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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مؤلف: 꽃비
강예원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백색 형광등 불빛이 쏟아져 내려 무의식적으로 눈을 찌푸렸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고, 귓가에는 심전도 모니터의 규칙적인 소리만이 맴돌았다.

“깨어나셨군요.”

의사가 다가와 강예원의 동공을 확인했다.

“갈비뼈가 세 개나 부러졌습니다. 병원 이송이 조금만 늦었어도 목숨이 위험했을 거예요.”

강예원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엘리베이터가 추락하기 직전의 그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박지호가 조금도 서슴지 않고 심은정을 구조하겠다고 선택했던 그 순간, 그리고 변형된 엘리베이터 문이 자신을 향해 내리꽂혔을 때 박지호가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떠났던 그 순간을.

강예원은 몸을 조금 움직여 보려 했지만, 극심한 통증이 가슴에서부터 금세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눈물이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고통이 극에 달하니 마음조차 무뎌져 버린 듯했다.

사흘 뒤, 박지호가 강예원의 퇴원을 위해 데리러 왔다.

박지호는 병실 문간에 서서 깔끔하게 다려진 정장을 입은 채, 붕대로 친친 감긴 강예원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만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은정이는 앞으로도 춤을 춰야 해. 난 은정이 다리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게 둘 수 없었어.”

강예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박지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니까 부득이하게 네가 좀 이해해 줘야겠어.”

박지호의 어조는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듯 평온했다.

“너는 가정주부니까 설령 몸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거 아니야.”

강예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생 사랑했던 이 남자를 처음으로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박지호의 눈매와 얼굴은 여전히 천상의 신처럼 아름다웠지만, 그 두 눈 속에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그림자가 깃든 적이 없었다.

강예원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

“그날 내가 죽었으면... 너는 조금이라도 슬펐을까?”

박지호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안주머니에서 블랙카드를 꺼내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의미 없는 질문은 집어치워. 그리고 이건 네가 다친 것에 대한 보상금이야. 네가 본분을 지키고 조용히 두 아이만 잘 키운다면 너는 영원히 박씨 가문의 사모님일 거야.”

강예원은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생에는 죽을 때까지도 박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허울 같은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었을까?

외롭게 늙어 간 것도 자신이었고, 잊힌 것도 자신이었으며, 혼자서 불길에 외롭게 타 죽은 것 또한 자신이었다.

그래서 이번 생만큼은 박지호의 아내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았다.

강예원은 더 나은 삶을 살고, 더욱 눈부시게 빛날 것이며,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날 것이다.

강예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박지호에게 이제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강예원의 말을 끊어 놓았다.

박지호가 전화받자, 심은정의 달콤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아이들과 같이 식당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너를 위한 서프라이즈도 준비했어.]

박지호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금방 갈게.”

전화를 끊은 박지호는 시계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다시금 냉랭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어. 운전기사가 밑에서 대기 중이야.”

박지호가 몸을 돌려 떠나는 뒷모습은 여전히 멋있었지만, 강예원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손바닥 안을 파고들었고 결국 박지호를 붙잡을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됐어, 어차피 곧 심은정을 통해 이혼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

강예원은 이제 박지호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을 남처럼 대하는 두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아주머니.”

강예원은 호출 버튼을 눌렀다.

“제 짐을 공항으로 보내 주세요.”

한 시간 뒤, 강예원은 박지호와 연락이 닿는 번호를 모조리 삭제했고, 박지호가 건넨 블랙카드는 병실 서랍 속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창밖으로 펼쳐진 구름이 석양에 물들어 눈부신 금빛과 붉은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강예원은 찬란하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다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번 생에서는 다시는 누구를 위해서도 자신을 낮추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초라하게 버텨 온 지난날들은, 이 비행기와 함께 저 드넓은 하늘 너머로 영원히 흘려보내리라.

이제 강예원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삶.

