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결국 딴 여자의 냄새를 배고

눈앞에 나타난 여자는 케이크를 손에 들고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옆에 있는 슈트 차림의 남자는 훤칠한 키에 잘 생기고 고귀한 기운을 내뿜었다.

두 사람은 키 차이나 외모, 기질 전부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마지막으로 설영준을 본지가 벌써 보름 전이다.

송재이는 한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우는 두 사람을 보더니 잔뜩 흥분하며 의자에서 뛰어내려 슬리퍼를 챙겨 신고 쪼르르 달려갔다.

아이는 주현아의 허리를 꼭 안았다.

연우는 말을 못 해서 작은 얼굴을 주현아의 손바닥에 비벼댔다.

주현아는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로 아이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은 우리 연우 생일이지.”

“다들 왔네?”

민효연이 아래층의 인기척 소리를 듣더니 숄을 걸치고 천천히 2층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효연의 시선 속에서 주현아의 미소가 살짝 굳었고 등골도 뻣뻣해졌지만 여전히 남자의 팔짱을 꼭 꼈다.

“엄마, 제 약혼자 영준 씨가... 엄마 보러 왔어요.”

“영준이 오랜만이네.”

민효연은 매우 우아하고 이 나이에도 포스가 차 넘친다. 그녀는 설영준의 앞에 서서 고귀한 자태로 인사를 건넸다.

설영준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고요?”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간단하게 근황을 얘기했다. 민효연이 선을 넘지 않게 일상적인 질문을 했고 설영준도 예의 바르게 일일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연우를 데리고 이미 예약한 레스토랑에 가서 생일을 함께 보낼 예정이었다.

민효연은 이혼한 이후로 수년간 칩거했다. 그녀는 떠들썩한 걸 싫어해 두 사람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주현아는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송재이와 마주한 순간 눈가에 복잡미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송재이도 대뜸 얼굴이 빨개졌다!

주현아는 분명 그녀를 알아봤을 것이다.

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들에서 남자의 얼굴이 가려졌지만 그들이 탄 차가 검은색 벤틀리였기에 지인들은 설영준의 차라는 걸 바로 알아본다!

이제 막 잠잠해졌는데 또 이런 시련이 닥치다니.

송재이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편 주현아는 곧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송 선생님, 연우 오늘 조금 일찍 수업 끝내도 되죠? 얘가 오늘 생일이거든요.”

송재이는 난감한 표정을 숨기려고 머리를 푹 숙인 채 악보만 정리하다가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고개 들어 미소를 지었다.

“네.”

상대편의 음침한 눈빛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따가운 시선을 느낀 순간 송재이는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

그녀는 피아노 뚜껑을 닫다가 부주의로 손이 미끄러져 쾅 하며 큰 인기척을 냈다.

악보가 그만 바닥에 떨어졌다.

실례를 범한 송재이는 피 터지듯 입술을 꼭 깨물었다.

허리를 숙일 때 설영준이 한발 앞서 악보를 주웠다.

송재이는 머리를 숙인 채 그의 구두를 쳐다봤다.

설영준이 그녀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왔고 송재이는 계속 제자리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설영준의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퍼져 흘렀다.

그만의 은은한 샌달우드가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달콤한 여자향였다.

그의 몸에 끝내 딴 여자의 냄새가 배었다니.

그 순간 송재이는 심장을 후벼 파듯 아팠다!

설영준은 악보를 피아노 뚜껑 위에 올려놓고 다정하게 물었다.

“송 선생님, 뭐가 그리 성급해요?”

송재이는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반쯤 숙인 채 눈물을 꾹 참으며 나지막이 고맙다고 인사했다.

두 어른과 한 아이, 세 사람 모두 빼어난 외모를 자랑했다.

나란히 걸어 나가는 모습이 한 가족을 방불케 했다.

송재이는 그들을 떠나보낸 후에야 본인 물건을 챙기고 민효연과 작별을 고했다.

민효연은 그녀를 얼마나 오랫동안 쳐다봤던지 아직도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왜 그러세요?”

송재이가 코를 훌쩍이며 가슴 찔리듯 물었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