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윤태호는 청석 위의 권보를 따라 한참 수련했지만 좀처럼 요령을 잡지 못했다.단 한 식뿐인데도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워낙 방대하고 깊었다. 윤태호는 아예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떼지 않았다.윤태호는 점점 미간을 찌푸렸다.단순해 보이는 권법 속에 무궁무진한 변화가 숨겨져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10분이 지났다.그러나 윤태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멀리서 지켜보던 상령진인이 말했다.“윤 문주가 난관에 부딪힌 모양이네요.”충허도인이 웃었다.“장 진인님께서 직접 창안한 신공인데 어찌 그리 빨리 깨달을 수 있겠는가?”상령진인이 다시 물었다.“사부님, 윤 문주가 이 권법 한 식을 익히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충허도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상진이 말했다.“사부님께서도 그때 이 한 식을 익히는 데 꼬박 삼 년이 걸리셨어. 윤 문주 역시 적어도 3년은 걸릴 거야.”“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상령진인이 반박했다.“윤 문주의 무도 재능은 무서울 정도로 대단해요. 어쩌면 2년이면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사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충허도인이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윤 문주의 무도 재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이 한 식을 익히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네.”“장 진인님께서 이 신공을 창안할 때 엄청난 심혈을 기울이셨다는 걸 잊지 말게.”“내가 보기에는 윤 문주가 이 한 식을 익히는 데 적어도 1, 2년은 필요할 것 같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반년 안에 깨닫는 건 불가능...”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령진인이 소리쳤다.“사부님, 빨리 보세요. 윤 문주가 움직이네요.”충허도인이 눈을 들어 보니 윤태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무릎을 굽혀 마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이어서 윤태호의 두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힘이 두 팔을 관통하더니 태극 13식의 제1식인 기수식 자세를 취했다.상진이 놀라 외쳤다.“설마 윤 문주가 제1식을 깨달은 거예요?”“그럴 리 없어.”충허도인이 말했다.“나도 제1식을 깨닫는 데 꼬
“제가 먼저 알려 드렸는데 선배님께서 권보를 보여 주지 않으면 어쩌시려고요?”“윤 문주, 나는 자네를 속이지 않네. 내 품성을 믿게.”“죄송하지만 선배님에게서는 품성이라고 할 만한 게 눈곱만큼도 안 보이네요.”충허도인은 경악했다.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다.현장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잠시 후.“윤 문주, 자네 말대로라면 나는 품성이 형편없다는 뜻인가?”“네.”충허도인은 할 말을 잃었다.“선배님, 제가 권보를 본 뒤에 제운종을 수련한 방법을 알려 드릴 수 있으나 권보를 보여 주지 않으신다면 대화는 이걸로 끝납니다.”윤태호의 태도는 단호했다.충허도인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무영산의 장교이자 도문의 영수인 자신에게 감히 조건을 걸고 흥정하다니.한참을 망설인 끝에 충허도인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네. 윤 문주에게 먼저 권보를 보여 줄 수 있네. 하지만 권보를 본 뒤에는 반드시 제운종을 수련한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하네.”“미리 분명히 말해 두지. 그때 가서 윤 문주가 나를 희롱한다면 나도 사정 봐주지 않겠네. 윤 문주의 수위가 높고 용문에 10만 제자가 있다는 건 알지만, 나를 농락한다면 무영의 모든 힘을 다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윤 문주를 붙잡아 둘 것이네.”윤태호가 웃었다.“선배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원숭이처럼 굴지 않습니다.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법이지요.”“그렇다면 다행...”충허도인의 미소가 갑자기 굳었다.“잠깐, 누구를 원숭이라고 한 것인가?”“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선배님, 얼른 권보를 보러 가시죠.”“윤 문주, 따라오게.”충허도인은 윤태호를 장경각으로 데려가 대문 앞의 청석 바닥 판 하나를 뜯어냈다. 두께 10촌, 너비 3척의 돌판 뒷면에 권보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윤 문주, 보게.”충허도인이 권보를 가리켰다.“이게 태극 13식이에요?”윤태호가 물었다.“그렇네.”충허도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그 사람들은 장경각을 전부 비우면 태극 13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충허도인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윤 문주, 당시 그 복면인들이 장경각을 턴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가?”윤태호가 말했다.“무공 비급 때문이겠지요.”충허도인은 윤태호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윤 문주는 정말 총명하군. 단번에 맞혔어.”윤태호는 어이가 없었다.‘이렇게 간단한 걸 누가 못 맞히겠어?’더 어이없는 건 충허도인이 엄지까지 세우며 자신을 칭찬했다는 점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었다.“선배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예요?”윤태호가 물었다.충허도인이 옅게 웃었다.