금이라도 쓸모가 없으면, 영민을 붙잡아 둘 수도 없다는 걸.그래서 유연은 주신그룹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회사에서 성과를 내고, 언젠가는 그걸 발판 삼아 영민까지 쥐고 흔들겠다는 생각이었다.마침 회사가 투자해서 세운 쇼핑몰 하나가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오픈 행사에 인지도와 체급이 있는 가수를 불러 분위기를 띄우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그때 영미가 K시에 팬 미팅 일정으로 온다는 소식이 들어왔다.마케팅팀에서는 영미를 초청하자는 의견을 냈다.다만 영미는 원래 이런 행사에는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않는 편이었다.쉽게 섭외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말도 함께 나왔다.유연은 제대로 성과를 내서 자기 능력을 보여 주고 싶었다.그래서 그 일을 직접 맡겠다고 나섰고, 영미를 초청하려고 호텔까지 찾아온 참이었다.그런데 거기서 하필 지설을 마주쳤다.유연이 차갑게 말했다.“심지설, 여기서 뭐 해? 왜, 남자랑 호텔방 잡으러 왔어?”지설도 싸늘하게 받아쳤다.“주유연 씨, 결혼하고 나니 말도 제대로 못 하게 됐어? 입만 열면 사람 기분 나쁘게 하네.”지설에게 받아치기를 당하자, 유연은 더 불쾌해졌다.결혼 생활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지설을 보면 더 거슬렸다.유연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난 진짜 이해가 안 돼. 왜 어딜 가도 너를 마주쳐야 하지? 심지설, 그냥 K시에서 떠나면 안 돼?”지설은 어이가 없었다.“난 K시에서 자랐고, 그냥 K시에서 살고 싶어.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떠나라고 해?”지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지구가 주유연 때문에 방향까지 바꿔서 거꾸로 돌아야 하나?’유연은 물러서지 않았다.“근데 네가 K시에 있으면 나랑 영민 오빠 사이에 자꾸 영향
영미 곁에는 가수 친구들도 많았다.그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미에게 작곡가를 소개해 달라고 물었고, 영미는 그때마다 지설을 연결해 주었다.지설에게도 새로운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지설은 첫 곡 하나가 이렇게 많은 새 손님을 연결해 주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지설은 영미가 자기 재능을 알아봐 준 것이 무척 고마웠다.그래서 영미에게 연락을 보내 감사 인사를 전했다.[영미 씨, 정말 감사해요. 영미 씨가 소개해 주신 덕분에 이렇게 많은 분한테 인정받게 됐어요. 다음에 꼭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영미는 웃는 기색이 묻어나는 답장을 보내왔다.[그건 심 선생님이 실력이 있으셔서 그런 거예요. 오히려 제가 심 선생님 덕을 본 거죠. 그리고 밥 사신다는 말씀, 저 기다리고 있을게요.]...그 뒤로 지설은 여러 음악인과 만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그러면서 지설도 조금씩 그 업계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이게 됐다.영미와 함께 작업하는 횟수도 점점 많아졌다.두 사람은 그렇게 서서히 가까워졌고, 어느새 꽤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영미는 자기 이야기도 지설에게 하나둘 꺼내 놓기 시작했다.[지설 씨도 아마 놀라실 거예요. 저... 임신 4개월에 새 남자친구가 생겼어요.]지설도 그 말은 뜻밖이었다.‘영미 씨 새 남자친구,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네.’영미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오래된 친구예요. 같이 음악한 지도 몇 년 됐고요. 제가 양지오랑 사귈 때도 그 사람이 저한테 호감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그때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랑 만나면 양지오랑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제가 거절했어요.][며칠 전에는 제가 집에서 넘어졌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사람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어요.][그랬더니 밤중인데도 바로 차 몰고 와서 절 병원에 데려다주고, 곁에서 세심하게 챙겨줬어요. 그때 정말 많이 흔들렸어요.][그래서 제가 먼저 사귀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는데, 그 사람이
