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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8화

Author: 유진
탁유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기계적으로 따라 읽는 것처럼 결혼 서약의 말들에는 아무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 서약이 그녀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문장들이라는 게 너무나 분명했다.

하지만 이경빈에게만큼은 달랐다.

그 말들은 그의 평생을 걸고 하는 ‘진짜 서약’이었다.

그는 서약을 읽으면서도 계속 탁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야... 넌 모를 거야.’

그녀가 이 아이를 낳기로 결정해 준 순간 자신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리고 오늘이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날인지.

비록 이 결혼이 이름뿐인 결혼일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관계일지는 몰라도...

그래도 교복 입은 시절부터 마음속에 품어온 단 한 사람을... 그녀를 이렇게 ‘아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만으로 그는 충분했다.

어쩌면 언젠가는 헤어질지도 모르지만 노인이 되어 관 속에 누웠을 때조차 그는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한때 내 아내였다.”

그는 그런 마음으로 서약의 마지막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

구청을 나선 뒤 두 사람의 손에는 혼인관계 증명서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유미야, 내가 데려다줄게.”

이경빈이 먼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됐어. 나 버스 타고 가면 돼.”

그러나 탁유미가 단칼에 거절했고 이경빈은 곧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부부가 됐는데도 이렇게까지 거절해야 돼?”

“너도 알잖아. 우리 결혼... 그저 아이 때문에 하는 거라는 거.”

“그래...”

그는 말이 없었다.

맞다. 그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가 없었다면 탁유미는 자기 옆에 몇 분만 있어도 답답함을 느꼈을 터였다.

“아... 시간 되면 나랑 같이 가서 출생신고 준비해야 해. 나중에 산전 진료 받을 때도 필요하거든.”

그때 탁유미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좋아. 네가 언제 가자고 하면 그때 갈게.”

이경빈은 즉시 대답했고 탁유미는 더 말하지 않고 뒤돌아 곧장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이경빈은 그녀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자조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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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자신은 괜찮았지만 임신 중인 탁유미가 배고플까 먼저 걱정됐다.“아니에요. 나도 너무 긴장해서 배고픈 줄도 몰랐어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지금 지영 씨랑 아기 둘 다 무사하니까.”탁유미가 숨을 내쉬며 안도의 기색을 보였다.“정말 다행이에요.”임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네 사람은 병원 근처의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 앉았다.임유진과 탁유미가 메뉴를 고르는 동안 강지혁은 가볍게 얘기를 보탰다.그런데 이경빈은 식사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표정은 굳어있었다.임유진이 화장실에 다녀오며 탁유미에게 물었다.“유미 언니, 혹시 경빈 씨랑 싸운 거예요?”“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탁유미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런데 경빈 씨 표정이 왜 저래요? 마치 세상이 끝난 사람처럼 우울하던데요.”임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속삭이자 탁유미는 담담히 웃었다.“원래 심각한 표정이에요. 그냥 신경 쓰지 마요.”한편 방 안에서는 강지혁과 이경빈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오늘 지영 씨 난산 상황을 보고나니...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는 거죠?”강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경빈의 얼굴에 짧게 비친 감정은 평소보다 더 단호했다.“백연신 씨가 준비를 잘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이런 일이 일어났잖아요. 그 소년이 없었으면 오늘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그렇죠. 그 아이 덕분이에요.”강지혁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느꼈네요. 출산은 여자가 한 발은 저승 문턱에 걸치는 일이니까요.”그리고 그런 이유로 강지혁은 임유진이 돌아온 뒤 본인도 병원에 가서 정관수술을 받았다.의사는 재임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그는 ‘거의’라는 단어조차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정말... 죽음의 문턱에 한 발을...”이경빈이 낮게 중얼거렸다....식사를 마친 뒤 네 사람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진료 결과 한지영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갓 태어난 아기는 신생아실에서 24시간 관찰 중이었다.백연신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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