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결국 이전 뉴스와 가십에서 백선 그룹 대표가 말했듯 한지영 배 속의 아이는 백선 그룹의 미래 후계자였다.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제작팀은 정말 곤란해질 게 뻔했다.하지만 제작팀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목격했다.백연신과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온 또 다른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있었던 것이었다.그 남자를 본 일부 경호원들은 즉시 외쳤다.“강 회장님!”강 회장님... 이 S 시에서 이렇게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제작팀 사람들은 그의 모습과 위풍당당한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눈치를 챘다.그리고 이내 속삭였다.“설마... 정말 강지혁이라고?”바로 그때 임유진의 목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다.“혁아!”그 한마디에 모든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정말이었다.그는 강지혁이었다.강지혁은 자연스럽게 임유진 앞으로 다가가며 다정하게 물었다.“다친 데는 없어? 정말 사인이라도 받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면 돼.”“다치진 않았어. 그냥 누가 살짝 부딪힌 정도였어.”임유진이 답하며 웃었다.“오늘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 아까 이미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어.”“오? 요즘 드라마 보는구나? 제목이 뭐고 내용은 어떤 거야?”강지혁이 장난스레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하지만 그 순간 임유진은 얼굴이 굳었다.‘세상에... 말이 새버렸네... 제목은 괜찮은데 내용이 좀...’임유진이 머뭇거리는 동안 백연신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드라마 제목은 《고인래》입니다.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죠.”그 말에 강지혁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늘 침착하고 여유로운 그였지만 이번만은 살짝 놀란 기색이 스쳤다.그는 임유진을 향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런 드라마 좋아해?”임유진은 머쓱하게 웃으며 어깨를 움찔했다.“내용이... 꽤 괜찮아. 그냥... 가끔 보는 정도야.”하지만 그의 시선이 유난히 오래 머물자 임유진은 이유 모를 불안을 느꼈다.‘이상하네. 왜 이렇
“백 대표님께서 혹시라도 위험한 일을 겪을까 걱정하셔서 저희가 몰래 사모님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경호원의 설명에 한지영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들 쪽의 움직임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러다 누군가 갑자기 소리쳤다.“어? 저 여자 백선 그룹 그 대표랑 스캔들 났던 사람 아니야? 임신 때문에 한동안 실검 1위였잖아?”순식간에 주위의 웅성거림이 크게 번졌다.예전에 연우진의 악의적인 글이 올라왔을 때 언론에 찍혔던 한지영의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던 것이었다.백연신이 뒤늦게 전부 삭제하게 했지만 이미 본 사람은 많았다.그래서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지영에게 쏠렸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며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그 시각 백선 그룹 본사.영상 회의 도중 전화를 받은 백연신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알겠어. 바로 갈게.”짧게 말한 그는 회의 중이던 임원들을 향해 덤덤히 말했다.“회의는 계속하세요. 기록은 비서가 정리할 겁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연신은 노트북을 닫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남겨진 임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무슨 일이기에 대표님이 저렇게 급하게 나가셨을까.하지만 비서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대표님을 그토록 흔들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니까....잠시 후 쇼핑몰 근처 카페 앞.검은색 세단이 급히 멈춰 서고 거기서 내린 백연신은 동시에 도착한 강지혁과 마주쳤다.둘 다 순간적으로 눈썹을 올렸다.“또 보네요. 정말 우연히 자주 마주치네요.”강지혁이 먼저 웃으며 말을 걸었다.“그러게요. 오늘도 또 보네요.”백연신은 짧게 답했다.“들으니까 오늘 아내분이 여기서 팬심 폭발 중이라던데요? 요즘은 어느 아이돌이 타깃입니까?”강지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그 말에 백연신의 관자놀이에 힘이 빡 들어갔다.누구냐고?요즘 아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한둘이 아니었다.게다가 오늘은 누구를 보러 온