오직 자신만을 위한 미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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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찬란한 날들   제23화

    강예원은 테라스에 서서 정원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는 민희를 바라보았다.민희는 연두색 원피스를 입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동요를 흥얼거리며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정말 행복해 보였다.“무슨 생각해?”따뜻한 두 팔이 뒤에서 강예원을 감쌌다. 고시우의 턱이 강예원의 어깨에 살짝 닿았다.고시우에게서는 아직 병원 소독약 냄새가 났다. 병원에서 막 퇴근한 모양이었다.“생각하고 있었어요.”강예원은 뒤돌아보기도 전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우리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이 민희 데리고 그림책 사러 왔던 모습이요.”고시우가 낮게 웃었다. 금테 안경 너머의 눈빛은 다정함으로 가득했다.“그때 나는 이 후배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이렇게 예쁠까 하고 생각했지.”“정말 농담도 능청스럽게 잘하네요.”강예원이 고시우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의 웃음소리에 민희가 고개를 들었다.민희는 물뿌리개를 내던지고 2층으로 달려 올라왔다.“외삼촌, 언니,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고시우가 몸을 굽혀 민희를 안아 올리며, 흙 묻은 볼에 입을 맞추었다.“언니한테 우리랑 평생 함께 살아 줄 거냐고 물어보고 있었어.”민희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 작은 손이 강예원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정말요? 우리랑 계속 같이 사는 거예요?”강예원의 마음은 따뜻한 물에 담근 듯 몽글몽글 부드러워졌다.강예원은 민희를 안아 올리며, 두 사람의 기대 가득한 시선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민희가 원한다면.”“좋아요! 엄청 좋아요!”민희가 환호하며 강예원의 목을 껴안고, 다시 고시우를 바라보았다.“외삼촌, 빨리 언니한테 반지 끼워 줘요! TV에서 그런 것처럼!”고시우의 귀 끝이 살짝 붉어졌다.고시우는 주머니에서 빨간 벨벳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예원아.”고시우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나랑 결혼...”“네, 우리 결혼해요.”고시우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강예원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 꽃처럼 찬란한 날들   제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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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찬란한 날들   제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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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찬란한 날들   제20화

    강예원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나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린 것도 너희였고, 내가 망고를 먹여서 너희를 아프게 했다고 거짓말한 것도 너희였지?”“엄마는 싫고 심은정이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도 너희 입으로 직접 한 말이잖아.”“나는 내가 아주 훌륭한 엄마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그래도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어. 너희를 사랑하려고, 잘 돌보려고 정말 노력했어.”“그런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나도 모르겠어.”두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져 부끄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박유환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애원했다.“그때는 우리가 너무 어렸어요. 이제 잘못한 거 알아요. 제발 우리 용서해 주면 안 돼요?”강예원이 대답할 틈도 없이, 민희가 갑자기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언니...” 민희는 작은 손으로 강예원의 옷자락을 꼭 붙잡으며, 커다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가는 거예요?”고시우가 몸을 굽혀 민희를 안아 올리며, 조용히 달랬다.“무서워하지 마. 언니는 널 버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언니가 어디를 가든 그건 언니가 선택하는 거고, 우리는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해.”“설령 여기 있지 않더라도 언니는 계속 널 만나러 올 거야.”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지호의 가슴에 이유 모를 분노가 치밀었다.‘저 남자가 무슨 자격으로 내 아내를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거지?’‘무슨 자격으로 아이를 안고 내 아내 곁에 서서, 마치 그 셋이 한 가족인 양 행동하는 거지?’박지호가 한 걸음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집 그만 부려. 아이들은 엄마가 필요해.”“엄마로서 네 친자식을 키우지 않고, 남의 집 애나 키우겠다는 거야?”“내가 고집을 부린다고? 아이들에게 내가 필요하다고?”강예원이 몸을 일으키며, 눈에는 박지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호하고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아이들이 나를 계단에서 밀었을 때는?”“모든 사람 앞에서 나를 싫어한다고 말했을 때는?”“심은정을 엄마라고 불렀을 때는?”질문 하나하나가 따