“윤 문주, 그 사람들의 목적을 알아맞혔으니 이번에는 장경각 전체를 비우면서까지 노렸던 비급이 무엇인지 맞혀 보게.”윤태호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설마 장 진인께서 남기신 무공이에요?”“맞네.”충허도인이 말했다.“그 사람들은 바로 창시자의 무공을 노리고 왔던 것이네.”“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무영의 창시자인 장 진인은 무도 종사였네.”“순양무극공, 제운종, 무영 진무 검술을 비롯해 수많은 절세신공을 직접 창안하셨지.”“하지만 창시자께서 만든 무공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은 태극 13식이네.”‘태극13식이라고?’윤태호의 가슴이 크게 떨렸다.예로부터 무영의 무공을 논할 때 태극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옛날 이야기책이든 현대의 영화나 소설이든 무영이 등장하면 반드시 태극도 함께 등장했다.그래서 강호에는 태극 없는 무영은 없다는 말까지 있었다.그만큼 태극의 영향력은 엄청났다.충허도인이 말했다.“태극 13식은 내가권법일세.”“이 권법은 안으로 오장과 팔맥을 품고, 밖으로 오보팔법을 갖췄으며 도문의 양생단술까지 융합해 모두 13식으로 이루어졌기에 태극13식이라 불리네.”“장 진인님은 이 권법을 창안하기 전 강호의 수십 개 문파를 찾아가 수만 권의 무공 비급을 열람하셨네.”“마침내 백가 무술의 장점을 두루 취해 태극 13식을 창안하셨지.”“이 권법은 강함 속에 부드러움이 있고,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어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서로 어우러지네.”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윤태호가 말했다.“용문 내부의 일이니 알려 드릴 수 없어요. 양해 바랍니다.”“윤 문주가 말하기 곤란하다면 더 묻지 않겠네.”충허도인이 말했다.“다만 무영을 떠나기 전에 제운종을 수련한 방법은 꼭 나에게 알려 주게. 윤 문주가 그 방법만 알려 준다면, 앞으로 윤 문주는 우리 무영의 은인이 될 것이네.”“훗날 윤 문주가 무영의 힘이 필요할 때 언제든 말하게. 우리 무영의 모든 사람은 물불 가리지 않고 도울걸세.”결코 가벼운 약속이 아니었으나 윤태호는 전혀 믿지 않았다.짧은 시간이지만 윤태호는 이미 충허도인의 속셈을 똑똑히 알아봤다. 충허도인은 뼛속까지 음흉한 사람이다.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선배님, 수련법은 아까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충허도인이 말했다.“윤 문주, 자네가 말한 방법은 너무 터무니없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법을 알려 주게.”상령진인도 입을 열었다.“윤 문주, 제운종을 수련한 방법을 알려 준다면 무영산에 위패를 모시고 밤낮으로 복을 빌어주겠네.”윤태호가 입술을 비죽였다.‘복을 빌어 주는 게 무슨 소용이야? 차라리 내가 직접 부처님께 빌고 말지.’“선배님, 진인님. 할 말은 이미 다 했어요.”윤태호가 말했다.“상진.”충허도인이 갑자기 호통쳤다.“윤 문주가 말하지 않겠다는데, 너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상진은 울상을 지었다.“사부님, 저는...”퍽.충허도인이 갑자기 상진의 무릎을 걷어찼다. 균형을 잃은 상진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윤 문주, 상진이 이렇게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말해 주지 않겠는가?”윤태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헐, 이럴 수도 있어? 이 늙은이는 정말 뻔뻔하네.’“윤 문주, 아무래도 내가 직접 부탁해야겠군.”충허도인은 말을 마치고 무릎을 굽혀 꿇으려는 자세를 취했다.윤태호는 차가운 눈으로 충허도인을 바라볼 뿐 막지 않았다. 충허도인이 정말 무릎을 꿇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아이고.”아니나 다를까 충허도인은 갑자기
“사부님, 설마...”상령진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상진진인이 갑자기 소리쳤다.“알았습니다.”“사부님께서는 윤 문주님을 납치하실 생각이네요. 윤 문주님이 말하지 않으면 산에서 내려가지 못하게 하시려는 거죠. 맞아요?”‘맞긴 뭐가 맞아.’찰싹.충허도인이 오른손을 휘두르자 총채가 상진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가 못마땅한 듯 욕했다.“멍청한 놈. 윤태호는 용문의 문주다. 내가 윤 문주를 납치하면 10만 용문 제자가 우리 무영파를 가만두겠는가?”“게다가 윤 문주의 무공이 저토록 뛰어나니 내가 납치하고 싶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네.”상진이 물었다.“사부님,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윤 문주에게 제운종 수련법을 말하게 하실 거예요?”“알고 싶은가?”충허도인이 물었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충허도인이 말했다.“답은 바로... 맞혀 보게.”상진은 얼어붙었다.‘맞혀 보라고? 내가 알았으면 왜 사부님께 묻겠어?’상진이 다시 물으려 했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충허도인과 상령진인은 이미 멀리 가 있었다.“사부님, 저도 같이 가요.”상진은 큰 소리로 외치며 뒤쫓아 갔다....윤태호가 소이안을 찾아갔을 때, 소이안은 산봉우리 위에 서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경치가 좋죠?”윤태호가 말했다.윤태호의 목소리를 들은 소이안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무영산은 역시 도문의 성지답네요. 경치도 아름답고 공기도 맑아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그런데 윤 선생님, 장경각에 가신 것 아니었어요? 왜 이렇게 빨리 나오셨어요?”윤태호가 대답했다.“일을 다 끝냈으니 나와야죠.”‘아, 그렇구나.’“윤 선생님, 저랑 사진 한 장 찍어 주실 수 있어요?”소이안은 말을 마치고 얼굴을 붉힌 채 윤태호를 슬쩍 바라보았다. 혹시 윤태호가 거절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그럼요.”윤태호는 흔쾌히 승낙했다.소이안은 활짝 웃으며 곧바로 윤태호 곁으로 다가갔다. 일부러인지 소이안은 몸의 절반을 윤태호의