‘만약 연신 씨가 진짜 그런 드라마에 출연한다면... 으... 생각만 해도 코피 쏟을 것 같은데?!’한지영은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너 왜 얼굴이 빨개?”임유진이 그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한지영은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볼을 살짝 두드리며 붉은 기를 지워냈다.그리고 곧장 화제를 돌렸다.“우리 여기서 잠깐 기다리자. 촬영 끝나면 사인이라도 받아보자. 신인 배우니까 아마 거절 안 할 걸?”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지. 《고인래》가 요즘 인기 좀 올라가고 있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소수 장르니까. 게다가 배우들도 신인이고. 팬이 사인 달라는데 거절하진 않겠지.”그녀는 곁눈질로 한지영의 배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특히 너 같은 예비 엄마 팬이라면 더더욱 거절하지 않을걸.”“그럼 좀 기다리자.”한지영은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잠시 후 두 사람은 근처 벤치에 앉아 촬영 장면을 바라봤다.조명이 켜지고 카메라가 움직이고 배우들의 대사가 오갔다.그리고 두 사람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와... 지금 저 장면 혹시 이별씬 아니야? 세상에... 시즌2에서 둘이 헤어진다고?”한지영이 갑자기 숨을 삼키며 외쳤다.“진짜? 그럼 저거 방송으로 보면 나 울 거야.”임유진도 놀라며 손끝을 입술에 가져갔다.“울컥한다... 지금 저 배우 표정 봐봐. 너무 몰입돼서 나도 눈물 날 것 같아.”한지영은 점점 가까이 다가가며 중얼거렸다.“가까이서 보면 더 생생할 것 같은데... 가자. 좀만 앞으로 가보자.”한지영은 임유진의 손을 끌며 슬쩍 촬영 현장 쪽으로 다가갔다.하지만 곧장 제작팀의 경비원들이 다가와 손을 들어 막았다.“죄송합니다. 이쪽은 통제구역입니다.”그때 몇몇 팬들도 동시에 앞으로 밀려들었고 한 경비원이 순간적으로 거칠게 그들을 밀쳤다.“조심해!”임유진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한지영을 감싸안았다.하지만 균형을 잃은 그녀가 비틀거
한지영은 임유진의 손을 꼭 잡고 쇼핑몰로 향했다.아기용품을 사는 겸 임유진에게 조언을 조금 얻고 싶은 마음이었다.임유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연신 씨가 준비 안 해줬어?”임유진의 눈에 보이는 백연신의 모습은 마치 한지영을 완전히 챙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사람, 뭐든 다 준비해 주는 사람이었다.“준비는 다 해줬지. 그런데 나도 가끔은 내가 직접 뭔가 사고 싶어. 다 아빠가 사주면 엄마가 사주는 건 없잖아. 그러면 내가 엄마로서 존재감이 없잖아.”임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친구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고 그녀를 보니 진심으로 기뻤다.한지영과 백연신이 이렇게 행복하게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이라니 정말 다행이었다.두 사람이 쇼핑몰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한지영은 임유진을 다른 길로 이끌었다.“어? 쇼핑몰 가는 거 아니었어?”임유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가는 길에 잠깐 들러보려 해. 오늘 여기서 《고인래》 시즌2 촬영이 있대.”한지영의 눈이 반짝였다.《고인래》는 인터넷에서 방영 중인 BL 드라마로 두 남자 주인공 모두 신인 배우였지만 반응이 꽤 좋았다.임유진도 친구의 추천으로 요즘 주간 단위로 챙겨 보고 있었다.“어떻게 알았어?”임유진이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한지영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나 임신했잖아. 그래서 연신 씨가 몇 명을 붙여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처리하게 해줬거든. 그때 마침 《고인래》가 시즌2 촬영 중이라 그들이 촬영 장소를 알아봐 줬어. 생각보다 진짜 빨리 알려주더라고. 촬영 일정표까지 만들어서 줬어.”임유진은 놀라 땀을 흘리며 말했다.“연신 씨는 네가 이런 일을 시킨 걸 아는 거야?”“아마... 모를걸.”한지영이 웃음을 참으며 속삭였다.백연신이 알았다면 일정표가 그녀 손에 들어오지 않았을 테니까.근처에 다다르자 실제로 촬영 중인 제작팀이 있었다.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주변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있지 않았고 스태프 몇 명이 주변을 정리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촬영을 방해하
