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딸이 뇌사 판정을 받은 후 남편은 나를 설득하여 장기기증 동의서에 서명하게 했다. 나는 그리움의 고통에 시달리며 신경쇠약 직전까지 갔을 때 우연히 주치의였던 유진이 남편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심장을 가져가 첫사랑의 딸을 살리기 위해 내가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유도하고 내 딸이 뇌사 상태라고 거짓말을 했다. 유진의 딸이 퇴원할 때 남편이 데리러 병원에서 나타났고 세 사람은 행복한 가족처럼 웃고 있었다. 내가 찾아가 남편에게 따지려 하자 남편과 그 여자는 힘을 합쳐 나를 건물 아래로 떠밀어 죽였다. 눈을 떴을 때 장기기증 동의서에 서명하던 날로 돌아갔고 나는 병상에 누워 있는 딸을 바라보며 남몰래 다짐했다. 딸아, 이번엔 그 더러운 연놈들이 네 목숨값을 치르게 할 거야.
View More크지 않은 도시에서 다음날 스캔들은 일파만파 퍼졌다.장 원장은 신고도, 책임을 묻지도 못하고 조용히 넘어져서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며 자기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고 간호사들은 입을 가리고 킥킥 웃었다.“누가 넘어졌는데 얼굴에 손자국이 나?”차마 얼굴을 들고 출근하지 못했던 유진은 배수혁의 지푸라기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나와 장 원장 사이는 장 원장이 강요한 거야. 내 상사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나는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부족하다, 배수혁 저 쓰레기 같은 자식에겐 마지막 일격이 필요했다.다행히 난 진작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한 시간 후, 나는 배수혁의 차 옆에서 배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수혁의 얼굴에 있던 분노는 많이 가라앉았고 그의 뒤를 바짝 쫓던 유진이 나를 보며 수치심과 분노에 사로잡혔다.“목표도 달성했는데 뭘 더 원해?”나는 무심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원하는 게 뭐냐고? 배수혁, 아직 이혼 합의서에 사인 안 했잖아.”배수혁은 내 발 앞에 합의서를 던졌다.“강연, 난 너와 끝났어. 이제부터 난 너한테 빚진 것 없어.”나는 비웃었다.“나한테는 빚진 게 없지, 내 딸한테 빚진 거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윤아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고 안부 한 마디 묻지 않았어. 당신 마음속에 아끼는 딸은 윤아지? 나와 소원이는 아무것도 아니고!”배수혁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그게 뭐? 네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지 마. 그때 유진이가 출국하지 않았다면 내가 왜 너랑 만나? 너도 집에 돈 많으면서 그동안 나한테 숨겼잖아? 내가 밖에서 개고생하는 걸 지켜보면서 양심이 아프지도 않았니?”나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배수혁, 네가 지금 뱉는 말 잘 되새겨봐. 당신이 그깟 자존심 굽히지 않겠다고 나 데리고 고생하겠다고 우긴 거잖아... 자존심 때문에 난 내 가족과 7년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내 잘못이라고? 날 미워해도 상관없지만 소원이는? 당신 친딸인데 대체 뭐로 생각하는 거야? 참
“미인계를 쓰는 건 맞지만 내가 아니야.”말하는 동안 우리는 이미 701호 방 앞으로 도착했고 내가 직원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카드를 꺼내더니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꺄악, 누구야!”순식간에 방 안은 조용해졌고 한참 후 유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배수혁은 당황했다.“유진이? 네가 왜 여기 있어?”배수혁이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유진이 사색이 된 채 타월로 자기 몸을 가리고 그의 앞을 막아섰다.“뭐 하는 거야, 나 목욕하는 중이야.”배수혁은 방을 힐끗 쳐다보았다.“여기서 방은 왜 잡았어?”나는 나른하게 문틀에 기대어 물었다.“배수혁, 이 장면에 설명이 더 필요해?”유진은 나를 매서운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문 앞을 막고 곧바로 문을 닫으려 했다.“오늘 호텔에서 회의가 있어서 회의 마치고 여기서 묵으려고... 나 일단 옷부터 입을게.”나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막고 휴대폰을 꺼냈다.“됐어, 말로만 해선 소용이 없지. 직접 봐.”휴대폰에는 지난번 병원에서 받았던 카메라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지만 이번 장소는 장 원장의 사무실이었다.“자기 참 대단해. 이번 교수 자리도 당신에게 줘야겠어.”유진은 옷을 벗은 채 장 원장의 품에 기대어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렸다.“미워, 당신도 대단하잖아. 노련하고 힘도 세다니까.”장 원장은 유진의 얼굴을 음탕하게 만졌다.“너도 많이 희생했지. 배수혁 곁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늙은 내가 눈에 들어와?”유진은 삐죽거리며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 건드렸다.“무슨 소리야, 당신이 이혼하지도 않으니까 나도 밖에서 할 말은 있어야지. 그리고 배수혁은 빈털터리라 그 남자랑 만나는 건 정말 힘들어. 방도 비싼 데는 못 잡는다니까.”뒤에 남은 대화 내용은 차마 들어줄 수가 없었고 나는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는 배수혁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껐다.“배수혁, 당신이 짐승만도 못한데 당신보다 더 독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 어때, 재밌어? 남이 버린 쓰레기 주워 먹는 게 즐거워?”배수혁은 창백해진 유진을 믿
