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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or: 무명
몸종은 그 말을 듣고 벌벌 떨며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금 전 둘째 도련님께서 이 방에 다녀가셨습니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시켜 위패를 전부 가져가게 하셨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민소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조이진의 방에 채 들어서기도 전에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귀한 남목으로 고작 위패나 만들다니, 정말 아깝기 짝이 없군.”

“황실과 귀족이나 쓰는 목재를 이름 없는 병사들의 위패에 쓰다니. 가당키나 한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조민소는 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눈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정성껏 만든 위패들이 하나같이 화로 속에서 불타고 있었다.

조이진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조민소를 보고 새파랗게 질린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민소는 조이진의 멱살을 움켜쥐고 눈을 부릅떴다.

“감히 내 물건에 손을 대?”

조이진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형님 물건에 손대지 않겠습니다.”

조민소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치솟은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조민소는 그대로 조이진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이 한 대는 죽은 이들의 넋을 모욕하고 함부로 지껄인 죗값이다!”

세찬 손길에 조이진의 얼굴이 홱 돌아갔고, 맞은 뺨은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조민소는 조이진의 얼굴을 다시 돌려세우고 또 한 차례 뺨을 내리쳤다.

“이 한 대는 은혜를 입고도 고마운 줄 모른 죗값이다!”

조이진의 입가에 피가 번지자 조민소는 그를 거칠게 밀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돌아서려던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세차게 부딪쳐 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조민소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넘어지는 충격에 손에 남아 있던 오래된 상처가 다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임지영이 다급히 달려왔다.

그녀는 조이진을 일으켜 세운 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보고 몹시 안타까워했다.

조이진은 머리칼이 흐트러진 채 눈물을 글썽이며 임지영을 올려다보았다.

“누님, 형님께서 저를 죽이려고 하셨습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임지영은 조민소를 바라보았다.

마침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조민소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었다. 그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이를 본 임지영은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오라버니, 어째서 이진이에게 손을 대신 겁니까?”

조민소는 싸늘하게 대답했다.

“내가 만든 위패를 모조리 태웠다. 그 정도 벌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임지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고작 위패 몇 개 아닙니까? 다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십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병사 몇 사람 때문에 이진이를 이렇게까지 때리시다니요?”

“변방에서 삼 년을 보내시더니 성정이 너무 거칠어지신 것 아닙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조민소는 완전히 마음이 식어 버렸다.

임지영이 이제는 옳고 그름조차 분간하지 못할 만큼 변해 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예전의 임지영은 책을 가까이하며 언젠가 백성을 위해 뜻을 펼치겠노라 말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소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조민소는 끝내 임지영에게 남아 있던 미련을 모두 내려놓았다.

“내가 장군부의 큰도련님이라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전장에서 세운 군공만으로도 저자를 벌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임지영은 실망한 얼굴로 조민소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 어쩌다 이리 변하신 겁니까? 지금 모습이 한낱 필부와 무엇이 다릅니까?”

“저와 혼인하고 나면 그 성정부터 고치십시오!”

조민소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흘렸다. 이제 와 더 말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싶어 그대로 돌아섰다.

‘먼저 변한 것은 너인데, 이제 와 나더러 변했다고 하다니.’

‘임지영, 이제부터 우리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자.’

조민소는 다시 목수를 찾아가 불에 타 버린 위패를 다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남은 위패를 함께 새기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늦은 시각 장군부로 돌아온 조민소는 처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 앞에는 임지영이 서 있었다. 얼굴 절반이 어둠에 가려진 채,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다.

임지영은 손에 옥패를 든 채 차갑게 물었다.

“이건 누가 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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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내 닿지 못한 마음   제21화

    조민소는 별다른 기색 없이 단오의 앞에 서서 그녀를 감싸듯 막아섰다. “이쪽은 호연단오라고 한다. 북적의 여왕이기도 하지.”임지영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단오를 보호하는 조민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순간 가슴 깊은 곳이 아릿하게 저려 왔다.이어 조민소가 담담히 말했다.“네가 이곳에 머문 지도 벌써 삼 년이구나. 이제는 돌아갈 때가 되었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다.”임지영은 잠시 말이 없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조민소가 자신에게 돌아가라 이른 것도 어느덧 아흔일곱 번째였다. 그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남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버티지 않기로 했다.지난 몇 년 동안 곁에 머물며 임지영도 이제는 자신과 조민소 사이에 다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게다가 지금 그의 곁에는 강인하면서도 오직 조민소만을 바라보는 여인이 있었다. 그런 단오를 보고 있자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면서도 가슴 한구석의 씁쓸함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한때 오라버니의 곁에 서 있던 사람은 나였는데... 결국 내 손으로 그 인연을 놓쳐 버렸구나.’임지영이 마차에 올라 경성으로 떠나려던 날, 조민소는 오래 간직했던 옥패를 돌려주었다. “이 옥패도 이제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되었구나. 너와 나의 지난 인연은 여기까지다. 앞으로는 서로 뒤돌아보지 말고 각자의 길을 가자꾸나.”잠시 말을 멈췄던 조민소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부모님은...”임지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사람을 보내 두 분을 잘 보살피겠습니다.”그제야 조민소는 마음을 놓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마차에 오른 임지영은 창가의 발을 살며시 걷어 올리고 마지막으로 조민소를 바라보았다.어쩌면 이번이 평생 마지막으로 보는 모습일지도 몰랐다.그때 단오는 옥패 하나를 손에 든 채 조민소를 바라보며 맹세하고 있었다. “저는 북적의 신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이 생에서 오직 조민소 한 사람만을 연모하겠습니다

