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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함정에 빠지고 스스로 인정하기

ผู้เขียน: 라오
이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액정에 ‘현아’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설영준은 정신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영준 씨, 이달 26일에 내 외조카 생일이야. 걔 데리고 나가서 생일파티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영준 씨도 같이 갈래?”

설영준은 휴대폰을 꽉 잡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더니 감미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같이 가.”

...

송재이는 돌아와서 지민건에 관한 일을 모조리 유은정에게 알려주었다.

깜짝 놀란 유은정은 반나절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이토록 겉과 속이 다른 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전화기 너머로 유은정은 연신 송재이에게 사과했다.

지민건과 유은정의 아빠는 함께 골프 치는 사이였고 유은정이 아빠 따라 골프 치러 갔을 때 그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에게 오래 사귄 약혼자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그녀가 먼저 지민건에게 대시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기왕 인연이 닿지 않은 김에 절친을 소개해주었는데 이런 사람이었다니. 유은정은 지민건에게 씌웠던 필터가 와장창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취지는 좋았으나 일을 망쳤으니 유은정은 송재이에게 훠궈를 한 끼 사주기로 했다.

훠궈를 먹을 때 송재이는 유은정의 약지 손가락에 낀 블링블링한 반지를 보았다.

유은정은 배시시 웃으며 연말에 약혼자와 결혼한다고 했다.

둘은 이것저것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유독 설영준만은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송재이가 한때 이 남자를 얼마나 많이 좋아했는지 유은정은 누구보다 잘 안다.

이제 겨우 내려놓기로 마음먹었으니 앞으로 최대한 더는 엮이지 말기를 바랐다.

하지만 왜 항상 빗나가는 걸까.

...

이날 송재이는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막 마치고 대기실에 돌아왔는데 다들 수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삿대질을 해댔다.

“몰라뵀네요. 평상시에는 마냥 얌전하기만 하더니 뒤에서는 내연녀인 걸 알면서도 뻔뻔스럽게 애인 노릇이나 하고 있어요?”

“이래서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니까요. 이렇게 발랑 까진 사람인 줄 누가 알았겠어요!”

평소 송재이와 친한 첼리스트 서유리가 그녀를 한쪽 옆으로 끌고 가서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다.

“왜 그래요?”

송재이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혹시 누구 잘못 건드렸어요? 오케스트라 게시판 열어봐요. 그전에 마음의 준비 잘하고요. 좋은 일은 아니니까!”

송재이는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는데 실검에 오른 타이틀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유명 오케스트라 여성 피아니스트, 파렴치하게 유부남 꼬시는 내연녀!]

안에 첨부한 사진을 보자 송재이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

사진 속 그녀는 수입차에 앉아 한 남자와 야릇한 자세로 키스를 하고 있었다.

거리와 각도 문제로 그녀의 얼굴이 카메라에 훤히 담겼다.

네티즌들은 상대 남자가 누군지 이미 추측에 나섰고 리스트에는 전부 플레이보이에 해당하는 재벌과 귀공자들이었다.

“힘들게 피아노 치면 뭐해요. 돈 많은 남자 만나면 팔자가 필 텐데. 젊을 때 바짝 벌어야지, 안 그래요?”

연지수가 옆에 앉아 버블티를 마시더니 문득 이상야릇한 말투로 말을 내뱉으며 송재이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연지수와 송재이는 모두 이 오케스트라의 피아니스트이고 둘은 줄곧 수석 자리를 다투고 있다. 두 사람이 겉으로만 친한 척하는 위선적인 관계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전에 오케스트라 단장이 송재이를 매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연지수가 본인이 송재이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를 못 내켜 하며 사사건건 그녀와 맞섰다.

“지수 씨, 서로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말이 너무 심하네요. 게다가 고작 사진 몇 장으로 뭘 설명한다고 그래요?”

서유리가 참지 못하고 송재이 대신 나섰다.

“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요, 재이 씨. 이 남자 대체 누구예요? 남자친구? 요 몇 년간 재이 씨 연애한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맞아요, 떳떳한 사이라면 굳이 이렇게 은밀하게 만날 필요가 없잖아요. 설마 처음부터 남 보여주기 부끄러운 사이?”

송재이는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꽉 막혀버렸다.

내연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정작 그 남자와는 정정당당한 사이가 아니니까.

송재이는 결국 자신이 내연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늪에 빠져버렸다.

인터넷을 도배한 언론, 댓글은 명색이 여론몰이로 이 사건을 열폭하고 있었다. 직접 보고 확인한 것처럼 너무 생동하게 묘사했는데 의도는 바로 화젯거리를 조작해 그녀를 스캔들에 휘말리게 하는 것이었다.

뭇사람들의 시선에 송재이는 마치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명은 못 하겠고 실로 난감할 따름이었다!

이때 갑자기 대기실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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