소원과 비슷한 또래의 윤아라는 아이는 배수혁의 차 뒷좌석에 앉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있었다.조수석에 있던 유진이 화난 척 배수혁의 가슴을 툭 쳤고 윤아가 깔깔 웃으며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이 좌석에 흘러내렸다.배수혁은 화를 내지 않았고 세 사람은 더 크게 웃었다.평소 깔끔한 배수혁은 나와 딸이 차 안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했고 한번은 차가 막혀서 딸이 오랫동안 굶었기에 내가 참지 못하고 초코바 하나를 건네자 녹은 부스러기 몇 개가 떨어졌고 배수혁은 그 자리에서 화를 내며 나와 딸을 차에서 내쫓았다.나는 소원이를 품에 안은 채 달리는 차들 속에서 어쩌지 못한 채 배수혁의 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소원이는 펑펑 울며 애원했다.“아빠! 저랑 엄마 두고 가지 마세요! 다 내 잘못이에요! 말 잘 들을게요, 다시는 아빠 차를 더럽히지 않을게요!”이 일을 떠올리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내가 멍청한 감정에 사로잡혀 배수혁에게 내 딸을 해칠 기회를 준 거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난 더없이 단호했다.“걱정하지 마, 오빠. 아직 안 끝났어. 내가 죗값 다 치르게 할 거야.”사흘 밤낮을 중환자실 문밖을 지키고 서 있던 나는 마침내 소원의 증상이 완화되어 일반 병동으로 옮겨 지켜보겠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그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은 나는 딸의 작은 얼굴에 생기가 도는 모습을 보며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했다.“오빠, 소원이 며칠만 돌봐줘. 난 돌아가서 짐 좀 챙겨올게.”오빠는 조금 걱정이 되었는지 이렇게 물었다.“같이 갈 사람 붙여줄까?”나는 고개를 저었다.“걱정하지 마, 오빠. 난 마음 약해지지 않아. 나 도와서 준비만 좀 해줘.”몇 시간 후 집으로 돌아온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식탁 위에 이혼 서류를 올려놓는 것이었다.배수혁과 시어머니 둘 다 없자 나는 캐리어를 들고 소원이와 나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그동안 배수혁을 따라 우리 모녀는 검소하게 살았기 때문에 옷 같은 건
나는 당당하게 외쳤다.“배수혁, 네가 이렇게까지 몰아붙이겠다면 나도 원하는 대로 해줄게.”말이 끝나자 병원 밖 조용하던 대형 스크린에서 갑자기 유진의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정말? 당신 참 독해, 난 조금 무서운데.”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고 대형 스크린에서 재생되고 있던 영상은 사실 유진의 개인 사무실에서 촬영된 감시카메라 영상이었다.유진이 배수혁의 목을 팔로 감싼 채 그의 다리 위로 올라타 말하며 관능적으로 허리를 돌리는 모습이었다.“알았어, 그만해. 불 지르고 책임질 거야?”배수혁은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소원이한테 잔인하지 않으면 어떻게 나와 네 딸 윤아를 살릴 수 있겠어? 중환자실은 하루에도 몇천만원 넘는 비용이 드는데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애와 망할 여자에게 전 재산 쏟아부을 바에야 우리 윤아에게 주지. 이렇게 하는 걸로 해. 윤아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니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흔치 않은 기회니까 서둘러!”유진의 눈은 흥분된 미소로 빛나고 있었다.“잘됐어, 윤아가 살 수 있겠어. 좋아, 뇌사 판정서만 있으면 돼. 보고서는 내가 나중에 만들 테니까 당신은 가서 강연 씨를 설득해서 장기기증 동의서에 먼저 서명하게 해. 동의서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꼭 성공해야 해!”배수혁은 유진의 허리를 꽉 움켜쥐었다.“그 여자는 멍청해서 내가 말하는 대로만 해. 걱정하지 마!”영상이 여기까지 재생될 무렵 공간은 이미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유진의 얼굴이 붉어지고 온몸이 떨렸다.배수혁은 더욱 창백해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기자들이 나를 향했던 카메라를 곧바로 유진과 그의 일행 쪽으로 돌렸다.“장 원장님, 이 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진 선생님, 영상 보면 환자 가족과 공모해 진단서를 위조한 것으로 나오는데 할 말 있으세요?”장 원장은 단호하게 말했다.“이건... 자세히 조사하기 전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경비원에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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