영미는 일처리가 빨랐다.그녀는 바로 사람을 연결해 주었다.지설은 정주희라는 이름을 가진 뮤지션의 연락처를 받아 추가한 뒤, 곧장 작업실로 찾아갔다.주희는 성격이 시원시원한 여자였다.주희는 지설에게 녹음실 한 칸을 바로 내주었다.“저는 영미랑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어요. 영미가 좋아하는 심 선생님이면 저도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편하게 대하셔도 돼요.”지설은 주희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그래도 지설은 주희에게 너무 큰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사용료는 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주희는 손을 내저었다.“사용료는 괜찮아요. 영미가 심 선생님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잖아요. 나중에 저희가 같이 작업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요. 그냥 새로 친구 한 사람 사귄다고 생각할게요.”주희가 그렇게까지 따뜻하게 대하니, 지설도 더는 사양할 수 없었다.지설은 결국 주희의 호의를 받아들였다.그 뒤로 지설은 낮에는 일을 마치고, 저녁이면 녹음실로 가서 곡 작업을 시작했다.은화는 그 일을 알고 웃으며 지설을 응원했다.“지설아, 네 재능 아끼지 마. 피아노 쪽에서는 너 같은 천재를 놓쳤는지 몰라도, 대신 편곡 쪽에서는 대가가 한 명 생기는 거 아니겠어?”지설은 웃어 보였다.지설은 속으로 은화에게 참 고마웠다.지설이 무슨 일을 하든, 은화는 늘 지설 편에 서 있었다.지설은 그런 은화가 참 든든했다.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 가능성을 믿어 주고,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친구를 곁에 둘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도진도 얼마 지나지 않아 B시에서 돌아왔다.도진은 지설과 저녁을 같이 먹고 싶었다.하지만 지설은 편곡 작업에 매달리느라 도진과 저녁식사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없었다.도진은 그런 지설을 굳이 방해하지 않았다.가끔 야식을 사 들고 들렀다가도, 도진은 오래 머무르지 않고 바로 돌아가곤 했다.지설은 보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꼬박 매달린 끝에, 마침내 마음에 드는 곡 하나를 완성했다.지설은 그 곡을 영미에게 보냈다.영미는 곡을 다 듣고 무척 놀랐
지설은 가볍게 웃었다.“봐, 너는 여전히 그대로야. 이것도 원하고 저것도 원해.”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주씨 집안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나까지 가지려고 하지 마. 솔직히 말해서, 그런 태도 진짜 역겨워. 주유연이 어떻게 너를 참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못 참아.”말을 마치자 지설은 영민을 밀치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그러고는 근처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을 포장해 와 사무실에서 먹었다.절반쯤 먹었을 때, 송창만이 고급스러운 포장 상자를 몇 개 들고 들어왔다.지설은 미간을 좁혔다.송창만은 지설 책상 위에 박스
예연숙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임신했다고? 그런데 아이를 지운다고?”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이고, 그거 다 업보다, 업보야.”지설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엄마, 나중에 은화 선배 만나면 아무 말도 하지 마. 지금은 예전이랑 달라. 여자에게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선택할 권리가 있어.”“자기 뱃속에 있는 아이를 안 낳겠다는 게 말이 돼?”예연숙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돈 아무리 많이 벌고 부자가 돼도 친자식 하나 있는 것만 못해!”예연숙은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미혼으로 임신한
지설과 함께 처음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하필이면 도진이라는 사실이 영민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영민은 질투심이 걷잡을 수 없이 치밀었다.동시에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지설을 얼마나 무심하게 대했는지, 얼마나 지설의 수고와 헌신을 당연하게 여겼는지.‘그때 내가 조금만 더 잘해 줬다면...’지설과의 시간 속에 좋은 기억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면,지설은 그렇게 쉽게 돌아서지 않았을까?도진이 지설과 여행을 간다고 해서, 영민이 막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따라갈 수는 있었다.자신이 함께 간다면, 도진
“솔직히 말하면, 내 팔자는 네 팔자만도 못해.”예연숙이 한숨을 섞어 말했다.“너는 아들이라도 있잖아. 나는 딸 하나뿐이야. 나중에 내가 누구를 믿고 살겠어. 결국 사위밖에 더 있어? 근데 얘는 결혼도 안 하겠다고 하니, 내가 속이 안 타겠냐.”예심애는 웃으며 바로 받아쳤다.“언니가 왜 그렇게 생각해? 내가 언니 동생이잖아. 그럼 우리 창만이도 언니 아들이지. 나중에 효도는 똑같이 할 거야.”옆에 앉아 있던 송창만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모, 나중에 나이 드시면 우리 집으로 오세요. 엄마랑 같이 제가 잘 모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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