  • 끝내 닿지 못한 마음   제20화

    조민소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단오니?”그러자 단오는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던 검은 면사를 천천히 걷어 냈다.삼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앳된 소녀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어느새 눈부시게 아름답고 기품 있는 여인으로 자라 있었다.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와 맑고 예리한 눈빛은 차가운 별처럼 빛났지만, 조민소를 바라볼 때만큼은 여전히 한없이 부드러웠다.숨김없이 자신을 향하는 뜨거운 시선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마주하자, 조민소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단오는 조민소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오라버니, 제가 예전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십니까?”조민소는 고개를 저었다.단오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제가 떠나기 전에 서신을 한 통 남기지 않았습니까. 저와 오라버니는 절대로 적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지요. 그리고 이제 그 약조를 지켰습니다.”“저는 지금 북적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북적과 대우는 영원히 우호를 이어 갈 것입니다.”지난 삼 년 동안 단오는 단 한순간도 조민소를 잊은 적이 없었다.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마다 조민소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견뎌 냈다.차갑고 고결한 얼굴과 늠름한 뒷모습, 그리고 누구보다 따뜻하고 자비로운 마음까지.그는 단오가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버팀목이었다.조민소는 눈앞의 단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삼 년 전 앳된 소녀였던 단오는 어느새 아름답고 기품 있는 여인으로 자라 있었다.여왕이 되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으리라는 것만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조민소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었다.“단오야, 참 잘해 냈구나.”그 한마디에 단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그토록 듣고 싶었던 칭찬을 직접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모두가 총애받지 못하는 구공주라며 그녀를 업신여겼지만, 조민소만은 아무런 편견 없이 진심으로 대해 주었다.그와 함께 지냈던 두 달은 단오에게

  • 끝내 닿지 못한 마음   제19화

    조민소는 미간을 찌푸린 채 비단 보자기를 풀었다. 그 안에는 예전에 깨졌던 것과 똑같이 생긴 옥패 두 개가 들어 있었다.임지영은 그 옥패를 줄곧 소중히 간직해 왔다. 모진 매질을 당하는 와중에도 옥패만큼은 깨지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 냈다.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라버니, 지난 일은 모두 제 잘못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오라버니께 사과드리겠습니다. 오라버니의 용서 또한 바라지 않습니다.”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은 탓에, 이제 임지영은 더 이상 조민소의 용서를 바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한때는 백성들이 어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지조차 모르던 철없는 규수였지만, 지금의 임지영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자신이 그동안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조민소와 같은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 준 덕분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임지영 역시 과거에 품었던 집착을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이때 조민소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똑같이 만든 옥패라 해도, 예전의 그 옥패가 될 수는 없다.”“너를 원망하는 마음은 이미 내려놓았다. 허나 우리 사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느니라.”가슴이 저릿하게 아파 왔지만 임지영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어 경성에서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자 조민소 역시 한동안 착잡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조이진이 기방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조민소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사람은 누구나 제 욕망을 좇아 살아가는 법이었다.조이진에게 처음부터 다른 길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쩌면 이토록 잘못된 길로 빠지지는 않았을지도 몰랐다.이제 조이진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렀으니, 조민소 역시 지난날의 원망을 더는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조민소는 임지영에게 변방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약과 의원을

  • 끝내 닿지 못한 마음   제18화

    조민소의 복잡한 눈빛을 마주한 단오는 씁쓸하게 웃었다.“결국 들키고 말았네요.”조민소가 싸늘하게 물었다. “네 몸놀림은 평범한 유목민이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신분을 밝혀라.”단오는 가볍게 웃다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 본명은 호연단오입니다. 북적(北狄)의 구공주이자, 그중에서도 가장 총애받지 못하는 공주이기도 합니다.”“제 어머니는 평범한 궁녀였고, 일찍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다 한 달 전부터 오라버니들이 황위를 두고 다투기 시작했습니다.”“저는 황위를 둘러싼 다툼에 끼어들 마음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허나 오라버니들은 끝내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도망치다 등에 칼을 맞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뒤에는 늑대 떼에게까지 쫓기게 되었습니다.”“오라버니께서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허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오라버니를 해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이 목숨을 다해서라도 은혜를 갚겠습니다.”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단오의 눈을 바라보던 조민소는 천천히 칼을 내려놓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경계를 푼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곧 사람을 보내 단오의 신분을 남몰래 조사하게 했다.그 사이에는 단오를 제 곁에 두고 직접 지켜보았다. 겉으로는 감시였지만, 실은 상처가 제대로 아물 때까지 보살피려는 마음도 있었다.사흘 뒤 비밀리에 알아본 결과가 도착했다. 단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북적의 구공주였다.조민소는 복잡한 눈빛으로 단오를 바라보다가 나직이 말했다.“상처가 다 나으면 돌아가거라. 너와 나는 결국 가야 할 길이 다르다.”단오의 눈에 금세 서운한 기색이 어렸다. “저희 북적은 지금껏 대우와 서로 국경을 넘보지 않고 지내 왔습니다. 헌데 오라버니께서는 어찌하여 저를 떠나보내려 하십니까?”조민소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한 번 믿었던 사람에게 크게 배신당한 뒤로는 좀처럼 경계를 풀 수가 없었다.사람의 마음만큼 알기 어려운 것도 없었다. 이제는 누군가를 섣불리 믿었다가 또다시 상처받