  • 꽃처럼 찬란한 날들   제19화

    박지호의 전용기는 그날 바로 Y시의 공항에 착륙했다.눈부시게 뜨거운 햇살 아래, 박지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경호원에게 안겨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두 아이를 바라봤다.“아빠, 오늘 정말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거예요?”박소연이 작은 얼굴을 들어 물었다.눈빛에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그럼.”박지호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너희를 보면 엄마가 분명 기뻐하실 거야.”그때 추상우가 급히 다가와 서류 한 부를 건넸다.“대표님, 사모님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지금 동쪽에 있는 도예 공방에 계십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과 함께 있습니다.”서류에는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강예원이 어린 여자아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에 묻은 진흙을 다정하게 닦아주고 있었다.그 곁에는 안경을 쓴 키 큰 남자가 서 있었고, 미소를 띤 채 강예원을 바라보고 있었다.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세 사람 위로 쏟아졌고, 그 장면은 지나치게 따뜻하고 화목해서 마치 한 가족처럼 보였다.박지호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며 사진 가장자리를 구겨 넣었다.그 남자가 강예원을 바라보는 눈빛이 박지호에게는 너무나 익숙했다.그건 자신이 한 번도 강예원에게 주지 못했던 다정함이었다.“차 준비해.”박지호가 차갑게 말했다.“지금 바로 가자.”가는 내내 박유환과 박소연은 유난히 조용했다.두 아이는 차창에 기대어 낯선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았고, 작은 손은 옷자락을 꽉 쥐고 있었다.박지호는 아이들이 오늘 일부러 강예원이 작년에 사준 옷을 입고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아이들이 자라서 옷은 이미 많이 작아져 있었다.“아빠.”박유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얼굴에는 불안이 가득했다.“엄마가 우리를 용서해 줄까요?”박지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CCTV 영상 속에서 강예원이 계단에서 밀려 넘어질 때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강예원이 떠나던 뒷모습을 떠올렸다.“용서해 주실 거야.”결국 박지호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꽃처럼 찬란한 날들   제18화

    박지호는 서재의 창가에 서서 붉은색 나무 책상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비서 추상우가 방금 가져온 사진들이 책상 위에 흩어져 있었고, 사진 한장 한장마다 칼날이 되어 박지호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확실해?”박지호의 목소리는 낮고 무섭게 가라앉아 있었다.“확실합니다.”추상우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사모님이 Y시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영업은 그저 그런 편이고요. 이건 지난주에 찍은 사진입니다.”사진 속 강예원은 ‘예원 서점’이라는 이름의 서점 앞에 서 있었다.플라타너스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강예원의 몸 위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강예원은 수수한 리넨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떠날 때보다 조금 짧아져 있었다.사진 속 강예원은 한 5살쯤 된 여자아이에게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그 눈빛에는 박지호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부드러움이 스며 있었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예원의 곁에 선 남자였다.키가 크고 날씬하며, 금테 안경 너머의 시선이 부드럽게 강예원에게 머물러 있었다.남자는 그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고, 세 사람이 함께 선 모습은 숨 막힐 정도로 조화롭고 아름다웠다.“예원이 곁에 있는 이 남자는 누구야?”박지호는 손가락으로 사진을 세게 문지르며, 남자의 얼굴에 흐릿한 자국을 남겼다.“그분은 사모님의 대학교 선배라고 합니다. 이름은 고시우이고, 곁에 있는 여자아이는 돌아가신 누나의 아이예요. 둘은 대학 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Y시에서 우연히 만난 것 같습니다.”“하지만 사모님께서 그 아이를 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고시우 씨도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됐어. 더 이상 말하지 마.”박지호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가슴 깊은 곳에서 처음 느끼는 씁쓸한 감정이 들끓었다.‘어떻게 감히... 어떻게 나를 보던 그 눈빛으로 이제는 다른 남자를 볼 수 있지?’그 다정함은 분명 자신만의 것이었는데.그때, 서재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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