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결혼 3년 동안, 허아연이 제일 많이 한 일은 주현우의 바람기 수습이었다. 또다시 주현우의 스캔들을 수습하던 날, 주현우가 다른 사람과 함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비웃는 걸 듣게 되었다. 그 순간, 허아연은 더 이상 이런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혼 서류를 내밀자 주현우는 냉정하게 말했다. “허아연, 주씨 가문에는 사별이 아닌 이상 이혼은 없어.” 그러다 한 번의 사고로 허아연은 주현우 앞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주현우의 세상에서 사라졌다. * 2년 뒤, 일 때문에 서울로 돌아온 허아연은 주현우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강성 안씨 가문, 안시연이라고 해요.” 죽은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본 순간,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던 주현우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광적인 구애가 시작되었다. “시연아, 오늘 저녁 시간 있어? 같이 밥 먹자.” “시연아, 액세서리 세트가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시연아, 보고 싶어.” 허아연은 담담하게 웃었다. “주현우 씨, 다시는 결혼 안 한다고 들었어요.” 주현우는 한쪽 무릎을 꿇고 허아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시연아,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
Lihat lebih banyak오지은의 말을 듣고서야 허아연은 문득 주현우가 그날 이야기할 때 감정이 왜 이상하다고 느껴졌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예은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연애사를 언급한 오지은이 오른손을 들어 반지를 빙빙 돌리며 억지로 웃었다. "이 반지, 현우 손에 있는 반지랑 커플링이야. 너도 이미 눈치챘겠지만." 오지은이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며 이어 말했다."이거 예은이 반지야. 안에 예은이 이름 이니셜도 새겨져 있어."오지은이 만지작거리는 반지에 새겨진 이니셜 "Y"는 마모된 흔적 하나 없이 여전히 선명했다.허아연을 돌아보던 오지은이 말했다."예은이가 나한테 남겨준 반지야. 떠나면서 나를 현우한테 부탁하기도 했거든. 나를 잘 돌봐주고 오씨 가문을 챙겨달라고."오예은과 주현우의 이야기를 마친 오지은은 다시 허아연을 돌아보며 말했다."그러니까 아연아 대역일 뿐인 나한테 불만 갖고 나를 미워해 봤자 아무 의미 없어."오지은의 말에 허아연은 빤히 쳐다보며 침착하게 말했다."오지은 씨, 나는 한 번도 당신을 미워한 적 없어요. 감정이라는 게 원망한다고 억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다만 난 오지은 씨와 친구도 아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당신 욕구에 맞춰줄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그동안 나름 예의 차렸다고 생각해요." 허아연이 예의 차렸다는 말에 오지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하긴, 사람을 바로 병원 끌고 가서 낙태 수술받게 한 거 꽤 충격이었는데 그래도 나를 봐줬다고 고마워해야 하는 거네."오지은의 친한 척하는 태도에 허아연이 차분하게 말했다."오지은 씨, 나한테 친한 척 안 해도 돼요. 당신이 나를 진짜 친구로 생각한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죠. 적어도 지금 이 타이밍에는 하지 않았을 거예요."담담하게 오지은을 바라보던 허아연이 이어 말했다."오늘 오지은 씨가 이러는 거, 내가 이 정도 아픈 걸로는 부족하다는 뜻으로밖에 안 들려요."오지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허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짐작이 맞는다면 병원
허민수 장례식 때 오씨 가문도 조문을 왔었다.허아연이 오지은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많이 좋아졌어요."그때, 오지은이 손으로 허아연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살이 다 빠졌네.""계속 보러 오고 싶었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더라고."허아연이 입원한 뒤, 오지은이 몇 번 다녀갔지만 주현우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섰다. 오지은의 살가운 말에도 허아연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오지은은 병원에 사람을 붙여놨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래층에 내려오자마자 이렇게 타이밍이 맞춰 나타날 리 없었다.다만 오지은이 정이 깊고 의리 있는 척을 좋아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허아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오지은이 감회에 젖은 듯 말했다."아연아, 올해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많은 일들이 생기고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시다니." 허아연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아연아, 너는 감정을 너무 억눌러서 이렇게 병이 난 거야. 앞으로는 속상한 게 있으면 꼭 풀어."그 말에 허아연이 오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지금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꼼짝 않고 허아연을 바라보는 오지은의 얼굴에 서운함이 어렸다.그렇게 한참을 서운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아연아, 아직도 나한테 불만이 많아?" "불만은 없어요. 다만 우리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 같아서요.""정은 쌓으면 되는 거잖아."허아연은 오지은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오지은이 참 관종 같으면서도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지은은 주현우만 잘 달래면 될 뿐, 허아연과 관계를 다질 필요가 없었다.허아연의 눈빛에 오지은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아연아, 사실 네가 모르는 진실이 있어. 나는 현우 마음속에서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야."잠깐 멈칫하던 오지은이 쓸쓸하게 말했다."나는 그냥 대역일 뿐이야.