  • 끝내 닿지 못한 마음   제17화

    같은 시각, 조민소는 몸에 꼭 맞는 겉옷 위로 두툼한 여우 털 망토를 걸친 채 성벽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조성원이 보내온 서신을 손에 꼭 쥔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붉어진 눈가에는 뒤늦게 전해진 아버지의 관심에 대한 씁쓸함만이 남아 있었다.조민소는 이미 황제 앞에서 변방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몸이었다. 이제는 제 뜻대로 경성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이곳의 백성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앞으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하염없이 흩날리는 눈송이가 조민소의 뺨 위에 내려앉았다.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녹은 눈인지 눈물인지, 이제는 조민소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그때 머리 위로 우산 하나가 드리워지며 쏟아지는 눈발을 막아 주었다.조민소가 뒤돌아보자,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 소녀의 눈동자와 마주쳤다.단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 밖은 너무 춥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조민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단오는 그가 변방으로 향하던 길에서 우연히 구해 준 여인이었다.당시 단오는 얇은 옷차림으로 굶주린 늑대에게 쫓기고 있었고, 등에는 뼈가 드러날 만큼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기력이 다해 곧 늑대에게 덮칠 위기에 처한 순간, 조민소가 나타나 칼 한 번에 늑대의 목을 베어 버렸다.정신을 차린 뒤, 그녀는 자신을 단오라고 밝히며 인근 유목민 출신이라고 했다.부모를 모두 여의어 이제는 의지할 가족도 없다고 했다.그날 이후 그녀는 줄곧 조민소의 곁을 따랐다.하지만 조민소는 좀처럼 경계를 풀지 못했다.조이진의 일을 겪은 뒤로는 신원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곁에 두는 것이 두려웠다.하지만 단오는 그런 조민소의 경계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상처가 다 낫자 제 거처로 돌아갔지만, 그 뒤로도 날마다 사냥한 짐승을 가져다 놓고는 곧장 돌아가곤 했다.그렇게 보름이 흘렀다.어느 날 조민소는 또다시 얇은 옷차림으로 사냥감을 내려놓고 떠나려는 단오를 보게 되었다.그는 단오를 불러 세워 겨울옷 한 벌과 털신

  • 끝내 닿지 못한 마음   제16화

    임지영의 눈빛에 서서히 초점이 돌아왔다.“조이진은 본래 강남의 기방 출신으로, 사 년 전 그곳에서 도망쳐 경성으로 올라왔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임지영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속이 뒤집히는 듯 구역질까지 치밀어 올랐다.어쩐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데 그토록 능숙했던 것이다.지난 몇 년 동안 그와 몰래 만나며 가까이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치자, 역겨움에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장례비를 마련하려 몸을 팔겠다고 했던 것부터가 거짓이었습니다. 나리와 마님의 마차에 손을 써 사고를 일으킨 것도 조이진이었고, 아씨와 처음 관계를 맺었을 때도 몰래 약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조이진이 저지른 짓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임지영의 안색은 더욱 차갑게 굳어 갔다. ‘고작 이런 사내 때문에 오라버니에게 그토록 큰 상처를 주었다니...’조민소는 그들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기 위해, 평생 변방을 지키는 길까지 스스로 택했다.그때 몸종이 찾아와 의복점 주인장이 혼례복을 장군부로 보내왔다고 알렸다.임지영은 붉은 혼례복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그것을 입은 조민소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러자 애써 참아 왔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오라버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오라버니를 저버렸습니다. 이곳의 일을 모두 정리하고 나면 반드시 오라버니를 찾아가겠습니다.”임지영은 몸종에게 마차를 준비하라 이른 뒤 곧장 장군부로 향했다.조성원과 김선희는 홀로 찾아온 임지영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지영아, 어찌 혼자 왔느냐? 이진이는 어디 있느냐?”이 와중에도 여전히 조이진부터 찾는 두 사람을 보자 임지영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 “그때의 마차 사고는 모두 조이진이 꾸민 일이었습니다!”임지영은 충격으로 굳어 버린 두 사람 앞에서 조이진이 저지른 악행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조성원과 김선희는 하루아침에 열 살은 늙어 버린 사람처럼 초췌해졌다.조성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내가 눈이 멀었구나. 고작 그런 자 하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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