“나... 곡 하나를 연습했어. 그걸 네 생일 선물로 주고 싶어.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진해원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돈이 없어서 선물을 사줄 수 없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그가 줄 수 있는 건... 오직 이 곡 하나뿐이었다.하지만 현이의 얼굴에는 전혀 실망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진해원은 피아노 의자에 앉은 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리고 열 손가락으로 묵직하게 건반 위를 눌렀다.그가 선택한 곡은 난이도가 높은 클래식 곡이었다.예전에 우연히 녹음된 연주를 몇 번 들어본 게 전부였다.그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었고 그저 인터넷에서 악보를 찾아 혼자 손가락이 아프도록 따라 치며 익혔다.며칠 동안 몰래 연습했다.그녀에게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고 싶었다.그저 현이가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현이는 이런 곡 좋아하겠지... 어려운 곡을 칠 때마다 제일 즐거워하니까.’그는 지금까지 모든 음을 정확히 눌렀지만 그 안에 담겨야 할 감정은 표현해 내지 못했었다.그래서 그의 피아노 소리는 언제나 현이의 연주보다 어딘가 조금 부족했었다.애써 감정을 담아보려 했지만 그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끝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건반 위를 흘러갔다.연주 내내 진해원의 머릿속은 온통 현이로 가득했다.케익을 들고 방에 들어왔던 현이의 모습.“다음엔 내가 몰래 원이 생일 챙겨줄게.”그 말에 들어있던 따뜻한 웃음소리...그 모든 게 그를 미소 짓게 했다.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엄마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이 그의 가슴을 조여왔다.‘만약 현이가 그걸 알게 된다면... 나를 미워하게 되겠지.’곡이 끝났을 때 진해원은 여전히 그 감정 속에 잠겨 있었다.그때 맑고 경쾌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와... 원이, 너무 잘 친다! 진짜 멋져!”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손뼉을 쳤다.“이 곡 엄청 어려운 건데! 그리고 오늘 네가 친 곡은 예전이랑 달라!”“달라?”
그의 엄마가 저지른 나쁜 일들은 너무 많았다.만약 현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그 생각이 떠오르자 진해원은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방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현이네 가족이 돌아온 걸까?‘현아, 생일 축하해.’진해원은 속으로 조용히 축하해 주었다.오늘 현이의 생일 파티는 아주 성대하다고, 많은 귀빈들이 참석했다고 사용인들이 이야기했다.현이가 나갈 때 입었던 핑크빛 드레스와 머리 위의 작은 왕관이 떠올랐다.정말 공주처럼 너무 예뻤다.‘파티장에서는 화려한 조명 아래 더 눈부셨겠지...’사실... 진해원도 정말 그 생일 파티에 가고 싶었다.가서 직접 준비한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그건 값비싼 것도 아니고 그저 조그만 정성이 담긴 물건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갑자기 방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핑크빛 드레스 차림의 작은 실루엣이 케익을 들고 들어왔다.“다행이다.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자고 있었으면 이 케익은 내일에야 먹을 수 있잖아. 그럼 생일 케익이 아니게 되니까!”현이는 두 손으로 케익을 내밀며 말했다.“자, 이건 내 생일 케익이야. 내가 일부러 제일 큰 조각으로 남겨뒀어. 진짜 맛있으니까 얼른 먹어봐!”현이의 눈웃음에 진해원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조심스레 손을 뻗어 케익을 받아 들었다.그리고 한 입, 또 한 입...입안에 달콤한 크림 향이 퍼졌다. 너무 달지도 않고 부드럽고 진한 맛이었다.현이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눈을 반짝이며 진해원이 케익을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나 엄마한테 말했거든. 내년에는 생일 파티를 좀 작게 하기로 했대. 사람도 많이 안 부르고 조용하게 할 거야. 그땐 꼭 와야 돼, 원아!”그때 케익을 먹고 있던 진해원의 손이 잠시 멈췄다.‘내년...’‘정말 현이의 생일파티에 갈 수 있을까?’‘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그곳에 갈 수 없는 걸까?’“그리고 1월이 되면 원이 네 생일이잖아!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