조심스러운 제안에 허아연은 주현우가 오전에 전서진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허아연이 깨어나지 않는 꿈을 꾼 그날 밤 내내 잠도 못 자고 떨었다고 했다.잠시 주현우를 내려다보던 허아연이 조용히 말했다."아직 며칠 남았잖아요? 며칠 지나서 그때 결정해요. 지금 급하게 결정할 필요 없어요."사실 주현우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허아연은 알고 있었다.오랜 정 때문인지, 동정심 때문인지, 아니면 주건영과 박민정이 준 압박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지난 3년이 다시 반복되는 건 싫었다.그리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주현우 자신조차 마음을 다잡고 오지은과 깨끗하게 끝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며칠 동안 주현우가 전화를 몇 번이나 받지 않은 것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지금은 병원이라는 비상 상황이라 가능할지 몰라도 퇴원하고 나서도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을까? 오지은은 포기할 수 있을까? 아니, 두 사람의 진흙탕에 발을 들일 생각은 없었다.눈이 마주치고 주현우가 뭔가 더 얘기하려는 눈치를 보내자 허아연이 먼저 말했다."때가 되면 그때 얘기해요."그러고 덧붙였다."며칠 동안 돌봐줘서 고마웠어요."허아연의 감사 인사 한마디에 다시 거리감이 생겼다.주현우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오른손을 들어 허아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그래,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 뒤로 이틀 동안 허아연은 눈에 띄게 회복해서 뭔가 잡지 않아도 혼자 걸을 수 있었다. 그날 오전, 밖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허아연이 정아 이모에게 말했다."이모, 오늘은 밑에 내려가서 좀 걸어볼게요. 오랫동안 못 내려간 것 같아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이불을 정리하던 정아 이모가 말했다."내려가도 되는데 해가 좀 따가워요. 양산이라도 쓸래요?"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칼슘 보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정아 이모는 침대 정리를 마치고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현우는 오늘 중요한
전서진이 하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허아연은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는데 열 살 무렵 유서희가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 체험을 갔을 때였다. 주현우와 전서진이 허아연과 주민경을 데리고 수박을 따러 가서 이미 돈을 냈으면서 안 냈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두 사람을 끌고 냅다 도망친 적 있었다. 허아연과 주민경은 수박을 하나씩 끌어안고 울면서 달렸다. 나중에 허아연은 넘어지면서도 수박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려 끝내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했었다. 그 뒤에는 주현우가 허아연을 업고 돌아왔고 허아연은 등에 업힌 채로 잠이 들었다.그날 주현우는 꽤 많이 매를 맞았었다. 주민경이 뱀에게 물려서였다. 천만다행으로 독사는 아니었다. 주민경이 주현우에게 못됐다고 욕을 해대는 게 다 어릴 때 너무 많이 골탕먹은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 기억을 떠올린 허아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어린 시절은 언제나 가장 힐링되는 것이었다.그때 자신을 업어준 사람이 주현우였다는 걸 떠올린 허아연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어느새 다들 이렇게 어른이 되어 있었다. 주진우는 군 생활을 한 지 10년 넘었고 주현우는 경주 그룹을 이끄는 리더가 됐으며 전서진과 심유환도 각자 집안의 한 기둥이 되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데 허아연만…… 병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몇 년씩이나……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우울증을 앓은 지는 벌써 3년째였다. 지금 담당의는 예전에 진료받던 의사도 아니고 병원도 다른 곳이라 과거 병력을 조회하지 않고 현재 상태만 치료하고 있었다.여전히 다리를 주물러주는 주현우를 바라보던 허아연은 다시 고개를 돌려 신나게 이야기 중인 전서진을 바라봤다.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흘러서 어린 시절에 좀 더 머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때는 주민경과 유서희가 밥을 가져왔다.유서희는 오후 세 시까지 있다가 저녁 준비를 하러 돌아갔다.주민경은 계속 허아연 병실에 머물렀다. 허아연이 씻는 것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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