상진진인이 말했다.“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네요. 윤 문주님은 순양무극공을 수련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제운종을 익힌 거죠?”상령진인이 말했다.“사제, 그 정도로 간단한 이치도 모르겠어?”“윤 문주님은 제운종을 익힐 특별한 방법을 찾아낸 게 분명해. 다만 우리에게 말해 주고 싶지 않은 것뿐이지.”상령진인은 무뚝뚝한 충허도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사부님께서는 윤 문주님이 찾아낸 특별한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충허도인이 눈을 흘겼다.“내가 알았으면 왜 윤 문주에게 물었겠는가?”“윤 문자가 어떻게 제운종을 익혔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윤 문주는 거짓말을 했어.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익힐 수 있었다면 나는 진작 익혔을 테니까.”상령과 상진은 어이가 없었다.‘사부님, 지금 이 상황에서 자아도취에 빠지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아휴.”충허도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윤 문주가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는 건 나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네. 내가 몇 번이나 함정을 파고 속였으니 말이네. 윤 문주가 내 속셈을 알아챈 거지. 그런데 윤 문주가 정말 제운종을 익혀 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렇게 말하던 충허도인은 갑자기 분한 기색을 드러냈다.“내 평생을 바쳐 60년 넘게 수련하고도 제운종을 익히지 못했는데, 윤 문주는 잠깐 보고 익혔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내 무도 재능이 형편없는 말인가? 내 재능이 형편없다면 어찌 청룡 랭킹 2위의 고수가 되었겠어? 이것이 운빨은 아닐 터.”“아니면 내가 남들보다 덜 노력했단 말인가? 난 쉬지 않고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수련했거늘.”“상령, 상진. 말해 보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가 어째서 이렇게 큰 것이지?”“윤 문주는 어떻게 단번에 제운종을 익혔단 말인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왜 윤 문주만!”상령과 상진은 사부의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걸 알아차렸다.무영의 장교인 충허도인은 반평생 넘게 제운종을 연구했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그런데 윤태호는 배우자마자 익혀 버렸으
‘어떻게 된 일이지?’명진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몇 분 동안 치료했으니 박형만의 몸에 반응이 생길 것이다.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박형만은 침대에 누운 채 움직이지 않았다.명진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대나뭇잎으로 더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박형만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명진윤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충을 통제할 때 체력이 많이 소모되기에 시간을 끌면 안 되었다.3분 뒤, 명진윤은 박형만의 입을 천천히 벌리고 들여다보았지만 고충이 보이지 않았다.몇 분 동안 대나뭇잎을 불었으니 고충이
윤태호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이건 노래가 아니라 완전 꼬시는 거잖아!’“누나, 노래는 그만 불러요. 지금 친구들이랑 밖에서 모임 중이라서요.”윤태호는 다급하게 말했다.“내 노래 괜찮았어요?”임다은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네.”윤태호는 속으로 말했다.‘잘 부른 정도가 아니라 나 지금 흥분했어요.’“그럼 오늘 밤에 우리 집에 놀러 올래요? 내가 불러줄게요.”이 말을 듣고 윤태호는 그녀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았다. 그는 기꺼이 승낙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저녁에 찾아갈게요.”
천우진은 윤태호를 발견하고 싸늘한 눈빛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승준아, 소개하지. 이분은 내가 특별히 초빙한 신의, 명 대사님이셔.”“명 대사님, 반갑습니다!”박승준은 재빨리 노인에게 다가가 깍듯이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하지만 명 대사는 냉담한 표정으로 박승준을 힐끗 쳐다볼 뿐 손을 내밀지 않았다.박승준은 멋쩍게 손을 거두었지만 불쾌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기뻐하는 듯했다.그는 실력 있는 의사일수록 성격이 괴팍하다는 속설을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천우진은 설명했다.“승준아, 화내지 마. 명 대사님은 누구에
방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원래는 떠들썩했는데 지금은 한없이 고요해졌다.수십 쌍의 눈동자가 윤태호에게 고정되었다. 놀라는 이들도 있고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중 의심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졸업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교수가 됐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윤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야. 다들 웃으라고 한 소리야.”그 순간 여기저기서 조롱이 들려왔다.“실력도 없으면서 큰소리네.”“저런 사람 진짜 극혐이야.”“그런데 나였으면 창피해서라도 여기 오지는 않았을 텐데.”“진도훈, 너 마케팅팀이라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