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소는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기만 하면 어린 시절 임지영과 함께했던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다.여덟 살 때, 임지영은 붉은 면사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어른이 되면 자신에게 시집오겠다고 했었다.그가 관례(冠禮)를 올릴 때, 그녀는 옥잠을 선물하며 부부의 연을 맺어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했었다.그러나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 모든 약조는 한낱 헛된 말에 불과했다.날이 밝고 나서야 조민소는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밤새 울어 붉어진 눈가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민소는 다시 대청으로 불려 갔다.그곳에는 분홍빛 치마저고리로 곱게 단장한 임지영이 기다리고 있었다.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에는 은근한 교태가 어렸고, 화사하게 차려입은 모습은 한층 더 요염해 보였다.하지만 그런 임지영을 보고도 조민소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한편 조이진은 한 손으로 자연스럽게 임지영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달빛처럼 희고 고운 비단 장포를 걸친 조이진은 검은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린 채, 온화한 귀공자의 기품 속에 자유분방한 멋을 풍기고 있었다.한껏 들떠 보이던 임지영은 조민소에게 다가와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오라버니, 이제 오라버니와 이진이는 곧 제 부군이 될 텐데, 오늘 함께 혼례복을 고르러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조민소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을 빼냈다.“둘이 다녀오너라. 나는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싶구나.”그러자 임지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우리 혼례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찌 이토록 무심하실 수 있습니까?”조민소는 속으로 냉소했다.이미 자신의 군공을 내세워 폐하께 파혼을 청했고, 윤허까지 받아 둔 터였다.이제 나흘만 지나면 이곳을 떠난다. 그때 임지영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문득 궁금해졌다.그때 조이진도 다가와 거들었다.“형님, 나흘 뒤면 저와 누님의 혼례입니다. 함께 가셔서 어떤 혼례복이 어울릴지 골라 주시면 어떤지요.”조민소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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